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uly 31, 2018

BMW 520d 화재 사건으로 본 배출가스 절감 방법들















유럽 연합이 지난 2014년 9월 유럽배출가스 기준(European emission standards)을 강화하면서, 디젤 엔진의 경우 NOx(질소 산화물)은 0.180 에서 0.08 g/km 로 대폭 강화시켜버림.







즉, 2009년 제정된 EURO 5 기준에 맞게 디젤 자동차를 생산하던 기업들은 강화된 EURO 6 기준에 맞춰 차를 생산해야 할 필요가 생김.


당시 유럽의 자동차 메이커들의 분위기는 수소, 전기 차와 같이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기보다는 디젤 엔진의 개량으로 연비를 향상시켜 디젤을 차세대 에너지로 쓴다는 전략이었음.

그런데 새로이 바뀐 배출가스 기준에 따라 질소산화물(NOx)을 대량 감축시켜야 할 처지에 처함.

공기 중의 80%에 해당하는 질소는 매우 안정적인 가스지만, 고압, 고온의 환경에서는 산소와 결합하여 일산화 질소(NO), 이산화질소 (NO2) 등 질소화합물을 생성하게 됨.

디젤 엔진의 경우, 플러그 없이 공기를 압축 착화시키기 때문에 고압을 포기할 수 없으며, 공기를 자연 흡기하는 것이 아니라 압축하므로 엔진으로 유입되는 산소의 농도가 커서 NOx 의 발생이 커짐.

결국, 디젤 엔진의 유로6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후처리 방법이 필요한데, 현재 사용되는 후처리 방법에는 EGR, SCR, DPF 등이 있음.

이 중 EGR(Exhaust Gas Recirculation) 과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은 NOx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며, DPF(Diesel Particulate Filter)는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것임.

EGR은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 가스를 한번 냉각시킨 후 흡입 공기와 섞어 엔진으로 보내는 것임. (고온을 줄이고, 산소 농도를 줄이기 위한 방법)









이렇게하면, 엔진으로 들어오는 공기 중 디젤과 반응할 산소의 양이 줄어들게 되고 덩달아 NOx의 양도 줄어듬.

그러나, 디젤이 반응할 산소의 양이 줄어들어 엔진 출력의 감소는 불가피할 뿐 아니라, 연소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아 탄소 알갱이 즉 매연은 증가하고 미세먼지 역시 증가함.

이처럼 디젤엔진은 NOx를 줄이면 미세먼지가 증가하고, 완전 연소로 미세먼지를 줄이면 NOx가 늘어나는 단점이 있음.

그래서, EGR을 쓰는 경우에는 DPF(Diesel Particulate Filter)를 써야 함. DPF는 엔진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를 포집한 후 태워버리는 장치임.












그러나 DPF는 늘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필터에 어느 정도 먼지가 찼을 때 이루어지며, 먼지가 탈 때 고온이 발생하므로 자동차 냉각팬이 최대한 돌게 됨. 이때, 시동을 꺼서 냉각팬을 정지시키면 안됨.

EGR + DPF의 또 다른 문제는 불완전 연소되어 탄소 알갱이가 잔득 있는 배기 가스가 다시 엔진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이 때 탄소 찌꺼기가 EGR 밸브 등에 늘러붙어 좁아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











일각에서는 현재 연이어 발생하는 BMW 520D 의 경우 EGR 밸브 등에 늘러붙은 탄소 지꺼기에 고온의 배기 가스가 들어오면서 착화되어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음.

SCR의 경우, EGR과 달리 고압의 공기 (즉, 고농도의 산소)를 공급하고 엔진의 폭발 온도로 의도적으로 높혀 미세 먼지를 줄이고, 대신 대량 생산되는 NOx는 요소수(Diesel exhaust fluid (DEF))를 배기 가스에 뿌려 환원시켜 질소와 수증기로 만들어 버리는 것을 말함.

이 경우 주기적으로 요소수를 주입해 줘야 함.







2018년 7월 31일







Friday, July 27, 2018

한국 의사들의 죽기 아니면 살기















우리나라 의사 수련제도의 문제는 매우 복합적인 요소에 기인한다.

그 중 핵심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전문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현재 의대 졸업생의 90% 이상이 레지던트 수련을 받는다.

페친 엄윤원장이 피 토하는 심정으로 지적했듯 이들은 대학에서나 시행할 술기를 배우고 나와 정작 개원해 그 고급 능력을 썩힐 수 밖에 없다.

