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밤의 벚꽃, 아닌 법 고민





법은 인류가 발명한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이다.

법은 사회 관념을 토대로 관습을 체계화시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법이 있기에 비특정 다수가 조화롭게 모여 살 수가 있다.

현대 사회에 법이 없다면, 공포 속에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런 무질서와 공포를 체험한 바 있다.

아랍의 봄을 겪고 독재자 카다피가 축출되자 리비아는 바로 그 같은 무법의 혼돈에 빠졌었다. 말 그대로 무정부, 무법의 사회였다.


Libya


카다피 시절 리비아에는 헌법이 없었고, 법을 만들 의회도 없었으며 오로지 카다피가 썼다는 ‘그린 북’과 이를 근거로 하는 고시와 명령 같은 행정법이 있었을 뿐이다.

카다피 몰락으로 정부는 와해되었고 반정부 세력이 만든 NTC(National Transitional Council)가 행정부를 대신하였지만, 권력을 잡아 본 적이 없는 미숙하고 어린 지역 주민이 대부분인 이들이 국가를 통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경찰력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고, 군대는 사분오열되어 지역 반군과 야합 하였으며 하다못해 시청과 같은 기초단체의 기능도 멈춰 거리 청소나 세금 징수, 공항 통제를 할 인력도 인물도 없었다.

한 마디로 무질서의 극치였으며 역주행하는 차량과 고속 운행하는 차량, 면허 없는 어린 운전자들이 뒤엉킨 도로를 주행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였고, 거리엔 쓰레기가 쌓여 썩어가고, 국경이 통제되지 않자 중앙 아프리카에서 엄청난 불법 체류자들이 거리에 넘쳐났다.

한때는 독재자를 밀어낸 혁명군은 곧 반군이 되었고, 이들 중 일부는 독재자와 싸웠던 무기를 들고 이슬람주의를 부르짖으며 가가호호 방문하여 이집트에서 온 기독교인들을 색출해 참수하거나 외국인들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무법 사회는 아마도 시리아에서 똑 같이 발생하고 있을 것이다.

법치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법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지만, 그래도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법이 공평하고 정의롭게 집행될 때, 사회는 안전하고 민주주의 역시 보존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법은 만인을 보호하지 못하며, 오로지 법을 아는 자만을 보호할 뿐이다. 법조 브로커, 전관예우 따위의 관행과 용어가 이를 반증한다.

이렇게 법망에 구멍이 많이 뚫린 사회가 후진적 사회이다.

이런 구멍들이 법이 모두에게 공평하다고 믿는 소시민들을 분노하게 한다. 오늘도 언론이 떠드는 재벌들의 갑질 역시, 그들은 이런 구멍이 있다고 믿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한편으론 법은 냉철하게 집행되어야 하지만, 기계적으로 집행되어서도 안 된다.

판결을 기계나 인공지능에 맡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판결은 인격과 인격 사이에, 혹은 국가와 인격 사이에 발생하는 쟁점을 다루는 것인데 갑과 을은 사람이거나 자애로운 국가(이 역시 국가를 대신하여 기소하는 인간인 검사)이고, 이를 판결하는 자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법조문이 정한 자구를 넘어서는 인간적인 무언가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인간의 모든 행동이나,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조문으로 규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의 집행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북미의 예를 들면, 미국의 교통 경찰관은 교통법을 위반한 운전자에게 반듯이 티켓을 발부하지 않는다.

교통 질서는 처벌로 바로 잡을 수 있기 보다는 계도하는 것이 더 효과가 낫다고 할 수 있다. 왜냐면 대부분 교통 질서 위반은 악의적으로 불법을 저지르기 보다는 우발적으로 위반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해자가 없는 가벼운 위반은 경고나 주의를 주는 것에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가벼운 음주와 약간의 과속으로 단속 되어도 오로지 제대 군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경고하고 끝나기도 한다.

