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October 31, 2016

트럼프가 유력할수도 있다.




미국 대선이 일 주일 남짓 남았다. 일 주일 전만 해도 이번 대선은 이미 결판이 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 일 주일 사이, 아무도 쉽게 예측하기 어렵게 되었다.

트럼프는 막말과 추문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지지도가 오르고 있어, 현재 힐러리와 불과 1% 차이에 있을 뿐이다.

트럼프가 유리하다고 보는 이유는, 첫째 지지도가 슬금슬금 계속 해서 오르고 있고, 둘째 10% 안팎으로 추정되는 부동표 중 정통적 공화당 지지자가 훨씬 더 많으며, 셋째 샌더스 지지자의 상당수가 그에게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힐러리는 계속 지지율을 깎아 먹고 있고, 이메일 유출 스캔들이 끈질기게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10월 28일 FBI가 힐러리 이메일 유출 관련해 재수사에 착수했다는 편지를 의회에 보냈고, 힐러리에 우호적인 주류 언론들도 이를 크게 보도하면서 힐러리에 대한 신뢰에 의문을 품는 유권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FBI가 의회로 보낸 레터




FBI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미 한차례 기소를 포기했던 유력한 차기 대통령을, 대선을 코 앞에 두고 다시 수사하겠다고 할 수 있을까? 힐러리 캠프의 반응은 “제임스 코미 국장, 너 미쳤니?”이다.

국내에는 힐러리의 당선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은데, 힐러리가 당선되면 미국의 국내외 많은 정책이 오바마의 정책 기조를 그대로 이어갈 가능성이 높고, 특히 대외 관계 역시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안보에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의 대외 정책이 성공적이었느냐 묻는다면,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도 많다.

오바마는 부시의 “일방주의” 외교 정책을 포기하고, “다자 외교”를 내걸었는데, 오바마의 외교 정책, 특히 동북아 전략이 성공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동북아에서 미국이 중국의 패권에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또,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사실 전략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결과적으론 북한을 방조한 측면이 강하고, 미국의 대중 관계나, 대러 관계 역시 미국이 주도적이었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동북아에서의 유일한 성과(?)는 미일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좋았고, 강화되었다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북핵 위기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행동은 “왜”나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와 “언제”만 남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도 미국은 “어떻게”에 대한 연구와 훈련을 반복하고 있으므로, 실질적으로 남은 건, “언제”인데, 그 언제는 다음 대통령 취임 전과 후 중의 하나가 될 것이고, 만일 힐러리가 당선이 된다면, 취임 전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반대로 트럼프가 당선이 될 경우, 정권을 넘겨주어야 하는 부담이 있으므로 능동적 군사적 행동은 아무래도 주저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러나, 미국 군사 행동의 방아쇠는 김정은 스스로 당기게 될 것이므로, 북한이 선전포고했다고 판단하거나 미국이 공격받았다고 판단할 때는 미국의 선택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한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미국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므로, 대선 결과에 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누가 대권을 쥐느냐에 따른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돌려 봐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로 청와대 주요 비서진이 모두 교체되고, 내각 총사퇴, 거국 내각을 주장하면서, 세종시 공무원들 모두 넋을 놓고 있는 마당에, 그런 기대는 가당키나 한지 모르겠다.







2016년 10월 31일


Sunday, October 30, 2016

전략적 인내의 폐기






지난 25일 뉴욕에서 열린 CFR (미국외교협회) 세미나에서 미국 국가정보국(DNI) 제임스 클래퍼 국장이 한 발언으로 미국 정계가 시끄러웠다.

먼저 미국 국가정보국(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DNI)이 어떤 조직인지 알아보자.

DNI는 지난 2004년 개정된 정보 개혁 및 테러방지법 (Intelligence Reform and Terrorism Prevention Act of 2004)에 의해 신설된 조직으로, 미국 각 행정부, 군에 산재해 있는 주요 정보기관을 관리, 감독하며, 군을 제외한 정보 기관의 예산 관리도 한다. 미국의 정보기관 예산은 약 400억 달러에 이른다.

DNI가 관리하는 조직은 NSA를 비롯해 CIA, FBI, DEA(마약단속국) 등 16개 기관에 이른다.





DNI가 직접 정보 수집, 첩보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DNI로 모든 정보가 취합되고, 국장은 대통령의 선임 정보 참모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위치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미국 정보 기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제임스 클래퍼 국장이 그 날 발언한 내용의 요지는, “북한을 비핵화하거나,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것은 가망없으며, 바랄 수 있는 최대치는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한 제한 정도인데, 이마저도 미국이 요구한다고 순순히 응하지 않을 것이며, 뭔가 중요한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북한의 미사일 역량에 대해, “최악의 경우,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포함한 미국 일부 지역까지 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본다”며, “미국이 훌륭한 무기인 정보를 활용하지 않고 있는 것을 답답하게 느낀다.”면서 “정보야말로 북한이 매우 우려하는 부분”이라고 발언했다.

한편, 제임스 클래퍼 국장의 “중요한 유인책” 발언이 자칫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를 의미할 수 있다고 파악한 미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서둘러, 그의 발언이 오해되지 않도록 진화에 나섰다.

미국 국무부는 “미국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 또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대북 정책에 변화는 없음을 강조했다.

또 미 하원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애덤 시프 의원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불가피하다거나 바꿀 수 없다는 식의 암시를 미국이 줘서는 안 된다”며, “클래퍼 국장의 견해는 미국 행정부의 정책이 아니고, 나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DNI 특별 보좌관을 지낸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도 클래퍼 국장이 말한 “유인책”은 “북한의 안보 우려와 김정은을 겨냥한 제재 등 모든 대북 제재를 제기하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클래퍼 국장의 발언은 미 정부의 정책 변화와는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CIA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클래퍼 국장의 발언은 미 정부의 정책 변화를 암시한다기 보다 북한의 비타협적 태도에 대한 좌절과 불만을 반영한 것” 이라고 말했다.

그 외 여러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검증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계속 추진하는 게 미국의 정책이라고 거듭 밝혔고, 이는 차기 행정부에서도 계속 유지될 것이라며, 클래퍼 국장의 발언은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암시하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눈여겨 볼 중요한 점은, 북핵에 대한 미국 정부와 주요 조직의 입장은 굳이 매파가 아니라도, 동일하다는 것이다. 즉, 미국은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존재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한편, 오바마의 대북 전략은 한 마디로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인데,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실패했다고 지적하는 미국내 여론이 높으며, 이런 식으로 북한을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최근 미국이 항모를 동해에 배치하고, 군사적 시위에 돌입하는 것은 전략적 인내를 폐기하고, 새로운 대북 정책에 돌입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새로운 전략은 이른바 포괄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북 제재 강화, 예방적 타격 등 다방면의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의 배경에는 미국의 군사 행동이 불러 올 남한의 피해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오바마 역시 이에 대해 수 차례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동맹국의 피해보다, 자국 안보의 위협이 더 커진다고 판단하는 순간 미국의 군사 행동은 개시될 것이라고 봐도 된다고 할 수 있다.


2016년 10월 30일


쿠알라룸푸르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 10월 2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한 호텔에서 북미간 접촉이 있었다.

당시 북한에서는 현직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인 한성렬, 현직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 대사인 장일훈이 참석했고, 미국 측에서는 로버트 갈루치와 조지프 디트라니가 참석했다.

로버트 갈루치는 제네바 협상 수석 대표였으며, 그 당시 미국무부 정치군사담당 차관보 겸 북핵전담대사이었다. 조지프 디트라니는 미국 국가정보국 비확산센터 소장, 북한담당관을 지냈고, 6자 회담 당시 차석대표이었으며, 대표적인 미국의 북핵 전문가이다.

미국측 대표는 모두 민간인 신분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참석자들은 전현직 유엔 북한대표부 차석 대사로 모두 현직에 있으며, 북한의 미국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만남 장소에 KBS가 “뻗치기”를 한 끝에 이들의 만남이 국내에도 알려지게 되었고, 또 한편으론 회담 참석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 접촉을 두고, 미국이 한국을 배제한 체 북한과 대화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돌았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 접촉은 “트랙 II”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트랙 II”는 ‘Track II diplomacy’를 말하는 것이다. 즉, 민간인이나 민간 단체 사이에서 일어나는 비공식적, 비 정부간 만남을 말한다. (Non-governmental, informal and unofficial contacts and activities between private citizens or groups of individuals.)





트랙 II의 경우도 공식적 정부간 외교 회담인 트랙 I 과 같이, 정부 기관이나, 공무원의 도움을 받거나 관료들이 민간인 자격으로 참석하는 경우도 있다. 굳이 말하자면, 트랙 1.5 인 셈이다.

이 같은 비공식 외교 라인은 북한처럼 전혀 소통이 없거나 외교 채널이 없는 경우에 사용하는 미국식 외교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NEACD(Northeast Asia Cooperation Dialogue. 동북아 협력대화)가 있다. NEACD는 형식상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고 분교 부설 IGCC(세계 분쟁 및 협력 연구소)가 주도하고 있는 다자간 안보 포럼이라고 할 수 있다.

북미간 트랙 II 접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초에도 베를린에서 만남이 있었고, 2013년에도 수 차례 만남이 있었다. 2015년에는 알려진 만남이 없었다.

즉, 미국 정부의 해명은 의례적인 트랙 II 만남일 뿐이므로 특별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디트라니는 이번 만남의 미국측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These were exploratory discussions that really focused on going back to willingness on the part of the DPRK that go back to the September 19, 2005 Joint Statement.”

즉, 북한이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공동성명으로 돌아갈 의지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데 그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9.19 공동성명의 내용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고 NPT, IAEA로 복귀한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당시 9.19 공동성명으로 한국은 대북 송전을 해 주었지만, 1년도 안되 대포동 미사일을 쏘면서 파기되었다.)

다시 말해, 미국 측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중이 있는지 확인했다는 이야기이다.

미국 측(사실 미국 정부)은 왜 그걸 확인하고 싶었을까?

이런 추정이 가능하다.

1.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필요했다.
2. 모종의 행동을 취하기 전,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였다는 증거를 남기도 싶었다.

이런 증거들이 필요한 이유는 모종의 행동이 “침략”이 아니라는 근거를 만들어 두고 싶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모종의 행동이 무엇인지는 짐작 가능하다.

아무튼, 모종의 행동을 위한 일련의 과정들이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되어지고 있는 중이다.


2016년 10월 30일


영국 공군, 한반도에서 연합 훈련에 참가




(기사 인용)
29일 공군에 따르면 한국, 미국, 영국 공군이 11월 4∼10일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서 사상 최초로 '인빈서블 쉴드'(Invincible Shield: 무적의 방패)라는 이름으로 연합훈련을 한다.

이번 훈련에는 영국 공군의 '타이푼' 전투기 4대와 '보이저' 공중급유기, C-17 전략수송기가 참가한다. 우리 공군에서는 F-15K와 KF-16 전투기, 미 공군에서는 F-16 전투기가 투입된다. 이번 훈련에서 3국 항공기들은 가상의 적 군사시설과 지휘부를 정밀 타격하는 훈련과 함께 대량으로 공격해오는 적 항공기를 공중 요격하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할계획이다. 특히, 상이한 무기체계를 갖춘 3국 항공기들이 공중전술훈련을 함으로써 무기체계의 상호운용성을 강화하고 연합작전의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훈련에 참가하는 영국 공군 항공기들은 다음달 중순에는 일본 아오모리(靑森)현 미사와(三澤) 기지 일대에서 일본 항공자위대와 연합훈련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6ㆍ25 전쟁 당시 미국 다음으로 많은 5만6천명의 병력을 유엔군 자격으로 파견한 영국은 한국의 전통적인 우방으로, 지금도 유엔군사령부에 전력을 제공하며 한국방어의 한 축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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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적 시설을 타격하는 훈련"과 "다량의 적 항공기를 요격하는 훈련"을 한다고 한다.