너도 나도 수련을 받게 된 이유는 명확하다. 대학이나 대형 병원은 저렴한 가격에 싸게 부려먹기 위해 최대한 많은 수련의를 뽑기 때문이다.

각 병원은 해마다 전공의 TO를 확보하기 위해 피 튀는 혈전을 벌인다. 오히려 복지부는 TO를 줄이려고 애쓰지만, 병원은 한 명이라도 더 뽑으려고 온갖 로비와 술수를 써 결국 도루묵이 된다.

그러니 일차적으로는 병원에 문제가 있고, 이차적으로 싼 노동력으로 병원을 돌리지 않으면 안되는 수가 구조에 책임이 있다.

또, 허드렛 일을 도맡을 전공의를 두려는 대학 교수나 과장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이들은 수련은 하는 둥 마는 둥하며 자기 새끼의 앞날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러니 전문의는 양산되고 이들 중 극소수만 대학에 남고 결국 대부분은 페이 닥터로 밀려가거나 개업을 택한다.

문제는 이들은 개원 즉, 일차의료에 적합한 수련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두번째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 수련 제도에는 일차의료를 전담할 의사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없다. 가정의학과가 있으나 이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배경에는 일차의료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역할 분담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즉, 의료전달체계의 부재가 낳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개원가 의사의 80% 이상이 전문의이다. 과거에는 전문과목을 표방하고 개설하는 것이 당연시 되었지만, 지금은 전문과목이 개원을 방해한다며 감추려고 애쓴다.

왜냐면 외과도 내과를 봐야 하고, 피부과 비뇨기과도 봐야할 판이기 때문이다.











뭐가 잘못되도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이 악순환의 구조를 끊어내려면, 우선 전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전달체계 구축의 가장 큰 저해 요소가 둘이 있는데 하나는 병원계이고 다른 하나는 개업 전문의들이다.

전달체계를 만들려면, 싫으나 좋으나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할 일차의료의가 있어야 한다. 그건 가정의학과도 좋고, 포괄적 진료를 할수 있는 내과, 외과의라도 좋다.

그런데 막상 포지션이 애매한 건, 병동을 가진 의원이나 게이트 키퍼로 포괄적 진료를 하기 쉽지 않은 전문과목 의원들이다. 사실 외국의 경우 이들은 대학과 마찬가지로 2차 진료를 담당하는데, 과연 개원의가 대학과 경쟁하며 2차 진료 전담의로써 경쟁할 수 있겠느냐 하는 우려가 있다.

(캐나다 등 외국의 경우, 패밀리 닥터는 전문의 진료가 필요한 경우 꼭 대학으로 보내지 않는다. 개원한 전문의에게 흔히 보낸다.)

병원계는 병원계대로 의료전달체계가 구축되면 환자가 줄어들고, 일차의료전담의 양성이 늘어나면 전공의 TO도 줄 수 밖에 없으므로 반대한다.

그러나 이 틀을 깨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하나 뿐이다.

대기업처럼,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국민 성향에 따라 의료 공급을 모두 대형병원 형태로 개편하는 것이다.

시군구는 물론 읍, 면 단위까지 500 병상 이상 규모의 병원으로 채우고, 지금의 일차의료 즉, 개원가를 말려 죽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인구가 밀집되어 있으므로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렇게 대형병원으로 재편하면 정부의 통제도 용이해지며, 총액예산제나 총액계약제로 전환하기도 쉬어진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병원에 고용된 형태이므로 입맛대로 통제할 수 있다. 급여 삭감은 물론이다.

이 방법은 전혀 불가능한 방법이 아닐 뿐더러, 실제 현 건보공단 이사장이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것이기도 하다.

자, 어떻게 할까.

이대로 갈까? 아니면, 전달체계를 구축하고 게이트 키퍼와 2차 진료를 담당하는 컨설팅 닥터의 이상적인 구조로 나아갈까?






2018년 7월 27일








자살 성공은 실수 때문이다













처음 아파트 낙상 환자를 본건 94년 공보의 때였다.

응급실 호출을 받아 내려가니 마르고 왜소한 초등학생이 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고, 기침을 하며 각혈하고 있었다.


당시 4학년이었던 이 학생은 엄마에게 야단을 맞다가 그대로 거실을 가로질러 달려가 아파트 베란다 난간을 뛰어넘어 추락했다.