제대 군인은 음주 과속 운전을 해도 된다는 법은 없다. 어쩌면 그 경찰관의 오지랍 넓은 재량권 발동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좋게 해석하면 미국 사회가 제대 군인에 대해 갖는 존경심의 표현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아무튼 교통 경찰관이 재량권을 발휘하여도 이를 부패한 행위로 보지 않기에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US police

캐나다의 교통 경찰관 역시 재량권을 통해 경고 조치로 끝나는 경우가 있지만, 미국에 비해 좀 더 엄격하게 질서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모두 이민자들이 많은 사회이지만, 특히 캐나다 정부는 이민자들에게 좀 더 강력하게 질서를 요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도심은 물론 외곽에서의 불법 주차도 예외없이 단속되고 특히 STOP 사인을 어길 경우 반듯이 처벌된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다.

STOP 사인은 멈춰 서라는 것이다. 속도를 줄여 가라는 신호가 아니다.


이런 교통 질서 위반에는 우리나라처럼 티켓이 발부되며 과태료 역시 만만치 않은데다가 벌점 제도가 있어 벌점에 따라 보험료가 수직 상승 하므로 가난한 이민자들에게 교통 질서 위반은 커다란 부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캐나다에는 법조문을 넘어서는 인간적인 무언가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만일 티켓을 발부 받았을 경우 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통상 수 개월이 지나 잊어버릴 때 쯤 법원이 정한 날짜에 재판을 받게 되는데, 재판을 신청하는 것도 한 나절이 소비되고, 재판을 받는 것도 거의 한 나절이나 하루를 허비해야 하므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경우는 티켓 발부 즉시, 벌점을 각오하고 과태료를 물고 끝내지만 그렇지 않은 저소득자 (주로 가난한 이민자들)들은 시간을 허비하는 쪽을 택하게 된다.

재판은 티켓을 발부한 경찰관이 직접 출두하여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이를 근거로 검사가 구형하고, 판사가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진행되는데, 교통법 위반자는 경찰관이 출두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왜냐면, 경찰관이 출두하지 않으면, 판사는 곧바로 “free to go” 즉, 무죄 판결을 내리고, 발부된 티켓은 휴지통으로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Canada Court

설령 경찰관이 출두한다고 해도, 판결 전에 검사는 교통법 위반자 즉, 피의자와 형량을 협의하는데, 이를테면 Plea bargain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형량을 감해주는 것) 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교통 위반을 인정하면 벌점을 감해 주고, 과태료보다 현저히 낮은 금액을 벌금으로 해 주겠다고 제안하는 것이다.

가난한 이민자는 이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판사에게 당시 상황을 하소연하면 검사가 구형한 형량(벌금액)보다 훨씬 더 낮게 판결하거나 벌점 없이 벌금으로 끝내기도 한다.

물론 이 과정에 변호사를 구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민간 한 이민자는 음주 운전 단속에 걸린 후 변호사를 대동하고 재판에 나선 바 있다. 변호사는 유려하게 이민자가 음주 운전을 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을 증명해 나갔지만, 판사는 매우 무거운 판결을 선언했는데,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는 경제력 여력이 있는 자는 더 많은 벌금과 보험료를 내도 된다고 본 것이다. 이를테면, 징벌적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시민들이 법을 위반했을 경우 어떤 손해를 받아야 하는지를 절절히 체감하도록 하고 있다.

캐나다 법 체계는 법 위반을 단지 처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초 질서라고 할 수 있는 교통법에 대해 이 같은 제도를 통해 위반자들을 교화할 뿐 아니라 저소득층과 가난한 이민자들에게 법조문을 넘어서는 인간적 배려를 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일련의 판결에 많은 국민들은 의아하게 생각하거나 분노하기도 한다. 누가 봐도 법을 어긴 것인데 무죄로 방면하거나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엄격하게 법에 따라 판결한 것이므로 법원은 억울할 수 있다. 또 시민들이 법을 오해할 수도 있다.

문제는 사회 통념과 법이 늘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반적 사회 통념을 바꾸어야 할까, 아니면 법을 바꾸어야 할까.

법은 늘, 완벽하다고 할 수 있을까?

법이 관용을 베풀 대상은 지위가 높고 가진 것이 많은 유력인사일까 아니면, 가난하고 법을 잘 모르는 시민일까?

형법은 처벌이 능사일까 아니면, 사회에 적응하고 질서를 유지하도록 교화하고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할까?

법 만들겠다고 여의도로 가겠다는 한량들을 주구장창 봐야 하는 이 봄날, 생각이 깊어지는 밤이다.


201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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