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March 24, 2016

가장 비싸게 팔린 사진들


물론 나는 사진도 예술일 수 있다고 믿는 쪽이지만, '사진이 예술인가?'에 대한 논란은 접어 두고도 '예술을 화폐 가치로 논할 수 있는가?'라는 또 다른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매겨진 예술 작품의 가격이 얼마인지, 순위는 어떤지, 왜 그런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인지에 대한 통속적 의문과 함께, 그 작품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또 나도 그 작품이 마음에 드는지 역시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위키피디아의 "List of most expensive photographs"에 의거한 사진의 거래 가격 순위의 작품들을 모아 보았다.


19 위.

Moonrise, Hernandez, New Mexico (1941)
작가 : Ansel Adams
거래가 : $609,600

Moonrise, Hernandez, New Mexico (1941)

18 위

Andy Warhol (1987)
작가 : Robert Mapplethorpe
거래가 : $643,200

Andy Warhol (1987)

17 위

Joueur d'Orgue (1898–1899)
작가 : Eugène Atget
거래가 : $686,500

Joueur d'Orgue (1898–1899)

16 위

Untangling (1994)
작가 : Jeff Wall
거래가 : $780,000

Untangling (1994)

15 위

Nautilus (1927)
작가 : Edward Weston
거래가 : $1,082,500

Nautilus (1927)




14 위

Dovima with elephants (1955)
작가 : Richard Avedon
거래가 : $1,151,976

Dovima with elephants (1955)





13 위 

Untitled Rayograph (1922)
작가 : Man Ray
거래가 : $1,203,750

Untitled Rayograph (1922)




12 위

Untitled (Cowboy) (1989)
작가 : Richard Prince
거래가 : $1,248,000

Untitled (Cowboy) (1989)




11 위

Georgia O'Keeffe Nude (1919)
작가 : Alfred Stieglitz
거래가 : $1,360,000

Georgia O'Keeffe Nude (1919)




10 위

Georgia O'Keeffe (Hands) (1919)
작가 : Alfred Stieglitz
거래가 : $1,470,000

Georgia O'Keeffe (Hands) (1919)



9 위

Nude (1925)
작가 : Edward Weston
거래가 : $1,609,000

Nude (1925)




8 위

Tobolsk Kremlin (2009)
작가 : Dmitry Medvedev
거래가 : $1,750,000

Tobolsk Kremlin (2009)




7 위

Billy the Kid (1879–80)
작가 : 미상
거래가 : $2,300,000

Billy the Kid (1879–80) 




6 위

Untitled #153 (1985)
작가 : Cindy Sherman
거래가 : $2,700,000

Untitled #153 (1985)




5 위

The Pond—Moonlight (1904)
작가 : Edward Steichen
거래가 : $2,928,000

The Pond—Moonlight (1904)




4 위

99 Cent II Diptychon (2001)
작가 : Andreas Gursky
거래가 : $3,346,456

99 Cent II Diptychon (2001)

99 Cent II Diptychon (2001)




3 위

Dead Troops Talk (1986)
작가 : Jeff Wall
거래가 : $3,666,500

Dead Troops Talk (1986)




2 위

Untitled #96 (1981)
작가 : Cindy Sherman
거래가 : $3,890,500

Untitled #96 (1981)




1 위

Rhein II (1999)
작가 : Andreas Gursky
거래가 : $4,338,500

Rhein II (1999)





Monday, March 14, 2016

언제부터 페북이 학술지가 되었나?



언제부터 페북이 학술지가 되었나?

페북은 묻는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

무슨 생각을 하던 그건,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에서 자유이다. 당연히 그 생각을 기록하는 것 또한 자유이다.

그 생각의 폭은 어찌보면 자칭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형편없거나 앞뒤가 맞지 않거나 그저 그런 상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럼 어쩌랴.

페북은 학술지가 아닌 걸.

그렇다고 허위의 사실이나 남을 기만하거나 부작위의 행동으로 누군가를 능멸하는 것까지 용인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수 많은 직역이 있고, 그 직역에는 고유한 전문가들이 존재하므로, 오로지 그 직역은 그 직역의 전문가만이, 특히 최고의 권위를 갖는 자만이 발언하고 기록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이 영역의 특별한 지식이 없는 자, 입을 다물라고 하는 건, 이를테면 지식 독점주의이며 대단한 오만이 아닐 수 없다.

페북은 학술지가 아니면, 페북의 글은 논문이 아니다.

그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무엇을 알고 싶은지를 기록할 뿐이다.

남이 하는 모든 생각이나 글에 관심 가질 필요도 없고, 오지랍 넓게 일일이 훈수할 필요도 없다.

내 전공 영역에 갓잖은 것들이 끼어들어 잡소리를 한다고 분통이 터진다면, 그냥 조용히 페북을 닫으시라.

대부분은 페북이 <무슨 생각을 하느냐>는 물음에 답을 하는 것 뿐이므로.

2016-03-14


알파고 음모론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즉 이번 알파고와 이세돌 대전을 놓고 여전히 구글의 홍보성 이벤트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많은데, 구글이 뭘 홍보하고 무슨 이익을 취하려고 이벤트를 벌였다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구글이 구글 검색 엔진을 홍보한단 말인가?
아직 현실적 상품이라고 볼 수 없는 딥 마인드의 AI를 홍보한다는 것인가?
아니면, 이 이벤트로 구글이 주식 띄우기를 한다는 말인가?

이번에 구글이 알린 건, 구글의 자회사가 현존하는 인공지능 중 가장 강력한 인공지능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 단지 그것이다.

이번 이벤트로 구글의 주식이 대폭 올랐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소 올랐다고 할 수 있지만, 이벤트의 영향이라기 보다는 지난 6개월 동안 등락을 거듭하던 조정 장세로 보는 것이 더 합당한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알파벳의 지난 1개월 간 주식 시황


알파벳의 지난 6개월 간 주식 시황


또 구글이 내놓는 상품은 광고한다고 일반 소비자들이 대거 구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구글의 주 매출은 광고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구글이 이런 이벤트를 벌인다고 광고 매출이 대폭 늘어날리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번 이벤트는 홍보성 이벤트라기 보다는 딥 마인드가 만든 알파고를 테스트하기 위한 기회였다고 보는 편이 더 맞다.

만일 알파고를 테스트 하기 위해 이세돌을 영국 딥마인드로 조용히 불러 테스트 대국을 하자고 했다면? 물론 응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왕이면,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을 인류에 선보이기 위해, 즉 내놓고 자랑하기 위해서 좀 더 참신한 기획을 했을 수도 있다. 그게 이번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구글도 이번 챌리지 매치가 이렇게 떠들썩해질지 몰랐을 가능성도 많다. 적어도 이벤트를 준비한 모양새를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보와 테스트를 양 손에 들고 있을 때, 딥 마인드가 선택할 것은 홍보가 아닌 테스트였을 것이다.

