One man company의 애잔한 말로



"전의총이 어느 순간부터 성명서 뒤로 숨은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성명서 단체로 전락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열린 정기회원총회에 40여명만 참석한 것이 ‘전의총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예전 전의총은 행동만 앞서는 것처럼 보였다면 현재의 전의총은 말만 앞서는 듯하다. 신랄한 비판으로 의료제도는 물론 기존 의사 사회에도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려면 자신들부터 달라져야 한다."

전의총이 이런 지적(?)을 받는 이유는 전의총의 구조가 One man company와 같았기 때문이다.

One man company란, 사장이 혼자 기획하고, 제품 생산에 직접 관여하고, 혼자 영업하고, 심지어 경리, 영수증 정리는 물론 사무실 청소도 혼자 하는 그런 회사를 말한다.

One man company는 장점도 있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불필요한 경상비를 대폭 줄일 수 있고,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전의총을 만든 노환규 회장은 One man company에 익숙한 사람이다.

그가 세웠고 빼앗겼다는 여러 회사들, 여전히 가지고 있는 회사들 모두 One man company였다고 볼 수 있다.

의사란 것이 사실, 혼자 결정을 내리고 혼자 행동하는 것에 익숙한 직종이기도 하다.

2만7천여 의원도 따지고 보면, One man company이다.

전의총도 사실상 노환규의 One man company로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노회장의 의협 입성 이후 대리인 아닌 대리인이 그 자리를 맡고 있었지만, 일종의 집단 지도 체제였을 뿐, 최근까지도 여전히 주군은 따로 있었는데, 최근 들어 노회장의 약발이 다 하면서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One man company의 가장 큰 단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한 사람 독자 운영체제는 그 사람이 빠져나가면 사실상 껍데기만 남게 된다는 맹점이 있는 것이다.

또, 노회장이 지금 이 지경에 이른 가장 큰 이유도, 의협이라는 10만 회원을 가진 100년 역사의 전문가 집단을 One man company로 운영하듯 했기 때문이다.

원래 의협은 각 상임이사가 주도적으로 소관 업무를 추진하는 것이지, 회장이 나서서 뭘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정관과 규정을 어기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럼에도 그게 가능했던 건, 그가 교주와 같이 그 어떤 행동과 발언을 하여도 그의 추종자들은 비판없이 찬양하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교주란 게 욕하는 거 같지만, 사이비 종교 지도자를 말하는 것이다. 왜 여기에 종교 얘기가 나오냐면, 종교라는 건 기본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것'이고, 그런 믿음을 신앙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노환규 교주의 신자'들은 그가 어떤 말을 하건, 어떤 결정을 하던, '무언가 깊은 뜻이 있겠지.'라고 막연한 <신앙심>으로 그를 믿고 지지해 주었던 것이다.

그를 메시아라고 칭송하는 노회한 의료계 지도자나, 모름지기 의협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의 의장이 그를 의료계 역사 100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한 인물이라고 치켜세운 것이나, 자신은 파업 직전 경찰의 협박을 받는다며 비대위원 사퇴서를 던지고는 이제와서 노회장을 브레이브 하트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지역의사회장 등등...

이런 사이비 종교같은 찬양과 신앙 고백이 노회장을 오늘에 이르게 한 것이다.

물론, 이들이 이런 발언을 아무 부끄럼없이 해댈 수 있는 이유는 지독한 신앙심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고, 너무 순진해서 세상을 잘 모르거나, 사교의 마술에 빠져있거나, 이렇게 칭송함으로써 노회장의 추종자들에게 점수를 따 보려고 하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열혈 노환규를 이용해 자신의 잇속을 채우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오는 30일, 도대체 의협이라는 조직이 시스템을 갖춘 조직인지 아니면 100년 넘는 역사와 전통과 씨줄과 날줄로 엮인 조직 체계가 뿌리채 뽑혀 버렸는지 검증받게 된다.

많은 이들이 이 날을 예의 주시할 것이다.

사교는 마약처럼 달콤할지 모르지만, 정신과 육체를 썩게 만드는 법이다.

전의총이 환골탈태하여 강하고 건전한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려면, 뼈를 깎는 심정으로 One man company의 구습을 벗어나야 한다.

조직을 체계화하고 민주적 의사 결정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그것이 사교화를 막는 예방 주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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