10층 높이였는데 다행히 화단으로 떨어졌다.

학생은 왼발이 먼저 땅에 닿았고, 발, 발목, 아래 다리, 대퇴골이 모두 부서졌다. 일부는 뼈가 피부를 뚫고 나와 있었다. 얼굴 부위에도 찰과상이 있었다.

응급실에서 호출한 이유는 각혈과 심한 호흡 곤란 때문이었다. 엑스레이를 찍어 보니 좌측 기흉과 혈흉이 보였다.

급한대로 가슴에 흉관을 삽관하였는데, 엄청난 양의 공기가 피와 함께 계속 밀려나왔다.

흉관을 통해 나오는 공기의 양만 봐도 폐가 어느 정도 찢어졌는지, 수술이 필요한지 아니면 아물기를 기다리며 지켜볼 것인지 가늠이 되는데, 이건 단순히 지켜 볼 수준이 아니었다.

아주 가볍게 숨을 쉬어도 흉관에 연결된 통으로 펌프질하듯 공기가 쏟아져 나왔다. 즉시 수술 결정을 하고 수술방으로 데리고 갔다.

가슴을 열어보니 폐는 멍이 들어 있을 뿐 멀쩡한데, 좌측 하엽 폐의 기관지가 절단되어 있었다. 혈관 손상도 있었지만 그리 심각한 건 아니었다.

추락 사고에 기관지 손상이라...
떨어지는 충격에 의해 폐가 위 아래로 흔들리며 기관지가 찢어진 것이다.

외상에 의한 기관지 절단의 경우 폐엽 절제술을 하는 것이 당시에는 교과서적 치료였다. 특히 이 환자는 수직 절단이 아니라 나사 모양을 돌아가며 절단된 상태였는데, 기관지 절단시 폐엽을 떼라는 이유는 봉합해 이어줄 경우 기관지가 아물면서 좁아질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기관지 협착에 의해 무기폐, 폐렴, 폐농양 등의 순서로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작 3~40 kg 내외의 소아이니 성인에 비해 월등히 좁은 기관지이다.

잠시 갈등했다.

폐엽 절제를 한다고 살아가는데 큰 장애는 없지만, 이제 고작 10년 남짓 산 아이의 폐를 떼낸다는 게 망설여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봉합한 후 합병증이 생기면 재수술을 고려할 마음을 먹고 한땀 한땀 정성들여 봉합했다.

다행히 아이는 빠르게 회복했고, 정형외과로 전과되어 여러 차례 다리 수술을 받았다.

반 년쯤 지난 후 우연히 병원 복도에서 엄마와 같이 병원을 찾은 아이를 봤는데, 그 사이에 몰라보게 살이 붙어 있었다. 키도 부쩍 컸다. 성격도 꽤활해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목발을 짚고 있었고, 다리를 절고 있었다. 아마도 장애가 남지 않았을까 싶었다.

순간의 실수로 평생 상처를 가지고 살게 된 것이다.

어쩌다보니, 자살에 실패한 사람을 꽤나 많이 보았다. 물론 자살에 성공해 주검으로 온 경우도 많이 봤다.

이 아이 이후에도 아파트에서 떨어진 환자를 보았고, 그들 중 일부는 살았고, 나머지는 사망했다.

수술 후 이 아이에게 ‘너 왜 그랬니?’라고 물었을 때, 아이는 ‘엄마 야단을 듣다가 자기도 모르게 그랬다’며 후회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추락 후 살아남은 다른 환자도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 20대 여성 환자는 심한 내상을 받았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돌아왔는데 응급실에 도착해 ‘제발 살려달라’고 힘겨운 목소리를 냈다.

나는 자살을 시도하여 죽는 사람은 대부분 실수에 의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자살을 목적으로 무엇을 먹거나 마시거나, 손목을 팔로 긋거나, 목을 매거나, 아파트 등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린 사람들을 숱하게 보았지만, 실제 성공하는 경우는 실패하는 경우보다 월등히 적고,

대부분은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고, 그 괴로움을 극복하지 못하거나, 죽을 만큼 괴롭다는 걸 알리기 위해 자살을 시도할 뿐, 정말 죽고 싶어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은 많다고 보지 않는다.
(조현병과 같은 psychosis(정신병)은 예외이다. 이들은 죽음을 주저하지 않는다. 손목을 그어도 단칼에 과감하게 긋는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자살 시도 끝에 죽은 사람은 괴로움을 알리려고 했을 뿐, 진짜 죽으려고 한 건 아닌데, 먹거나 마신게 우연히 그라목손 같은 치명적인 농약이거나, 손목을 주저주저하며 수십번이나 긋다가 우연히 동맥이 끊어졌거나, 홧김에 뛰어내렸는데 너무 높은 곳이었기 때문일 뿐이었고, 그건 어찌보면 실수지 정작 목숨을 끊어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걸 어찌 아냐고?

