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X 맨이다






"정부가 이 예민한 상황에 불을 지르면, 파업이 봇물처럼 터진다."고 했었다.

10일 파업을 앞 둔 지난 5일, 의협 지도부는 지리멸렬하고, 리더십에는 큰 결함이 있고, 파업의 명분을 찾지 못해 의사들은 우왕좌왕하며, 과거와 달리 파업은 실질적 경영난을 크게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에, 사실 전국적 파업은 전혀 쉽지 않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정부가 상황을 착각하고 오판할 경우 전국적 파업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예견했던 것이다.

실제 10 일 파업을 앞둔 불과 2,3 일만에, 70여개 수련 병원중 최소 50여개 병원 전공의들이 파업 참여를 의결하고 동참하여 이들이 파업의 새로운 동력으로 부각되었다.

10일 파업 이후, 서울대, 아산병원은 물론 노조가 없다는 삼성제국의 삼성의료원도 파업 동참을 선언했다.

그리고, 11일에는, 어쩌면 파업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즉, 노회장은 현재 유일한(?) 지지 기반인 전공의, 의대생을 규합해 기성 세대에 대항하는, 마치 모택동의 문화대혁명에 비견할, 내부 갈등과 계급 투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재야 진보 세력들과 공조하여 정부를 압박할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레 예측 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에 이르러 보니, 이 두 날의 추정이 모두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노회장이 주도하는 이상한 논리와 이상한 형태의 기기묘묘하고 야릇한, 투쟁이라고 부르기 정말 낯 뜨겁고 부끄러운 그런 투쟁말고, 이유야 여하튼, 어떤 식으로 불이 붙여지던, 의사들의 가슴에 불이 땡겨지면, 봇물처럼 터져나올 것이라고 추측한 그런 파업은,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이다.

어쩌면, 의사들의 threshold(역치)가 상상을 초월할만큼 높아져서, Action potential을 일으키기에는 여전히 Stimulation 강도가 미약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너무나 오랫동안 '뽕 주사'를 맞아서, 감각 신경 말단에 굳은 살이 배겼을지도 모른다.

한 마디로, 착하고 순한, 유식한 말로 compliance 좋은 Slave로써의 역할과 소임에 충실해진 것인지 모른다.

기성 세대의 의사들은 그렇다해도 파릇파릇한 전공의들은 좀 다르지 않을까?
그들을 '돌격 앞으로! 를 외치며 좌고우면하지 않을 강력한 전사'라고 표현한 바 있는데, 그러나, 이 역시 상상이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니다.

사실은, 여전히 그들은 전사임에 분명하고, 기성 의사들의 불만과 저항의 강도도 봇물 터질만큼 충분히 강한데, 의외의 복병 탓에 이 모든 것이 그대로 좌절되고 가라앉고 마는 건지 모르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X 맨> 때문이다.

노회장은 얼마 전 'X 맨의 추억'이라는 글을 닥플에 올렸다.

어쩌면 그 글은 마리오네트 인형을 조종하는 심정에서 '나는 X맨이다'라는 내뱉고 싶은 진심을 표현한 것인지도 모른다.

과거, 오토바이를 몰고 데모대를 해산시켰던 열혈 보수 골통 청년이었던 것처럼,
사실은 원격의료를 찬성하고, 만관제를 해야한다고 확신하고 있으며, 과거 영리병원 도입을 주장한 마음이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데,

멍청한 의사들의 저항 의식을 깨부수기 위해서는, 자신이 처해 있는 위치와 상황 탓에 어쩔 수 없이 X 맨이 되어야 하였던 이런 저런 이유들로 인하여, 여러 번의 위기 끝에, 돌고 돌아서 여기까지 왔지만, 결국은 본연의 모습을 드러낼 것임을 그 글을 통해 은근히 내비췄을 지 모른다.

물론, 상상의 이야기이다.
이런 불순한 상상을 말함으로, 지존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불같이 욕하고, 비난할지 모른다.

그러나 상상 속의 이 가정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곧 밝혀진다.

이 상상이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이것이 진실이라면, 노회장에게 남은 마지막 미션은, 끝까지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춘 체, 총회원 투표와 임시대의원 총회 추인이라는 형식을 통해, 분한 마음 표현을 지으며 투쟁을 접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다.

둘째 또 다른 미션은, 정부 당국자에게는 자신의 원래 모습을 살짝 비추어, 자신은 결코 정부의 뜻을 반하지 않으며, 절대 지지하지만,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그런 무례함을 보였노라고 힌트를 주는 것이다.

그래야, 아군에게 총살되는 것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기에는 "절대 비공개 회의"가 필수적이었으리라.

셋째, 이렇게 함으로써 해소되지 못한 회원들의 불만의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이다.
격렬한 춤이나 운동으로 에너지를 풀게 하는 건전한 방법이 아니라, 내분을 일으키고 갈등을 조장하며, 타켓을 정해 그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다.

넷째, 정부는 적당한 선에서 적당히 X맨의 위세를 세워줄 것이다.

즉, 정부는 정부가 추진코자 하는 것에 기스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노회장의 손을 들어주고, 노회장은 정부와 협상이 타결되었다며, 만족스럽지는 않으나 회원들의 의견을 듣겠노라고 설레발치면서 협상안을 걸고 총회원 투표를 실시하고, 회원들의 반발과 저항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그 투표 결과로 24일 파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되며,

이어 열리는 대의원 총회에서, 그간의 독선적 행위 등에 대한 두어 마디 사과를 하고(혹은 단상 위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보일지도 모른다), 그럼으로써 그간의 모든 행동을 인정 (추인) 받고,

비록 10일 파업으로 일부 회원들의 희생이 있을지라도 파업을 이끈 노회장에게는 별 다른 법적 제재가 없거나, 있으나 마나한 기소유예 정도의 징벌이 있으며,

지금까지의 과정과 결과와, 자신에 대한 비난한 것 등등으로 격심한 논란과 내분이 야기되고, 그 결과 몇몇 시도회장을 비롯한 의료계 지도자, 자신에 대한 비난론자에 대한 익명의 무차별적인 테러가 자행된다면,

노회장은 X 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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