다시 말해, 승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며, 어느 한 쪽이 최선을 다해 이기려고 노력했을 때, 그 가운데에서 한계와 능력을 검증해 보는 것이 이 이벤트의 주 목적이었을 것이다.



자, 이제 <음모론>을 이야기해 보자.

지난 3국까지의 대국을 보면, 알파고의 수는 분명 더 높았다고 할 수 있다. 왜 졌는지도 모르게 졌고, 어떻게 이겼는지도 모르게 이겼다.

알파고의 인공지능은 절대 질 수 없게 설계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미 3 차례 완벽한 승리를 거둔 상황에서 하사비스가 알파고 소프트웨어를 지금 손 볼 이유는 없겠지만, 가능하다면, 하드웨어를 조절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의문이다.

하사비스는 어느 인터뷰에서 알파고는 1202개의 CPU 와 176개 GPU로 구성되어 있으며, CPU를 더 늘릴 경우 오히려 알파고의 성능이 떨어져 하드웨어는 손대지 않고 소프트웨어만 개선해 이세돌과의 대국을 준비해 왔다고 했다.

“하드웨어 성능을 개선하면 오히려 알파고의 성능이 떨어져 하드웨어 용량을 늘리지 않았다. 알고리즘만 개선해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준비해왔다"                                                            - 하사비스-


1202개의 CPU 는 장기적으로 볼 때, 알파고 즉 딥 마인드가 만드는 인공지능의 장벽이 될수도 있다.

<테스트>란 측면에서 볼 때, CPU나 GPU를 더 줄이면서도 알파고 소프트웨어가 제 성능을 다할수 있는지, 그래서 이세돌을 이길 수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하는 딥 마인드 팀의 궁금증이 폭발할 수 있는 시점이다.

딥 마인드는 이세돌과 대국 전에 계약을 통해, (이세돌과의 대전을 위해) 하드웨어를 더 늘리지 않으며, 이세돌의 과거 기보를 알파고에게 알려 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한다.

하드웨어를 늘리는 것은 약속 위반이지만, 줄이는 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나는 여기서 딥 마인드가 이런 식으로 승패를 조절했다고 <확신해> 말하지 않았다. 이렇게 확신하지 않는다면 음모론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니, 사실 이런 생각을 음모론이라고 하기에도 어색하다.
음모론이 되려면 이 같은 확신이 확산되어 영향을 주어야 한다는데, 확산될 가능성도, 물론 없다.

아무튼, 4국에서 왜 알파고가 이른바 '떡수'를 남발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엔 딥 마인드의 CEO가 아니라, 구글 지주회사 즉, 알파벳 Inc.의 CEO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영국애들이 히트를 쳤어."

그래서 구글 수뇌부는 매우 흐뭇해졌을 것이다.

사실 딥마인드 사의 제품(인공지능)을 구글 번역, 자율자동차에 쓰고 말고는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도 딥 마인드 제품을 염두에 두지 않고 구글 번역이나 자율자동차는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딥 마인드의 인공지능의 성능에 대해선 구글 경영자들도 잘 모를 것이다. (앞으로 제대로 알게 된다면, 알파고를 구글 번역, 자율자동차에 쓰겠다는 생각은 다시는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튼 뭔가 대단한 것을 구글이 손에 쥐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다.

이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나선 에릭 슈미트는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 Inc.의 회장(Executive Chairman) 이며 그 자신은 개발자라기 보다는 경영자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알파벳의 CEO 는 레리 페이지가, 사장(President)은 세르게이 브린이 맡고 있으며 둘은 구글의 창업자이다.

구글 수뇌부는 이번 이벤트를 통해 구글이 미래의 디스토피아(dystopia)의 주범으로 연상되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구글이 "사명을 스카이넷으로 바꿀 것"이라는 농담이 즐거운 건 아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세번 이기든, 네번 이기든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미 알파고의 능력을 보았으므로.

완벽한 다섯번의 승리는 잠깐 동안의 자기 만족을 위해서는 달콤할지 모르지만, 인류의 완벽한 패배는 지나치게 무기력감을 야기할 수 있으며, 오히려 구글의 이미지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그러므로 만일 딥마인드 측에서 "예정에 없었던 테스트를 해 보겠다"고 요청하면 승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구글은 계속 사업을 영위해야 하고, 불안감의 원인일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또, 구글의 손아귀에 있는 것이 지나치게 영민하다는 걸 굳이 떠들 필요도 없다. 그것(알파고) 도 실수한다는 것과 여전히 미완성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때문에 적어도 한 번의 패배는 필수불가결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

2016-03-14
















인공지능에 신앙심을 부여할 수 있는가?


A.I icon


인공지능에 신앙심을 부여할 수 있는가?


1. 인간의 새로운 도구, 인공지능


원래 인간은 연약한 동물이다.


그럼에도 인류가 세상을 지배하며 호랑이 사냥을 하고, 독수리보다 더 높이 날고, 돌고래보다 더 깊이 잠수하며, 치타보다 더 빨리 이동할 수 있는 건, 인류 만이 가진 지능과 도구 때문이었다.

새로운 도구는 늘 필요하다.

우리는 우리 생애에 개인용 컴퓨터라는 새로운 도구의 도래를 목도한 바 있으며, 그것이 이룬 업적과 파장 또한 체험한 바 있다.

개인용 컴퓨터는 인류에게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영향을 주었으며, 그것은 모바일 기기로 여전히 진화 중이다. 분명한 사실은 현존 인류의 상당 수는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에서 벗어나 하루도 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게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아니다.

인공 지능도 인류가 오래 전부터 상상해왔던 것 즉, 또 다른 새로운 도구 중의 하나이다. 우리는 그것이 인간의 능력을 강화시켜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공 지능은 개발되어 왔고, 시험 되었지만, 여전히 인간의 지능을 흉내낼 뿐 인간의 그것을 뛰어 넘지는 못했는데, 이번 알파고의 실험은 인류 중 특정 분야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이를 이겨냄으로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물론 사람보다 바둑을 더 잘 두는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꿀리는 없다.

그러나 바둑은 단지, 주어진 여러 조건 속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것을 테스트 하기 위한 실험 방법일 뿐이다.

바꾸어 말해, 이번 실험을 통해 어떤 주어진 환경 속에서 인공 지능은 인간보다 우월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음이 입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

더우기 그같은 결정에 필요한 경험, 정보, 판단 능력이 불과 수 개월 만의 인공 지능 학습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 더욱 놀랍다.

이세돌 9단과의 2 국 후반에 많은 이들은 알파고가 우상변 끝내기에 결정적인 실수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정적 실수를 하고 있다는 본 건, 바둑 판의 형세와 이제까지의 경험과 직관에 따른 “사람의 판단”이었으며, 그 판단이 틀렸다는 건, 인간의 경험과 직관에 따른 믿음이 깨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 믿음이 깨어진 것이다.



2. 신앙과 같은 믿음


종종 우리는 우리 부모로부터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으로 가라는 지시를 받는다.

