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누구의 편일까












지난 93년 북한이 NPT를 탈퇴하면서 1 차 북핵 위기가 발발했다.

미국 정부는 94년 6월 북한이 IAEA 탈퇴를 선언하고 IAEA 사찰단을 추방하자,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작계 5027에 따라 한반도 주변에 전력을 증강하고, 주한 미국인 소개 작전을 수립했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북핵 시설에 대한 선별적 선제 타격 즉, Surgical strike (외과적 정밀 폭격)으로 응징할 계획을 짰다. 이 계획은 후에 작계 5026이 된다.

지금의 작계 5026은 선제 타격(Preemptive strike)이 아니라 예방적 전쟁(Preventive war)형태로 이루어진다. 공격의 적법성 때문이다.

아무튼 1차 북핵 위기 이후 25년이 지났고, 북한은 2006년부터 작년까지 모두 6번의 핵 실험을 했다. 그러는 사이 누구도 북한의 핵 무기와 WMD 개발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한편, 리비아는 미국의 제재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 2003년 비핵화를 선언하고 약 2년에 걸쳐 비핵화 과정을 겪었는데, 당시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관이 바로 존 볼튼이었다. (2001년부터 2005년간 재임)

그는 리비아 비핵화 과정을 성공적으로 진두지휘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 미 유엔 대사로 임명되었다.

볼튼은 야인이 된 후 이란과 북한 비핵화에 대해 중점적으로 기고, 강연해 왔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하기 직전까지도 북핵의 군사적 해결을 주장하며, 미국의 선제적 공격에 대한 합법성, 전쟁의 명분에 대해 미 주요 매체에 기고했다.

지금 그의 역할은 북핵 해결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을 하는 것이다. 그가 어떤 조언을 할지는 분명하다.

최근 미소간 중거리 핵무기 폐기 조약 파기를 통지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 존 볼튼은 러시아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북핵을 해결하기 위한 핵무기 사용을 검토한 바 없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답변을 이끈 질문은 아마도, '미국이 중거리 핵무기 폐기 조약을 파기하려는 이유가 북한을 핵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냐?'라는 것이었을 것이다.

볼튼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미 국방부 내에서는 대북 전면전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전쟁을 끝내는 방법으로 B61 과 같은 전술핵 사용이 거론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북한처럼 지하 군사 기지가 많은 곳에서 재래식 폭탄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B61은 JDAM(Joint Direct Attack Munition)과 유사한 GPS 시스템을 갖는 정밀 유도 미사일이어서 외과적 타격에 유리하고, 다양한 탄두를 사용해 핵폭발력을 조절할 수 있고 벙커버스트로 쓸 수 있어 지하 기지 공격에도 유리하다. 다만, 핵무기라는 점이 가장 큰 단점이다.

핵이 전쟁에 사용한 건, 태평양 전쟁 뿐이었으므로, 또 다시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국제적 비난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손에 쥐고 있는 가장 효율적 무기를 만지작거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쟁이 날까?

아무도 모른다.

그럼, 김정은이 미국에 약속한 것처럼 순순히 비핵화를 할까?

이건, 희망 사항이며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최근 노동신문은 지난 2일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경우, 다시 병진노선을 가동할 것이라는 내용을 실었다.

병진노선은 핵과 경제개발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또 다시 핵실험,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고 이를 통해 긴장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같은 날, 폼페이오 장관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의 협상이 어떻게 되어 가느냐?'고 묻는 진행자에게 '김정은은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며, '그러나 우리는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며, 검증해야 하고,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답했다.

즉, 미국과 북한이 충돌하는 지점은 '선 비핵화'냐 아니면 '선 대북 제재 해제'이냐이며, 이 점에서 북한과 미국은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해가 충돌하면, 힘에 의한 타협은 필연적이 된다.

우리 각자는 지난 수십년 동안 세뇌되어 마치 평화적 방법으로 비핵화되어 질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다.

이 착각에서 벗어나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누구도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전쟁을 각오해야 평화적 해결도 바라볼 수 있다.

전쟁을 각오하고 평화적으로 해결하면 더 말할 나위없이 다행이지만, 헛된 평화를 꿈꾸다 전쟁이 터지면 달콤한 평화의 꿈은 악몽으로 바뀐다.

전쟁의 가능성을 처음 짐작한 건 지난 2016년 4월이었고, 이미 2년 6개월이 지났다.

그 동안

5차 북핵 실험 (2016년 9월 9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2017년 1월 2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 (2017년 3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2017년 5월 10일)
6차 북핵 실험 (2017년 9월 3일)
평창 동계 올림픽 전후의 평화 공세 (2018년 2월)
남북 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 북중 정상회담이 연이어 일어났다.

존 볼튼은 기고를 통해 미국이 군사적으로 비핵화하는 것에 대한 명분은 충분하며, 선제적 공격은 합법적이라고 주장했지만, 만일 JDAM을 쓸 계획이라면 명분은 더 무르익어야 할 것이다.

지금 미국은 시간을 끌고 있고, 북한은 조바심을 내고 있다.

시간은 더 이상 김정은의 편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편이다. 


2018년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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