괴로움을 알리려고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해 병원 응급실로 온 자살 기도자들은 “알림”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살려달라거나, 아프지 않게 해달라거나 심지어는 흉터나지 않게 해달고 애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은 또 같은 상황이 벌어져 또 괴롭다고 생각하면 또 다시 같은 방법 즉, 자살 기도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전에는 운이 좋아 자살에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성공할 수도 있다.

이것이 자살 기도를 응급 상황으로 보고, 입원시켜 관찰하고 정신과 의사의 진찰과 상담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게 자살율 세계 1 위 국가의 실상이다.




2018년 7월 27일









절대 권력의 미국 대통령 vs 권력 남용 경계선 위의 한국 대통령














누구도 미국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은 가장 이상적인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이 존재하는 국가라고 믿는 경우가 흔하다. 이 믿음은 사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독재란 일인이나 특정 집단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헌법이나 다른 법을 넘나드는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말한다.

이 기준의 잣대로 볼 때, 현 대통령을 포함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과연 누가 진정한 독재자였는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민선에 의해 선출되기 시작하면서 각 대통령 후보는 공약을 내걸기 시작했다.

공약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집중해 집행하겠다는 국민적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꾸려지는 인수위는 각 중앙부처 공무원들을 불러모아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 집행될 수 있도록 다듬어 이를 국정과제로 삼는다.

이렇게 결정된 국정과제는 그 어떤 추진 업무보다 우선적으로 시행하려고 한다. 사실 그래야 맞다. 왜냐면 국민들은 공약을 보고 그 후보를 뽑았다고 봐야 하며, 이는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정책이라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선, 후보들이 내는 대통령 공약의 많은 부분은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것들이 많다.

재정추계없이 내놓는 공약이 태반이고, 재정추계를 하더라도 비현실적이고, 이제까지 각 중앙부처가 추진했던 방향과 전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한데, 직진하던 국가 정책이 급 우향우를 하거나 급 좌회전을 하면 국민들은 멀미가 날 수 밖에 없다.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유권자들이 공약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고, 오로지 정치적 성향, 연고, 지역만 보고 뽑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바꿔 말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는 하지만, 정책은 지지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한 마디로 공약이 뭔지, 무슨 의미를 갖는지, 국정과제와 어떤 연결 고리를 갖는지를 이해하는 유권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민주화를 외칠 줄만 알았지, 사실상 이 나라 국민의 정치적 민도는 형편없이 낮다는 이야기이다.

또 다른 실제적 문제는 대부분의 공약이 실현되려면 이의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이나 법령 체계에서 공약 즉, 국정과제를 수행할 근거법이 없다면 강행할 수 없다.

만일 근거법 없이 강행하면, 대통령은 법을 넘나드는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며, 이게 바로 독재이다.

즉, 대통령이 아무리 좋은 공약을 가지고 있다해도, 국회가 법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국정과제는 좌초하게 된다.

물론 대통령령이 있지만, 이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정력을 발휘하기 위한 시행령일 뿐, 법이 없으면 대통령령을 만들 수도 없고, 법이 있다해도, 그 테두리를 벗어난 대통령령은 만들 수 없다.

또, 정부도 입법 발의를 할 수 있지만, 발의를 할 수 있을 뿐 법을 의결하는 것은 여전히 국회이다.

게다가 현 국회법은 새로운 법을 만들기 매우 까다롭게 개정되어버려, 예민한 민생 법안이 아니라면 여야 합의로 법을 만드는 것도 어렵다.

그러니, 우리나라 대통령은 명색이 대통령일 뿐 자기 소신에 따른 정책을 펼 한 발자국도 내딛기 어려운 처지임에 분명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정치 제도를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하는 건 사실 우습다.

우리와 유사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은 어떨까?