어렸을 때, 그래서 상황 판단이 어려운 나이일 때는 거부감없이 그 지시를 따르지만, 사춘기에 이르고 생각이 자라기 시작하면 부모의 지시가 바보같다며 거부하기도 한다.

심지어 그 같은 지시는 나에게 불리하며 손해를 입히는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대개 청소년기의 부모와의 갈등은 이런 식으로 생기기 마련이다.

충분한 설명이 없는 일방적 지시와 그 지시가 어리석다고 반발하는 머리가 큰 자식과의 갈등.

그러나 부모의 지시가 옳은 경우가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그건 두 가지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이 불리하지 않게 판단을 해 줄 것이라는 믿음과 둘째, 그 자식보다 부모에게 더 많은 경험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를 믿는다면 자신의 <판단>을 접고 부모를 따르는 편이 좋다. 그 판단이란 자신이 배우고 겪고 경험한 것이므로, 판단을 내렸다는 것은 그것을 믿는 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믿음>을 깨고 부모의 지시를 따르기란 사실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신앙과 같은 믿음이라고 할 수 있다.

신앙이란 믿음의 한 종류이며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다는 건, 자신이 보고, 만지고, 경험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신앙을 종교적 믿음이라고 한다.

종교를 이야기할 때, 인간과 절대자의 관계를 개미와 인간에 비유해 말하곤 한다.

바닥을 기는 개미가 위에서 내려다보는 인간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가? 하고 말이다.

그런데, 만일 알파고가 30 수, 50 수를 미리 내다보고 있다면, 사람은 알파고의 생각(그 수)을 읽을 수 있을까?


3. 인공지능을 확신할 수 있을까? 신앙처럼?


다시 어제의 바둑 현장 (2국)으로 돌아가 보자.

해설자와 관전자들은 하나 같이 ‘분명히 알파고가 실수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세돌이 알파고의 실수를 유도했다.’고 까지 말했다. 그러나 집 수를 세워보면 늘 집 수가 모자랐다. 매번 이세돌이 우세한 것 같아 보였지만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적어도 이 상황에서는 인간의 판단은 틀렸고 알파고가 옳았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적어도 바둑에 있어서 만큼은, 알파고의 착수는 늘 최선이라고 믿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인공지능 개발은 여전히 실험단계이고 매우 제한적이다.

이를 실제 활용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고 보다 많은 테스트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래서 결국 실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만일 그 때의 인공지능의 판단이 인류의 판단에 반한다면 누구의 판단을 따라야 할까?

인공지능의 판단을 신앙과 같은 믿음으로 믿고 따라야 할까?

아니면 부모에게 그러듯 반발해야 할까?

사실 자신의 판단과 반하여 다른 이의 지시를 따르는 것은 그의 지시를 확신한다기 보다는 존중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부모를 존중하기에 따를 뿐, 그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두 가지 점, 즉 부모가 나를 위태롭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나보다 경험이 많기 때문에 옳은 판단을 할 것이라는 점에 대한 믿음은 있어야 한다.

아니면 그 판단이 지금은 나를 위태롭게 하지만, 길게 볼 때 부모의 판단이 맞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인류는 언젠가 인공지능이 인류에서 훨씬 우월한,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을 내릴 때, 이 같은 믿음을 가지고 그 결정을 따를 수 있을까?

인공지능은 당장은 위태로워도 장기적으로는 유리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이 이어질 때 알파고의 바둑에 패닉을 갖는 건 당연한 것이다.





2016-03-11


쿠싱 박사와 코티졸


Harvey William Cushing

의학에는 인명이 붙은 세포나 병명, 증후군 등이 많은데,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이름은 아마도 “쿠싱(Cushing)”이 아닐까 싶다.

예일, 존스 홉킨스, 하바드 대학 등의 신경외과 교수를 지낸 하비 윌리암 쿠싱(Harvey William Cushing)은 현대 신경외과학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그의 이름이 붙은 의학 용어로는 쿠싱 씨 병(Cuhing’s disease), 쿠싱 씨 증후군(Cuhing’s syndrome), 쿠싱 반사(Cushing reflex), 쿠싱 트라이어드(Cushing triad), 쿠싱 씨 궤양(Cushing’s ulcer) 등이 있으며, 심지어 직접 고안한 수술 기구에도 그의 이름이 붙어 있다.

쿠싱 효과, 쿠싱 반응, 쿠싱 현상, 쿠싱의 법칙 등으로도 불리는 쿠싱 반사(Cushing reflex)는 뇌압이 증가할 경우 쿠싱 트라이어드(Cushing triad)를 초래한다는 것인데, 이 트라이어드는 혈압이 증가하고, 호흡이 불규칙해지며, 맥박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런 현상은 뇌출혈 진단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며, CT, MRI가 널리 사용되는 지금도 뇌출혈 환자의 초기 진단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뇌출혈에서 뇌압과 함께 혈압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예로 지주막하 출혈의 경우 뇌압이 높지 않아 혈압이 증가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뇌압이 증가한 환자는 위궤양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쿠싱 씨 궤양(Cushing’s ulcer)이라고 부르며, 단지 속이 쓰린 정도가 아니라 위 천공이나 위장 출혈을 보일 정도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쿠싱 박사의 가장 기록할만한 업적은 쿠싱 증후군(Cuhing’s syndrome)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증후군(syndrome)이란 여러 증상의 집합을 말한다.

쿠싱 증후군은 다음과 같은 증상들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즉, 고혈압, 복부 비만과 함께 상대적으로 가늘어진 팔 다리, 달덩이처럼 둥글고 붉은 얼굴, 양 어깨 사이에 튀어나온 살집, 약해진 뼈와 근육, 늘어지고 잘 아물지 않는 피부, 여드름 등이 그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흡사 ET를 연상하면 된다.
Cushing Syndrome



쿠싱 증후군이 생기는 이유는 어떤 이유로든 코티졸 (cortisol)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스테로이드 (Steroid)의 종류


코티졸은 스테로이드의 한 종류이며, 스테로이드는 인체에서 만들어지는 수 많은 호르몬(hormone) 중 하나이다.

호르몬은 인체 장기나 조직에서 만들어져 분비되는 분비물이며, 침, 담즙 등의 분비물과 다른 것은 분비물이 분비되는 관(duct)이 없이 혈관으로 분비되어 혈액에 섞여 이동된다는 것이다.

호르몬은 기본적으로 목표 세포에 특정 신호를 전달하는 기능을 가지며, 인체의 항상성(homeostasis)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르몬에 의해 인체는 성장을 자극받거나 억제되고, 잠이 들거나 깨며, 감정이 바뀌고, 면역 기능이 활성화되거나 억제 되며, 짝짓기를 준비하는 등 다양한 활동이 유지된다.

스테로이드는 4개의 링구조를 기본으로 하는 유기화합물로 사람은 물론, 동물, 식물, 심지어 곰팡이에서도 만들어진다.

