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October 29, 2013

이상한 판결 -의협 중앙윤리위는 어디로 가고 있나?


이상한 판결

의협 중앙윤리위는 어디로 가고 있나?




아래 기사를 종합해보면,
‘여대생 청부살해 사건’의 주범에게 뇌물을 받고 허위진단서를 발급해 준 것으로 의심되어 구속된 세브란스 병원 박모 교수에 대해, 의협은 “회원 권리 정지 3년” 이라는 최고 수위의 징계를 내린 것에 이어,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도 의뢰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들이 있다.

첫째, 박모 교수는 아직 선고가 내려지지 않았다. 비록 혐의가 인정되어 구속되고, 기소된 상태이긴 하지만, 선고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아직은 무죄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의협은 서둘러 복지부에 행정처분 즉 면허자격정지 혹은 면허 취소를 의뢰했다는 것이다.
이는 많은 의사들이 비난하는 사항 즉, 현재 복지부가 기소만으로 의사면허 행정처분을 하는 것과 같은 행태이다.

기소가 되었다고 다 유죄가 아닌데, 기소만으로 행정처분하도록 한 시행규칙을 개정하라고 부르짖어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의협이 나서서 판결이 나지 않은 사건을 놓고 소속 회원을 행정처분하라고 복지부를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그 박모 교수란 사람을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둘째, 의협 중앙윤리위원회는 이 사항으로 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요구할 법적 권리가 없다.

현행 의료법은 의협의 자율징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징계요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즉 의협 회장은 중앙윤리위의 의결에 따라, 해당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요구할 수 있는데, 이 경우는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에 한정한다. (의료법 제66조 제1항제1호)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는 대통령령으로 나열되어 있으며,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진료행위, 비도덕적 진료행위, 거짓 또는 과대 광고행위 등이 이 것에 해당된다.

한편, 진단서 허위 작성은 같은 법 제66조제1제3호에 해당하는 것으로 자격정지 사항일 뿐, 이를 의협이 행정처분을 하라, 하지말라고 요구할 수 있는 사항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즉, 의협이 옆에서 거들지 않아도, 법에 따라 행정처분이 내려지는 사항이다. 그러니 굳이 행정처분하라도 헛소리할 필요 없단 이야기이다.

한마디로 오바하는 것이다.
왜 이렇게 오바하는 걸까?

박교수의 허위진단은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사건이었고, 그래서, 굳이 나서서 강력하게(!) 꼬리를 잘라버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 박모 교수는 협회장이 나온 대학의 교수이다.

셋째, 회원 권리정지 3년이 최고의 징계라는 것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중앙윤리위가 회원 권리정지 3년을 의결하였으므로 그 박모 교수는 앞으로 3년간 협회의 임원 등이 될 수 없다.

그러나 그것 말고는 두드러지게 그가 받을 수 있는 피해는 별로 없다. 의협신문이나 협회지가 오지 않는 정도?

오히려 회원 권리정지 3년을 받음으로 박모 교수는 공식적으로 회비를 3년간 내지 않아도 된다.

회원 권리정지라는 건, 협회장에 출마하거나 대의원회 의장이 되려는 사람에게나 예민한 사항이다.

예를 들어, 지금 협회장은 다 아시는 바와 같이 회원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는데, 그랬음에도 회장이 되었고, 한참이 지난 다음, 지금 이 윤리위가 재심하여 벌금 1천만원으로 바꾸었다.

즉, 회원 자격을 살려주어 회장직을 수행하도록 봐 준 것인데, 그간 논란이 된, 윤리위의 판결 수령 회피, 정보 유출, 재심 기한 어김 등등과 같은 이미 캐캐묵은 것들은 그만 두고라도, 형법상 벌금 1천만원은 징역 3년형에 상응하는 중범죄 행위이다.

지금은 다수의 의사들이 그냥 묻어 버리고 가자는 분위기여서 말을 하고 있지 않을 뿐, 지금 회장은 태생적 결함을 많이 안고 태어난 것이다.

한편, 얼마 전에는 현 윤리위원장이 집행부가 윤리위 업무를 방해하고 장악하려 한다는 뉘앙스의 공문을 회람시키고 사퇴를 선언해 버린 바 있다.

그 공문을 받은 대의원회 의장 등은 여전히 꿀 먹은 벙어리이다.

상식적으로 중앙윤리위가 의료법을 모른 체로, 위와 같은 결론을 내릴 리가 없다.
또, 윤리위 의결 사항은 상임이사회의 의결이 내려지지 않으면 효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복지부에 행정처분 요구 또한 윤리위가 하는 것이 아니라, 협회장이 하는 것이다.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다분히 추측하게 하는 구석이 있어 보인다.

기가 막히고, 한 숨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Sunday, October 27, 2013

의원 수가가 병원 수가보다 높다구?




아래 기사는 기자가 기사를 이상하게 쓰는 바람에, 잠깐 이 양반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당황했는데,

내용을 정리해보니, 단일 수가협상에서 유형별 수가협상으로 전환된 이래, 지난 6년 동안의 의원과 병원의 평균 수가 인상율을 따져보면, 의원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
건보 수가는 원래, 하나의 행위에 대한 가격은 하나 뿐이다.

즉,

"모든 의사는 동일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동일의료서비스에 대한 가격은 동일하다"


라는 것이 건보제도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론 이 원칙에 동의하지 않는다. 의대를 갓 나온 의사와 경력 30년의 의사의 행위가 같은 가격으로 결정되는 건 이상하지 않은가?)

다만, 의료기관 종별가산제도 (즉, 의사가 아니라 의료기관에 따른)와 선택진료비 (의사에 따라 달라지는) 라는 것으로 예외를 두고 있는데, 선택진료비의 경우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만 해당되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의사에 따라서"라기 보다는 "의료기관에 따라서"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할 수 있다.

의료기관 종별 가산은 의원,병원,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 별로, 건보의 경우 15, 20, 25, 30%를 가산하는데 건보뿐 아니라, 산재, 의료급여, 자보 등도 이처럼 가산해 준다. 자보의 경우 의원은 15% 가산, 상급종합병원은 45%나 가산한다.

즉, 동일 행위(동일의료서비스)에 대한 가격이 의료기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가산해 주는 명목상 이유는 "상급종병으로 갈수록 시설 장비 투자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토록, 종병가산에 따라 병원이 의원보다 진료비가 더 비싸야 함에도 불구하고(!), 의원 수가 인상율이 더 높아져서 의원 진료비가 약간 더 높은 현상이 벌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철수 의원의 지적이 맞을까?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사실 유형별 수가제도 이후 병원의 수가 인상율이 의원의 수가 인상율보다 낮은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 수가 인상율이 건보재정 증가율과 같지 않다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행위량이 같다면, 건보재정 증가는 수가 인상율과 유사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수가는 2% 대에서 인상되지만, 건보재정 증가는 거의 10% 대에서 증가하였다.
(물론, 최근 수년간 건보재정증가율은 3%대로 대폭 완화된 바 있다.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둘째, 이렇게 늘어나는 재정증가분을 분석해보면, 상당 부분이 의원이 아닌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지출되었으며, 그 비중이 해마다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재정지출증가요인이 병원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가인상요인을 분석하여 이를 반영할 경우, 당연히 의원이 병원에 비해 좀 더 높은 수가를 주어야 할 필요가 생기게 된 것이다.

이는 의원에서 발생하는 행위의 상당부분이 진찰료 (진찰 행위)인 반면, 병원의 경우 수술, 검사 등이 차지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수치만 놓고 "평균수가인상율 + 종별가산=> 의원 > 병원"이라는 등식을 공론화하는 것은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무식의 소치이다.

오히려, 의원 수가 특히 진찰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한 가지,
건보재정 전망에 대해 비판을 했다는데, 의외로 적지않은 정치인이나 시민단체, 심지어는 의료계마저도 건보재정 적자를 망국의 길로 보거나 큰 난리가 난 것처럼 침소붕대하는 경향이 있다.

건보는 매달 보험료를 거두고, 매달 지출하는 단기보험이다. 흑자를 내서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것도 아니고, 흑자가 난다고 보험료를 인하할 수 있지도 않다.

국민들이 내고 국민들이 의료비로 쓸 돈인데, 시기에 따라, 상황에 따라 적자가 날 수도 있는 것이며 적자난다고 건보재정이 부도나는 것도 아니다.

한 마디로, 호들갑 떨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PS : 기자가 기사를 잘 못 썼다는 이야기는, 기사 중에,
"...의원급에 병원급보다 가산금을 더 많이 지불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는
"...의원급에 병원급보다 진료비을 더 많이 지불할만한 가치가 있는지..."로 바꿔야 한다는 말. 가산금은 의원이 아니라, 병원급이 훨씬 더 많이 받고 있음.



 
2013년 10월 22일

Thursday, October 24, 2013

영웅의 조건





영웅(Hero)은 수퍼맨이나 스파이더맨 처럼 보통 사람과는 다른 능력(체력이나 비상한 재주, 용기, 지혜 등 그 어떤 것이든)이 있는 자이다.

그러나, 그런 남다른 능력을 가진 것 만으로 영웅이라고 부르진 않는다. 왜냐면 악당도 늘 비슷한 힘과 능력이 있으니까.

그래서, 영웅의 두 번째 조건은 ‘정의로움’이다. '정의에 대한 신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셋째 조건은 '성과'이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정의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성과가 있어야 영웅으로 존경 받을 수 있다. 악당과 부딪치면 매번 번번이 깨지거나,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이 빈둥대면, 그를 영웅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것이다.

즉 영웅의 조건은 '능력'과 '신념',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웅의 필수 조건에 '추종자'란 없다. 어떤 영웅은 오히려 배척 받는 경우도 있고, 남다른 능력도 있고, 정의에 대한 신념도 있으며, 훌륭한 결과도 있지만 대중에게 인식되지 않은 체 조용히 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영웅 중에도 이런 이들이 많다.

한편, 영웅이 되기 위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체, 스스로를 영웅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이들 중에는 영웅인 척 하기도 하지만, 스스로 영웅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이런 이들을 <'소영웅주의'에 사로잡힌 자>라고 정의한다.

안타깝게도 아래 기사와 노회장이 만들었다는 슬라이드를 보고 ‘소영웅’이 생각났다.
그러나, 이 생각은 잘못된 생각일 수도 있다.

왜냐면, 자신은 영웅이 아니라, 구세주라고 믿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꿩먹고 알먹고…




올해 분 수가 인상 협상 당시, 약사회는 "동일성분 저가약 대체조제 활성화"를 부대조건으로 하여, 약국 수가를 2.9% 인상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다른 직역에 비교할 때 거의 최고로 받은 것이다.)

동일성분 저가약 대체조제 활성화란, 의사가 처방한 처방전에 기재된 의약품 중 성분은 같지만, 가격이 저렴한 약이 있을 경우, 의사가 처방한 약이 아닌 다른 약 (즉, 싼 약)을 환자에게 주는 것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미이다.

