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의 한의협 식 사원 총회가 가능할까?




일각에서는 2013년 한의협 집행부는 사원총회를 개최하여 대의원회를 해산시키고, 심지어 대의원 의장직을 회장이 대행하고 대의원 인준을 회장이 스스로 하는 내용의 의결을 한 바 있어 의협도 같은 방식의 사원 총회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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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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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 사원 총회의 발단은 한약첩약 급여화를 받아들이기로 임총에서 의결했기 때문인데, 젊은 한의사들을 중심으로 첩약 급여화를 강력히 반대하였고, 이들을 등에 엎은 한의협 집행부가 대의원회를 해산할 목적으로 사원총회를 무리하게 강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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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약 급여화는 양면의 칼과 같은 제도이다. 위기에 몰려 있는 한의계로서는 첨예의 갈등 요소이며, 제도의 특성상 기성 세대과 신규 세대의 의지가 갈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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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한의협 사원총회는 일견 성공한 듯 보였지만, 이후 한의협 대의원회 의장단과 중앙감사 일원은 이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고, 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여져, 사원총회의 의결 사항은 효력이 중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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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들이 사원총회 개최 여부를 무효화 해달라고 한 것은 아니며, 이 중 몇 가지 사안에 대한 가처분만 낸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사원총회의 모든 사항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내지 않은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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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사원총회 의결 사항 중 회비 인하나 첩약급여화 반대 같은 건에 대해서는 가처분 신청을 하지 않았는데, 이는 첩약급여화 반대가 대세라는 전체 회원의 정서를 읽었고, 굳이 이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더 이상 없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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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처분 신청을 내고 받아들여진 것은, 대의원 의장단 및 감사 해임의 건과 회비를 내지 않은 중앙대의원 해임 건 및 대의원회 권한 중지 건, 해임된 대의원 의장단, 감사, 대의원 등의 임명직, 선출직 자격 박탈 건, 의장 직무 회장 대행 건, 회장의 임원 및 대의원 인준 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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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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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사원총회 결의 효력을 신청인들과 피신청인인 대한한의사협회의 사원총회 결의 무효확인 청구사건의 판결 확정시까지 정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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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사원총회 시 회원들에게 각 안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던 점 ▲각 안건에 대해 반대 측 입장 전달 기회가 보장되지 않은 점 ▲김필건(한의협 회장) 측의 일방적인 주장만 전달된 것으로 보이는 점을 언급하며 결정 이유에 대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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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종합해 보면 자칫 이러한 사원총회는 오히려 집행부 등이 회원들 의사를 왜곡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이 있다. 중립성과 공정성이 흠결되는 경우 이에 의한 사원총회 결의는 무효라고 봐야 할 소지가 높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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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결정에 따라 한의협은 사원총회 결의에 따른 일체의 행위를 해서는 안되고, 김필건 한의협 회장은 대의원총회 의장단의 직무를 대행하거나 대의원 자격에 대한 인준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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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서 집행부의 대의원회 해산과 해임 등은 무력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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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는 가처분이므로 본안 소송을 진행하여 판결이 내려져야 확정된다.
그러나 확정 판결이 나기까지 대의원회는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있으며, 또 통상 가처분이 받아들여질 경우, 이를 뒤집을 다른 주장이 없다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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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한의협은 대의원총회라는 대의제도에도 불구하고, 회원이 직접 회무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정관에 명시하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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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사례는 다른 단체 즉, 의협의 사원총회 개최에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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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는 의협의 경우도, 사원총회를 집회로 하든, 온라인으로 하든 대의원회 해산을 목적으로 열어 이와 유사한 의결을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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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의사들이 직접 모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온라인으로 투표를 할 경우, 재판부가 지적하듯 일방의 주장만 전달될 가능성이 크므로 효력이 없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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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장이 사원총회를 통해 무엇을 도모하겠다는 것은 허상에 불과하며, 회원들을 사분오열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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