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워킹 그룹 출범의 의미











지난 10월 29일 스티븐 비건이 내한하여 가장 먼저 임종석 비서실장을 만났다.

이 만남은 미국의 요청으로 이루어졌으며, 둘 간의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음 날인 30일 미 국무부는 한미 워킹 그룹을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청와대나 외교부는 이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스티븐 비건은 포드 자동차 국제담당 부회장으로 재직하던 중 지난 8월 23일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되었다. 그 전임자는 조셉 윤이다.

국무부가 비건을 한국에 보내 한미 대북 공조를 위한 워킹 그룹을 만들도록 압박한 이유에 대해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미-한 두 나라가 서로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서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생각을 전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각자 독자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도록 워킹그룹을 갖게 된 것”

“이것이 미국 측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주도하는 워킹그룹의 목적”

매우 우회적으로 돌려말했지만, “앞으로 미국이 대북 경협 등 대북 정책에 대해 지휘 감독할 것이며, 한국 정부는 ‘몰랐다’고 딴 말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심각하게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혹자는 내정간섭 아니냐며 반발할지 모르지만, 웃기는 얘기다. 북핵은 남북 문제가 아니라 국제 문제이며, 미국이 주요 당사국이다.

왜 그런지 비근한 예를 들어보자

지난 해 8월 6일 노동신문은 “미국은 정책 전환을 해야 한다”는 논평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미국이 핵 방망이와 제재 몽둥이를 휘두르며 우리 국가를 감히 건드리는 날에는 본토가 상상할 수 없는 불바다 속에 빠져들게 될 것"

"트럼프 패거리들이 오늘의 궁지에서 헤어나 보려고 발광할수록 우리 군대와 인민을 더욱 각성시키고 공화국의 핵무기 보유 명분만 더해줄 뿐”

"참혹한 전란을 겪어본 우리 인민에게 있어서 국가 방위를 위한 강력한 전쟁 억제력은 필수불가결의 전략적 선택"

한 마디로, ‘우리(북)가 핵을 갖는 건 필수적 선택이며, 핵 보유를 문제삼아 우리를 건드리면(즉, 제재하면), 미국 본토도 불바다 (핵을 쓰겠다는 의미)가 될 것’이라며, 미국을 향해 전쟁 위협을 한 것이다.

이렇게 핵으로 위협하고 있는데,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대북 제재와 한미 공조가 내정 간섭일까?

미 국무부가 한미 워킹 그룹을 출범시킨 건, 한국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로부터 신뢰를 잃은 것이며, 이건 부인하기 어렵다.

또 다른 의미는 한국 정부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무슨 기회냐?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 규정을 어긴 것에 대해 즉각적인 세컨더리 보이콧을 하지 않고 지켜보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한국 기업, 은행 등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했을 때의 이해득실을 심각하게 따져봤을 것이다.

그랬을 때, 반미세력의 준동, 주한미군 철수 주장, 남북 정부의 프로파간다, 나아가 주한 미 시민들의 안전 문제 등등을 모두 저울질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한국 정부를 길들이기보다는 지휘, 감독, 단속을 통해 “바른 길로 인도함으로써” 같은 사태가 반복하지 않게 하자는 쪽으로 결론내려진 듯 하다.

그러나 워킹 그룹의 가동 중에도 또 같은 제재 규정 위반을 할 경우에는 미국은 더 이상 묵과하지도, 인내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좀 잘 해보자.



2018년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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