영국군의 훈련 참가는 한국의 요청이 아니라, 미국의 요청에 따른 것일 것이다. 한국을 빼고, 영미일 3국은 따로 훈련을 한다. 원래, 한미일 3국의 연합 훈련도 예정되었으나 한국 정부가 난감해하면서 한미일 연합 훈련은 취소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일본은 (미국의 요청으로) 자동 개입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물론, 우리 우방으로 싸울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일장기 달고 한반도 영공을 날아다니면 돼? 위안부 문제에 사과도 안 하고, 독도로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데, 어디 감히 대한민국 영공을 넘어오려고... 일본 따위 없어도 얼마든지 전쟁에서 이길 수 있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선제공격을 하던, 방어적 전쟁을 벌이든, 한국을 배제한 체 개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 때, 한국이 배제되어도, 일본은 배제되지 않는다. 그게 현실이다.

상관말고, 최순실이나 더 떠들어라.



2016년 10월 30일


Friday, October 28, 2016

납치범의 요구 조건을 알면, 답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진보가 약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수가 더 강한 나라이며, 진보적 사고를 가지고 있음에도, 스스로 보수라 자처하는 국민이 더 많은 나라이다.

이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의 하나는 우리 민족에게는 “피란민 정서”가 있기 때문이다. 피란민은 남들이 짐을 쌀 때 같이 보따리를 싸야하고, 남들이 집을 버리고 출발할 때 같이 출발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있다. 낙오되면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래서 남들이 강남으로 이사간다면 딸라빚이라도 내서 강남으로 이사가야 하고, 남들이 본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들어 같은 영화를 봐야 안심한다. 인구가 5천만 명인데, 천만 명이 같은 영화를 보는 나라이고, 심심치 않게 시청률이 50%를 넘는 국가이다.

피란민 정서가 우리 민족 DNA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이유는 수 없이 외침을 당하고, 보따리를 싸고, 도망다녔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전쟁에서도 어영부영하다가 서울에 남았던 시민들은 한강다리가 끊어지자 오도가도 못하고, 인민 재판에 끌려나가야 했다. 그 트라우마도 깊게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피란민 정서 때문에, 개고생할 줄 알면서도 여름 휴가 때는 피란민처럼 동해로 몰려가고, 명절때마다 길바닥에서 시간을 보내며, 피란민처럼 길 가에 자리를 깔아 놓고 음식을 해 먹는다.

게다가 “빨갱이”에게 당한 경험때문에, 진보는 곧 빨갱이라는 인식으로 진보적 사고를 가지고 있어도 스스로 진보라고 드러내길 꺼린다. 자칭 보수가 많은 이유이다.

이 같은 피란민 정서는 선거 때도 작용한다.

그래서 진정한 보수의 시대 정신이 무엇인지, 진정한 진보의 시대 정신이 무엇인지 관계없이 뽑을 사람은 진즉에 정해져 있다.

보수가 많으니 진보 세력이 정권 잡기 어려운 나라이다.

우리나라 헌정 역사상, 진보가 정권을 잡았던 시기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단 세 명의 대통령 시대 뿐이었다.

김영삼 대통령을 진보 출신이라고 하는 건, 원조 진보들을 욕하는 것이거나, 김영삼 전 대통령을 욕하는 것이니 수정하자.

그는 진보가 아니라, 재야 정치인 출신 대통령이었고, 노태우가 3당 합당을 하지 않았다면, 언감생심 대통령은 꿈도 꾸지 못했을 분이다.

그러니, 1948년 건국하여 2016년 오늘 날까지 68년간, 진보 세력이 정권을 잡은 시기는 딱 10년이다. (516 이전 즉, 이승만과 박정희 사이에 있었던 분들은 미안하지만, 빼고 이야기 한다. 다들 기억이 없을 터이니.)

그 중 김대중 대통령 역시 DJP 연합을 하지 않았다면, 이 분 역시 권좌에 오르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DJP 연합은 물리적이거나 화학적으로 어울리지 않았고, 당시 국민의 70%가 반대하였고, 연합이 아니라 야합이라며 비아냥거렸지만, 두 정치 고수는 그 어려운 걸, 결국 이루어냈다.









그만큼 JP는 일생의 신념인 내각제 총리가 되고 싶었고, DJ는 대통령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두 분 중 누가 더 정치 고수인지는 다음 대목에 나온다. 연합을 앞두고 JP가 계속 이리 빼고, 저리 빼자 DJ가 JP의 청구동 자택을 찾아간다. 회담을 마치고 DJ가 돌아갈 때, JP는 비로소 90도 허리를 굽혀 전송하였다고 한다. 이를 보고 당시 한광옥 비서는 JP야 말로 진정한 정치 고수였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결국 15대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은 겨우 39만표의 간발의 차이로 승리했다. 충청에서만 43만 표 차이를 벌렸으니, DJP 연합 없이 김대중의 승리는 있을 수 없었다.

이렇듯, 김대중 역시 야합, 아니 연합하지 않았다면 대통령이 될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헌정 사상 진보 세력으로 정권을 잡은 유일한 이가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운도 따랐다. 당내 경선에서도 한참 뛰떨어져 있었지만, 이인제를 꺾고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파란을 일으켰고, 새천년민주당의 경선 자체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국민들의 이목을 끌었고, 국민통합21을 창당해 대통령 후보로 나온 정몽준과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고, 정몽준이 지지 철회를 하면서 오히려 인기는 더 올랐고, 반면, 다 차려진 밥상인 줄 알았던 한나라당의 이회창과 그 지지자들은 지나치게 승리에 낙관한데다가 김대업이라는 자가 튀어 나와 병풍 논란을 일으키며 자멸했다.

한 마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될 운을 타고 났다고 하겠다.

아무튼 역사를 돌아 볼 때, 천운이 없거나 보수와 연합, 즉 연정하지 않으면 진보 출신 대통령은 없었다.


* * *


납치범이 요구하는 요구 조건을 들어보면, 그가 왜 인질을 납치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최순실 사건의 보도의 문제점은 추정, 추측, 의혹이 90%, 사실 관계가 10%라는 것이다.

언론 보도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해, 사실을 가감없이 보도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기자나, 데스크는 약간의 약을 탈 수 있는데, 그건 국민의 상상의 나래에 바람을 넣는 것이기도 하지만, 광고로 먹고 사는 언론의 특성 상 광고를 팔아먹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니까, 추정, 추측 같은 약간의 허구는 눈 감아 줄 수도 있다.

그런데, 추정, 추측, 의혹이 90%이면 해도 해도 너무 한 것이 아닌가?

아무튼 TV 조선이 촉발하고, 그걸 주워 먹은(?) 한겨레 탐사팀의 공로와 약(?) 빨고 취재하는 것 같은 jtbc 기자들의 노고, 이들의 기사를 확대재생산하는 기타 등등 언저리 매체들의 수고로 오늘 날 이 사태가 왔는데, 결국 대통령이 사과하자 마자 쏟아져 나오는 요구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탄핵, 하야, 자결, 대연정.

물론, 이 네가지 사항이 모두 조건은 아니다. 앞의 세가지는 진짜 하고 싶은 말을 꺼내기 위한 장치일 뿐, 탄핵은 야당도 철회 했으며, 하야나 자결은 피동적인 것이 아니므로, 말장난일 뿐이다.

결국, 최순실 사건을 인질로 삼은 납치범들의 요구 조건은 현 정권의 무력화, 그리고 대연정이다.

대연정을 요구하는 건, 비단 야권만이 아니다. 소위 잠룡으로 불리는 여권 인사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왜?

우리나라 정치 역사상, 야권이나 약소 권력이 권력 중심에 가까와 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연합정부를 통해서 방법 뿐이기 때문이다.

또, 개헌이 거론되고 있는 지금, 만일 대연정이 실현된다면,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의 개헌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성으로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는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외국의 사례를 보아도, 선진국 중에서 이원집정부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프랑스 정도이며, 공산주의 국가인 러시아, 중국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헌정사에도 내각책임제를 시행한 바 있는데, 단 9개월 운영 되었으며, 얼마나 개판이었으면, 군사혁명이 일어났겠는가.

물론 일각에서는 시기적으로 맞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주장하는데, 지금도 여전히 그 시기가 맞지 않다.

시기 뿐 아니라, 국민 중 대통령 중심제를 지지하는 이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또, 연정을 주장하는 정치 세력 중에는 이 참에 국회의원 선거 방식을 바꾸자는 의도를 가진 이들도 있다. 특히 정의당이나 국민의 당 등 세력이 작은 정당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선거구제로 바꾸고 싶어 한다.

소선거구제는 소수당에는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선거구제가 국회의원 선거에 합당한 선거 제도일까? 꼭 그렇다고 할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단점이 더 많은 제도라고 할 수 있으며, 잘못 고착될 경우, 일단 한번 당선되면 재선, 3선은 물론 세습도 가능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일본 중의원 선거가 중선거구제였고, 한 때 우리나라도 이 제도로 국회의원을 선출한 적 있다.

물론, 정부 구조나 선거 방식을 검토하고 논의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최순실 사건을 빌미로 권력의 공백 사태를 조장하여, 이를 권력에 가까와질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 연합 정부 수립, 자기에게 유리한 개헌을 추진하려고 하는 것을 고운 시각으로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북핵 사태로 당장 나라의 운명이 어찌될지 모르는 이 판국에, 연정 실험을 해 보자니, 실로 어이가 없다.

2016년 10월 27일




최순실은 드레스덴 연설문을 고쳤을까?







한겨레 기자에게, 미르재단 사무총장 이성한은 거의 매일 밤 대통령 부속실 정호성 비서관이 30cm 두께의 보고서를 직접 가지고 와서, 자신을 포함해 최순실 등이 모여 앉아 검토했으며, 이것 저것을 지시하며 국정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정호성 비서관이 보고서를 도로 가지고 갔다는 진술은 없었다.

30cm 두께의 보고서를 한 두 시간 안에 읽을 수는 없었을테니, 검토했다는 곳에 가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서류를 찾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없다면 이상한 노릇이다.

한겨레는 이성한, 고영태의 진술과 jtbc가 24일 방영한 ‘최순실씨가 연설문을 미리 열람하고 수정까지 했다’는 보도를 인용하며, 연설물을 수정한 것을 사실화하고 있다.

애초 고영태는 “최순실이 연설문 고치는 것을 좋아했다”는 뉘앙스로 한겨레에 진술한 것으로 보도 되었으나, 정작 본인은 문화일보에 그 같은 진술을 한 바 없다고 부인 했으며, 현재 해외에서 돌아와 검찰에 자진 출두하여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jtbc는, jtbc 기자가 찾았다는 타블렛이,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과 각종 기밀 문건을 청와대로부터 전달 받고, 연설문을 수정하기 위해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정말 최순실은 대통령 연설문을 고쳤을까?