인체에서 만들어지는 스테로이드는 크게 성호르몬과 코티코스테로이드로 나눌 수 있는데, 안드로젠, 에스트로젠, 프로게스테론 등의 성호르몬은 난소, 정소, 태반 등에서 만들어지며, 알도스테론, 코티졸 등의 코티코스테로이드는 콩팥 위에 삿갓처럼 놓여져 있는 부신에서 만들어진다.

adrenal gland (부신)의 위치


즉, 코티졸은 부신 피질에서 만들어지는 코티코스테로이드의 한 가지이다.

모든 스테로이드는 콜레스테롤을 재료로 만들어진다.

역설적으로 콜레스테롤이 없다면 스테로이드를 만들 수 없다. 과거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가 굴을 정력제로 여겨 하루에 50개씩 먹었다고 하는데, 굴에 콜레스테롤이 풍부하고, 그래서 성호르몬을 더 많이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인지는 의문이다.

아무튼 콜레스테롤은 프로게스토젠(progestogen)이라는 모든 스테로이드의 전구 물질로 바뀌면서 스테로이드 합성이 시작된다.

steroid synthesis pathway



프로게스토젠은 효소에 의해 수소가 하나 떨어져나가면서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으로 바뀌는데, 이 호르몬은 자궁 내막의 주기적 변화 즉, 생리 주기를 조절하고, 임신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프로게스테론은 다시 효소에 의해 OH 기가 하나 붙게되면서 코티코스테로이드(corticosteroid)로 바뀌게 된다.

프로게스토젠은 남성호르몬인 안드로젠(androgen)으로도 바뀌며 효소의 마법에 의해, 안드로젠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토로젠(estrogen)으로 바뀐다.

즉, 남성 호르몬과 여성 호르몬은 모두 화학 구조에 산소와 수소가 하나 더 붙거나 덜 붙는 차이 밖에 없으며, 산소, 수소 한 두개로 엄청난 차이의 효과를 보이는 것이다.


코티졸(cortisol)의 생산과 기능


스테로이드는 각각의 기능이 있는데, 이 중 코티졸 즉, 코티코스테로이드(corticosteroid) 중 하나인 글루코코티코이드(glucocorticoid)에 대해 생각해 보자.

앞서 언급했듯이 코티졸은 부신, 정확하게는 부신의 껍데기에 속하는 피질(adrenal cortex)에서 생성되는데, 이의 생성은 복잡한 내분비계 기전에 따른다.

우선, 부신 피질의 코티졸 생산은 뇌하수체 전엽(anterior pituitary gland)에서 분비되는 ACTH(Adrenocorticotropic hormone)의 조절을 받는다.

(뇌하수체는 뇌 밑에 땅콩처럼 매달려 있는 작은 장기이다.)


pituitary gland (뇌하수체)의 위치


즉, 뇌하수체 전엽에서 ACTH의 생산이 늘어나면 이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부신 피질에서 코티졸 생산도 증가하며, 반대로 ACTH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코티졸 생산도 중단된다.

쿠싱 씨 병(Cuhing’s disease)은 뇌하수체 전엽에 생긴 종양에 의해 ACTH가 과도하게 만들어지고, 덩달아 부신에서 코티졸의 생산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병이다.

즉, 쿠싱 증후군을 보이는 경우 중에서 뇌하수체 전엽의 종양으로 야기되는 경우를 쿠씽 씨 병이라고 한다. 쿠싱 증후군과 쿠싱 씨 병의 정의는 이렇게 차이가 난다.

뇌하수체의 ACTH 생산은 시상하부 (hypothalamus)의 영향을 받는다. 시상하부는 뇌의 시상(thalamus)과 뇌간(brain stem) 사이에 있는 특정 부위이다.

시상하부에서는 ACTH 생산을 촉진하도록 하는 CRH(Corticotropin-releasing hormone)를 분비되며, 결과적으로 CRH는 ACTH의 생산을 촉진하고, ACTH는 코티졸의 생산을 촉진하게 된다.

코티졸은 제 기능을 다하고 주로 담즙이나 소변으로 배출되는데, 혈중 코티졸의 농도가 떨어지거나, 코티졸이 필요한 경우 CRH-ACTH-Cortisol 의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반대로 코티졸의 농도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CRH의 생산이 중단되면서 코티졸의 생산도 중단된다.

이를 호르몬의 네가티브 피드백(negative feedback)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코티졸은 왜 만들어지고 어디에 쓰일까?

좀 쉽게 이해하자면 코티졸은 인체가 장기적 위기에 대응하도록 하는 호르몬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체가 위험에 부닥쳤을 때 대응하도록 하는 대표적인 호르몬은 사실 에니네프린이다. 아드레날린이라고도 불리는 이 호르몬은 부신과 신경세포에서 만들어지는데 심박출량을 증가시키고, 동공을 확대하며 혈당을 올리고 혈압을 올리며, 기관지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싸우거나 도망칠 수 있도록( fight-or-flight response) 대처하게 한다.


fight-or-flight



아드레날린이 급박한 위험에 대처하도록 한다면, 코티졸은 좀 더 지속적인 위험 특히 스트레스에 대응하도록 한다.

코티졸이 분비되면, 혈당을 올리는데, 우선 간이나 근육 등에 저장되어 있는 글라이코겐(glycogen)을 다시 글루코스(glucose) 즉 포도당으로 바꾸는 방법(glycogenolysis)을 쓰거나, 단백질이나 지방을 재료로 포도당을 만드는 방법(gluconeogenesis)을 쓴다. 글라이코겐은 쓰고 남은 포도당을 저장하기 위한 통조림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포도당이 세포로 전달되는 것을 감소시켜 포도당 사용을 억제하도록 하는 방법도 쓴다.

이 같은 효과는 인슐린과 정확하게 반대되는 기능을 갖는 것이다. 췌장에서 생산되는 인슐린은 혈중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도록 세포막을 열어주고 포도당이 글라이코겐으로 저장되도록 한다.

코티졸은 또한 콜라젠과 같은 단백질의 합성을 억제하여 상처 치료를 지연 시키며,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억제한다.

염증은 말초 혈관을 확장시켜 백혈구의 이동을 촉진하고 조직을 붓게해서 바이러스나 세균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그 결과 통증이 생기고 움직임을 둔화시키기 때문에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다.

코티졸은 면역 기능 중 B cell이 관여하는 항체 생성을 억제하고, T cell의 증식도 막는 방식으로 면역을 억제하기도 한다.

또 항체 등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거나 체내 단백질을 쪼개기 때문에 근육이나 인대 등이 약화되는 것은 물론 뼈도 약해진다. 콘크리트가 시멘트와 자갈로 만들어진 것처럼 뼈는 시멘트에 해당하는 단백질과 자갈에 해당하는 칼슘 등 미네랄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단백질이 빠져 나가는 경우를 골다공증(osteoporosis)라는 부르며, 칼슘 등 미네랄이 빠져나가는 경우는 골연화증(osteomalacia)라고 한다.

즉, 코티졸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골다공증이 생길 수 있다.