이 부대 조건 즉, "동일성분 저가약 대체조제"는 사실 궁여지책이다. 약제비(약값 + 약국 조제료)가 전체 보험 재정의 1/3을 차지하고 있어, 건보재정 수지 개선, 즉 보험재정을 절약해보자는 의미,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보험 재정이 빵구나니 환자들에게 싼 약을 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대체조제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동일성분이라고 하지만, 동일 성분이라는 건, 화학적 구조가 같다는 이야기일 뿐, 약효가 같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화학적 구조가 같으면 약효도 당연히 같아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왜냐면 제조 방법에 따라 약물의 흡수율이나 약효 지속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가 흔히 제너릭이라고 부르는 복제의약품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기간이 만료되면, 화학적 구조가 유사하거나 같은 의약품을 만들어 파는 것을 말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약물 섭취 후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서 오리지널 의약품의 혈중 약물 농도의 80% 선에 도달하면 “생물학적 동등성”이 있다고 간주하고 만들어 팔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임상적으로 실제 약을 써보면 두드러지게 약효의 차이가 나는 제너릭 의약품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동일성분 저가약 대체조제"란 약효가 같다는 전제하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실제 약효의 차이가 있으므로 단지 보험 재정 때문에 약사들이 임의로 대체조제를 하거나, 이를 권장하는 건 안 된다.

그럼에도 현행 약사법은 생물학적 동등성이 같은 의약품은 약사가 임의로 대체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 최동익 의원이 지적한 바와 같이, 실제 이 같은 저가약 대체조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다행스러운(?)일이라고 생각하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국감에서 지적되었듯이 2만여 약국 중 80%를 넘는 1만8천여 약국에서 “싼약 바꿔치기” 등 임의 대체조제가 이루어졌고, 청구는 의사가 처방한 그대로 즉, 비싼 약으로 청구한 정황이 있고, 이들을 샘플 조사하여 보았더니 거의 99% 사실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이런 걸, 꿩먹고 알먹고라고 해야 하나?

대체조제 활성화하겠다고 수가 올려 받고, 뒤로는 싼약 바꿔치기하고…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Monday, October 21, 2013

국정감사를 폐지해야 한다!



국정감사는 한문으로 國政監査라고 적는데, 監査에 해당하는 영문은 audit 이다.
audit은 회계 감사를 의미한다.

그러니 사실 국정감사(國政監査)란 용어는 잘못된 것이다.
왜냐면, 실질적으로 국정감사의 대상이 회계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이 용어가 맞다면, 국정감사 기간에는 정부 기관 등 감사대상기관의 회계 사항만 감사해야 한다.

전세계에 “국정감사”라는 것을 시행하는 나라는 오로지 대한민국 뿐이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이상한 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으로 되어 있는 것도 이상하다. 대통령은 이미 경찰, 검찰, 국세청, 국정원을 지휘할 수 있다. 그런데 별도의 감사 기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3권 분립으로 볼 때, 행정부의 수반이 행정부를 감사하는 기관을 갖는 것보다, 국민의 대표들이 모인 입법부가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한 기관을 갖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감사원은 사실 국회에 의회 수사국 형태로 소속되어 있는 것이 맞다.

국정감사는 1년 중 30일 이내에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 지자체에 대한 국정감사가 1년 중 특정 시기에만 이루어지는 것도 이상하고, 짧은 시간 안에 수 많은 기관을 감사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보니, 형식에 그칠 뿐 아니라, 시간에 쫓겨 문제 제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문제가 있다.

또 피감기관의 공무원들 역시 국정감사를 준비하기 위해 단기간 동안 엄청난 과로와 격무에 시달려야 하고, 한편으로는 이것만 잘 넘기면… 하는 심정으로 일관하기 쉽다.

한마디로, 지금과 같은 국정감사는 비효율적이며, 비능률적이고, 소비적인 말 잔치에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때문에, 국정감사를 폐지하고, 감사원을 국회에서 흡수하여 수사국으로 전환하고, 국정 조사권을 강화하여 상시 조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이번 국감을 보면, "보건복지위원회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국감 지적 사항이나 문제제기만 보아서는 누가 '여'이고 누가 '야'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특히 보건 분야에 이런 현상이 더 심한데, 이른바 '당론'이라는 것도 없어진지 오래 된 듯 하다.

보건복지위 여야 의원님들에게 '귀하가 속한 정당의 보건정책에 대한 정강정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답할 수 있는 분들이 몇 명이나 될까?

'의료산업화를 이루고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옳으냐?' 라는 질문에 대한 각 당의 정강은 과연 있을까?

이번 심평원 국감때, "비급여를 표준화하고 전면 제도권으로 편입하라"는 주문과 질책이 여야를 막론하고 나왔다고 한다.

이 분들은 과연 '비급여'가 무엇인지는 아시는 걸까?

여당의원 한 분은 비급여 정보를 확대하라고 주문하고, 비급여 가격 결정 요소에 병원 땅값, 인력, 시설, 장비는 물론 병원 시공비까지 국민들에게 알려야, 그 가격이 적당한지 알 수 있다고 하셨단다.

누군신가 보았더니, 건교부에서 오랫동안 공무원 생활을 하셨고, 차관까지 지내셨던 분이다. 역시 보는 눈이 다르시다. 땅값과 시공비까지 국민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친절하게 말씀해 주시니...

건교부 쪽에서 거의 반평생을 보내신 분이 어쩌다 보건복지위를 오셨는지 모르지만, 잘 모르고 이런 말을 하셨을 수 있겠다 싶다.

여야의원만 이런 주장을 한 것이 아니라, 무소속 의원도 한 분 계신다.
이 분은 의사 출신인데, 진료를 해 본 적이 없어 그런지, 비급여 항목 표준화를 주문하셨다.

비급여 항목 표준화라...

비급여는 포지티스 리스트라 비급여 항목은 정부가 정한다. 다만, 각 항목에 대한 가격이 의료기관에 따라 다를 뿐이다.
비급여는 건강보험체계 안에서 다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비급여인 것이고, 이는 병원과 환자간의 사적 계약 관계이다. 가격은 시장 원리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이 맞다.

짜장면 먹으러 오는 분들에게 중국집 월세, 인테리어비용, 식자자 대금, 배달 알바 시급 등을 공개하지는 않는다. 가격이 적당하고, 맛이 좋으면 또 오는 것이고, 아니면 다른 데 가면 된다.

사회주의 의료제도를 갖는 나라에서도 비급여를 이런 식으로 통제하지는 않는다.

지금 뭐 하자는 건가?

심평원장도 난색을 표했고, 현실적으로도 어려운 이야기이니, 뭘 잘 모르시는 분들의 만담으로 웃고 넘어 갈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답답한 이야기가 나올 때, 여든 야든 누군가가 나서서 '이건 이런 것이고, 저건 저런 것이니, 무식한 소리하지 마시라!'라고 하는 의원이 한 분도 없었다는 것이 기가 막히다.

이유는, 바로 정강정책의 부재 때문이다.
그냥, '그 때 그 때 달라요'이다.

허긴, 장관이 왕따당하고, 그래서 열받는다고 사표쓰고 나간 나라에서 무얼 말하랴.

"약국의 약 바꿔치기 사건"에 대하여



전국의 약국 수는 대략 2만개소 안팎이다.
그런데, 이들 약국들이 제약사나 도매상을 통해 구입한 의약품과 실제 약국에서 소모한 의약품 내역을 대조하니 서로 다른 약국이 전체 약국의 80% 이상이었다.

심평원이 이 약국들을 샘플 조사하여 보니, “약 바꿔치기 의심 약국”들은 의사가 처방한 약이 아닌 싼 약을 환자에게 불법대체 조제해 주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불법 대체 조제한 약국이 샘플 조사한 약국의 99%에 달했다.

바꾸어 말하자면, 거의 모든 약국에서 불법 대체 조제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환자에게 싼 약을 준 것뿐 아니라, 건보공단에 청구할 때는 의사가 처방한 약을 그대로 청구하여 부당 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이 알려지게 된 시점은 지난 5월 경이다.
그런데 이번 국감에서 새로이 이 사건에 대한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그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거의 모든 약국이 약 바꿔치기를 하고 있다.
  2. 저가 약을 환자에게 주었을 뿐 아니라, 공단에는 원래 처방된 약을 청구함으로 약사법 23조, 27조, 국민건강보험법 57조 등을 어겼다. 이에 대한 처벌은 1년 이하의 징역, 300만원 이하의 벌금 혹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 부당이익금의 환수, 업무정지, 약사 면허의 자격 정지 등이다.
  3. 심평원은 이미 이 같은 약바꿔치기가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축소 조사를 하였고, 감사원이 이를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미루거나 여전히 축소 조사에 그쳤다.
  4. 덕분에 약바꿔치기를 한 약국 중 4천개에 가까운 약국이 처벌을 면할 목적으로 폐업을 하여 버렸고, 부당 이익금 환수는 미비한 수준에 그쳤다.
  5. 때문에 심평원이 약국 감싸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약 바꿔치기”는

첫째, 의약분업의 본질을 훼손하는 중차대한 사건이다.
둘째, 의사의 처방권을 전격적으로 침해한 사건이다.
세째, 질병에 시달리는 환자를 기망한 것이며, 단순히 부당 이익이라는 경제범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적 범죄이다.
넷째, 거의 모든 약국에서 이 같은 행위가 발생했다는 것은, 약사라는 직역의 도덕성을 의심케 하는 대국민 사기이다.

때문에 감사원 지적에도 불구하고 심평원이 앞장 서서 이들 약국의 행태를 은폐하려는 듯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서는 국정감사로 그쳐서는 안되며 국정조사권을 발동하여 명백하게 그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

일견, 이는 궁여지책이었을 수 있다. 즉, 대한민국 거의 모든 약국에서 불법행위가 자행되었고, 이를 제대로 처벌하자고 덤비면, 거의 모든 약국이 영업정지, 거의 모든 개원 약사들의 자격정지, 거의 모든 약국들의 부당이익금 환수로 인하여 약국 업무가 일순간에 정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선별적으로 처벌하고, 재빨리 폐업하여 범죄 사실을 은폐하고 처벌을 면하도록 눈감아 주었을 수도 있다.

또 이 같은 사실이 국민들에게 드러날 경우, 의료계 주도로 의약분업 철폐 운동 같은 정부가 결코 원하지 않는 사태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즉, 역설적으로 보자면, 약사회는 전방위적 불법행위를 통해 정부가 감히 손대지 못하도록 했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사태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도 그렇고, 심평원의 눈 감아주기도 그렇지만, 의협과 약사회가 보인 태도도 납득하기 어렵다.

표면적으로 보면, 약사회는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약사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그렇다고 약사회가 이 사건을 아무 일 아니라는 듯 가만히 있었을 것 같지도 않다. 심평원과 맹렬히 밀당을 했음이 분명하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행동하면서 물밑으로는 열심히 발을 놀렸다는 이야기이다.

더 이상한 건, 의협의 태도이다.

이 사건이 보도된 이후 민주의사회 등 의사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당시 건정심에서 논의 중이던 토요가산은 필요 없으니 조제내역서를 입법하라고 주장하고, 의협 앞에서 의약분업 철폐를 주장하라고 일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의협 노 회장이 특별히 제스처를 취하거나 의협이 공식적으로 태도를 보인 것이 없다.