대통령을 비난하는 이들은 대통령이 이미 다 자백(!)했으니 따질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자백(!)했다는 내용은 정확히 다음과 같다.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 받은 적 있습니다.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은 있으나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습니다.”

이 사과문은 일부 언론에서 우병우 수석이 작성한 것으로 의혹을 제시했으나, 청와대는 대통령이 직접 구술하여 작성했다고 반박하였다.

아무튼 대통령의 위의 자백(!)에는 최순실이 연설문에 가필하거나 수정 했다는 내용이 없다. 워딩 그대로 해석하면, 연설문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개인적인 의견, 소감을 전달받았다는 것이다. 연설문을 고쳐 달라가 아니라, 이렇게 연설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견을 달라는 것이었다.

또, 이런 식의 의견 청취는 취임 후 일정 기간이 지나 그만 두었다는 것이다.

그게 언제일까?
jtbc가 확보했다는 타블렛에 그 답이 숨어있다.

jtbc는 이 타블렛이 2012년 6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사용되었다고 보도했다. 2014년 3월 이후 사용된 흔적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박근혜 대선캠프는 2012년 7월 2일부터 가동 되었으며,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2013년 2월 25일 임기를 시작했다.

jtbc가 타블렛에 들어있다며 공개한 각종 연설문 들은 타블렛 사용이 종료된 2014년 3월 전에 발표된 것들이다.

2012년 6월 타블렛 사용 시작
2012년 7월 2일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 가동
2012년 12월 19일 18대 대통령 선거. 박근혜 후보 당선
2013년 1월 당선인 신년사
2013년 2월 25일 박 대통령 임기 시작
2013년 5월 15일 제48회 발명의 날 기념식 축사
2013년 5월 18일 제 33주년 518 기념사
2014년 3월 28일 드레스덴 선언
2014년 3월 타블렛 사용 종료

즉, jtbc의 주장대로, 이 타블렛을 최순실이 사용한 것이라면, 대통령 취임 후 약 13개월간 자료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jtbc의 주장이 다 맞다면, 대통령이 말한 “일정 기간”이란, 취임 후 약 13개월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jtbc의 주장대로 최순실은 연설문을 수정하는 일을 했을까?

우선, 아래한글 파일을 갤럭시 타블렛으로 수정하거나 문서를 작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래한글 앱 중 뷰어는 문서를 볼 수는 있어도 고칠 수는 없다. 아래한글 문서를 수정하려면, 아래한글 안드로이드 버젼을 구입해야 한다.

그래서 이 타블렛으로 문서를 수정 했다면, 수정된 문건이 타블렛에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전달 받은 문건만 있고, 자신이 수정해 보내 준 문건을 지웠다고 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jtbc는 문서를 수정한 흔적을 찾았다며, 드레스덴 연설문을 제시했다.

한겨레는 이와 관련하여 jtbc의 보도를 인용해 다음과 같이 기사를 내보냈다.

“해당 문서를 보면, 누군가 붉은 글씨로 수정한 흔적이 나오고 문서정보의 수정된 시각은 같은 날 오후 6시33분으로 기록돼 있다. 최씨가 연설문 자체를 받은 시점은 이보다 더 빠를 것으로 추정되며, 누군가가 수정해 이를 최씨에게 보낸 것을 최씨가 열어본 것이라고 방송은 추정했다. 최씨가 받아본 다른 연설문에도 곳곳에 붉은 글씨가 나온다고 <제이티비시>는 전했다.” (한겨레 24일자 보도)

추정과 추정을 더한 기사일 뿐이지만, 사실로 믿어 주자.

jtbc는 타블렛에 있었다는 드레스덴 문건을 그대로 공개했는데, 연설문 중간 중간이 붉은 글씨로 바뀌어져 있다. jtbc는 이 붉은 글씨가 최순실이 수정한 흔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일보의 보도 내용은 다르다.

이를 직접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JTBC는 24일 최순실씨 것으로 의심되는 PC에서 발견된 '드레스덴 연설문'을 보도했다. PC에 저장된 연설문은 박 대통령이 실제 연설하기 하루 전날인 3월 27일에 최씨가 받아 본 것으로 기록돼 있다. 최씨 PC에 있던 연설문 버전의 경우 곳곳에 붉은 글씨가 있고, 실제로 박 대통령이 읽은 연설문에서 일부 내용이 달라지기도 했다. 그러나 본지가 실제 연설문과 비교한 결과 붉은 곳뿐만 아니라 검은 글씨도 상당 부분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연설문과 비교해 바뀐 상당 부분은 문장을 다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25일자 보도)

즉, jtbc가 최순실이 수정했다고 주장하는 붉은 글씨 부분은 그대로 연설에 사용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수정하지 않고 남겨둔 검은 글씨도, 실제 연설에서는 수정되어 다르게 연설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최순실이 수정했다고 해도, 실제로는 계속 더 수정되고 가다듬어졌다는 얘기이고, 한 마디로 최순실이 “까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권력 1 순위라는데, 수정한 내용이 까이다니, 가당키나 한 일일까?

그러니, 최순실이 연설문에 손을 댄 것이 아니라, 단순히 최순실에게 읽어보라고 보내진 것이 상식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그럼, 읽어보라고 보냈다고 치고, 그걸 왜 읽어 보라고 보냈을까?

좋게(?) 해석하면, 이미 대선 캠프가 차려질 때부터 최순실은 대통령의 자백대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취임 후에도 관성에 의해 계속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이 사과한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가정은 이 타블렛이 최순실이 쓰던 것 (소유는 대선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도운 김한수 행정관)이라는 추정 위에 있다.

그러나, 최순실은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자신은 타블렛이 없으며 쓸 줄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타블렛이 독일에서 jtbc 기자에 의해 발견된 것처럼 발표했다. (확정하지는 않았음)

그렇다면, 이런 주장과 추정 속에서 다음과 같은 새로운 가설을 끄집어 낼 수 있다.

2012년 7월 전후, 대선 캠프가 가동될 즈음, 박근혜 후보의 지시에 따라, 연설 홍보 등 선거 운동이 홍보 활동을 하던 김한수는, 캠프에서 연설이나 홍보 등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알아 보는 역할을 부여받은 최순실에게 연설물, 홍보 자료 등 대선 캠프의 주요 문건을 전달할 요령으로 자신이 소유한 타블렛을 최순실에게 빌려 주고, 타블렛 사용방법을 알려주며, 최순실의 사진도 찍어 주었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후 인수위에 들어간 김한수는 빌려 준 타블렛을 돌려받는 것을 포기하였거나 아예 잊어버릴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최순실에게 몇 차례 연설문 등에 대한 의견을 구했고, 최순실은 가지고 있던 타블렛을 통해 받아 보았을 가능성이 높다.

1년 후 더 이상 그 같은 의견 청취를 하지 않자, 타블렛을 쓸 일이 없어진 최순실은 어딘가에 타블렛을 방치하였다가 경비원에게 버려 줄 것을 부탁한다.

물론 이 가설은 최순실의 주장(타블렛이 없으며 쓸 줄도 모른다는)과는 배치된다.

그러나, 이 가설이 사실이 아니라면, 최순실이 거주했던 독일에서 이 타블렛이 발견되었을 가능성은 단 하나 밖에 없다.

누군가 김한수의 타블렛을 획득한 후 이를 악의적으로 최순실의 것으로 둔갑시켰을 가능성 말이다.

김한수는 현직 청와대 행정관이며, 대선 캠프, 인수위를 거쳤으므로 각종 자료가 그 안에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무튼, 최순실은 드레스덴 연설문을 고쳤을까? 라는 의문의 답은, “아니다”라는 쪽이 정황상 더 맞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타블렛에 대한 가설의 답은 각자 판단해 보시라.


2016년 10월 27일






Thursday, October 27, 2016

권력, 불륜, 미스터리







미국의 어느 대학교 영문과에서 권력, 불륜, 미스터리를 넣어 소설을 쓰라는 과제를 냈다.

한 학생이 다음과 같은 짤막한 리포트를 썼다.

“공주님이 임신했다. 아빠는 누굴까?”

권력자의 행보는 늘 관심을 받는다. 그 권력자가 불륜 (부정)을 저질렀다면, 더 큰 관심을 받으며, 그것이 미스터리에 휘말려 있으면 더욱더 그러하다.

최순실 사건은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킬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입 있는 자들이 모두 한 마디씩하고, 할 말, 못할 말을 떠들어 대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속단하긴 어렵지만, 호가호위하며 이권을 노렸던 자들 혹은, 자신이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이 사태의 핵심으로 보인다. 만일 최순실이 호가호위하며 이권을 노렸다면 그녀 역시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최순실이 경제적 이득을 불법적으로 취득했다는 명백한 증거는 없다.

이들은 국면을 전환하거나, 복수를 위해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킬 이야기를 만들고, 이를 의도적으로 흘리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통령을 물어뜯고 씹고자 하는 세력과 결탁하여 의혹에, 다른 의혹을 덧붙여 수 백 개의 다리와 팔을 가진 괴물을 만들어 냈다.

괴물을 본 대중은 무의식적으로 내재하여 있던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며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반응과 함께, 이게 나라냐며, 하야니, 탄핵이니 떠들어 댄다.

오히려, 권력의 다른 축인 야권은 툭툭 훈수를 두거나 논평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들이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건, 권력의 속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미 권력을 가져 봤거나, 그 언저리에서 맛을 보았던 이들은 최순실 건이 그다지 폭발적이지 않다는 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검찰 수사를 해서 최순실을 털어봐야 나올 것이 별거 아닐 가능성이 크다.

결탁하여 음모론으로 몽매한 대중을 좀비로 만드는 이들도 지레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실체를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불륜과 미스터리를 더 키우고, 음모론에 더 불을 피운다.

종편과 언론은 가정과 추정과 의혹만 떠들 뿐이지만, 끊임없이 반복되는 “그러지 않았을까…”하는 의혹은 결국 대중을 세뇌하여 검찰 수사 결과를 부정하게 만들고,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도록 만들어, 정권 퇴진 운동을 촉발케 하고, 대통령을 남은 임기 무기력하게 만들 테니 말이다.

그러는 사이, 김정은은 물개 박수를 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최순실에게 크게 엎드려 절을 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정권의 생명을 연장해 주었으니 말이다.

2016년 10월 27일


반전은 이제 시작이다








국회에서 법무부 장관이 헌법에 따라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 개입 사건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민주당 원내대표 우상호는 민주당 회의에서 “그래도 수사 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애들 떼쓰는 것도 아니고, 헌법이 엄연히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명시하고 있는데, 명색이 국회의원이고 야당 원내대표라는 자가 헌법을 어기자고 하는 것인가.

헌법이 현직 대통령에서 형사 면책 특권을 주는 건, 대통령의 통치 행위가 때로는 법을 초월할 수 있음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개헌해서 헌법 제 84조를 바꾸면 된다.

이번 사태에 가장 많이 나오는 말 중의 하나가 “이게 나라이냐”는 것이다.

최순실이 국정 개입(?)하고 연설문을 고쳐 주고, 대통령 입을 옷을 골라줘서 나라가 망했나? 나라가 뒤집혔나?

오히려, 지금 이 사건을 빌미로 나라를 뒤집으려고 하는 세력은 따로 있다.