코티졸이 단백질을 쪼개거나 합성을 억제하고 염증을 줄이고 면역 기능을 억제하는 기능은 매우 중요한 의학적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위산 분비를 촉진하고, 아드레날린과 함께 작용해 충격을 받았던 특별한 기억을 만드는 것에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역시 미래에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기전으로 생각되어진다.

코티졸은 메이요 클리닉의 Edward Calvin Kendall 박사에 의해 최초 분리되었고 (그는 갑상선 호르몬도 최초 발견했다) 그 공로로 노벨 상을 받았으며, 1949년 최초 합성되어 지금까지 널리 쓰이고 있는 약물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류마치스 관절염과 같은 질환에 합성 코티졸을 투여하면 염증이 가라앉고 통증이 사라진다.

류마치스 관절염은 관절막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스스로 자기 몸을 공격하는 대표적인 자가면역 질환이다.

그외에도 루푸스(SLE)와 같은 자가면역 질환 치료에 반듯이 필요한 약물이며, 과도한 면역 기능으로 야기되는 질환 특히, 기관지 천식, 알러지, 알러지에 의한 아나필락시스 등에 필수 약물이라고 할 수 있다.

글루코코티코이드를 합성할 경우 코티졸의 4~5 배 강한 효과를 갖는 약물(프레드니솔론)을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25~80 배 효과를 갖는 약물(덱사메타손)을 만들 수도 있다.

합성 코티졸은 명약이기는 하지만, 매우 위험한 약이기도 하다.

우선, 코티졸을 오래 사용할 경우 위에서 언급한 쿠싱 증후군이 생긴다.

팔다리 근육은 위축되어 가늘어지고, 식욕 증진과 지방의 재분배로 내장 지방이 늘어나면서 중심 비만이 생기고, 뼈와 근육이 약해지면서 골다공증과 골절이 생기며, 면역 기능의 억제로 각종 질환에 시달리게 된다.

이렇게 외부에서 코티졸을 계속 주입하여 생기는 쿠싱 증후군을 의인성 쿠싱 증후군(iatrogenic Cushing syndrome)이라고 한다.

이 경우 심지어는 급사하기에 이른다.

합성 코티졸을 장기 복용할 경우, 뇌하수체는 CRH를 분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덩달아 뇌하수체는 ACTH를 만들지 않으며, 결국 부신은 코티졸을 만들지 않을 뿐 아니라, 부신 자체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필요하거나 많이 쓰면 발달하고 (이를 hypertrophy라고 한다), 반대로 쓰지 않거나 쓸모 없게되면 퇴화되는데 (이를 hypotrophy라고 한다) 만일 이 때 외부에서 합성 코티졸을 갑자기 중단할 경우, 스트레스에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에 급사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합성 코티졸을 사용할 경우에는 점진적으로 약 용량을 줄여나가 부신이 서서히 제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한 때, 명의 혹은 유명 약국이라고 소문난 곳에서 합성 코티졸을 남발하였던 적이 있었다.

특히 관절염 등으로 고생하는 중년 여성, 노인들이 특효약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구입해 장기 복용했다.

이를 복용하면, 우선 식욕이 당기고, 살이 오르고 통증이 가신다. 부기가 가라앉는 것 같고 병이 낫는다는 기분이 들었다.

약국 뿐 아니라 한의원들이 한약에 스테로이드 알약을 갈아 넣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실제, 한약 성분 중 코티졸과 유사한 스테로이드가 함유한 약재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현재 병원에서는 코티졸의 이 같은 부작용을 회피하기 위해 스테로이드의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며 염증을 줄일 목적으로는 이른바 NSAID(Non-steroidal anti- inflammatory drug. 비스테로이드 항염제)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2016-03-09


선적(船籍) 세탁


시드라 항


선적(船籍) 세탁


지난 2014년 3월 리비아 서트(Sirte)와 브레가(Brega) 사이에 있는 시드라(Sidr) 항에 북한 인공기를 내 건 유조선(모닝 글로리) 한 척이 입항했다.

시드라 항은 하루에 약 50만 배럴의 오일을 수출했던 리비아 최대 오일 수출항이다.


당시 이 항구는 반군 지도자 "이브라힘 자트란"에 의해 점거되어 있었다.

Ibrahim Zatran

그는 리비아 혁명 당시 카다피를 축출하는데 큰 공헌을 하였고 그 후 리비아 동부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며 임시 정부에 반기를 든 인물이다.

반군들은 오일을 불법 판매하며 자금을 모았다.

리비아 정부는 반군의 불법 오일 거래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당시 "알리 자이단" 리비아 총리는 오일을 적재하고 있는 선박을 폭격하겠다고 했지만, 정부군은 자이단 총리의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알리 자이단 총리

자이단 총리는 이 사건 몇 개월 전 임시 의회를 장악하고 있던 무슬림 형제단 일당에 의해 총리 관저로 쓰던 한 호텔에서 납치될 정도로 지도력을 잃고 있었다.

결국 모닝 글로리 호는 원유 23만 4천 배럴을 적재한 후 유유히 항구를 빠져나갔다. 석유 대금으로 약 3천6백만불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항으로 빠져 나오자 자이단 총리는 공군에게 공습을 명령했지만 여전히 군은 요지부동이었고, 이브라힘 자트란은 유조선을 폭격할 경우 내전도 불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자이단 총리가 할 수 있었던 건, Misrata 민병대에 요청해 민간 어선으로 항해를 방해한 것 뿐이었다.

리비아 국민들은 연일 보도되는 뉴스를 통해 순항에 나선 모닝 글로리 호를 지켜보며 분통을 터뜨릴 뿐이었다.

지중해를 빠져 나가던 모닝 글로리 호는 키프러스 인근 공해 상에서 미국 네이비 씰에 의해 나포되었다.

이 사건으로 자이단 총리는 해임되었고, 리비아 사태는 더욱 더 미궁으로 빠져 들게 되었다.

그런데 과연 이 선박이 북한 소유이었까, 석유는 북한으로 가는 것이었을까 ?

북한은 공식 입장을 통해, 그 배는 북한 소유가 아니며, 이집트에 소재한 한 회사의 요구로 선적(船籍)을 6 개월 한시적으로 북한으로 등록해 주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모닝 글로리 호가 불법 거래에 연루되었으므로 그 회사(이스트 로지스틱스)와 계약을 파기했다며 관계없음을 주장했다.

네이비 씰 역시 이 선박이 무국적선박 (선적 확인 곤란한 선박)이라고 확인하였다.

석유는 북한이 아니라, 유럽을 향하고 있었으므로, 누군가 북한 선박으로 위장한 후 석유 불법 거래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 정부가 돈을 받고 선적 세탁을 해 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선박의 선적 세탁은 은밀하게 그러나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는 누군간의 편의(?)를 위해 북한으로 선적을 등록해 준 경우지만, 북한 선박이 다른 나라로 등록하는 경우도 많다. 배의 국적을 위장해서 무기를 밀매하거나 밀수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2년 초 스톡홀롬 국제평화연구소는 유엔 안보리 보고서를 인용해 무기 밀매 등을 위해 북한 선박 25 척이 선적 변경을 반복해 왔다고 발표했다.