희안한 구석,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일부에서는 취임 후 말만 무성할 뿐 특별한 성과가 없었던 노회장이 토요가산에 올인하였고, 토요가산을 건정심에서 통과시키려면, 약사회의 도움이 절실했기 때문에, 약사회 눈치를 봤다고 생각한다.

실제, 약사회장 취임 직후 노회장은 느닷없이 약사회를 방문해서 팔짱을 끼며, 친한 척했던 바 있다.

물론, 그 밀월 관계는 오래가지 않아 곧 약사회장은 노회장은 ‘이상한 사람,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하였다.

토요 가산 때문에, ‘약바꿔치기 사건’을 모른 척 했다면, 정말 멍청한 짓이다.

그래서 또 일각에서는 노회장은 약바꿔치기 따위에는 정신을 쏟을만한 시점이 아니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당시 노회장은 건정심에서 토요가산을 통과시켰어야 할 뿐 아니라, 자신이 고안한 만성질환관리제를 정부에 어필했어야 했고, 게다가 중국 인력 수출을 위한 사업 전개에도 신경을 썼어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루머와 진위와 관계없이, 현직 회장이 이런 의혹을 받을 정도로 신뢰를 잃었다는 것은 대단히 불행한 사실이다.

더 불행한 건, 이런 중차대한 사건이 한 두 사람의 헛발질 혹은 딴 생각으로 조용히 묻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엊그제 뒤늦게 노회장 페북에 올라온 글이 쓴 웃음을 짓게 한다.

“처방전대로 조제하지 않고 싼약으로 바꿔치기하는 것은 중대한 범죄행위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행위가 국민의 건강에 위해를 끼친다는 것을 모른다는 사실 자체가 범죄행위가 만연한 것보다도 더 큰 문제입니다.”

그걸 아는 사람이 그 땐 뭘 하셨나?




의사의 절반이 수도권에 있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있으니, 의사의 절반이 수도권에 있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문제는 응급의학,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를 해야 할 전문의들이 없는 지역이 많다는 건데, 거기에 환자가 득실거리고, 병원 문만 열면 대박터지는 곳이라면 왜 없을까?

제도는 사회주의 제도이고, 살아남는 건, 시장주의 방식인데, 병의원 열어놓고 파리 날리고 빚 쌓이면 정부가 책임져 주나?

민주당 김성주의원이 그래도 기특한 건, 의사를 더 늘리고, 전문의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사를 그대로 옮겨보면,
<김 의원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이를 위해 지역 간 의료인력 불균형은 해소되어야 한다”며 “정부는 의료서비스의 지역불균형 해소를 위해 ‘의료 취약지’ 근무 의사들에 대한 인센티브 및 취약지 해소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당한 말씀이다.
그래서 의료와 같이 사회안전망의 주축을 이루는 것은, Cream Skimming하지 못하도록 국가가 재정을 부담하는 공공의료가 필요한 것이다.

필수의료가 필요하다는 지역에 공공병원을 설립하고,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던지, 그것에 개설된 병의원에 직접 재정지원을 하던지 해야 할 것이다.

그나저나, 보건재정이 1조8천억 밖에 없는데... 가능할까?
국감에서 지적질만 하지 마시고, 보건의료 예산을 대폭 올려주시는 것은 어떨까?

4대중증질환 보장 '대형병원만 호재'란 의미는?



보건의료정책을 대하는 김용익 의원의 스탠스는 동의할 수 없지만, "4대 중증질환보장성을 강화하면, 결국 대형병원만 득이될 것"이라는 국감에서 내놓은 이 지적만큼은 동의합니다.

암정책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정책 하나가 대한민국 병원계의 체질을 바꾸어 버렸습니다. 몇 년전, 석 선장 사건 이후 외상수술 의사가 없다는 이야기가 끈질지게 나왔는데, 처음엔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외과 의사면 외상 수술이야 당연히 하는 거지, 뭘 새삼스럽게...

그런데, 내용인즉, 암정책으로 대학병원등 큰 병원의 외과의는 너도 나도 암수술에 전념하고, 외상은 거들떠보지 않다보니, 누구도 외상환자 수술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외상은 오히려 암정책의 수혜를 비켜가야하는 중소병원에서나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기가 막힌 일이 아닙니다.
참고로 암정책은 민노총의 업적이라고 하더군요.

4대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란, 결국 본인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건데, 본인 부담이 줄게되면, 너도 나도 더 큰 병원, 더 시설 좋은 병원으로 몰릴 것은 당연합니다.
수요가 늘면 대형병원들은 병상을 늘리고, 시설 장비를 확장하겠지요.

우리나라 건보 재정의 가장 큰 문제는 "분배의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건보재정의 1/3 을 노인이 쓰고, 건보재정의 1/3이 약값으로 지출되고, 2만8천개 의원으로 가는 재정이나 불과 수십개 병원에서 쓰여지고 재정이 비슷하다는 문제말입니다.

4대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는 한정된 파이를 어떻게 나누냐의 문제인데, 이것이 실현되면, 의료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은 뻔한 이치입니다.



면허관리위원회라니? 제 정신인가?



면허관리위원회라....

면허관리위원회는 현행 법상에는 없는 기구이다. 그래서 복지부는 면허관리위원회를 만들기 위한 법개정을 하겠다는 이야기이고, 이를 협의하기 위한 논의기구 즉, 또 무슨 위원회를 하나 만들자는 것이고, 노회장은 여기에 참여할까 말까 고민했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면허관리위원회 (명칭이야 무엇이건)는 노회장이 회장 취임 전부터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고, 공약(!)에도 그 같은 내용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뭘 고민했다는 이야기인가?

또, 이 기구를 복지부에 두거나 독립기구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여길지 몰라도, 그것보다 중요한 건, 이 기구가 만들어지면, 법에 위원회 구성을 어찌하게 될지는 명백해 보인다는 것이다.

즉, 정부인사, 각 의료계 직역 대표와 함께, 학계는 물론 시민단체까지 그 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건 이 위원회가 복지부에 있던, 독립기구로 되든 뻔한 사실이다.

면허관리위원회는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 즉, 면허정지(자격정지), 면허취소 등을 정하게 될 것이다.

시민단체 사람들 (경실련, 민노총 등등) 이 참여해서, 의사 면허 정지를 논의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제껏, 행정처분은 복지부가 의료법, 행정처분 기준 등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그 행정처분 기준이라는 것이, 기소만 되어도 면허 정지를 시킬 수 있도록 되어있어 불평부당한 행정처분이 남용되어 왔다는 불만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핵심은 이 같은 행정처분 기준을 개선하여 부당하게 명줄이 흔들리게 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이지, 무슨 위원회를 만들어 시민단체까지 거기에 개입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만일 면허위원회가 만들어지면, 의사들의 행정처분은 더 강화될 것이고, 복지부는 그 비난에서 비켜서게 될 것이다. 면허위원회에서 의결했다는 핑계로 말이다.

즉, 면허위원회가 만들어진다고, 의사들 행정처분이 느슨해 질 것이라는 것은 결코 생기지 않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면허관리위원회 신설을 반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단" 참여하기로 했단다. 앞으로 이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불 보듯 빤하다.
"이단"은 뭘까?

아무튼 개념없는 몇몇 사람들 때문에 여럿 죽어나가게 생겼다.


그들에게 진정 부끄럽다.




“고객님. 사랑합니다.”

전화번호 서비스 114에 전화를 걸면, 언젠가부터 들리는 소리이다.
녹음이 아니라 상담원이 라이브로 들려주는 소리이다.
처음엔 당혹스럽다가 나중에는 자연스러워지는, 미지의 여인이 내뱉는 “사랑 고백”이다.
...그녀는 얼마나 이 말이 하기 싫었을까.

톨게이트 요금을 정산하고 차를 출발시키려고 하면, 들리는 목소리도 있다.
“고객님. 안전 운전하세요.”

...그녀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고객님들의 안전 운전을 빌어주었을까.

이 뿐이 아니다. 어지간한 기업 제품 A/S 센터는 물론 주민센터 (국가가 운영하는 기관에 왜 영어로 센터라고 하는지 희안하다, 동사무소가 어때서…)나 어지간한 관공서의 대민창구 직원들은 대부분 ‘과도하게’ 친절하다.

사실, 친절하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뭐든 과도한 건 불편하다.
그래도 관공서 공무원이 고압적이거나 틱틱거리거나 쌀쌀맞게 구는 것 보다 훨씬 좋다.

공무원은 어찌 보면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servant라고 볼 수 있으니, 어느 정도 낮춘 자세를 취하는 것이 보기 좋을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국가 공무원들이 고압적인 민원인에게 눌려 저자세로 일관해서는 안된다.

특히 치안을 담당해야 할 경찰 공무원,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공무원의 경우 더욱 더 그러하다.

적어도 병원에서 지켜보는 경찰 공무원이나 소방공무원은 무력하기 짝이 없다.
환자를 이송하는 소방공무원을 자기 심부름 꾼이나 자기네 집 기사 쯤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게다가, 가슴에 경찰 마크를 달고, 제복을 입고, 옆구리에 무기를 찬 경찰에게 권위나 두려움이나 위압감 따위는 없다.

그들의 어떤 복무 규정, 규칙이 그들을 그리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섣불리 행패 부리는 국민에게 손을 댔다가 자신의 신분 상 안위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가 그들을 무력한 솜방망이로 만들어 버렸다.

경찰이 보는 앞에서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구타하거나 집기를 집어던져도 그건 온전히 그들만의 문제일 뿐 절대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는다. 명백한 직무유기이고 방임임에 분명한데 현실은 그러하다.

가장 중요한 국가 공권력이 땅에 떨어져 오만가지 사람들의 더러운 발에 짖밟히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병원 야간 응급실은 무법 천지로 바뀌어 병원 창구의 접수직원은 마음껏 하대해도 좋은 신분이 되어버렸고, 울화통이 터지면, 의사건 간호사건 밀치고 때리고 화풀이해도 좋은 상대가 되어버렸다.

‘니 까짓게 뭔데?’
‘의사면 다야?’

홧김에, 술김에 의사 멱살 잡고 욕 한바가지 퍼 붓는 건, 행패가 아니라 권위에 도전하여 이를 꺾어 버린 또 다른 술자리의 호기로운 영웅담으로 전락해 버렸다.

세상이 이렇게 미쳐 돌아가니, 응급실 환자나 보호자들의 난동과 행패는 그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되어 버린 것이다.

방법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방법은 충분히 있다.
다만, 병원은 비용 문제로 회피하고, 경찰은 보신을 위해 못 본 척하고, 정부는 시민 단체의 눈을 의식해 외면하고, 시민사회단체는 이 상황을 웃으며 즐기고 있을 뿐이다.

오늘도 밤 지새며 응급실을 지키는 젊은 의사들에게 무어라 말 할 수 있을까?
...부끄럽다. 부끄럽다. 말 할 수 없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2012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서 주목할 점




2012년 건강보험통계연보가 발표되었는데, 첨부 기사를 보면, 몇 가지 눈에 띄는 내용이 있다.