사실, 박 대통령 임기 동안 가장 불만을 가진 집단은 야당이 아니라, 박 대통령 지지 세력이었을 것이다.

나라를 바로 잡고, 원칙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묵은 부패의 고리를 끊어내고, 강력한 대북 정책과 온 천지에 스며든 종북 세력을 척결해달라고 순수한 마음에 지지한 세력들이 아니라, 박근혜를 지지해 대통령이 되면, 나에게도 콩고물이 떨어지겠지라는 마음으로 지지했던 그 세력들 말이다.

박 대통령이 여느 다른 대통령과 다른 점은 이 지지세력들에게 신세를 갚으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편의를 봐 주고, 인허가를 쉽게 내주고, 이권을 챙겨주고,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에 인색하니, 슬금슬금 부아가 치밀고, 임기 말이 되자 그녀의 등에 칼을 꽂으려고 하는 것이다.

당장 장·차관부터 돌아가며 앉혀주고, 주요 공단, 공사 사장도 한 번씩 할 수 있게 배려해 주지 않으니 ‘박 대통령 시절이 살기 더 팍팍하다.’, ‘뭐 나아진 게 없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들이나 언론들도 마찬가지이다.

역대 어느 기업이 살아있는 권력을 두고, ‘발목을 비틀었다’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있었을까?

언론사들이 박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보도를 할 리도 없다. 오는 게 없는데, 가는 게 있을까. 게다가 김영란법으로 목을 조르니 단단히 칼을 갈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통치”는 특정 세력, 특정 계층, 특정 집단에 이익을 가져다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럼 반문할 것이다.

박 대통령이 통치권으로 임기 동안에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고?

그 점에 있어 누구보다도 안타깝게 생각할 이가 바로 박 대통령 자신일 것이다.

국정 운영은 입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만들며 시작하는데, 국회가 그걸 가로막고 있으니 발목을 잡혀 한 발자국도 나아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급했듯이 박근혜를 대통령을 뽑아 준 이들의 가장 큰 바람은, 나라를 바로 잡고, 원칙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묵은 부패의 고리를 끊어내고, 강력한 대북 정책과 온 천지에 스며든 종북 세력을 척결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역대 대통령과 달리, 마치 바른 생활 나라 소녀처럼, 원칙적인 국정 운영에 힘쓰고, 이권 분배를 배제하고, 김영란법을 통해 부패 고리를 끊어내려 하였고, 개성 공단을 폐쇄하고, 통진당을 해산하고, 김정은이 술 없이는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대북 제재를 끌어냈다.

아무리 인색하게 점수를 매겨도 절반은 이루어낸 셈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왜냐면 여전히 16개월의 임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최순실 사태는 상당히 많은 의문이 있으며, 대단히 많이 부풀려져 있고,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연출되고 있는 느낌이 매우 강하다.

주요 매체들도 매우 자극적인 단어와 내용의 기사를 내보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그러나, 더 해 봐라.
더 난장판을 만들어라.
더 무리한 기사를 내보내야, 반전의 충격이 더 커질 테니까.

하지만,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도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고, 수없이 단련된 여자이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목숨을 걸고 군사혁명을 하는 것을 지켜보았고, 어머니가 총탄에 쓰러지는 걸 두 눈으로 목도 했고, 믿었던 아버지 역시 측근의 총에 쓰러졌다. 박정희 대통령 서거 후 청와대를 나와 신당동 집에 갈 때, 초연한 듯 침착한 모습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슬프지 않아 초연한 것이 아니다.

수첩 공주, 최순실이 없으면 옷도 갈아입지 못하는 여자로 비아냥거리지만, 정계에 입문한 지 4년 만에 한나라당 대표가 되어 노무현 탄핵 역풍으로 해산 직전에 간 한나라당을 구해낸 것이 누구인지 잊지 말아야 한다.

이후 수많은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게 된 건, 단지 아버지의 후광 때문이라고 간단히 생각하기 어렵다.

오늘의 이 사태로 박 대통령이 하야는커녕 탄핵당할 리도 없다. 지만원은 자결해서 명예를 지키라고 떠든다. 하야는커녕 탄핵당할 리도 없으니, 자결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넋을 놓고 자포자기할 위인이 아니다.

그러니, 두고 보라.

악랄한 의도를 가지고, 살아있는 권력의 턱밑에 비수를 가져다 댄 댓가가 무엇인지를.


2016년 10월 27일


Wednesday, October 26, 2016

비선 라인과 국정 농단


옐로우 저널리즘에 찌든 미국판 신문에서 사진 인용



페이스북, 인터넷은 물론 야당 정치인들의 입에 “국정 농단”이란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요지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연설문을 미리 보내 손보게 하였고, 주요 국정 사항 역시 최순실의 입김대로 결정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며, 이것이 국정 농단이라는 것이다.

자문을 구하고 해 줬으니 국정 농단이다? 이 셈법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

국정 농단이 무슨 뜻인지는 알고 쓰는 걸까?

농단(壟斷)의 농(壟)은 구릉, 언덕을 의미하며, 단(斷)은 낭떠러지를 의미한다. 즉, 농단은 남들보다 높은 지리적 위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전후좌우를 잘 살필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에서 돌아가는 정세를 남들보다 유리하게 알 수 있어, 이익과 권력을 독점하는 것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원래 농단은 맹자의 공손추에 나온 용어이다.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 국정 농단의 사례가 나온다.

드라마 속 미국 대통령인 개릿 워커는 억만장자 사업가인 레이먼드 터스크에게 심하게 의존했다. 주변에 포진하고 있는 내각과 참모들과 국내외 정세를 논하다가도, 이들을 물리치고, 레이먼드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결정하면 좋을지 물어보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며, 수시로 그를 백악관을 불러 자문을 구한다.

뿐만 아니라, 부통령을 비롯해 요직에 임명할 사람들 역시 레이먼드의 입김에 따라 정해졌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프랭크 언더우드 역시 레이먼드의 조건(즉, 자신의 중국 관련 사업을 도와주기로 하는)을 수락하고 부통령으로 임명된다.

레이먼드가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이유는 자신의 사업을 위해서이다. 쉽게 말해, 바둑판에 돌을 놓듯, 자신의 사업에 유리하게 돌아가도록 정책을 결정하게 하고, 요직에 인물을 임명하도록 대통령을 조정한 것이다.

물론, 드라마지만, 이 정도 돼야 국정 농단이란 단어가 어울린다.

그런데, 과연 드라마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역사적으로 볼 때 수 많은 군주들, 현재의 대통령들 등 국가수반에 앉아 있는 이들의 공통점은 “비선 라인”을 가동한다는 것이다.

차이는 그 라인의 굵기와 연속성일 뿐이다.

또 대통령뿐이 아니다. 재벌의 총수, 협회의 회장, 각종 단체장 등등이 모두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비선 라인을 가동하는 공통적인 이유는 법과 규정에 따라 합법적인 참모들을 거느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으며 주변의 참모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권력자에 대한 충성 경쟁에 따라 온당하지 않은 조언을 한다고 의심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오로지, 동지애, 우정 혹은 핏줄이라는 “순수”한 관계로 맺어진 이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행위를 하는데, 이를테면 the Second opinion을 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아예, 동생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해 지근거리에 두면서 의견을 들었고,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역시 자기 부인인 힐러리에게 조언을 얻었을 뿐 아니라, 1993년에는 의료개혁 위원회(Task Force on National Health Care Reform) 위원장으로 임명하여, 미국 의료개혁 방안을 모색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물론, 힐러리가 주요 국가 정책의 핵심 요직에 앉을 수 있었던 건, 그가 의료제도 전문가이기 때문이 아니다. 결국, 이룬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아버지 부시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주요 정책 결정에 아들 부시의 의견을 묻지 않았을까?
아들 부시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는 아버지 부시의 자문을 구하지 않았을까? 이 둘은 모두 중동에서 전쟁을 일으킨 바 있다.

이른바 “비선 라인”을 두고, 이들에게 자문을 구하거나 이들을 활용하는 것이 부도덕하고, 비난 받을 일이라면 이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력자는 아마도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또, 비선 라인을 두는 것과 이들이 국정 농단을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대통령 혹은 권력자라는 언덕에 올라서서 이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거나 권력을 휘둘렸다면 이건 분명히 국정 농단이라고 해도 좋고, 비난받아 마땅하며, 처벌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 국정 농단의 스캔들에서 자유로운 대통령이 단 한명이라도 있을까?

이승만 대통령의 이기붕은 물론이고, 박정희 대통령도 수많은 비선 라인을 가동 했다.

박 대통령은 군인들의 애국심, 충성심을 믿었고, 그들의 전우애도 믿었을 것이다. 그래서 행정부에 속하지 않은 군인, 군인 출신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그들을 발탁하기도 했다. 포철의 박태준도 그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에 명망있는 학자, 교수들을 수시로 불러 의견을 듣고, 그들에게 임무를 주었다. 비선 조직을 통해 국정 운영에 도움을 준 긍정적 사례라고 할 것이다.

물론, 그의 권력 뒤에서 꿀물을 빤 이들도 있을 것이다.

정주영 회장 역시 박정희 대통령의 비선이라면 비선이었고, 정주영 회장은 개발 시대에 박정희라는 농단에서 서서 국내 최고의 재벌이 되었다. 정주영 회장이 박대통령에게 특혜를 받았는지는 몰라도 그것으로 그를 욕하는 이는 별로 없다.

반면, 노태우 대통령의 박철언, 이명박 대통령의 이동관, 노무현 대통령의 이광재, 여택수 등등은 측근 가신이면서 호가호위 즉, 모두 국정 농단으로 주목 받았고, 소통령이란 불렸던 대통령의 아들들, 즉, 김영삼 대통령의 김현철, 김대중 대통령의 김홍일, 김홍업, 김홍걸 모두 국정 농단을 하다가 구속되었다.

김대중 시절의 진승현, 정현준, 이용호 3대 게이트는 물론 최규선 게이트, 옷 로비 사건 등등 김대중 대통령이라는 언덕에 서서 이권을 챙기려고 한, 국정 농단사건이었다.

대통령의 아들 뿐인가,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노무형 대통령의 형 (노건평), 전두환 대통령의 동생(전경환) 모두 자신의 형제들의 권력에 기대어 국정 농단하다가 구속 기소되었다.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권력에 기대어 이권을 챙겼거나 남의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렸다(호가호위)는 것이다.

재야 정치인 김영삼의 자택, 상도동의 출입기자였던 이는 김영삼이 “오야붕” 정치를 한다고 쓴 적이 있다.

김영삼이 긴 재야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마치 건달 조직의 오야붕처럼, 꼬봉들을 보살펴 주더란 이야기로 YS를 추켜 세운 것이다. 그 기자 보기에 오야붕-꼬봉 정치가 보기 좋았나 보다. 그 기자는 결국 YS 쪽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과거의 재야 생활을 오래했던 정치인들은 사방에 신세를 지고 살았다. 자신 손으로 돈을 벌어 본 적이 없으니 재산가와 기업인의 돈이 필요했고, 배를 곪아가며 꼬봉 역할을 한 이들도 모두 챙겨 주어야 했다.

대통령의 월급으로는 가당치 않은 일이다.

