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활보하는...























정부가 파악하는 알콜 의존/남용 환자는 전체 국민의 3.5%이다.
이중 10% 에서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면, 17만5천 개의 병상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내 전체 정신과병원의 병상 수는 의원을 포함해 83,405 개이다. 즉, 전체 알콜 중독자의 5%만 입원시켜도 우리나라 정신과 병상이 다 찬다.





실제로, 우리나라 정신병동은 상당히 많은 알콜 중독환자가 병상을 차지하고 있고, 이들 중 많은 수가 의료급여 환자들이다. 즉, 소득이 적거나 없어서 국가가 주는 생활비, 진료비로 살아가는 자들이다. (오해는 말자. 급여 대상자가 모두 그렇다는 건 아니다)

이들은 국가에서 주는 생계비로 술을 먹고, 술 사 먹을 돈이 떨어지면 알콜 중독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한다. 병원에서 따뜻한 밥과 깨끗한 침대와 옷, 잠 잘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정부 지원금이 나올 때 쯤 되면 퇴원해 다시 술을 마시고, 또 입원하기를 반복한다.

국가가 알콜 중독자를 양산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응급실은 숙박업소이다. 춥고 잘 곳이 없으면 만취한 체 전국 응급실로 찾아가 행패를 부린다. 우리나라 어느 응급실이나 이렇게 찾아오는 단골 몇 명은 다 있다.

119 구급대가 이들을 모셔오면, 이들은 침대 위에 토사물을 쏟아내고 대소변을 본다. 20대 나이어린 간호사들이 이들의 몸에서 그 오물을 닦아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나라 알콜 의존/남용 환자의 5%만 입원시켜도 병상은 다 찬다.

정신병동은 정신장애 환자들이 입원해야 하는 곳이다.

우리가 말하는 ‘정신병’에 시달리는 환자 대다수는 괴롭다고 느끼지 않는다. 지금은 조현병으로 이름이 바뀐 정신분열병도 마찬가지이다.

조현병 환자는 자신이 괴로워 스스로 병원을 찾는 것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견디다 못해 병원에 데려간다.

조현병 환자들은 때로 매우 위험한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정작 자신이 하는 행동을 모르고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이런 경우, 격리치료해야 한다. 양극성 장애도 마찬가지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조현병 유병율은 0.2%이고 양극성 장애는 0.1% 이다. 그 수만 15만명이다.











조현병이나 양극성 장애로 모두 입원할 필요는 없지만, 불과 8만 4천개의 병상에서 알콜 의존/남용 환자가 차지하고 남은 병상에 입원할 수 있는 조현병, 양극성 장애는 얼마나 될까?

게다가 정신건강의학과 환자는 이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과거 지금보다 정신병원 병상이 훨씬 더 적었을 때에는 이들을 불법 감금 수용하는 시설도 있었다. 수많은 정신질환자들이 여기에 수용되었고, 그들의 인권은 짓밟혔다. 그러나 그 덕에 가족들은 시름을 덜고, 사회는 좀 더 안전했다.

지금은 이런 시설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그런 열악하고 불결한 시설에 수용되는 경우는 없을지 모른다. 그럼 그들은 모두 정신병원에 있을까?

더 큰 문제는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입원 절차를 더 까다롭게 만들어 놓아, 반듯이 격리하고 입원치료해야 할 환자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아무런 대책없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여파가 상식선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살인, 폭행 사건들이다.

단지 희생자를 애도하고 잠시 슬퍼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그런 일이 반복된다고 위험이 사라지지 않는다.

- 그러나, 위험 따위가 뭐 중요하겠는가. 인권이 중요하지. 아무렴. 그렇지...



2018년 1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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