첫째, 진료비/급여비 증가율은 두드러지게 감소했다.
진료비는 총진료비(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매출(약제비 포함) 중 비급여 제외한 금액으로 본인부담금 포함된 금액)를 의미하며, 급여비는 진료비 중 건보재정으로 부담되는 금액을 말한다.

건보공단은 수가 인상율이 해마다 2-3%에 그쳐도, 실질적으로 총진료비 증가율은 해마다 10% 이상을 상회하므로, 수가 인상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심지어 얼마 전에는 내년도에는 수가를 오히려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2010년 총진료비 증감율 10.9%를 끝으로 2011년에는 6%, 2012년에는 3.5% 증가한 것에 그쳤다. 급여비 증감율은 12.4% (2010년), 6.4% (2011년), 3.3% (2012년)로 더 적다.

즉, 거의 수가인상율 수준의 진료비/급여비 증가가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실제로는 물가상승율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2012년의 경우 병의원 매출은 2011년에 비해 훨씬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질환자 수가 크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총진료비가 줄어든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경기 침체로 인해 국민들의 의료기관 이용이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심평원의 의료기관 조이기를 통해 삭감이 늘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셋째, 약가 인하 정책으로 의약품 소비가 줄어든 것일 수도 있다. (통계는 약제비도 포함됨)
넷째, 건보공단이나 정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의료비 상승의 정점을 찍고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수도 있다.

사실 이건 모두 가정이다.
경기 침체가 되더라도 이렇게 급격하게 의료비가 줄기는 어려우며, 의료기관 조이기를 한다더라도 실제 심평원 삭감율은 그리 크지 않다. 약제비 증가율은 통계를 더 들여다봐야 하지만, 어느 정도의 개연성은 있어 보인다.

왜 총진료비/급여비가 줄어들었는지에 대한 공단이나 정부의 해명, 설명이 없는지 궁금하다.
또 협회는 건보통계연보가 나오면, 이를 분석해서 적어도 논평이라도 해야 할 것인데, 전혀 관심없어 보이니 답답하다.

또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 비율이 역시 크게 줄었다는 사실이다.

통상, 노인 (노인의 법적 정의는 만65세 이상의 의미한다.) 진료비 증가율은, 노인 인구 증가율에 비해 훨씬 더 기울기가 크다. 즉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것보다, 노인이 쓰는 진료비 증가가 더 크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노인 인구 진료비 증감율은 (노인 인구 비율은 지속적으로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2007년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한편, 노인 1인당 진료비는 계속해서 늘어나서, 2005년에 비해 거의 두배로 늘었음을 알 수 있다.

즉, 이 자료를 그대로 해석하면, 노인 인구가 늘고 있으며, 건강한 노인이 늘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그외에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전체 활동 의사의 약 78%가 전문의이며, 전문의는 계속 늘고 있고, 의사 총원 역시 늘고 있으며, 반면에 약사는 줄어들고 있다는 것.
-빨리 의사 수급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고급 놈팽이를 양산하게 될 것이다. 변호사들이 지금 그렇다지 아마?
- 또 약사 개체수는 줄고, 약국에 대한 급여비는 늘고 있으므로 개체당 매출은 급증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조제료 조정에 들어가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야기이다. 돌 맞을 이야기이긴 하지만...

만성신부전증과 갑상선 질환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 만성신부전증의 가장 흔한 이유는 사실 당뇨이다. 즉, 당뇨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합병증 가진 이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또, 국내 질환 중 가장 환자수가 많고, 또 진료비액이 큰 질환은 고혈압이라는 것, 이건 뭐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당뇨와 함께 정부가 만성질환관리에 필요성, 당위성을 제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편, 정신질환자의 진료비가 크게 늘어나, 고혈압 치료에 쓰는 비용과 정신질환자 치료에 쓰는 비용이 이제 거의 비슷해졌다는 것. 이 둘의 공통점은 약물에 의한 치료가 주이며, 일단 발병이 되면 대부분 사망시까지 약물 투여를 해야 한다는 것, 즉 약제비 상승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한 가지 더 돌 맞을 이야기지만, 충심으로 말하자면...

자고로, 알빈토플러는 정보를 쥐는 자가 권력을 쥔다고 했던가.
건보에서 연보를 내면, 적어도 의협은 이 자료에 매달려서 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근거로 의료계의 policy를 만드는데 전력투구를 해야 한다. 적어도 의료계의 카운터파트너들은 그렇게 한다.
그런데, 최근 의협이 내는 자료(정보?)를 보면, fact를 왜곡하거나 결론을 이상하게 비틀어 내는 것들이 있다.
사실 상황을 잘 이해못하는 사람들은 깜빡 넘어갈지 모르지만, 카운터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건보공단이나 심평원이나, 정부 산하 연구소나 정부나, 또 학계에 있는 분들은 이를테면 모두 선수들이다.
의료계의 가장 크고, 가장 권위있어야 할 단체가 어디 시골에 회원수 2,30명 되는 시민 단체나 내놓을 것 같은 논리적이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는 이상한(?)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링 위에서 선수들하고 같이 겨루어 보려면, 그들 눈에 선수다워 보여야 하니까...

잘못된 정보를 쥐고 있으면 나락으로 빠진다.


치킨집으로 보는 우리나라 민족성




우리나라 민족성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기사이다.

우리나라 민족성이 무엇이냐구?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무언가를 하고자하면 그것을 극대화시켜 버리는 것"이다.
치킨집이 여기저기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사실 IMF 탓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경제위기로 대규모 명퇴 사태가 발생되면서, 쥐꼬리만한 퇴직금으로 경험없이 만만하게 시작한 것이 체인점 사업, 그 중에서도 치킨집이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치킨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사라지고, 경쟁도 심해지면서 그나마 받은 퇴직금마저 날려야 했던 불운한 가장들을 양산 해 내기도 한 산업이다.

"경쟁"

한국 사회에서 머리 좀 써봤다는 사람들이 가장 잘 한다고 생각하고, 제일 많이 해 본 것이 경쟁이다.
특히, 한국 사회의 교육은 수 많은 경쟁을 통해 수 많은 아이들을 떨어트리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길러내도록 하는 제도라고 하면, 틀린 말일까?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경쟁은 일상이며 관습이다. '배려'나 '관용'은 찾아보기 어려운 단어이다.

치열한 경쟁 배틀에서 살아남은 한국식 치킨이 이젠 세계 시장에서도 먹힌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씁쓸한 한국식 민족성이 치킨은 물론, 앞으로 세계적 "명품"들을 만들어 낼 시대도 머지 않아 보인다. 하긴, 짝퉁은 이미 세계적이고, 명품으로 인정받긴 하지만...


상급병실료 급여화의 명과 암



상급병실료 급여화의 명과 암


“일반 병실을 비중을 늘리고, 2~5 인실 병실료를 보험으로 전환하고, 6인실 병실료는 올리기로 했다.
이 정책은 43 개 상급종합병원에만 시행되고, 다른 종합병원, 병원은 종전대로 한다.”

상급병실료 문제가 대체로 이렇게 정리되는 듯 합니다.

관련 단체 즉, 병협이나 의협에서는 반발하는 듯 하지만, 애만 쓰신 꼴입니다. 안스럽습니다.

이 결론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43개 상급종합병원에 종합선물셋트를 한 보따리 식 안긴 것”입니다.

무슨 헛소리냐? 고 하실지 모르지만, 왜 그런지 생각해 봅시다.

예를 들여 1,000 병상을 가지고 있는 상급종합병원이 있다고 칩시다.
현재는 이중 65%인 650 병상은 이미 보험 적용이 되는 일반 병실, 35%는 상급병실료를 받는 1~4 인실입니다.

이제 앞으로 상급병실료 문제가 개선이 되면,
10 % 더, 즉, 100 병상을 보험이 적용되는 병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따라서, 10%에 해당하는 병실의 상급병실료 차액만큼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추측컨대, 기존의 2인실 등을 사용할 경우, 보험적용이 되더라도 이들 병실료를 기존 6인실 병실료과 같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즉, 병실료 차액을 둘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는 상급병실료를 급여화하겠다는 것이지, 기존의 6인실과 동등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즉, 차액 전부를 손해보지는 않을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본인 부담은 주나 나머지 중 일부는 건보재정으로 보전)
게다가 6인실 병실료를 인상하게 되면 손실분을 어느 정도 더 보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6인실 병실료를 인상하고, 상급병실료를 차액을 인정한다 해도, 현재와 같은 구조와 비교하면 병실료에서는 분명 어느 정도 손해가 생깁니다.

그런데, 무슨 종합선물셋트이냐?

만일 1,000 병상의 병원을 1,500 병상 혹은 2,000 병상으로 늘리면 어떨까요?

이 정책 도입 전이라면, 이는 불가능합니다. 왜냐면, 이미 병상 수는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위에서 언급한 43개 상급종합병원의 총 병상 수를 2000과 현재, 즉 2013년을 비교하자면, 모르긴 몰라도 두 배 이상 늘어났을 것입니다.

이렇게 병상 수가 늘어난 것은 각 병원의 성장의 탓도 있지만, 병원 위주 정책과 특히 암정책이라는 것을 만든 이후 대학병원들은 경쟁적으로 암센터를 만들고 병상을 늘려왔기 때문입니다.

당장 암환자가 늘지 않아 병상이 비면, 암환자가 아닌 환자도 입원시켜가며 병상 회전율을 높혔습니다.

그래서 이 상급종합병원들이 스폰지처럼 수도권 환자들을 흡수하기 시작하면서,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대학병원이나 수도권 중소병원은 휘청거리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지방의 환자들까지 빨아들이면서 지방 대학병원, 종합병원 역시 수술 환자가 없고, 병실이 비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들 상급종합병원이 차고 난 후에야, 다른 대학병원, 종합병원의 병실이 차고, 그 이후에나 수도권 중소병원 병실이 차는 사태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병상 공급은 과잉이며, 이들 43개 상급종합병원의 병상 회전율도 흔들거리는 상황이므로 더 이상 병상을 늘리는 것은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상급병실료를 보험으로 해주고, 일반 병실 가격을 올려주게 됨으로써, 상급종합병원은 호재를 만난 것입니다.

이를테면, 다 죽어가는 환자에게 호흡기를 달아 준 꼴입니다.

왜냐면 병실 차액이 문제가 아니라, 높은 입원료 부담으로 문턱이 높았던 환자들이 다시 한번 러시를 이루며 이들 병원으로 몰려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이들 병원들은 병상회전율을 더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병동 확장에 나서게 될 것입니다.

이 제도가 확정되면, 상당수 상급종합병원들이 5년 내 병동을 늘릴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쪽에 내기를 겁니다.

왜냐면, 병원이란 조직은 굴러가는 자건거와 같아서 성장이 멈추는 그 순간 쓰러지기 때문입니다.

즉, 이 정책으로 수 천개 다른 병원의 명운을 걸게 한 대신, 43개 상급종합병원은 계속 굴러갈 동력을 얻게 된 것입니다.

대한민국 만세!

Wednesday, October 9, 2013

어느 임상의의 고백



어느 임상의의 고백


종양내과, 특히 유방암을 전공하시는 임상의인 이수현 선생님 글 "언제까지 소견서를 쓸 것인가"에는 임상의가 현장에서 체감하는 다양한 갈등이 모두 내포되어 있습니다.