그러니, 주요 자리에 앉혀 주고, 그 자리의 월급으로는 성이 차지 않으니, 권력으로 이권을 챙겨 주었다. 물론 모두 불법 행위일 터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한 386, 운동권들은 어땠을까? 권력을 잡았으니, 이제 다들 생업으로 돌아가자 했을까? 그들은 대통령에게 보상을 요구하지 않았을까? 상상에 맡기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최순실이란 여자가 만일 남을 갈취해 이권을 챙겼고, 그 어떤 불법 행위를 했다면,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 이미 온 국민이 그 여자를 다 알고 손가락질 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그가 한 행위보다 훨씬 더 가혹한 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그 여자뿐 아니라, 이건 사건에 개입하여 불법을 저지르며 호가호위한 인물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처벌받아야 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그 여자가 저지른 범죄 규모가 크기 때문이 아니다.

왜 대통령이 국정에 대해 그 같은 여자에게 자문을 구하고, 연설문을 수정받았느냐는 것이다.

이점을 비난하는 개중에는, ‘왜 “나”에게 묻지 않고.’ 라고 애석해 할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소위 비선이라는 건, 꼭 특출난 전문가이기 때문에 비선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유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따로 불러 비공식적으로 의견을 구한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 정도이다.

언급했듯, 비선 라인, 즉, 비공식적 그룹은 철저한 동지애, 애뜻한 우정 혹은 핏줄이라는 “순수”한 관계로 맺어진 사이에서 말 그대로 계급장 떼고, 형, 동생, 야, 너, 혹은 언니라고 부르고 불릴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서둘러 사과했다.
왠만하면 사과하지 않는 대통령이었다.
사과는 커녕 기자회견도 잘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늘 “불통”의 대명사로 불렸다.

다른 대통령들이 저녁에 사람을 불러 술을 마시며 “소통”하는 그 시간에 도대체 박 대통령이 무얼 하는지 아는 이가 별로 없다.

그 사과를 두고, 진정성이 없네, 최순실 덮어주기 사과네 또 비난이 많다.

하지만, 1 분 남짓 대통령의 얼굴을 보는 동안, 외로움에 치를 떠는 초로의 한 여성이 보였다.

분명한 사실은, 비선 라인을 갖춘 것과 누군가에게 국정 운영의 자문을 구한 것과 국정 농단에 대한 비난은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야네, 탄핵이네, 수렴청정이네 하는 용어가 너무나 쉽게 나온다.

비난은 쉽다. 조롱은 더 쉽다.
아무리 쉬워도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대체 뭘 주장하는 건지, 되돌아 볼 줄 알아야 개 돼지가 아니다.

최순실을 앞장 세워 대통령을 물고 뜯는 이들의 순수성이 의심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리 고고해 보여도, 절대자는 아니다. 누구보다도 아픈 생애를 살았던 가녀린 한 인간일 뿐이다.


2016년 10월 26일


Tuesday, October 25, 2016

감기에 대해 당신이 모르는 것 (2부)




"감기에 대해 당신이 모르는 것 1부"에서 감기에 대한 몇 가지 사항과 감기 바이러스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 신체에서 어떤 일이 생기는지에 대해 언급하였고, 프로스타글란딘이 어떻게 체온을 올리고 통증을 유발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이런 감기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어떤 약물을 사용하며 그 약물이 작동하는 기전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8. NSAID


감기 바이러스에 의해 공격받은 후 통증을 느끼고, 열이 나며, 기침을 하고, 콧물이 흐르는 건 인체의 면역 기능이 바이러스 공격을 극복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 기제라고 할 수 있다.

즉, 열은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고, 통증은 바이러스 감염을 인체에 알리며, 기침은 바이러스를 체외에 배출시키고, 콧물은 바이러스를 씻어 내리고 점막 세포에 침투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면역 반응의 결과인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같은 면역 반응을 오히려 불편하게 느낀다.

그래서 감기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약물을 찾는데, 사실 감기 바이러스에 의한 면역 반응을 줄이는 가장 좋은 약물은 스테로이드(정확하게는 스테로이드 중 하나인 글루코코티코이드(glucocorticoid))라고 할 수 있다.

스테로이드는 기본적으로 면역을 억제하는 약물이며, 세포성 면역이나, 체액성 면역 모두에 직접 작용해 면역 기능을 억제한다. 또,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거나 아예 단백질을 쪼개 버리기도 한다.


스테로이드 중 코티졸은 정상적으로 부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지만, 약물의 형태로 먹거나 주사 맞을 수 있다. 덱사메타손 같은 합성 스테로이드는 체내에서 분비되는 코티졸의 약 80배에 이르는 강력한 효과를 가진다.


특히 글루코코티코이드는 면역 억제 기능 뿐 아니라, 강력한 항염 작용도 가지고 있다.

염증, 통증, 발열의 시작은 자극에 의해 세포막의 인지질(Phospholipid)에서 arachidonic acid가 분리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글루코코티코이드는 이때 촉매 작용을 하는 효소 Phospholipase를 억제함으로 항염, 진통 작용을 보인다.

각 약물들의 항염 작용 부위


그뿐만 아니라, 아스피린이나 이부프로펜 등이 차단하는 COX-1, COX-2 효소의 합성을 억제하여 강력한 항염 효과를 보인다.

그러나 감기 치료에 스테로이드를 잘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테로이드가 아닌 항염제를 쓰는데, 이를 NSAID(Non-steroid Anti-inflammatory Drug)라고 한다.

NSAID는 1부에서 언급한 것처럼 세포막의 인지질(phospholipid)에서 분리된 arachidonic acid가 COX-1, COX-2 효소의 촉매 작용으로 프로스타글란딘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차단하는COX 억제제라고 할 수 있다.

이중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등은 COX-1 과 COX-2 를 모두 차단하는데, COX-1이 차단될 경우, 위염, 위궤양 등의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주로 염증반응에 관여하는 효소인 COX-2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NSAID도 개발된 바 있다. 그러나 이 약물은 심근경색, 뇌경색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COX-2 선택 차단 NSAID는 사용이 금지되었다.




그 외, NSAID로 분류하지는 않으나 해열, 진통을 목적으로 널리 쓰이는 타이레놀이 있다.

타이레놀은 주로 COX-2를 선택적으로 차단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중추신경계에 존재하는, COX-3를 차단하여 해열, 진통 작용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 아스피린





아스피린의 독일 바이엘 사가 만든 약물의 상품명이지만, 지금은 거의 일반명사화된, 오랜 역사를 가진 약물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1918년 상표권을 상실한 바 있다.

아스피린의 역사는 기원전 400년 전 히포크라테스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버드나무 잎을 말려 가루로 만든 후 통증과 고열 치료에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 이후에도 버드나무 잎과 줄기에서 나온 진액을 같은 목적으로 사용했는데, 드디어 1763년 영국 옥스퍼드의 학자가 Salicylic acid를 처음으로 추출하였고, 1897년 독일 바이엘 제약의 화학자들이 Salicin을 합성하기에 이른다.

2년 후, 바이엘은 새로운 형태의 약물인 Acetylsalicylic Acid를 아스피린이란 이름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Acetyl Salicylic Acid


1918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스페인 독감이 대유행하면서, 이때 상당량의 아스피린이 해열, 진통의 목적으로 사용되었는데,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이 당시 1억 명에 달하는 사망자 중에는 아스피린의 부작용에 의한 사망자가 상당수 이른다는 주장도 있지만,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진 사실은 아니다.

아스피린의 인기는 1950년대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과 1960년대 이부프로펜(부루펜)이 발표되면서 급감하였다.

이후 아스피린의 항응고 효과가 발견되면서 20세기 말에 이르러 심근경색과 뇌졸중의 예방적 약물로 다시 한 번 과거의 영광을 누리고 있다.

아스피린은 사용된 역사에 비해서, 약물의 작용 기전이 밝혀진 건 오래되지 않는다. 1971년 영국의 약물학자인 John Robert Vane은 아스피린이 프로스타글란딘(PG)과 Thromboxane의 생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고, 이의 공적으로 1982년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1부에서 감기에 의한 통증과 발열의 원인이 프로스타글란딘(PG)에 의한 것임을 설명한 바 있는데, Arachidonic acid가 PG로 변환되기 위해서는 COX-1 과 COX-2 효소가 촉매로 사용되어야 하는데, 아스피린은 COX-1 을 비가역적으로 억제하고, COX-2 기능을 변형시켜 PG 생성을 억제한다.

아스피린의 작용 기전



따라서, 아스피린을 투여할 경우, PG에 의한 통증 강화 효과가 감소하고, PGE2가 시상하부의 온도조절 기능을 교란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고열을 방지할 수 있다.

Arachidonic acid는 Thromboxane A synthase 에 의해 thromboxane으로 바뀌기도 하는데, Thromboxane A synthase는 혈소판에 있는 효소이며, 이에 의해 만들어지는 thromboxane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상승시키며, 혈소판 응집을 촉진한다.

아스피린은 이 Thromboxane A synthase를 비가역적으로 차단하여,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 같은 효과는 과거 심근경색이 있었던 환자에서 또다시 심근경색이 발생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긍정적 이점을 가져다준다.

Thromboxane A synthase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적은 용량만 섭취하여도 되기 때문에, 평소 하루 75~81 mg 정도의 아스피린을 투여하여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에게 아스피린을 투여했을 때도 의미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과연 건강한 사람도 아스피린을 복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아스피린이 항암 예방 효과 등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스피린에 의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아스피린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위 출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혈소판 응집을 억제할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장기간 사용할 때는 장용제 (위에서 녹지 않고 장에서 녹을 수 있도록 약을 코팅한 제형)로 만들어진 아스피린을 복용할 필요가 있다.

위 출혈뿐 아니라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므로 출혈성 경향을 보일 수 있어, 외상이나 수술할 때 지혈을 연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뇌출혈을 유도할 수도 있다.

2005년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 270mg으로 복용한 경우 1만 명당 12명꼴로 뇌출혈의 가능성을 보였다고 한다. (반면, 1만 명 당 137명이 심근경색을 예방할 수 있었고, 39명에서 뇌경색을 막을 수 있었다)

아스피린의 또 다른 주요 부작용은 라이 증후군(Reye's Syndrome)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이 증후군은 드물지만, 매우 심각한 질환으로 구토, 발작, 의식 상실 등의 급성 뇌증과 간 손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소아와 청소년에게 아스피린을 투여할 경우 드물게 라이 증후군이 발생하는데, 라이 증후군의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미국의 경우 1981년부터 1997년까지 16년간 18세 미만에서 1,207건의 라이 증후군이 보고되었고, 이 중 81.9%가 아스피린을 복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라이 증후군과 아스피린의 연관성이 보고된 이후, 소아에 대한 아스피린 투약이 감소하자, 라이 증후군의 발생 역시 감소한 바 있다.

현재 미국은 12세 미만의 소아에게 해열을 목적으로 아스피린 투약을 금하고 있으며, 영국은 16 세 미만에게 주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 밖에 아스피린은 혈중 포타슘 농도를 증가시킬 수 있으며, 신장의 요산 분비를 억제함으로 통풍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한편, 지난 2015년 7월, 미국 FDA는 NSAID가 심근경색, 뇌졸중 발생 가능성을 높힐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는데, 아스피린은 이 경고에 해당하지 않는다.


2) 타이레놀





우리가 흔히 타이레놀이라고 부르는 약물의 제품명은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이며, 타이레놀은 미국, 한국, 일본 등지에서 사용되는 상품명이다.

