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벌은 보복인가? 교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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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의료 사고에 대해 무슬림들에게 물었다.


진료받던 중 환자가 사망하면 어떻게 해결하냐고.

‘인샬라’ 라고 답했다. ‘신의 뜻’이라는 말이다. 사람이 죽고 사는 건 신의 뜻이고 죽은 자는 천국에 갔을 것이므로 순순히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의사에게 반듯이 보복한다’

코란 5장 35절 “내가 그 안에 그들을 위한 법을 두었으니 생명은 생명으로 눈은 눈으로 코는 코로 귀는 귀로 이는 이로 상처는 상처로 대하라 하였노라.” 에 따라 목숨에는 목숨으로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살릴 자신없으면 치료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그는 무슬림이 아니었다. 단지 이슬람과 무슬림들을 잘 아는 이방인이었다.

다시 경륜 높은 무슬림에게 물었다.

그는, 코란에 그런 구절이 있고, 이슬람이 응보적 정의를 추구하는 건 맞지만, 의도한 것이 아니라 실수에 의한 것이라면 관용을 베푼다며, 치료 중에 환자가 죽는다고 의사를 죽이는 일 따위는 없다고 했다.

35절에는 “그러나 누구든 동등한 처벌의 권리를 포기하는 자는 자선을 베푼 것이요 그리고 그를 위한 속죄라.“ 라는 구절도 있다.

이슬람이 합리적 종교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사실, 위에 언급한 세 명 모두 믿지 않았다.

그 나라는 사적 복수가 암묵적으로 허용된 나라였다. 게다가 코란의 구절을 읊어대며 복수의 정당성을 주장하면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는 공권력이 완전히 사라진 내전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예살인이 서슴없이 자행되던 때이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의료사고의 복수로 의사를 도륙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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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벌은 국가가 국민에게 내리는 징벌이다.

형벌의 목적은 무엇인가?

피해자를 대신해 국가가 복수하는 걸까?

아니다. 피해자에게 피해가 발생했다고 가해자에게 보복하는 건 그 복수의 주체가 개인이든 국가이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보복이나 복수가 형벌의 본질일 수 없다.

형벌은 가해자에게 재범하지 않도록 하고, 그와 같은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잠재적 범죄자에게 경고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의료 사고는 의도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의료 사고는 가해자인 의사가 가장 바라지 않는 것이다.

누구도 의료 사고를 원치 않지만, 필수불가결하게 발생한다.

물론, 의료인이 무능하거나 잘못 배워서 그럴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형벌이 아니라 재교육해야 한다.

그런데 이 나라는 의료사고를 자꾸 형법으로 다스리려고 한다.

이런 논리라면, 재판부의 오심, 무죄로 확정된 검사의 기소 역시 형벌로 다스려야 한다.

정치인과 행정부의 잘못된 입법, 행정 결과도 마찬가지이다.

의사는 한 생명에만 영향을 주지만, 정치인, 행정부처는 수만, 수십만 혹은 수백만명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 잘못된 정책으로 파탄에 빠지고, 길바닥에 나 앉고, 종국에는 자살하는 경우도 많다.

의료계는 의료 사고를 형법으로 다스리려는 추세를 경계해야 한다. 의료사고를 형벌로 다스리려고 들면, 의료가 왜곡되고 사회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그건 모두에게 피해이다.

이건 그냥 투덜대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2018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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