첫째, 임상의가 의료비 증가를 우려해야 한다는 것.

우리는 언젠가부터 뇌리 속에 “의료비 증가를 우려해야 한다”는 모범생적인 프레임을 집어넣고 진료에 임하고 있는 불행한 시대에 살게 되었습니다.
의료비 증가는 임상의가 걱정할 일이 아니라, 보험 정책 담당자나 보험자 즉 건보공단이 걱정할 일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둘째,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속상해 해야 하는 것.

우리나라는 언젠가부터 검사나 치료가 환자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는 나라가 되어 버렸습니다.
진료 즉, 진단과 치료 행위는 의사의 고유 권리이고 의권이며 설령 환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진료>를 결정해서는 안됩니다. 왜냐면 환자는 아픈 사람이지 의학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임상의가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 건, 잘못된 사회적 관습 때문입니다.
“내가 보험료 냈는데, 내가 이 검사, 이 치료 해달라는게 무슨 잘못이냐. 왜 안 해주냐!”라는 인식이 국민들 마음 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고, 의사들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를 일일이 하기에는 너무나도 피로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암환자는 진료비의 5%를 본인이 부담합니다. 나머지 95%는 건보 재정에서 나옵니다. 물론 그 95% 중에는 그 환자나 가족이 낸 보험료도 포함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대로 해달라고 주장한다면, 그건 옳지 않습니다.

검사와 치료는 온전히 의학적 판단에서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도덕적 해이를 걱정할 정도로 의사와 병원이 이를 방치한다면 이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의료소비 통제는 공급자의 몫이 아닙니다. 보험자인 건보공단과 정부가 책임져야 할 몫입니다. 국민 교육과 캠페인, 인식 확산을 통해 불필요한 의료 소비를 억제해야 하는 것인지,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사, 병원이 이를 걱정하고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건보공단과 정부가 이를 방기하는 것은, 의사를 압박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게으른 방법을 쓰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은 악역을 하지 않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료량 증가의 책임을 자꾸 의사들에게 덮어 씌우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세째, 임의비급여라는 건, 

냉정하게 따지면, 사적 계약관계입니다. 수요자와 공급자의 자의적 판단과 계약하에 이루어지는 행위이며, 이는 건강보험재정과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불법행위로 간주하고 처벌하려고 무리하게 법적용을 하니까 자꾸 부작용이 생기는 것입니다. 최근 법원이 연이어 의료계의 손을 들어 주는 이유도 이에 있습니다.

건보법은 건강보험에의 테두리 안에서만 단속하면 됩니다.
비급여는 건보와 무관하며 민법상 계약인데, 사적 계약 관계에 속하는 행위를 건보법 안에서 규제하려고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건보는 지금 모든 의료행위, 의료 시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항을 다 컨트롤하고 싶어 합니다. 지극히 오만이며 월권 행위입니다.

이 책임은 냉정하게 말하자면 심평원, 건보공단이 져야 합니다. 물론 행정부인 보건복지부도 그 책임에서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2013년 10월 8일



의료제도에 왕도(王道)가 있을까?



미국이 의료보험제도 도입을 시작하여, 과연 이 어마어마한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몰리고 있다.

전세계에는 대략 260여 개국이 독립된 국가 형태로 존재한다.
각각의 국가는 독립된 행정부와 입법부를 가지고 있고, 나름대로의 법과 행정 기구를 가지고 의료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 나라가 그 나라에 거주하는 자국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의료 인력이 양성되어야 한다. 
일부 모자란 의료 인력을 수입할 수야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자국내 교육 시스템을 통해 의사, 간호사, 의료 기사 등의 배양이 필수적이다.

둘째, 의료 시설과 장비가 있어야 한다. 
인구수에 따른 병상과 잘 분포되고 조직화된 의료 시설와 그 시설에는 충분한 양의 장비가 있어야 한다.

셋째, 재정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의료는 돈이 많이 드는 행위이다. 누군가는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정부 (즉 세금)이거나 보험 (즉 보험자)이거나 아니면 국민 개개인이 부담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세가지는 필수적 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필수적 요건 세 가지를 만족스러울 정도로 충족하고 있는 나라는 과연 몇 이나 될까?

"만족스러운 정도"의 기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놀랍게도 그 나라의 수는 고작 50 여개 국에 그친다.

즉, 자국 출신의 보건의료인을 길러낼 수 있는 교육제도와 학교가 있고, 충분한 의료시설과 장비가 있으며, 각 국민이나 정부가 의료 이용에 따른 충분한 지불 능력을 가진 나라는, 전세계 국가의 20% 정도라는 것이다.
아마도 인구수로 따져 보면 훨씬 더 작은 수의 인류만이 만족할만한 의료 혜택의 범위 안에 속해 있을 것이다.

지금 미국은 이 20%에 속하지 못한다. 왜냐면 현재 미국민의 약 16% 즉 4천8백만이라는 남한 인구 수 만큼이나 되는 사람들이 의료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걸 개선하자는 것이 오바마케어이다. 
게다가 오바마케어가 가동되면, 현재의 의료시설과 장비, 의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게 될 것이다.

2000년 이후 의료관광이 주요 아젠다가 되고 국가를 넘나들며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또한 이 같은 배경이 있다.
(물론, 이 뿐만은 아니다. 의료관광의 현실은 조금 더 복잡하고 다른 이야기이다. 이건 다음에 언급키로 한다.)


한편, 의료소비자에게 좋은 의료제도란 무엇일까?

의료소비자에게 좋은 의료제도의 조건


좋은 의료제도의 조건을 따져보면, 크게 세 가지를 생각할 수 있는데, 
첫째, 의료서비스 이용의 경제적 부담이 감당할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의료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의료 서비스의 질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조건 : 의료서비스 이용의 경제적 부담

의료서비스 이용엔 누군가 비용 부담을 해야 한다.
그 지불자는 위에 언급한 바, 국가 혹은 보험자, 또는 국민 개개인이 되어야 한다.

현재 국제 수준(Global standard)의 평균 의료비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위 중산층이라고 하는 퍼센타일의 경제 수익 분포를 갖는 국민들도 직접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보아야 한다.

중산층 이하의 국민들은 더 더욱 어렵다. 게다가, 수익 분포와 인구 분포는 달라 대개 중산층 이하의 소득 계층 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훨씬 더 많다.

때문에 각국은 다양한 제도를 둔다. 그 제도에는 '의료보험제도'와 '의료보장제도'가 있다.

의료보험제도는 하나 혹은 다수의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거두고, 그 보험료를 기반으로 질병이 발생했을 때 대신 지불하는 것이다.

의료보장제도는 대개 정부 재정으로 국민들을 대신하여 의료비를 지불하는 것이다.
의료보장제도의 재원은 세금이거나 혹은 국가가 별도로 획득하는 국부 수입이다.

소비자에게 좋은 의료제도의 조건 중 하나 즉, 국민 개개인의 경제적 부담이 적으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국민들이 의료비 명목으로 보험료를 내지 않거나,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다. 
대신 국가 재정이 튼튼하여 국가가 국민 대신 의료비를 지불하는 것이다.

지금도 이런 이상적인(!) 나라들이 있다.
대개 중동의 석유 부국들이 그러하다. 석유 등 지하자원은 일종의 공공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가 국민을 대신하여 이를 개발하고 국부를 창출하게 되면 그 이익으로 국민들에게 의료비 등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이런 나라는 극히 제한되며 대부분의 나라들의 국가 재정은 그리 좋지 않다.

(게다가, 이런 나라 대부분이 소비자에게 좋은 의료제도 중 하나 즉, 경제적 부담이 적다는 것은 충족하나 의료의 접근성이나 질담보에는 문제가 있고, 특히 자국 의료인력 양성이나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정부가 이에 착안하여 이들 나라에 의료 수출을 하려는 것이다.)

그나마 과거 제국시대에 한 몫 챙겼고, 현재 국민소득이 높고, 사회가 안정된 나라는 세금을 많이 거두어 이를 기반으로 국가가 의료비를 지불한다. 즉, 의료보장제도가 발달된 나라들이 있다.

북유럽, 러시아, 영국, 캐나다 등의 나라가 여기에 속한다.

한편, 그렇지도 않으면서 즉, 국가재정도 없이 의료보장제도를 강행하는 나라도 있다. 이런 나라는 대부분 사회주의 국가인 경우가 많으며, 북한이나 구공산권의 일부 국가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나라의 의료의 질이 형편없음은 당연하다.

또, 첫번째 조건이 충족되었다고, 두번째, 세번째 조건도 만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의료접근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둘째 조건 : 의료접근성

의료보장제도를 가진 나라, 즉, 세금으로 의료비 지출을 하는 나라의 경우, 지출을 줄일 목적으로 의료 이용을 억제한다.
의료보험 역시 보험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각종 방법으로 재정 지출을 통제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의료소비와 이용을 억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의료접근성을 떨어트리는 것이다.

의료접근성에는 크게 세가지가 있다.

첫째는 거리적 접근성이며, 둘째는 경제적 접근성이고, 세째는 심리적 접근성이 그것이다.

이를테면,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의사를 만날 수 없고, 예약하여도 일, 이 주일이 걸리고, 다음 방문도 의사가 멀찌감치 정해 버리고, 응급실을 폐쇄하고, 고비용의 CT, MRI 등의 기기를 설치 하지 않아 검사를 받으려는 환자가 밀린다고 하면, 의료보장제도로 국가가 의료비를 지출한다고 하여도 소비자에게 좋은 의료시스템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접근성이 너무 나쁘기 때문이다. 
이런 접근성 하락은 사회보장제도 국가들이 흔히 쓰는 의료비 지출 억제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여담이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과잉 진료, 의료 과잉 소비로 건보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의심한다고 하면서 의료접근성을 강화한다고 하는 모순에 빠져있다. 

세번째 조건 : 의료 서비스의 질

우리는 흔히 어느나라이건 의료서비스의 질은 대등소이할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그럴만한 것이 의학은 기본적으로 근거를 중심으로 하며, 의학교육의 커리큘럼의 globalization이 이루어져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적지않은 국가들의 의과대학에서는 global standard의 의학 교육이 아닌, traditional curriculum으로 의사를 양성하기도 하며, 간호사나 약사 의료기사의 경우는 더 더욱 그러하다.

멀리 볼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도 그렇고, 북한도 마찬가지이며, 아프리카 국가 중 일부나 일부 공산권 국가들도 그러하다. 중국도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별 반 차이없다.
(우리나라도 그렇다구? 맞다. 우리나라 주요 의료 직역을 양성하는 한의과대학에서 global standard medical education을 한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따라서 이들 나라에서 양성되는 의료 인력이나 시설 장비로 국제 수준의 의료서비스 질을 제공할 것이라고 확신해서는 안된다.


사실, 이 세가지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었다고 할 수 있는 나라는 사실 없다.