국제적으로는 Paracetamol이란 제품명이 더 많이 알려져 있으며, Paracetamol이 International Nonproprietary Name (INN)이다.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과 파라세타몰(Paracetamol)은 모두 화학명 para-acetylaminophenol 에서 차용한 것이다.

아세트아미노펜 (파라세타몰)은 원칙적으로 NSAID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왜냐면, NSAID와 달리 항염 작용이 거의 없고, 주로 중추신경계에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팔, 다리나 관절에 생긴 염증에는 별 효과가 없다는 의미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의 초기 형태는 아세트아닐라이드(Acetanilide)라고 할 수 있다. 일설에는 19세기 어느 프랑스 의사가 극약으로 알려졌던 아세트아닐라이드를 잘못 처방하는 바람에 환자가 먹게 되었는데, 해열, 진통 작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후, 이의 목적으로 처방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찌 되었든, 아세트아닐라이드는 20세기 초까지 꾸준히 처방되었지만, 청색증, 간 독성 등 부작용이 심했다.
1948년, Bernard Brodie, Julius Axelrod 등은 아세트아닐라이드에서 유도된 para-acetylaminophenol이 더 안전하며 효과적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였고, 1950년 파라세타몰과 아스피린, 카페인을 섞어 Triagesic라는 이름으로 출시하였으나, 이 약물이 무과립구증이라는 심각한 혈액 질환을 야기한다는 주장이 있어, 1년 만에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그러나, 7년 뒤에야 혈액 질환과 무관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편, 1953년 Sterling-Winthrop, Inc.에 의해 파나돌이란 이름으로 전문의약품 형태로 판매가 시작되었고, 그 외 여러 회사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을 상품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1959년에 이르러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되면서 가정상비약이 되었고, 1970년대 이후 아스피린을 제치고 가장 흔히 쓰이는 해열 진통제로 등극하였다.

아세트아미노펜의 효능은 해열, 진통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해열 작용의 경우, 소아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을 단독 사용할 경우 해열 효과에 대한 의문이 있으며, 이부프로펜에 비해 덜 효과적이기 때문에, WHO는 소아의 경우 38.5 'C 이상인 경우에서만 사용하라고 권하고 있다.

또 진통 작용은 아스피린이나 이부프로펜과 유사하지만, 항염 작용(anti-inflammatory effect)은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의 작용 기전은 아직 명료하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아스피린처럼, Arachidonic acid가 PG로 전환되는데 필요한 효소인 COX (Cyclooxygenase)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질 뿐이다.

최근 연구는 아세트아미노펜이 COX-2를 더 선택적으로 억제하며, 중추신경계에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은 COX-3가 있는데, COX-3를 차단하여 통증을 조절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아스피린과는 달리 Thromboxane A synthase 는 억제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아세트아미노펜은 아스피린처럼 혈소판 응집 억제작용을 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아세트아미노펜 역시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데, 간 독성이 바로 그것이다.

임상적으로 보면, 정상적인 간 기능을 가진 경우에도, 권장량을 장기간 사용하거나 과용량을 복용할 경우 많은 경우에서 간 수치가 올라가는 것을 알 수 있다.

2011년, FDA는 간독성의 발생 가능성이 높으므로 아세트아미노펜의 과용량 사용을 피하라고 경고하면서, 아세트아미노펜의 과용량 사용으로 1990년대에 해마다 5만6천 명이 응급실을 방문했고, 매년 458 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2013년에는 드물기는 하지만, 스티븐 존슨 증후군과 같은 치명적인 피부질환이 생길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세트아미노펜은 아스피린처럼 소아에서 라이 증후군이 생길 가능성은 없으며, 이부프로펜처럼 위장 증상도 보이지 않으며, 소아에서도 비교적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3) 이부프로펜





이부프로펜은 부루펜, 애드빌 등의 상품명을 가지고 있으며, 1950년대 영국 화학자 Stewart Adams가 이끄는 팀에 의해 아스피린보다 안전한 해열 진통제를 찾기 위해 개발되었다. 일설에 의하면 Stewart Adams는 최초 만들어진 이부프로펜을 그의 숙취 제거 목적으로 복용했다고 한다.

이부프로펜은 아스피린이나 아세트아미노펜처럼 COX 효소를 억제하여 arachidonic acid가 PG로 변환되는 것을 막는 약리 기전이 있다. 또 아스피린처럼 비특이적으로 COX-1과 COX-2 를 억제하며, 해열, 진통, 항염 작용을 모두 지닌다.

또, 생리통, 두통 및 류머티스성 관절염에도 효과가 있으며, 미숙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선천성 기형인 동맥관 개존증의 치료에도 사용된다.

부작용으로는 구역, 위산 과다, 설사와 변비 등의 위장 증상이 생길 수 있으며, 다량을 복용할 경우, 심근경색의 가능성이 커지며, 천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임신 초기의 안정성은 확인된 바 없으나, 임신 후기에는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9. 감기 치료의 원칙


어떤 약물이나 대체 요법, 민간 치료제 등이 감기의 진행을 단축한다는 명백한 증거는 없다.

감기 치료는 증상에 대한 대증요법일 뿐이다.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고, 잘 먹고, 잘 쉬고 자주 입가심 하는 것이 최고의 보전적 치료라고 할 수 있다.

통증이나 해열을 목적으로 하는 NSAID의 사용은 권장되지만, 기침을 억제할 목적의 기침약(코푸시럽)은 권장하지 않는다. 특히 소아의 경우, 기침약의 효과가 의문시될 뿐 아니라,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어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고, 캐나다의 경우 2009년부터 6세 이하의 소아는 약국에서 기침약을 팔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항히스타민제의 경우 성인에서 초기 하루 이틀가량 사용할 경우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크게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졸림 등의 부작용이 있어 권장하지 않는다. 비충혈에 의한 코막힘으로는 슈도에페드린이 효과적이며 성인에서는 권장된다.

감기 환자에게 수액을 주는 것이 증상을 호전시키거나 호흡기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없다.

항생제는 바이러스에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잦은 항생제 사용은 내성을 키울 수 있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으나 여전히 국내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빈번히 항생제 사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감기에서 항생제가 사용되는 이유는 환자가 원하고, 의사가 무언가를 하려고 하고, 여전히 항생제에 의한 합병증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항생제뿐 아니라, 감기에 대한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도 없다고 할 수 있다.

감기에 대한 명확한 치료제 즉, Cure를 위한 치료제가 없고, 감기의 역사가 긴 만큼이나, 다양한 대체 요법이나 민간요법도 많은 편이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모두 다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대체 요법은 꿀이라고 할 수 있는데, 꿀이 좋다는 충분한 근거는 없다.

일각에서는 아연(Zinc)이 감기에 좋다고 하지만, 아연이 좋다는 연구 결과의 틈새가 너무 크고, 아연을 언제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연구도 미흡하다.

비타민C에 관한 연구는 광범위하지만, 그 효과나 결과는 실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헬싱키 대학의 2013년 연구에 의하면, 일반인들에게 비타민C를 투여하는 것으로 감기 발생을 줄이지는 못했으며, 육체적으로 과로하는 경우에만 유용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일부는 천연 항생제라고 부르는 Echinacea(에키네시아) 가 감기에 좋다고 하지만 이 역시 근거가 부족하다. 마늘이나 비타민 D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10. 코푸 시럽


감기약으로 흔히 쓰이는 코푸시럽 즉, 기침약처럼 논란이 많은 의약품도 별로 없다.

지난 2015년 식약처는 유럽 의약품청인 EMA의 권고(12세 미만일 때 기침 치료로 코데인의 사용을 금지)를 그대로 인용하여, 12세 미만 소아의 경우 다이하이드로코데인이 포함된 코푸시럽의 처방을 금지하도록 안전성 서한을 배포하고, 다이하이드로코데인이 포함된 28개 해당 품목의 허가를 변경 조치한 바 있다.

그러나 국내 개원가의 항의가 이어지자, 식약처는 EMA에 직접 질의를 하였고, EMA는 다이하이드로코데인은 해당 품목이 아니라는 회신을 하여, 이 해프닝은 수개월 만에 종결되었다.


이 사태에 대해 식약처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유럽 의약품청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정보를 선조치 후 확인하는 과정에서 유럽 의약품청의 정보가 수정될 것이라고 알 도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흔히 사용되는 기침약은 여러 성분의 약이 섞여 있는 복합제인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코푸시럽과 코푸시럽S의 예를 들어 과연 어떤 성분이 들어 있으며,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자.


1) 코푸 시럽 vs 코푸시럽S


 

한 제약사에서 서로 유사한 두 가지 기침약을 만드는 이유는 코푸시럽은 마약류로 분류되어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판매가 가능하므로,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으로 팔 수 있도록 또 하나의 기침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코푸시럽과 코푸시럽S에는 모두 메칠에페드린염산염이 있는데, 에페드린은 교감신경을 흥분시키며, 기관지를 확장하는 작용을 한다. 메칠에페드린염산염은 에페드린의 교감신경 흥분 작용 즉, 두근거림, 흥분, 두통 등의 부작용을 줄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클로르페니라민말레산염은 항히스타민제제로 히스타민의 기능을 억제하여, 콧물이나 기관지 점액의 과다 배출량을 줄이고, 염증을 줄이는 작용을 한다.

염화암모늄은 기관지 분비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2) 다이하이드로 코데인(Dihydrocodeine)


다이하이드로코데인은 인체에서 모르핀으로 변환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마약으로 분류되며, 코푸시럽과 같은 복합제인 때에만 한외마약으로 분류한다.

영국에서 다이하이드로코데인은 의약품 오남용 법으로 분류된 Class B 약물로 불법 소지 때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며, 미국에서도 마약법에 따라 금지된 약물이나, 영국이나 미국 모두 아세트아미노펜과 섞인 복합제의 소량은 판매할 수 있다.

다이하이드로코데인은 호흡 중추를 억제하여 기침을 멈추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성인에서 코데인의 효과는 입증되었으나 최근 소아에서의 효과는 플라세보(위약. Placebo)와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3) 덱스트로메트로판 (Dextromethorphan)


덱스트로메트로판은 성인에서는 기침에 효과가 있으나, 소아에서는 벌꿀만큼의 효과도 없었다고 한다. 캐나다 등은 6세 미만의 소아에서는 약국에서 덱스트로메트로판이 포함된 일반 의약품(코푸시럽) 판매를 아예 금지하였다.



그러나, 사실 부작용도 별로 없다. 

연구에 따르면, 소아에서 발생한 부작용 대부분은 과용량을 복용했기 때문이며, 부작용 사례 1,716례 중 사망례는 없었으며, 주요 부작용은 운동실조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팔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거나 심계항진 (가슴 두근거림)이었고, 홍조를 보이거나 두드러기가 생기는 정도였다.

즉, 소아의 경우 효과도 없고, 특별한 부작용도 없는 약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11. 보건경제학으로 본 감기


2015년 건강보험 통계를 보면, 2015년 총진료비는 58조 170억 원이었으며, 이 중 입원 진료비는 20조 7,099억 원, 외래진료비 24조 2,121억 원이었고, 약제비는 13조 950억 원이었다.