또, 당시 광범위한 제재를 받던 이란의 경우 90척에 이르는 대형 선박이 선적 변경을 통해 무기 밀매 등에 이용되었다고 하였다.

이 두 경우는 국제 거래에 제재를 받기 때문이지만, 사실, 선적 세탁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이른바 조세회피 지역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고 이 회사로 선박을 등록할 경우 각종 세금에서 이익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지금 세탁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를 악용해 재산 도피, 자금 세탁 등 외환을 불법 거래하다가 적발된 해운사들이 다수 있다.

북한 경제 제재 후 다양한 방법을 통한 선적 세탁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 분명하다.


<관련 기사>


2016-03-06


Wednesday, March 9, 2016

영화 “Big Short”으로 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수 많은 인턴, 레지던트, 학생들에게 사람이 왜 죽는 지를 물었지만, 명쾌한 답을 들어보지 못했다.

대개는 ‘숨을 쉬지 않아서…’ 따위의 답을 내 놓았을 뿐이었다.

사람이 죽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면, 살릴 수도 없다.

(사람이 죽는 이유와 기전은 오늘의 주제와 무관하므로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경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생애에 몇 번의 경제 위기가 있었는데, 그 위기의 원인을 모른다면 똑같은 위기에 맞닥트릴 수밖에 없다.

왜냐면 경제의 부침은 늘 반복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기는 늘 기회이다.

영화 ‘빅 숏’은 2008년 미국발 경제 위기 즉,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원인을 설명하고, 그 어마어마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영화의 원작자는 마이클 루이스(Michael Monroe Lewis)인데, 프린스턴을 졸업하고 영국 정경대에서 학위를 받은 후 그의 표현대로라면 “살로먼브라더스에 굴러들어갔다가…” 돈을 좀 벌어 굴러나온 후 그 경험을 책으로 써 일약 스타 작가가 되었다.

그는 주로 채권 시장을 다룬 책을 썼는데, ‘라이어스 포커’, ‘블라인드 사이드’, ‘머니 볼’ 등이 널리 알려진 책들이다.

영화 빅 숏의 시나리오 작가 겸 감독은 그 자신이 코메디인이기도 한 아담 맥케이(Adam McKay)가 맡았다. 헨젤과 그레텔(2013)을 제작했으며 앤트맨(2015)의 각본을 썼다고 한다.

또 미국 SNL 제작에도 관여 했는데, 일설에 의하면 그는 ‘빅 숏’을 밤 새워 읽고 바로 영화화하기로 결심한 후 코메디 적 요소를 넣을 것을 결심 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코메디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연극적 요소가 더 많고 어려운 경제 용어와 시스템을 설명하기 위해 특별한 도구(?)를 쓰고 있는 것이 도드라진다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주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그래서 떼돈을 번) 4명의 이야기를 옴니버스처럼 풀어 가는데, 발군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우선, 영원한 배트맨 크리스천 베일이 모기지 시장 붕괴를 최초 예언한 마이클 버리 역으로 나온다.

크리스천 베일
Michael Burry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는 71년생으로 UCLA를 졸업하고 스탠포드에서 신경과 레지던트를 했던 의사이다. 인턴 시절부터 취미 삼아 투자 전망을 웹 사이트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이를 눈여겨 본 독자들이 그의 조언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고, 결국 투자 회사들도 그를 주목했다.

그의 천재적 투자성은 그가 앓았던 아스퍼 증후군에 기인한다고 보기도 한다.

아스퍼 증후군은 자폐증의 일종으로 대인 관계에 문제가 있으며, 특정 업무에 집착하는 특징이 있다.

정작 그 자신이 아스퍼 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의 두 아들 중 하나가 아스퍼 증후군으로 진단받으면서 자신도 같은 경향이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이클 루이스에 의하면 사실 그는 의학을 좋아해서 의사가 된 것이 아니라, 의학 공부가 조금도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의사란 끊임없이 환자와 교감을 나누어야 하는데, 대인 관계에 문제가 많았던 마이클 버리는 결국 병원을 떠난다.

그의 아버지가 암으로 사망했는데, 의사가 암을 발견하지 못해 받은 합의금을 밑천으로 Scion capital이란 투자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회사 설립 첫 해, S&P 지수는 11.88% 추락 했지만, 마이클은 55%의 수익율을 챙겼고, 설립 3년 만에 6억불을 투자받아 운용하기에 이른다. 그는 ‘미친듯이’ 수익율을 올렸다. 2005년 주가지수가 6.84% 하락했을 때, 242% 수익을 냈으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후 그의 수익율은 489.34% 였다.

그의 투자 성공 요인은 당시 펀드매니저들이 주식이나 채권이 오르내리는 것 즉, 변동성을 보고 투자한 것과 달리, 가치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value investment 가 그의 투자 전략이었다.

또 눈 여겨 볼 인물은 마크 바움이다.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브루스 올마이티’, ‘미스 리틀 썬샤인', ‘겟 스마트’ 등으로 유명한 스티브 커렐(Steve Carell)이 배역을 맡았다. 이 역으로 아카데미 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스티브 커렐

마크 바움의 실제 이름은 스티브 아이즈만(Steve Eisman)이며, 하바드를 졸업한 변호사 출신으로 모건 스탠리의 자회사인 Frontpoint partners의 아날리스트 겸 매니저였다.




스티브 아이즈맨

또 당연한(?) 이야기지만, 브래드 피트도 출연한다. 그는 벤 리커트라는 월가의 전직 금융맨을 맡았다.

당연하다고 하는 건, 이 영화는 Plan B에서 제작했으며, 브래드 피트 스스로 제작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Plan B는 브래드 피트와 그의 전처 제니퍼 애니스턴이 설립한 제작사이며, 결별한 후 브래드 피트가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영화 트로이, 찰리와 쵸코렛 공장, 디파티드, 킥 애스 시리즈 등을 제작한 바 있고, 최근 World War Z, 12 years a Slave 등으로 유명해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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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영화에 대한 기초적 정보인데, 마이클 루이스가 생각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1990년대 국제 경제 상황을 조금 이해해야 한다.

아시아 경제 위기로 아시아 국가들의 구매력이 떨어지자 러시아 국채에 투자한 롱텀캐피털이 파산하면서 엄청난 후폭풍이 예견된 가운데 유동성 위기를 우려한 미국 정부는 금리를 내리고 주택 담보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미국 국채로 안정적 수익을 누리던 투자자들에게 경고를 하였다.

미국 국채로 꿀물을 빨던 국내외 투자자, 투자은행들은 새로운 투자처가 필요했다.

원래 미국 금융업 특히 채권 시장은 진부하고 재미없는 시장이었다. 장기 투자를 해야하고, 수익율은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Lewis Ranieri 가 등장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Lewis Ranieri

그는 원작자 마이클 루이스가 몸 담았던 살로먼브라더스의 부사장이었는데, 흔히 “모기지 채권”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모기지 채권은 주택을 구입할 때,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며 발생한다. 이때 은행은 주택에 근저당을 설정한다. 이것이 모기지 채권이라고 할 수 있다.