양질의 의료 인력을 배출하고 가지고 있으며 의료서비스의 질을 보장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미국은 경제적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며,

경제적 부담이 적은 영국과 같은 나라는 의료접근성이 떨어져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어렵고 (예약, 절차 등의 이유로), 덩달아 예산 절감 등을 이유로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져 얼마 전 많은 수의 환자들이 병원 내에서 사망한 전례가 있다.

게다가 이 세가지 조건은 "의료 소비자에게 좋은 의료제도"일 뿐이며, 대한민국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세계 최고의 의료제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지만, 그러면 무엇하나. 공급자들이 다 죽어나가고 있으니...

우리나라 시군구 지역의 30%에서 아기를 분만을 할 수 없으며, 이 같은 지역은 더 늘어나고 있다.
외과 흉부외과 등 필수불가결한 과목에 지원자가 없어, 장차 이들 수술은 외국가서 해야 할 판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공급이 무너지면, 소비자 입장에서 아무리 좋은 의료제도라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 국민들은 복받았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책 마련을 해야 이런 제도가 지속 가능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의료보장제도를 가진 나라들이 공적 영역(Public sector)의 의료 시장 외에, 사적 영역(Private sector)의 의료 시장을 개방하고 나름 이를 육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민영보험제도를 가진 미국의 병원 중 영리병원은 16%에 불과하지만, 의료보장제도를 가진 프랑스의 병원 20%가 영리병원인 이유를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단일 보험자를 가지고, 의료보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의료보험도 아닌, 소위 건강보험이라는 지독히 애매한 정체성으로 의료제도를 꾸려나가는 나라도 별로 없지만, 이것으로 우리나라 의료시장을 장악하고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를 통제하며 강압해서는 안된다.

의료제도에 왕도(王道)는 없다.


지금 제도가 최선이며 최고가 아니란 이야기이다.

무엇이 잘못인지 빨리 깨닳고 빨리 개선해야 한다.
주춤거리며 지체하는 동안 희생자는 계속 생길 것이다.

의료보험이 도입된지 40년이 다가온다.
적어도 두 세대 이상의 의사들은 치룰만큼 희생을 치뤘다.

그 희생을 대물림할 수는 없다.

그건 결국 의료소비자, 즉 국민들의 희생으로 연결될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2013년 10월 9일


Dr. Song's Blog : http://mvkceo.blogspot.com

싱가폴 의료 제도


싱가폴 의료제도를 거론하는 이유는 애초 이 글을 쓸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페이스북에 제가 쓴 댓글

"저는 개인적으로 (혹시 물어보신다면) 싱가폴 의보제도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봅니다."에

"흠 .. 미국도 살아보고 현재 싱가폴 사는 (양쪽 다 외국인) 입장에서 점점 싱가폴 의료보험제도는 사실 그나마 기존의 미국 제도만도 못 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현재의 제도는 저도 잘 모르구요. 미국 사람 중에도 아는 사람 별로 없다는 소식도 듣고 있으니 ..)"

라는 의견을 주신 분에게 저의 생각을 쓰려다가 글이 길어진 것인데, 정작 싱가폴 얘기는 빠져서, 간략히 제가 알고 있는 것들과 생각을 덧붙입니다.


싱가폴은 메디컬 어카운트(medisave account)라는 독특한 제도를 가진 나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달 세금 외에 이른바 4대 보험(국민연금, 고용보험, 건강보험, 산재보험)을 별도로 내지만, 싱가폴은 이를 합쳐서 내고, 정부는 국민 개개인에게 연령과 소득 등을 기준으로 의료비 지출용 계좌에 돈을 넣어 준다.

이 제도는 1980년대 시작되었으며 비슷한 시기에 싱가폴내 영리의료법인을 허용했다.
즉, 법인을 개설하고 투자자를 유치하여 투자받은 돈으로 병원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편 싱가폴은 독특한 특성이 있는데,
적도가 지나가는 싱가폴은 사실 살기 좋은 나라는 아니다. 참기 어려울 정도로 무덥고 습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싱가폴에 다국적 기업들의 아시아 본부들이 모여 있고, 금융, 무역이 발달한데에는 이유가 있다.

사실 싱가폴은 말라카 해협의  시작 부분에 있다.
말라카 해협은 수에즈, 파나마 운하처럼 매우 중요한 항로 중 하나로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 즉 태평양과 인도양을 이어준다.
전세계 선박 물류량의 25%, 전세계 석유 운송량의 50%, 아시아 국가들이 소비하는 석유의 90% 이상이 이 해협을 거쳐 간다.

과거 싱가폴은 해적들의 근거지였고, 지금은 동남아시아의 수도(capital)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은 물론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의 상권은 화교들이 쥐고 있는데, 이 들 화교들은 교육, 의료 시설이 뛰어나고, 인프라가 좋은 싱가폴에 가족을 두고 각국에 흩어져 사업을 한다.

이들 대부분은 여러가지 이유로 국적이 싱가폴이 아닌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질병이 생길 경우, 주로 싱가폴의 의료기관을 이용한다. (그래서 이를 의료관광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싱가폴 국가나 의료기관 입장에서 이런 양질의 고객을 그냥 돌려보낼 이유가 없다.
그래서, 이들에게 거의 미국 수준에 육박하는 고가의 의료비용을 부담시키는데, 이렇게 하려면 합법적으로 이익을 배당할 수 있는 의료법인 즉 영리의료법인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영리의료법인인 일찌감치 허용되었고, 이렇게 성공한 병원들이 소위 레이플즈 병원, 글렌이글스 병원 등이다. 물론, 이 병원의 주요 투자자들 역시 화교 출신들이다.

한편, 싱가폴 주민의 경우, 메디세이브라는 의료비 지출 계좌에 들어온 돈을 법으로 규정된 항목의 의료비 지출에만 사용할 수 있게 하였는데, 자주 병원을 이용하지 않는 일부 젊은이들의 경우에는 계속해서 계정 금액이 늘어나고, 반대로 질병을 가진 이들은 계정이 바닥나는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게다가 근로능력이 있는 젊은이들에게 주는 메디세이브 금액은 당연히 더 크고 (소득에 비례하므로) 능력이 없거나 질병이 있는 연장자는 금액이 적을 수 밖에 없다.

또, 일부 고소득자들을 상대로 하는 영리병원이 생기면서 이의 이용에 대한 욕구도 커졌다.

문제는 이 병원의 진료비 수준이 너무 높기 때문에 싱가폴 국적을 가진 보통 주민들은 메디세이브에 입금된 의료비로는 감당이 어렵고, 직접 부담하기에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Medishield 라는 제도를 만들었는데, 이는 메디세이브 어카운트에 입금된 돈으로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자동으로 보험료가 빠져나가게 하는 것이다.

질병이 생기면 싱가폴의 고급 병원에 입원하고 진료비는 메디쉴드로 가입한 보험회사에서 내게 된것이다.

결국, 싱가폴 주민도 만족시키고, 병원도 자국 국민을 상대로 매출을 일으키고, 덩달아 싱가폴 보험회사에게도 좋은 제도가 된 것이다.

물론, 싱가폴의 모든 주민이 이런 혜택을 받는다고 볼 수는 없다. 그래서 영리병원이 있는 반면, 싱가폴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병원도 있다. 물론, 시설이나 서비스에 차이가 있는 건 당연하다.

기본적으로 싱가폴 의료비용은 상당히 고가이다.
또 레이플즈나 글렌이글스 병원 같은 영리병원의 시설 장비가 뛰어나다고 볼 수도 없다. 심지어 레이플즈는 독립 건물이 아니라 상가 건물 안에 있다.

그럼에도 싱가폴 의료가 우뚝 서고 의료관광의 대명사처럼 불리게 된 것은, 일찌감치 의료 시장을 개방하고, 자유 경쟁을 하도록 하고, 싱가폴 정부는 이의 이용을 위해 독특한 방식의 보험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자기 메디세이브 계정에 들어오는 돈 이상의 의료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하므로, 자기 통제하에 의료 이용의 조절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대신 노령자나 경제적 약자 등 소외 계층에 대한 사회보장은 철저히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상당히 합리적인 제도라고 보는 것이다.
물론 싱가폴이 도시 국가라는 측면도 여기에 작용할 것이다.





Monday, October 7, 2013

일차의료 활성화의 이해와 우려, 그 현실적 개선방법

일차의료 활성화의 이해와 우려,  그 현실적 개선방법




지난 주말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다.
(기사 링크 : "복지부, 침체된 일차의료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기사 타이틀은 "침체된 일차의료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인데, 요약하자면, 의정협의체를 만들어 일차의료기관 경영 활성화를 위한 논의를 시작하되,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해 추상적이고 막연한 과제를 지양하고,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과제를 도출할 것"이라는 것이다.

잠깐 짚고 가자면, 일차의료활성화를 위한 의정협의체 구성은 이미 지난 2010년 만들어졌고, 당시 일차의료활성화는 대통령 업무 보고에 포함되고, 국정과제로도 채택되어 이를 전담할 부서가 의료정책국 내에 만들어질 정도로 주요 이슈였다. 

그러나 이 논의는 채 2년을 넘기지 못한 체 유야무야 되었다. 
지금 정부는 이 걸 다시 협상 테이블 위에 얹어 놓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차의료란 무엇인가?


사실 정부가 사용하는 '일차의료'라는 용어에 대한 명쾌한 정의는 없다. 법적 용어도 아니다. 그런데 왜 "일차의료"라는 말을 쓸까?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법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의원이나 병원은 법에 따라 지칭하는 용어가 서로 다르다. 

의료법은 이들을 "의료기관"이라 부르며, 의원은 외래 환자를 중심으로 진료하는 의료기관, 병원은 입원 환자를 중심으로 진료하는 의료기관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법은, 이들 종별 의료기관의 표준업무를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정한 것이 "종별 의료기관 표준업무에 대한 고시"이다. 이 역시 지난 2011년 경 고시된 바 있다.

반면, 국민건강보험법은 이들을 "요양기관"이라고 부르고, 전국에 산재한 43개 상급 종합병원을 '2단계 요양기관', 이를 제외한 모든 의료기관을 '1단계 요양기관'이라고 분류한다.

이 분류에 따라, 환자들은 '2단계 요양기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1단계 요양기관'을 우선 방문하여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1단계 요양기관'에는 2만8천여 의원뿐 아니라, 수천개에 이르는 100병상 내외의 소규모 병원은 물론 400 병상 혹은 500 병상 이상의 대형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이 모두 포함된다는 사실이다.

즉, 이들 병의원이 모두 한 링위에 올라가 서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구조이다.

한편, 의료급여법은 병의원을 "의료급여기관"이라고 칭하며, 1차, 2차, 3차 의료급여기관으로 분류한다. 이 때 '1차 의료급여기관'은 의원을 의미하며, '3차 의료급여기관'은  43개 상급종합병원 이며, 이 둘을 제외한 모든 병원이 '2차 의료급여기관'에 속한다.

법에 따라 필요에 의해 제각각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위 발언 (이 발언은 의료정책국장에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의 다음 귀절에 주목해 보자.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해..."

여기서 말하는 일차의료는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의료법의 의원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건보법의 1단계 요양기관을 의미하는 것인가, 이도 저도 아니면 '의료급여법'의 1차 의료급여기관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환자가 최초로 방문하는 의료기관 즉 gate keeper 역할을 하는 의료기관을 의미하는 것인가?