2015년 다빈도 상병 통계


또, 외래 10대 다빈도 상병을 보면, 급성 기관지염에 가장 많았고, 편도염, 비염, 인두염 및 상세불명의 급성 상기도염 등 호흡기 질환이 10대 상병 중 5개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감기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한편, 2016년 1분기 다빈도 상병을 보면, 급성 비인두염 즉, 감기가 7위에 랭크되면서, 10대 다빈도 상병 중 6개가 호흡기 질환이었다.

2016년 1분기 다빈도 상병
 
어떻게 급성 기관지염 환자가 감기나 편도염이나 인두염보다 훨씬 많을까?

2013년 당시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이원표 회장은 “청구할 때 가장 심각한 것은 심평원의 지나치게 경직되고 세밀한 심사기준”이라며 “이 때문에 업코딩해 청구하거나 실제 상병과 달리 심사기준에 맞춰 청구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업코딩(Up coding)이란 삭감(보험급여비 청구를 기각하고 지급하지 않는 것)될 것을 우려해 좀 더 심각한 질환 코드로 코딩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감기로 코딩하면 되지만, 항생제를 처방했다면, 삭감될 것을 우려해 항생제를 처방해도 삭감되지 않는 급성기관지염으로 코딩한다는 것이다.

물론 상병 코드 입력의 오류의 상당 부분은 임상과 맞지 않는 코드 분류 때문에 코드를 제대로 찾지 못해 익숙한 코드를 입력하는 이유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봐야만 하는 의료현실에 비춰볼 때 정확한 청구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며, 한 개원의사는 "상당수 요양기관들이 적합한 질병코드를 찾지 못하고 환자의 상태에 가까운 질병코드로 청구하거나 ‘상세불명(Unspecified)’ 코드로 청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오로지 청구만을 위해 상세불명 코드로 청구를 넣으면서 정확하게 청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이 들기도 한다"고 말한 바 있다.(라포르시안 기사)

아무튼 진료비 청구 상병 코드로 질환 통계를 내는 것은 신뢰할 수 없으며, 다빈도 상병이 실제 발생한 다빈도 질환이라고 할 수 없다.

또, 생각해 봐야 하는 건, 진료비 내역이다.

2015년 기준 10대 외래 다빈도 상병의 진료비 총액은 4조 1천6백억 원이었는데, 이 중 호흡기 질환 5가지 진료비 총액은 1조4천550억 원이었다. 이 금액은 외래 진료비만 포함된 것이며 약값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약제비를 포함할 때, 감기 등 외래에서 진료 가능한 가벼운 호흡기 질환으로 우리나라 국민이 쓰는 진료비는 2조 원 이상이 되리라고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2011년 경 수술행위료 총액의 규모가 2천억 원 가량이었으므로, 이 금액 국내에서 시행하는 모든 수술비의 몇 곱절이며, 입원 진료비 총액의 10%를 넘어서는 금액이다.



12. 결론


우리는 "감기에 대해 당신이 모르는 것" 1, 2부를 통해, 감기는 자연 치유되며, 약물치료로는 증상 완화를 위한 NSAID나 항히스타민제 외에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 그런데 특별히 치료받지 않아도 되는 질병에 너무 많은 의료비를 쓰는 것이 아닐까?

실제 임상 현장에서 보면, 가벼운 감기 증상이 있거나, 혹은 감기가 더 심해질까 봐 우려되어, 외래나 응급실을 찾아 주사와 약물 처방과 수액을 원하는 환자들이 수없이 많다.

주치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캐나다 영국 등은 주치의를 만나기 위해 예약을 해야 하는데, 예약 후 진료까지 최소 1, 2주일이 걸리기 때문에, 진료를 받기 전에 감기가 나아버리기에 십상이다. 물론 응급실 이용은 상상조차 어려우며, Walk in Clinic 같은 곳을 찾을 경우,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한국처럼 여러 종류의 감기약을 처방해 주지 않는다.

감기에 주사나 수액은 상상조차 어렵다.

미국처럼 의료비가 비싸거나, 캐나다, 영국, 유럽처럼 국영 무상의료 시스템을 운영하며 의료 이용을 강력히 통제하는 나라에서는 감기, 편도염, 가벼운 기관지염으로 병원을 이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OTC)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두고 있거나, 이른바 대체 의학을 통해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만일 가벼운 호흡기 질환으로 쓰이는 재원이 정말 2조 원에 달한다면, 이를 중질환 진료비로 쓰도록 하여 정작 진료비 부담이 큰 질환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임상 현장에서 환자를 직접 접하는 많은 의사가 이와 같은 공통적인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의료계가 그 주장을 강력하게 하지 못하는데에도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다.

2조 원에 달하는 호흡기 질환 진료비와 약제비의 상당 부분은 사실, 개원가나 중소병원에 쓰인다고 할 수 있는데, 알다시피 의원급 의료기관이나 규모가 작은 병원일수록 경영 상태가 열악하여서, 가벼운 호흡기 질환 환자라도 없다면 당장 경영 위기가 도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가벼운 질환의 진료비를 줄이고, 중질환의 보장성을 키운다는 의미는, 매출 구조를 대형 병원으로 이동시킨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가벼운 질환일수록 본인 부담을 키우고, 중질환일수록 보장성을 키워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는 건 건강보험 제도의 모순이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의료계도, 병원계도 소리 높여 모순을 바로 잡자고 주장하지 못하는 것 역시 큰 문제이다.

또, 의료 소비자인 환자들의 문제도 적지 않다.

병원에 올 때부터 스스로 진단을 내리고, 주사와 수액을 맞을 기대를 하고 오는 환자가 적지 않고, 주사를 맞지 않으면 치료받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병원 주사실에서 수액 맞고 쉬는 것을 사우나 수면실에서 한숨 자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소아를 키우는 부모들도 감기나 호흡기 질환의 예방보다는 약간의 열만 있고, 가벼운 기침만 해도 병원 외래나 응급실을 찾아 주사를 맞히고 약을 먹이는 것으로 부모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언급했듯이 소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해열, 진통제는 이부프로펜 정도이며, 감기의 경우, 항생제는 물론 항히스타민제나 코푸시럽 모두 가급적 소아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따라서 집안 습도를 적절히 잘 유지해주고, 소아의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고, 열이 날 경우 옷을 가볍히 입히고, 목욕을 시켜 체온을 내려 줄 필요가있다. 만일 아이들이 늘 감기를 달고 산다면, 그 아이의 면역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보육 환경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아무튼 우리가 흔히 접하는 감기라는 질환을 통해, 감기의 실체를 알고, 더불어 모순된 건강보험제도의 피해와 문제점을 상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란다.



2016년 10월 25일

감기에 대해 당신이 모르는 것 (1부)



Sunday, October 23, 2016

감기에 대해 당신이 모르는 것 (1부)



자, 바야흐로 감기의 계절이 다시 도래했다.

감기에 대한 글은 논란이 있기 마련인데, 감기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많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가급적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자료를 중심으로 해서, 감기에 대한 당신이 모르는 것을  1부와 2부 두 차례 걸쳐 알아보도록 한다.



1. 감기는 우리나라에만 있다?


사실이다.
"감기(感氣)"란 용어는 한국에서만 쓰인다.

영어권에서 감기를 "Common cold" 혹은 "Cold"라고 부르며, 중국에서는 "感冒(감모)"로 통칭하고, 일본에서는 "카제(風邪)"라고 한다.

의학적으로 국제질병분류(ICD-10)는 "급성상기도 감염" 중 "급성 비인두염" (J00.0) 카테고리에 속하는 "질환"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사실 감기는 대중들에게는 하나의 질환(Disease entity)이라기보다는 더 광범위한 증상 군의 대명사로 쓰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외래를 방문하는 많은 환자에게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나요?"라고 물으면 "감기 때문에…."라고 답하는 경우가 무척 많은 것이다.

그러나, 감기는 증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질환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감기 때문에…."라고 답하면 의사는 곤혹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왜냐면 의사가 알고 싶은 것은 환자가 직접 내린 진단명이 아니라, 환자가 가진 증상이기 때문이다.


2. 감기는 치료제가 없다?


사실이다.

이 질문은 사실 치료제의 개념에 따라 오답일 수도 있다. 왜냐면, 치료를 Cure의 개념으로 가져가면, 치료제가 없는 것이 사실이고, Care의 개념으로 가져간다면 치료제가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기의 치료제 (cure)가 없는 이유는 감기의 원인이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감기의 원인 바이러스는 워낙 다양해서 200여 가지의 바이러스 아형(subtype)을 가지고 있는데, 이론적으로 감기를 치료(cure)하려면, 감기 걸린 환자의 원인 바이러스를 찾아내서 그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투여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런 치료를 하지 않는 이유는 200여 가지의 항체를 만들기도 어렵거니와, 감기는 대체로 자연 치유되기 때문에 굳이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감기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접종도 하지 않는다. 왜냐면, 백신으로 감기를 예방하려면, 모든 감기 바이러스와 그 변종에 대한 예방 접종을 모두 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기 바이러스를 죽이는 치료보다는, 그 증상에 대한 치료제(care)만 사용하게 된다. 즉, 고열이 생기면 해열제를, 코점막이 충혈되어 코가 막히면 충혈완화제를 쓰는 식이다. 이같이 증상에 대해 약을 투여하는 것을 대증요법이라고 부른다.

즉, 감기약은 감기 증상 완화제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감기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바이러스는 라이노바이러스(Rhinovirus)이며, Rhino- 는 코를 의미하는 라틴어이다.


감기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의 빈도



3. 그럼 독감 예방 접종은 무엇인가?


독감이란, 감기 바이러스 중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만 독감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독감 예방 접종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백신을 주사 맞는 것이다.

그런데, 독감은 감기일까, 아닐까?

만일 감기를 "바이러스에 의한 상기도 감염"이라고 하면, 독감 즉,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상기도 감염도 감기라고 할 수 있지만, 국제질병분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상기도 감염을 별도로 분류하기 때문에, 감기와는 다른 카테고리에 있다고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즉, 독감은 "독한 감기"가 아니라, 인플루엔자라는 특별한 원인 바이러스에 의한 상기도 감염이라고 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 B, C 세 가지 형태가 있는데, 이 중 사람에게 질병을 유발하는 것은 주로 인플루엔자 A형과 B형이다. 이 중 B형은 단일 형태의 바이러스만 존재하며 A형에 비해 약한 증상을 유발하지만, A형은 바이러스 표면에 H 항원과 N 항원이 있어서, 이 두 항원의 변형된 형태에 따라 서로 다른 다양한 변종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A형 바이러스의 H1N1 타입은 과거 스페인 독감으로 알려진 것인데, 2009년에는 신종 플루라는 이름으로 대유형을 한 바 있다. 또, H3N2는 홍콩 독감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예방접종을 하는 이유는 비교적 변형이 크지 않아 미리 백신을 만들 수 있고, 무엇보다도 노인, 어린이, 만성질환자, 장기 이식자 등 면역 억제제를 쓰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 인플루엔자에 걸릴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합병증이 생기면 매우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는 때로 매우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기도 하는데,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는 약 1억 명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며, 홍콩 독감과 같이 제한적으로 일어난 유행에서도 수백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독감 예방 접종이 과연 얼마만큼의 투자 대비 효과가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감기와는 달리 치료제도 있는데, 오셀타미비르 (상업명 타미플루)와 자나미비르 (상업명 릴렌자)와 같은 뉴라미니다제 저해제가 대표적인 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감기와 독감의 차이


4. 날이 추우면 감기에 잘 걸린다?