은행은 대출에 대한 이자 수익을 챙기고, 채무자 즉, 대출자는 이자와 원금을 갚아야 한다.

만일 채무자가 이를 상환하지 않으면 은행은 저당권을 발동해 집을 경매하여 대출금을 회수하므로, 비교적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은행은 이를 위한 대출금을 마련해야 한다. 즉, 대출금 마련을 위한 투자자가 필요한 것이다.

루이스 라니에리는 여기서 착안해 모기지 채권 즉, “주택저당증권(MBS. Mortgage-backed security)”라는 상품을 개발한다. 엄밀히 말해 그의 공헌은 그 이전부터 있었던 MBS로 새로운 MBS 시장을 창출했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여러 개의 주택 저당권을 묶어서 투자자들에게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주고 투자 이익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MBS는 주택이라는 현물이 있으므로 신용도가 높았다.

때문에 새로운 안정적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 특히 연기금 운용자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상품이었다. 게다가 MBS는 필요에 따라 사고 팔 수도 있었다.

MBS의 인기가 높을수록 은행은 더욱 더 많은 모기지 론 즉, 주택담보대출을 하기 시작했고, 주택 시장에 자금이 풀리자 너도 나도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게 된다.

은행은 대출을 하고, 그 저당권으로 MBS를 팔아 현금화하고 다시 그 현금을 대출하는 것을 반복해 나갔다.

은행은 두 가지 확신 즉, 주택이라는 담보물이 있고, 누구나 다 모기지를 갚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끝없이 대출을 내 주었다. 대출을 낼수록 수수료와 이자 수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직업이 없고 신용도가 낮은 이들에게도 대출이 시작되었고, 심지어는 죽은 사람의 이름이나 고양이 이름으로 대출받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 역시 은행이 조장한 측면이 있다.

왜냐면 신용도가 낮을수록 수수료와 이자가 더 비싸기 때문이다. 이렇게 낮은 신용도에 대출하는 것을 서브프라임 모기지라고 부른다.

나중에는 괜찮은 신용등급의 MBS와 낮은 신용등급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MBS를 섞어 부채담보부 증권 (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라는 이름으로 둔갑시켜 판매했다.

MBS 와 CDO


CDO 와 CDS


영화에서는 안 팔리는 생선을 모아 스튜를 끓여 새로운 상품으로 파는 것으로 묘사한다.

투자자들은 눈에 보이는 신용등급이 높으므로 안심하고 CDO를 사들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채무자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집을 팔아 대출금을 갚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금리에 비해 집 값이 더 오르고 있었으므로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집 값이 너무 높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되었고, 일정한 소득이 없었던 대출자들은 대출금을 갚기 위해 집을 내놓거나, 시세 차익을 노리고 집을 내놓기 시작했지만, 집 값이 더 떨어지길 기다리는 수요가 늘며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물량이 쏟아져 나오자 집 값은 더욱 떨어졌고, 집을 팔아 대출을 갚기 어려워지자 디폴트를 선언하거나 아예 도망가는 사례가 급증했다. 또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이자 연체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택을 구하는 자는 제한되어 있는데, 공급 물량 과도와 지나친 자금이 주택 시장에 투입되면서 자금 회수에 어려움이 생긴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주택 시장에 버블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월가에서는 이런 버블을 무시했다.

“곤경에 빠지는 건, 무엇을 몰라서가 아니라, 확실히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

영화 앞머리에 이 같은 자막이 나온다.

월가는 주택을 원하는 이들과, 담보가 있는 이상 모기지 시장은 절대 안전하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버블이 꺼지기 전 이미 마이클 버리는 모기지 시장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꿰뚫어 보았다.

그는 주택 시장의 붕괴, 나아가 미국 금융 시스템 전체의 붕괴가 닥쳐 올 것을 확신했다.

대출업자들이 자제력을 잃었다는 것을 확신 했으며, 멀지 않아 주택시장이 붕괴할 것임으로 확신했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우선 모기지 채권을 공매도할 수 없었다. 채권을 공매도 하려면 빌려야 하는데, 모기지 채권은 조각이 너무 작아서 그걸 일일이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주택을 공매도할 수도 없었고, 주택건설회사의 주식은 공매도할 수 있었지만, 비용 부담이 크고 간접적이며 위험도가 너무 컸다.

그런던 중 신용부도스왑(CDS. Credit Default Swap)이란 상품을 발견한다.

이 상품은 기한부 조건으로 기업 채권의 상환을 보장해 주는 일종의 보험증권이었다. 예를 들어, 매년 20만불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A라는 회사의 채권 1억 달러를 보장해 주는 10년 만기 신용부도스왑을 구매할 경우, 채권 1 억 달러를 가지고 있는 구매자는 매년 20만불 씩 10년간 200만불을 지불할 경우, A 기업이 부도가 나도 1억 달러를 돌려 받을 수 있었다.

즉, CDS를 구입하는 건, 일종의 보증 보험을 드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의 CDS라는 상품은 없었다.

곧 주택시장이 붕괴될 것이라고 믿은 마이클은 마음이 조급했고,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도이체 방크, 메릴린치, 씨티그룹 등을 설득하여 이 상품을 만들어 냈다.

결국 마이클은 MBS(채권)가 없으면서도 채권의 위험도(CDS)를 살 수 있었다. 이처럼 채권 없이 CDS를 매입하는 것을 naked CDS라고 하며, 이는 공매도의 원리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naked short 이라는 것도 있다. 이는 정상적 short이 담보를 제공하거나 주식이나 채권을 빌려 공매도하는 것과 달리 아예 주식, 채권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로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이며, 시장을 교란시키기 때문에 대부분 불법으로 간주한다.)

즉, 옆집 남자의 사망 보험을 들고 매 달 보험료를 내면서, 옆집 남자가 죽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CDS를 사게되면 보험료를 내듯이 수수료를 내야 하며 이를 CDS 프리미엄이라고 한다. 만일 CDS를 구입했는데, 계약 만기 안에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막대한 프리미엄만 지불하고 끝나므로 큰 손실을 볼 것이다.

그러나 만일 예상대로 채무불이행, 파산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프리미엄의 수십배에서 수백배의 이익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MBS의 소유자는 위험도 분산 차원에서 보험을 들고 이를 비용처리하면 되지만, MBS가 없는 마이클 버리가 CDS를 매입하는 건, 어찌보면 바보짓이라고 할 수도 있다.

MBS란 어느 한 채무자에 대한 채권이 아니라, 수천, 수만, 수십만 채무자의 채권을 모아 쪼개서 파는 것이므로 이들이 한꺼번에 채무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은 없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냐면, CDS를 구입하는 건 전체 주택 시장 붕괴에 베팅하는 것이며, 은행이나 보험사 모두 그 가능성은 절대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보험사, 은행 등은 마이클 버리에게 CDS를 판매함으로써 ‘눈 먼 돈’ 즉 CDS 프리미엄을 앉아서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무려 13억불이 넘는 CDS를 매입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가 부도 위기에 몰린 이유는 막대한 CDS를 팔았기 때문이다.