추측컨대 심정적으로는 '의원급 의료기관' 즉, 동네 의원을 지칭하고자 함이 분명한데, 왜 굳이 일차의료라는 말을 쓴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실 이는 다분히 병원계 특히 100병상 미만의 소규모 병원을 의식한 용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의료법상 병원에는 분명하지만, 30 병상을 넘겼다는 것 외에는 사실상 의원과 다름 아닌 곳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건보법상 1단계 요양기관에 속한다. 

이 1단계니 2단계니 하는 것은 바로 의료전달체계를 의미한다.
전국에 산재한 수만 개의 의료기관 중 달랑 43 개 초대형 병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1 단계에 속하니, 이를 두고 '의료전달체계'라고 할 수 없다.

즉,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에는 의료전달체계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수천개 소규모 병원 중에는 의원만큼이나 혹은 더욱 더 열악한 지경에 있는 곳이 많다.

이들은 위에서 언급한 각종 법규에 따라, 병원으로 분류되고 병원 정책을 따르도록 해야 하지만, 그들을 500 병상 규모의 대형 종합병원과 같은 레벨에서 다루기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사실 실정을 들여다보면 이들 대부분의 병원은 서너명의 의사들이 각자 대출을 받아 동업의 형태로 운영하는 곳도 많으며, 의료기관 규모상 상당한 부채를 가지고 있는 곳이 많아, 어찌보면 시한폭탄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의원급 의료기관 활성화" 혹은 "동네의원 살리기" 등등의 용어가 보건복지부로써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애둘러 "일차의료"라는 명칭을 붙였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이번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랬는데, 이런 애매하고도 포괄적인 명칭은 논의 진전을 막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는 도랑치고 가재잡고 싶겠지만, 일차의료활성화에 병원이 끼어드는 순간, 논의의 핵심은 멀리 증발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는 이미 중소병원은 별도로 협의체를 구성해 이미 논의를 시작했다고 하니, 잘 하면 비켜갈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또, "일차의료"라는 명칭은 주치의 제도를 연상케 하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

왜냐면, "일차의료"로 번역된 원어는 "Primary care"이며, Primary health care provider를 가진 나라들 (주로, 영국 캐나다 및 일부 유럽 국가들) 에게 일차의료란 곧 주치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주치의'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이 제도가 의료계에 얼마나 예민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이미 언급한 바, 현 제도 체계에서 주치의 제도 도입은 불가능하다.






자, 다시 기사에 주목하자.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해..."

"활성화"란 무엇인가?

활성화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일차의료기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이 '제 역할을 다 하도록 하는 것'일 수 있으며, 다른 하나는 일차의료기관 (...역시 그것이 무엇이든...) '경영 개선을 하도록 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둘의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면, 정부와 의협은 지금 의정협의체를 구성해서 같이 협의하자는 것인데, 제각각 다른 생각을 품고 논의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의료계는 경영개선을 먼저 요구할 것이며, 정부는 제 역할을 다하면 경영 개선이 되도록 해 주겠다고 주장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즉, 활성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정의가 없으면 논의는 결국 평행선을 가고 말 것이다.

의료정책국장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과제를 지양하고,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과제를 도출할 것"이라고 했다.

대단히 반가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기사에는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과제"로 다음과 같은 언급하고 있다.

복지부는 의협과 논의를 통해 제도 개선부터 수가 개선, 의료서비스 개선 등 필요시 별도 논의기구를 구성해 가시적인 결론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규제 개선과 일차의료 기능 강화, 의료계와 신뢰강화 등에 입각한 논의 주제를 선정할 것"이라고...

요약하면 1) 제도개선, 규제개선, 수가개선 2) 의료서비스 개선을 통한 일차의료 기능 강화 이다.

2) 의료서비스 개선을 통한 일차의료 기능 강화는 제 역할을 잘 하라는 이야기이다.

1) 제도개선, 규제개선, 수가개선은 이를 위해 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차의료 기능 강화는 카운터 파트너 즉, 병원계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왜냐면 일차의료 기능을 강화하는 가장 바람직한 구조는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정부도 병원계의 동의없이 어렵다.

의료전달체계 구축의 필요성은 70년대 의료보험이 도입될 그 시기부터 주요 언론, 시민 단체 등이 주장하였고, 정부 역시 강력하게 추진했던 것이다.

그러나 번번히 병협의 반대에 부딛혀 무산된 바 있다. 심지어 제도 마련을 마치고 실행을 코 앞에 두고 포기한 적도 있다.

현행 의료법대로, '병원은 입원 환자를 중심으로 진료한다'는 것은 현재로는 이상적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게 되면, 큰 산은 하나 넘었다고 볼 수 있다.

과연 정부가 의료전달체계 문제를 어떻게 풀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사실 제도나 규제의 개선은 상당 부분, 정부의 의지에 의해 추진될 수 있다.
그러나 수가 개선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법대로 하자면" 수가에 정부가 입김을 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수가는 정부와 의료계가 협의하여 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가 조정은 "건보법"상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즉 건정심에서 정할 일이다.

즉, 이건 정부가 아니라, 다른 상대가 있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정부가 수가 개선을 하려고 해도, 건정심,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등이 버텨 버리면 달리 뾰족한 수가 있을 수 없다.

물론, 정부가 나서서 그들을 설득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러려면, 정부도 "명분"이 있어야 하며, 바로 그 명분을 의료계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그 명분은 바로, 주치의 제도 도입 혹은 총액계약제 등 결코 받기 쉽지 않은 카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래저래 보건의료정책국장의 말씀대로, 위의 두 가지 사항은 모두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사실, 그리 쉬웠다면 이리 오래 끌 일도 아니었다.

그럼 어쩌자는 거냐?
왜 자꾸 이리 초를 치냐?

고, 열불터져 하시는 분들이 계실텐데,

진심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일차의료 기관이 제 몫을 다하고, 경영 구조 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좀 더 쉽고 솔직한 방법부터 강구하며 서로의 진정성을 타진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오늘자 (10월 7일) 모 전문지에 게재된 기사를 보면, 의원의 경우 543개 의료기관이 총 2천565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지고 있으며, 이를 제 때 갚지 못해 압류를 당했다고 한다.

또 병원의 경우, 166개의 병원이 총 1천166억원의 채무로 요양급여비가 압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의원의 경우, 의원당 약 4억7천만의 금융 부채가 있다는 이야기이며, 병원은 대략 7억의 부채가 있다는 것이다.

의원만 놓고 보아도, 전국에 개설된 의원은 약 2만8천여 개소로 통상 의원 개설시 3~5 억 가량 비용이 필요한데, 의원당 2억 씩 부채가 있고, 이 중 30%는 부채가 없다고 가정할 때, 의원들이 지는 부채 총액은 대략 3조 9천억원 가량 된다.

물론, 이는 가정인데, 위의 자료를 보면, 총 부채 규모가 크면 컸지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3조 9천억의 년 이자율 7%로 계산하면, 국내 의원급 의료기관이 금융비용으로 내는 이자만 년 2천7백억이 넘는다.

참고로, 2011년에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총진료비 규모는 약 10조이며, 이 중 공단 부담액이 7조 5천억 정도이다. (정확하게는 9,982,805,040천원 / 7,482,045,696천원)

또, 2011년에 수가협상을 통해 의원 수가를 2.4% 인상했는데 이는 2012년에 약 1천8백억을 공단에서 더 지급하겠다는 의미이었다.

즉 해마다 수가인상분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이 금융이자로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 의미는 만약 의료정책의 실패로, 의료가 붕괴되면서 병의원들이 줄도산을 하게 되면, 의원만 약 4조 이상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곧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침체된 일차의료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느냐?

지난 2009년 경, 위협받는 골목 상권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즉 이른바 SSM이 골목 시장에 진출하면서, 대형할인마트와 함께 동네 수퍼마켓과 골목 구멍가게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되었다고 연이어 보도되고 심지어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은 이른바 "골목 수퍼 추경"이라는 것을 들고 나와 경제 회생과 활성화를 위해 30조원을 추경하겠다고 한 바 있다.

또 이루 말할 수 없는 다양한 정책을 펼쳐 보였으며, 실제 30조 가까운 돈이 추경되었고, 이 중 상당 금액이 대출, 신용보증 지원책 등 중소 상인 및 영세민 지원으로 풀려나갔다. 그래서 얼마나 골목 상인들 삶이 나아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찬가지이다.

실제, 정부가 일차의료 활성화를 하려면,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 지원책에 나서야 한다.

가장 현실적으로 바람직한 것은, 현재 금융기관, 개인간의 부채 등으로 허덕이는 의원들의 빚을 해결해 주는 것이다.

해결 방법은 소위 "일차의료 활성화 기금"을 조성하여 이 기금을 토대로 정부기관, 금융기관, 의료관련기업 들이 증자하여 펀드를 조성하여 저금리로 대출을 갈아탈 수 있게 해 주거나, 의원급 의료기관에게 투자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두 번째 방법 "투자"는 현재로는 매우 어려운 방법이다.

왜냐면, 현 의료법 상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의료법인은 만들 수 없으며, 특히 의원이 법인 형태로 운영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즉, 국내 모든 의료기관은 그것이 법인이든, 아니든, 투자를 받을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바꾸어말하면, 모든 의료기관은 자신이 출자하거나 아니면 차입 경영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의료법인 등 비영리법인의 경우, 출자하는 그 즉시 그 재산은 원칙적으로 출자자의 것이 아니다.

대형병원에서부터 의원에 이르기까지 경영의 어려움이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병의원을 하는 그 순간부터 채무자가 된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소위 말하는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혹은 의료기관"이라는 것은 차입이 아닌 투자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경영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건 현재로는 불가능하다.

사견이지만, 설령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이 허용된다고 하여도, 투자를 받아 병원을 건립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이다.

왜냐면, 이미 국내에는 충분한 수의 병원이 있으며, 병상도 넘치는데, 투자를 허용하여 또 병원을 짓도록 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의원에 대한 투자"는 차선책으로 검토해봄직한 방법이다. 문제는 누가 과연 의원에 투자하겠느냐이다. 의원의 수익 구조가 투자할만큼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오늘의 논의가 아니므로, 이 문제는 다시 언급키로 한다.

정리하자면, 정부가 "일차의료 활성화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토대로 펀드를 구성하여 의원의 채무를 갈아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이것의 중요성은 대부분 금융기관의 경우, 의원을 경영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해 주는데, 현존하는 의원의 적어도 20% 정도는 지금 당장이라도 문을 닫아야 할 판국이지만, 폐업과 동시에 대출금을 상환해야 할 상황이어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늘어나는 부채에도 불구하고 개원을 지속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만8천개의 20%면 대략 5~6,000 개 의원인데, 이중 10%인 543개 의원이 한계 상황에 부딛혀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비를 압류당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때문에 이들이 의원을 정리하고 취업 등 새 활로를 찾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한편, 왜 정부가 나서서 이렇게 해야 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개원 의사의 대부분은 정부가 강력하게 규제하고, 일방적으로 정하는 수가와 당연지정제라는 굴레 속에서 자신의 노동력과 자산을 투입해 심사평가원의 적정성 평가와 심사를 통해 규제받으며 진료를 하는 이들이다.