사실이다.

그러나 이 역시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우선 어떤 환경에서 바이러스가 잘 증식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감기 바이러스는 공중을 떠돌거나 접촉을 통해 코, 인두 등으로 이동하는데, 밀폐된 공간에 다수의 인원이 모여 있을 경우, 바이러스의 농도가 올라가 감염 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코나 인두 점막에 도달한 바이러스는 그곳에 있는 점막 세포를 공격해 세포 안에서 증식하게 된다. 이때 점막이 건조하면 더 쉽게 바이러스에 의해 공격받게 된다.

또, 최근 연구에 의하면, 온도가 낮을 때 증식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온도가 낮다는 의미는 영하의 날씨나 영하에 가까운 낮은 기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의 체온보다 약 3,4 도 낮은 상태를 말한다. 즉, 사람의 평소 체온은 36.5 도이고, 비강이나 인두 내 체온은 이보다 낮은 33~34 도라고 할 때, 이 보다 3~4 도 낮은 경우 바이러스가 더 잘 증식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어떤 바이러스든 스스로 증식하지 못한다. 반듯이 숙주 세포 속으로 들어가 그 세포의 장치를 이용해야만 증식할 수 있다. 이렇게 충분히 증식한 후에는 그 세포를 터트려 죽이고 다시 외부로 쏟아져 나온다.


즉, 겨울에 감기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공기가 건조하여 코나 인후 점막이 쉽게 마르고, 상대적으로 코나 인두를 통해 흡입하는 공기의 온도가 낮아져서 바이러스 증식이 유리해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여름에 에어컨을 켜고 잘 때 감기에 잘 걸리는 이유는 건조하고, 낮은 온도의 공기를 호흡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가습기 등을 이용해 습도를 높이고, 찬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마스크 등을 사용하면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더 낮아진다고 할 수 있다.

또, 코에는 많은 미세혈관이 마치 라디에이터처럼 코로 들어온 공기를 데우고 습도를 조절해 폐로 들어가게 하는 역할을 하는데, 비염으로 코가 막혀 있거나 코골이를 하여 입으로 숨을 쉬는 경우 목이 쉽게 건조해져 역시 바이러스 공격과 증식에 유리해지므로 감기에 잘 걸릴 수 있다.


5. 몸살이라고 다 감기는 아니다.


사실이다.

몸살의 사전적 의미는 "몸이 피로하여 나는 병"이지만, "온몸이 쑤시고 아픈 것"을 몸살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처럼 온몸이 쑤시고 아플 때는 대부분 열과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열이 나는 가장 흔한 이유는 감기라고 할 수 있지만, 모든 발열의 원인이 감기라고 할 수는 없다.

실제, 신우신염으로 고열이 나면서 감기에 걸렸다고 "주장"하며 병원에 오는 환자도 적지 않다.

감기에 걸렸을 때 열이 나는 것은 감기바이러스가 직접 고열을 일으키기 때문이 아니며, 감기에 대한 인체의 면역 반응때문인데,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언급하기로 한다.

한편, 입증된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온도가 낮을 경우 바이러스의 증식에 유리하기 때문에, 면역 체계가 체온을 올려 결과적으로는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통상 이틀이 지난 후부터 증상이 생기기 시작하며, 인체의 면역 반응으로 자연 치유되면서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증상이 사라지지만, 2주일까지 지속하기도 한다.

그래서 감기는 "약 먹으면 7일, 약 안 먹으면 1 주일 간다."는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한다.





6. 감기 바이러스 공격을 받으면 무슨 일이 생기나?


코 등의 점막 세포들이 감기 바이러스에 의해 공격을 받으면, 그 세포는 결국 죽겠지만, 다른 세포에게 바이러스에 의해 공격받고 있다는 신호를 전달하기 시작한다.

이 신호 전달은 인터페론(interferon)에 의해 이루어진다. 인터페론을 전달받은 다른 점막 세포들은 세포막을 강화하고 바이러스에 대한 보호막을 치며, 면역 반응을 시작한다.

면역(immunity)은 크게, 체액성 면역(humoral immunity)과 세포성 면역(cell-mediated immunity)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체액성 면역은 B 임파구에 의해 항체가 만들어지는 것을 말하며, 세포성 면역은 T 임파구 등 면역 세포들이 직접 항원(바이러스나 세균 등)을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는 감염 후 2주가 지나야 만들어지고 4주 정도에 최고조에 이르기 때문에, 이것으로 감기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는 없다. 물론 항체가 만들어지면, 그 원인 바이러스에 대한 재감염은 상당 기간 예방할 수는 있다.

그래서, 초기 면역 대응은 통칭 Killer cell로 불리는 여러 가지 면역 세포들이 작동하는 세포성 면역으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면역 반응의 결과 여러 가지 물질들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들이 bradykinin, prostaglandins, tachykinins, histamine, cytokines 등과 같은 물질들이다.





못에 찔리면 아픔을 느껴야 대처할 수 있듯이,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었을 때,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인체가 감지할 필요가 있다. 이 역시 통증이란 감각으로 알게 된다. 통증은 국소 부위의 통증과 전신의 통증으로 나뉠 수 있는데, bradykinin, prostaglandins, tachykinins, histamine, cytokines 등은 모두 각각 작용 부위와 기전에 따라 국소 통증과 전신 통증을 일으키는데 직간접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은 직접 통증을 유발하지는 못하지만, 통증을 증강하는 작용을 하며, 발열을 유도한다.

또 바이러스 감염 부위로 백혈구들을 빠르게 이동시키기 위해 혈관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혈관이 확장되면 더 많은 피가 흐르고 혈관 벽이 늘어나면서 혈관 벽을 이루는 세포와 세포 사이가 벌어져 백혈구 등 면역 세포의 이동이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Bradykinin과 Substance P로 대표되는 Tachykinin은 혈관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또 기관지 근육을 수축시켜 기침을 유발하는데, 기침은 바이러스를 체외로 뱉어내기 위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감기 때 기침이 발생하는 이유는 단지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며, 더욱 더 많은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감기 중 기침의 발생 기전


고혈압 치료제로 흔히 사용되는 ACE inhibitors의 주 작용은 강력하게 혈압 상승을 유도하는 Angitensin II의 생성을 억제하여 혈압을 떨구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bradykinin의 변형을 억제함으로써, bradykinin의 농도를 끌어올려 혈관을 확장시킴으로 혈압을 떨구기도 하는데, 일부 환자에서는 증가된 bradykinin에 의해 기관지가 수축되어 마른 기침이 생기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때는 ACE inhibitors의 투약을 중단하고, ARB 등의 고혈압 치료제로 바꾸어 주면 된다. 

ACE 억제제의 약리작용




또, 감염된 주위를 붓게하여 바이러스가 쉽게 확산되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 이 역할 역시 위에서 언급한 물질들이 유도하며, 특히 히스타민의 역할이 크다.


7. 프로스타글란딘


감기에 대해 논할 때, 프로스타글란딘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면 감기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주 증상 즉, 고열, 몸살이 모두 프로스타글란딘에 의해 생기기 때문이며, 감기 증상 완화제 역시 프로스타글란딘의 기능을 억제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프로스타글란딘은 1935년 스웨덴 학자에 의해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정액에서 분리되었기 때문에 전립선 분비물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립선을 의미하는 Prostate와 분비샘을 의미하는 gland를 따서,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그러나 사실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 이하, PG로 표현한다.)은 인체 조직 어디에서나 발견이 된다.

아래의 여러 용어 중 -ase 로 끝나는 물질들은 모두 효소(enzyme)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효소는 단백질로 구성되며, DNA 속의 유전 정보에 따라 각 세포들이 만들어 낸다. 그 세포가 어떤 효소를 생산하느냐에 따라 세포의 기능이 크게 달라지며, 인체에 미치는 영향 역시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효소는 그 자체는 변화하지 않지만, 체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일종의 촉매 단백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즉, 인체는 효소 생산을 통해 각 가지 인체 생리 기전을 통제하고 조절한다고 볼 수 있다.

PG는 Arachidonic acid 로부터 만들어진다. (아래 그림 참조)

Arachidonic acid는 세포막에 있는 인지질(Phospholipid) 속에 있는 오메가-6 불포화 지방산이며, 뇌, 근육, 간 등에 풍부하게 존재한다. 인체내에 존재하는 Arachidonic acid는 대부분 고기, 계란, 우유처럼 동물에서 유래된 음식을 섭취하거나 필수 지방산인 linoleic acid로부터 합성된다. 

어떤 자극이 가해지면, Phospholipase A2(PLA2)에 의하여 인지질에서 Archidonic acid가  분리된 후, Archidonic acid는 다시 Cyclooxyenase 1 과 2 (COX-1, COX-2)에 의해 PG-G2 와 PG-H2로 변환된다.

PG는 혈관 근육을 수축하거나 이완시키며, 혈소판 응집을 유도하거나 억제하기도 하고, 통증을 강화하고, 안압을 감소시키며, 분만을 유도하고, 칼슘과 홀몬을 조절하는 등의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세포 성장에도 관여한다.

이 같은 일상적 기능은 COX-1에 의해 만들어지는PG에 의해 이루어 지며, 바이러스나 세균의 감염 등에 의해 활성화되어 염증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는 COX-2 이다.




여러 종류의 PG 중 특히 체온 조절에 관여하는 건 PGE2 이다.

체온은 시상하부(hypothalamus)에서 조절하는데, 마치 온도 조절기(thermostat)처럼 작동한다고 할 수 있다.  

즉, 평소에는 약 36.5'C에 체온이 설정되어 있어서, 시상하부로 들어오는 혈액의 온도가 이보다 낮으면 체온을 생성하고 유지하여 체온을 올리고, 혈액의 온도가 이보다 높으면 혈관을 확장시켜 발열하고, 땀을 흘려 몸을 식혀 설정된 체온값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시상하부는 시상(thalamus)와 뇌하수체(pituitary gland)사이에 있으며, 신경계와 내분비계를 연결하는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시상하부는 체온, 허기, 갈증, 피로, 수면 등을 조절하는 부위로 알려져 있다.



PGE2는 시상하부의 체온 조절기 설정값을 정상에서 높게 설정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36.5'C에서 39'C로) 이렇게 되면 실제 체온(즉, 뇌로 들어오는 혈액의 온도)이 설정값보다 낮으므로 춥다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몸을 떨며(Shivering), 팔다리로 가는 혈액량을 줄여 더 많은 체온을 생성하고 보존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렇게 해서 체온이 올라간 후에 어떤 이유로 체온 조절기 설정값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그때는 덥다고 느끼고, 체온을 떨구기 위해 땀을 흘리고 혈관이 확장되어 홍조를 띠게 된다.

체온이 높으면서 춥다고 떠는 이유도, 시상하부에 의해 체온 설정값이 정상보다 높은 체온보다 더 높게 설정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 감기에 대해 당신이 모르는 것 (1부) 끝 -

 

 2016-10-23

다음 "감기에 대해 당신이 모르는 것 (2부)"에서는 감기약의 종류와 작용 기전, 여러 가지 다양한 감기 치료법과 함께, 보건 경제학적 관점에서 본 감기에 대해 서술하기로 한다. 


감기에 대해 당신이 모르는 것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