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지 않은, 이길 수 없는 싸움










2015년 12월, 당시 박근혜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아베 정부와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아베 수상은 ‘사죄와 반성’을 표명했고, 일본국의 예산으로 위안부를 위한 재단을 설립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사과하고, 위안부 지원 재단을 설립한다는 약속 아래, 위안부 문제 해결이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음을 확인했다.

그런데, 문재인은 2018년 9월 뉴욕 UN 총회에 참석해 아베와 만나 위안부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겠다고 밝혔다.

후보 시절인 2017년 1월에는 “그냥 10억엔 돈만 받았을 뿐 일본으로부터 공식적인 사죄를 받지 못했던 합의다. 따라서 (전 정권과 아베 정권의 위안부 합의는) 무효의 합의다. 새롭게 협상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이 주장은 틀리다. 당시 일본 정부는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 통감하며, 아베 내각 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 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합니다”

한편, 2018년 10월 대한민국 대법원은 일본 기업이 징용 한인 노동자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19년 1월 9일, 일본 정부는 1965년 체결한 한일 청구권 협정 3조 2항 즉, '외교상 경로'로 해결할 수 없는 분쟁에 대해서는 제3국 위원을 포함하는 중재위원회를 구성, 중재위에 넘기도록 한 규정에 따라 중재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으나 한국 정부는 대응하지 않았다.

중재위는 한일 양국의 대표 위원과 양국이 합의한 제 3국 위원이 포함되어야 하므로, 한국 정부의 동의없이는 구성이 안된다.

일본은 5월 20일과 6월 19일 또 다시 중재위 구성을 제안했으나 여전히 한국 정부는 답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문재인 정부는 한일 양국간의 기존 합의 사항을 깨고, 한일기본조약을 어기는 행동을 하며, 일본에 싸움을 건 것이다.

뭐, 그럴 수 있다. 때론 싸울 필요도 있으니까. 그러나 싸움에 이기려면 치밀한 전략 전술을 있어야 한다. 명분도 필요하다.

그런데 돌아가는 추세를 보면, 명분은 고작 ‘식민지 지배를 받은 서러움’에 기초한 ’반일 감정을 통한 국민 결집’이고, 전략 전술은 ‘우리가 무슨 짓을 하던, 영원한(!) 가해국인 일본이 뭘할 수 있겠는가?’라는 사실상 무대책이 아니었나 싶다.

이제까지 한국, 한국 정부가 일본을 향해 떼를 쓰고, 성질을 부리며 빰을 때려도 항상 일본은 져주고 빰을 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일본은 ‘더 이상 빰을 맞지 않겠다’고 작정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싸움의 가장 큰 의미는 일본은 ‘앞으로 더 이상 무작정 당하지는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아베는 2018년 9월 한일정상회담에서 문재인으로부터 수모를 당한 후 칼을 갈기 시작했다. 2018년 10월 말, 대법원이 징용공 배상 판결을 내리자, 치밀한 전략을 짰고, 명분을 얻기 위해 수 차례에 걸쳐 중재위 구성을 제안했다.

사실 일본은 여전히 칼을 뽑지도 않았다. 엄지로 칼집에서 쯔바(Tsuba)을 밀어 올려 칼날을 슬쩍 보여주었을 뿐이다.

그런데, 고작 슬쩍 보여준 칼날에 반사된 빛에 한국 기업은 화들짝 놀라 진땀을 흘린다.

이 싸움은 양국 모두에게 손해일 것이다. 소모전이며 치킨 게임이다.

그러나 일본은 그 어떤 희생을 치루더라도 한국 정부를 굴복시킬 참으로 보인다.

사태를 야기한 선출직 대통령과 그 가신들은 3년 후면 떠나지만, 이로 인해 피해를 볼 기업과 국민의 고통은 오래갈 것이다.

어느 동네에나 사방팔방 미친 듯이 돌아다니며 싸움을 거는 미친 개는 늘 있었다. 그걸로나 위안을 삼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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