상식적으로, 나라가 정한 규율 속에서 이를 지키고 행위를 하면 최소한의 안정이 유지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나 그 규율 속에서 성실하게 진료를 한다고 그 최소한의 안정이 유지 되지 않으니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이 점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첫번째 이유이다.

두번째는 의료는 국방, 교육과 더불어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기반이다.

의료 공급이 붕괴된다는 것은 어느 대기업 하나 도산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재난적 사태이며 불행한 일이다.

따라서 의료 시스템이 건재할 수 있도록 정부는 보살피고 지원할 의무가 있다. 그 의무를 다하라는 것이다.

세번째, 언급했듯이 만일 의료가 붕괴되어 다수의 병의원의 부도 사태가 날 경우, 이 부담은 모두 금융기관이 지게되며 금융기관 역시 악성 부채로 건전성이 나빠져 부실화되고, 이는 나라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여전히 설마 그럴 일이 생기겠는가 의문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누구도 성수대교가 붕괴되고, 삼풍백화점이 일거에 무너지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97년 IMF와 2008년 미국발 경제 위기 역시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의료 공급의 붕괴 조짐은 이미 각 처에서 발생하고 있다.
단지, 외면하고 싶고, 생각하기 싫을 뿐이다.

지난 2010년 소위 쌍벌제 법안을 심의할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리베이트 규모가 년 2조에 달한다고 증언한 바 있다.

법안 발효와 함께 강력한 단속으로 수천명의 의료인이 조사를 받고, 공포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리베이트는 거의 완벽하게, 정부의지대로 단속되었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저수가 속에 허덕이면서 리베이트로 병의원 경영 보조를 하던 2조란 돈이 증발했다는 이야기이다.

당시 장관의 말대로 병의원이 2조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면 그것으로 개인 치부를 하고 희희낙락 써버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돈 대부분은 경영 적자를 메꾸는 것에 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의료계는 각종 규제와 단속으로 꼼짝않고 숨쉬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자, 어찌할 것인가?

지금 유유낙락하며 의정 협상 테이블에서 언어의 유희만 할 것인가?
아니면 좀 더 냉정하게 현실을 보고 과감한 결단을 할 것인가?


2013년 10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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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6, 2013

그의 안목

모네의 "Jeanne-Marguerite Lecadre in the Garden (1867년)"


그의 안목




8분 19초 전, 태양의 핵융합 반응으로 생긴 빛은 성간 공간을 가로 질려 우주 속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중 일부는 단지 1억 5천만 킬로미터를 가로질러 지구의 성층권에 도달했다. 이 ‘빛’의 일부인 자외선의 대부분은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오존층에 흡수되고, 7개의 색으로 구성된 가시 광선은 대기 중으로 산란되기 시작한다. 그 중 일부는 푸른 하늘을 만든다.

대기 중에 흩어진 빛의 일부는 흰 긴 드레스를 입고, 레이스 달린 양산을 들고 정원을 거니는 어느 여인 위에도 내려 앉는다. 그녀의 드레스와 양산과, 정원의 나무와 잔디는 제각각 빛을 반사하기 시작한다. 오직 그녀와 나무의 그림자만이 빛의 일부를 흡수할 뿐이다.

그렇게 반사된 빛은 클로드 모네의 각막과 렌즈를 거쳐 망막 세포를 자극한다. 세포는 빛으로 만들어진 전기 신호를 두뇌에 전달한다.

모네가 빛을 받아들이는 능력은 남 달랐다. 시각 중추가 인식한 빛을 캔버스에 표현하는 능력은 더욱 더 남 달랐다.

그는 보통 사람들의 눈에 들어온 정보와는 다른 방식으로 빛을 인식하고 표현했다. 그래서, 그를 인상주의(impressionism) 작가라고 부른다.

그는 동일한 사물을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연이어 그리며 어떻게 빛을 다룰 지에 대해 연구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연작이 많다.

그의 작품은 매우 정교하기도 하고, 또 매우 추상적이기도 한데, 그건 그가 눈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어떻게 impression (인상) 받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듯하다.

그의 작품에는 강력한 메시지도 없고, 때론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기도 하며, 심지어는 구도의 중요성도 간과되어 있지만, 그가 빛을 다루는 탁월한 능력은 이 모든 약점을 능가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천재라는 호칭도 그에게는 보잘 것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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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October 5, 2013

오바마케어 관전 포인트

오바마케어 관전 포인트


미국의 대표적인 닥터 둠(Doctor Doom. 경제비관론자)인 마크 파버는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오바마를 “미국 경제에 재앙을 가져 올 인물”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런 비난을 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오바마가 국가 부채 증가에 대해 무감각하다’는 것 때문이다. 그는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 양적완화 정책으로 달러를 마구 찍어내면서 인위적으로 시장을 떠받쳤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오바마 재임 기간 동안 미국 정부의 재정 건전성은 최악으로 떨어졌고, 부채는 급증했다.

지금으로 봐선 연설 잘하고 매끈하게 잘 생긴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을 국가 부도에 이르게 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지금 미국 재정 상태로 보자면, 오바마케어를 반대하는 공화당의 주장이 수긍되기도 한다. 왜냐면 지금도 급증하고 있는 부채와는 별도로 장차 오바마케어로 미국 정부 예산의 20%가 사용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오바마케어란 건강개혁보험법(Affordable Care Act)의 별칭이다.

대한민국 의료계가 오바마케어를 흥미롭게 봐야 할 점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의료보험 도입에 따른 의료수가의 변동 추이이다.

오바마케어의 핵심은 4천만이 넘는 미국 국민에게 의료보험 가입을 "강제"하도록 하여 현재 의료보험이 없는 인구 16%를 당장 적어도 8%대로 떨어트리는 것이다.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하여 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소득에 비례해서 벌금을 때리는데, 그 벌금은 해마다 급증하게 된다. 오바마케어의 반대론자들은 바로 이 점을 위헌소송으로 제기했고, 지난 해 연방대법원은 “보험을 강제화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는 조치이며, 미헌법이 규정한 개인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가입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세금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미헌법은 이런 방식의 세금을 허용하고 있다.’며 합헌으로 인정해 주었다.

오바마케어 (ACA)에 따르면, 연방정부가 정한 ‘연방빈곤수준’을 기준으로, 연방빈곤수준의 100% 미만 소득자는 메디케이드로 지원해주고, 100%~400%에 해당하는 국민들에게 의료보험을 의무가입하도록 하고, 보험료를 국고로 보조해 주는 것이다.

오바마케어는 가입자의 부담에 따라 크게 Catastrophic plan을 포함하여 크게 5가지 플랜이 있는데, 가입자는 플래티넘에서 브론즈까지 각 플랜에 따라 보험료의 10%~40%를 부담하게 되며, 나머지는 미국 정부가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오바마케어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경우 미정부의 부담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 질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현재로선 의료수가를 조정하겠다는 이야기는 명백하지 않다. 즉, 오바마 케어를 도입하면서, 병원에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수가를 후려쳐서 깍으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라운 것이다.

즉, 2천불이 넘는 CT는 오바마케어가 도입되어도 2천불이 넘고, 4천불에 달하는 병실료도 그대로이며, 1만불이 넘는 중환자실의 치료비 역시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이다.
의료보험이 도입된다는 것은 지불자가 개개인이었다가 보험회사로 넘어가고, 정부가 보험료를 보조한다는 차이 밖에 없기 때문이다.

행위 자체는 바뀐 것이 없고, 서비스에 들어가는 고정 비용 역시 보험 전이나 이후나 달라질 것이 없으므로 가격이 달라져서는 안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또 미국내 의료기관이 이 같은 오바마케어의 요양기관으로 당연지정될 것이라는 내용도 없다. 즉, 각 병원은 주정부 혹은 연방정부가 관리하는 보험사와 계약하고 그 보험사의 가입 고객에 대해서만 보험 수혜를 주면 된다. (즉, 가입자 A는 자신이 계약한 보험사 B와 계약하지 않은 병원 C를 방문해 진료를 받을 경우, 본인이 모든 진료비를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현재 미국 민영보험이 그러하다.)

두번째 관전 포인트는 우리나라의 심가평가원과 같이 의료서비스의 <적정성 평가와 심사>를 위한 기관이 설립될 것인가의 여부이다.

오바마케어는 이를테면 다보험자 체제인데, 과거 우리나라도 다보험자 체제였던 의료보험 시절에는 의료보험연합회에서, 건강보험 단일 체제인 지금은 심사평가원에서 이 같은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현재는 AHRG(Agency for Healthcare Research and Quality)라는 정부 기관에서 CAHPS (Consumer Assessment of Healthcare Providers and Systems)라는 의료의 질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의 질평가>나 <의료기관의 질평가>와 <의료행위의 적정성 평가>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심사평가원의 적정성 평가는 심사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적합한지를 평가할 뿐이다. 그 평가에 의료서비스의 질 평가 따위는 없다.

현재 미국은 민영의료보험사들의 적정성 평가를 대행하는 기관은 없으며, 각 보험회사의 기준에 따라 청구 금액을 조정, 삭감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만일 현재처럼 미국이 개보험을 할 경우 적정성 평가와 심사를 위한 별도 기구를 과연 설치할 것인가가 의문시된다. 현재 알려진바대로는 그 같은 계획은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의료 행위의 적정성을 <심사기준>이라는 기묘한 방식으로 통제한다는 상상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현재도 고가 검사나 입원에 대한 보험사의 통제가 있지만, 대체로 진료비에 대한 통제에 불과하며 가격 조절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바마케어가 완전히 보급되는 시점이 되고, 환자의 부담이 줄어들게 되면, 의료접근성이 강화되면서 의료기관 이용이 늘어나게 될 것이며, 초기에는 4천만명이 넘는 보험 가입자들 덕에 보험사들이 어느 정도 보험 급여 지급에 관대하겠지만, 어느 수준이 넘게 될 경우 보험재정 적자는 불보듯 뻔하게 되므로 한국식의 의료기관 조이기에 들어갈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보험재정 지출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할 수 밖에 없다.

방법은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수가를 낮추게 하거나, 의료기관 이용을 통제하는 것이다.

보험료 인상은 쉽지 않다. 우선 의무가입해야 하는 가입자들의 반발을 불러오게 되고, 미국 정부의 지불 부담이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또, 미국도 한국처럼 직장인의 경우 고용주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인상된 보험료만큼 가격이 상승하여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가를 낮추는 것은 어떨까?
미국 병원들은 엄청난 고가의 수가 때문에 수익 구조가 좋을 것 같지만, 대부분의 병원들은 기부금에 의존하거나 수익이 나는 경우도 5%~10% 미만이라고 한다. 현재도 보험사들이 청구액을 깍아 지급하기 때문에 수가 조정을 하려고 들면 로비력 좋은 AMA나 병원단체들이 들고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가장 가능성있는 대안은 환자들의 의료기관 이용을 억제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과연 영리의료보험 제도를 가진 미국이 어떻게 의료기관 이용을 통제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