한편, 대형 은행에 있으면서 같은 생각을 가진 이도 있었다.

재러드 배넷으로 나오는 실존 인물 그렉 리프만(Greg Lippmann)은 도이치방크의 서브프라임 수석 트레이더이었다.

그는 자신이 MBS, CDO를 판매하는 입장이었지만, 주택 시장이 붕괴될 것이라는 것을 예견하고, 수많은 기관투자자, 헤지펀드 매니저에게 CDS를 사라고 권유한 것이다.

사실, 마이클 버리 이전에 모기지 채권에 대한 CDS를 판매하는 사례는 없었다. 즉, 마이클 버리가 궁리 끝에 모기지 채권에 대한 CDS 상품을 만들어 팔라고 제안한 것이며, 그렉 리프만 역시 마이클 버리의 아이디어를 원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렉 리프만으로부터 그 권유를 받은 이들은 수천명에 달했지만, 100 명 가량만이 CDS를 샀다. 이들 대부분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붕괴에 배팅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기 위해 즉, 리스트를 회피하기 위한 보험 구입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극히 일부 즉, 10~20 명 가량 만이 시장 붕괴에 노골적으로 배팅했을 뿐이다. 이들은 적게는 수천만 달러에서 많게는 수입억 달러 어치의 CDS에 투자했다.

그렉 리프만이 이처럼 열성적으로 CDS를 판 건, 옳은 판단이었다. 왜냐면 그는 CDS 판매로 인한 CDS 프리미엄 수익을 은행에 가져다 준 보너스로 4천7백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정작 은행은 막대한 손해를 입었지만 말이다.

은행에 소속되어 있고, 투자 자본이 없는 직장인이 경제 위기 속에서 챙길 수 있는 최대의 수익을 챙긴 것이다.

월가의 금융가들이 비난 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첫째, 사기극을 벌였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만들어진 불량 MBS를 우량인 척 팔았고, 불량 MBS를 가공해 CDO를 만들어 우량 상품으로 둔갑시켜 투자자들에게 팔았다.

이를 매입한 투자자 특히 연기금은 모두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그 피해는 연기금 대상자에게 돌아갔다.

둘째, 주택 시장에 거품이 있고,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도 이를 감추기 위해 각종 파생 상품을 만들어 팔았다. 이 역시 사기지만, 이 같은 사기 행위를 통해 월가의 트레이더들, 금융인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마치 팔다 남은 생선을 모아 스튜를 끓여서 새로운 상품인양 파는 것처럼, MBS를 섞어 CDO를 만들어 우량 상품인양 팔았고, 심지어 CDS와 CDO를 섞어 팔기도 했다. 이를 합성 CDO(synthetic CDO)라고 한다. 이외에도 CDO squared, EDS, TRS 등 다양한 파생 상품을 팔았다.

Concept of Synthetic CDO


실제 주택 구입 대출로 들어간 자금의 20배가 넘는 금융 시장이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다.

그들은 이렇게 판 상품으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아도 상관하지 않았다. 왜냐면 그들이 챙기는 건 판매수수료와 인센디브였기 때문이며, 금융기관과 이에 종사하는 이들은 모기지로 챙겼을 이득의 20배를 챙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담보 대출이라는 기초 자산이 붕괴되자 이를 기반으로 하는 각종 파생 상품에 연쇄적으로 문제가 생겼고 그 손실 규모는 급속도로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셋째, 이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탐욕스럼 범죄 행위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피해는 납세자와 선량한 투자자, 투자 은행들이었다.

선견지명을 가지고 미국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예견한 마이클 버리, 우연히 마이클 버리의 전략을 알게 된 스티브 아이즈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한 몫 챙긴 그렉 리프만 등 모두 CDS를 매입하거나 매입하도록 종용하여 막대한 이익을 챙겼으며, 그들이 이익을 챙길 때 은행, 보험사는 손실을 볼 수 밖에 없었고 그 손실은 결국 납세자들이 메꾸었으므로 그들을 영웅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단지, 영리하게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것 뿐이다.

시장의 붕괴로 5조 달러 이상이 증발 했고,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은 연금, 부동산, 예금, 퇴직금 등에서 나온 것이며, 8백만명이 실직하고, 6백만명 이상이 집을 잃었다고 영화 말미에 나온다. 미국에서만 말이다.

2008년 이 금융위기는 자본주의의 모순과 어두운 이면을 명확하게 보여 주었다. 피해가 컸지만, 이 같은 금융메카니즘과 자본주의의 속성은 계속 될 것이 분명하다. 위기는 또 다시 온다.


2016-03-04

<참고>

자본주의의 위기, 중국발 세계경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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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의 탈출구. 전용 비행장



북위 32도 동경 21도 20분, 북아프리카 사막 한 가운데에 활주로가 있다.





간이 활주로가 아니라 현존하는 최대 여객기인 airbus A380이 이착륙할 수 있는 12,000 피트 길이의 활주로와 응급시 활주로로 사용이 가능한 taxiway 까지 갖춘 제대로 된 시설이다.

(A380이 이륙하기 위해서는 9,020 피트의 활주로가, 착륙을 위해서는 5,900 피트의 활주로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공항은 활주로만 덩그러니 있을 뿐, 공항 청사는 물론 창고 하나 없다. 그 뿐 아니라, 가장 가까운 마을과는 차로 3시간, 도시다운 도시로 가기 위해선 6시간 가까이 운전을 해야 한다. 인근의 유일한 시설은 공항 경비대를 위한 숙소 뿐이다.




이런 외진 곳에 만들어진 이 쌩뚱맞은 활주로는 독재자 단 한 명을 위한 것이었다. 독재자는 쿠테타나 전쟁이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하여 외국으로 탈출할 수 있는 루트를 마련해 둔 것이다.

실제 2011년 내전이 발발하였을 때, 시민군은 독재자의 탈출을 막기 위해 활주로 곳곳에 흙을 쌓아 항공기의 이착륙을 막았다.





그 독재자는 이 공항에 도착하기 전 하수도에 숨어 있다가 성난 시민들에게 맞아 죽었다.

김정은이 도주 루트를 만들어 두었을 것이란 건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미 복수(複數)의 도주 루트와 망명 계획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오사마 빈 라덴은 911 테러 후 10년 가까이 잠적했었다. 그 역시 어딘가에 잠적하길 원할지 모른다.

어쩌면, 북한을 내 주는 대신 목숨을 구걸할지도 모른다.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이 제거 된 후 9시간 만에 아라비아 바다 속에 수장되었다고 발표했지만, 미국의 보호 하에 수염을 깎고 어딘 가에서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추측도 있다.

다이어트한 김정은이 힙합 차림을 하고 LA 코리아 타운을 어슬렁거리고 다닐지 누가 알겠는가?

<관련 기사>


2016-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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