미국 대통령도 공약을 지키려면 의회가 법을 만들어줘야 할까?

그 답을 알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1833년 영국이 전격적으로 노예제를 폐지하자, 미국 내에서도 노예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노예들의 노동력에 의존한 면화 농업을 기반으로 한 남부에서는 노예제도 폐지를 반대하며 남북 갈등이 생겼다.

이 갈등으로 결국 1861년 남북전쟁이 발발했으며, 전쟁 와중인 1863년 1월 1일, 링컨 대통령을 행정 명령을 공포한다. 바로 노예 해방령이었다.

이로써, 미국 내 거주하던 모든 노예들은 합법적으로 노예의 신분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남부에 있던 많은 흑인들은 탈출해 북으로 넘어와 북군 병사가 되어 노예주와 싸웠다.

결국 북군이 승리하자 1865년 의회는 수정헌법 제 13조를 통과시켜 헌법에 노예제 폐지를 명문화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미국의 노예해방은 링컨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노예제나 인종차별을 금하는 미국 대통령들의 행정명령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미군 내 흑백인종차별 금지(해리 트루먼), 흑백인종 통합 학교 운영(아이젠하워), 거주와 취업에서 인종차별 금지(케네디) 등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명령은 모두 대통령의 행정명령(Executive order)에 의한 것이며, 미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즉, 미국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스스로 법을 만들고 의회의 간섭없이 즉각 시행할 수 있다.

누가 미국 대통령에게 이런 권한을 주었을까?

사실 미국 헌법이나 다른 어떤 법률에도 대통령이 행정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한 법이 없다.

다만, 미 헌법 제 2조 1항에 ‘행정권은 미국 대통령에 귀속된다. (The executive Power shall be vested in a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는 규정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대 대통령인 워싱턴 대통령부터 행정 명령을 내리기 시작해 오늘에 이른다. 미국 대통령들이 내린 행정명령은 무려 1만 3천 건이 넘는다. 워싱턴 대통령이 내린 행정명령은 8건에 그치지만, 루즈벨트 대통령은 무려 3천7백 건의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민주당 대통령들의 행정명령도 많아 클린턴은 364건, 오바마 대통령 역시 2백건이 훌쩍 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물론, 의회는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맘에 들지 않으면 제동을 걸 수 있다. 즉, 기존의 법을 개정하거나 행정명령과 반대되는 법을 만들어 방패로 삼거나,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대한 구체적 시행 방안을 제시하거나, 위헌 혹은 권력 남용의 이유로 법원에 소송을 걸거나, 행정 명령을 집행하기 위한 예산을 축소해 행정명령을 무력화할 수 있다.

그러나 여야가 똘똘뭉쳐 반대 법안을 만들거나 예산을 축소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고, 의회가 제시한 시행 방안은 대통령에게 거부할 권리가 있으며, 행정명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때 대법원이 의회나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 준 사례는 거의 없다.

따라서,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사실상 무소 불위의 절대 권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이 정도 권력을 휘둘러야 ‘독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언급했듯이 누구도 미국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하지 않는 건, 그 같은 권력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통령을 견제할 자유 언론, 유권자, 대법원이 있으며, 기본적으로 미국 대통령이 국가와 국민을 배신하고 권력을 남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또, 대통령에게 행정명령이라는 권력을 줌으로써 생길 수 있는 위험성보다 대통령에게 권력을 줌으로써 얻는 국가의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문서화한 행정명령을 통해 대통령의 명령(지시)를 구체화하고 명문화할 수 있다는 잇점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업무 수행 중인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역대 대통령이 빠짐없이 구속되거나 구설수에 오르는 건 바로 대통령의 지시가 통치 행위이냐, 아니면 권력남용이냐의 경계가 모호하여 퇴임 후 반대 정권과 민심과 언론의 잣대로 재단되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들이 이런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떳떳하게 행정명령을 통해 명령하고 이를 문서로 남겼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거죽만 제왕적 대통령제인 나라, 사실은 아무 것도 제 맘대로 못하는 나라, 그래서 정당한 통치 행위와 권력 남용의 경계선을 오가는 대통령을 갖는 나라, 의회 권력이 극대화된 나라, 결국 정치 놀음에 빠져 민생은 뒷전인 나라.

이런 나라가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아닐까 의문이다.

PS : 물론 그렇다고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당장 미국의 행정명령과 같은 권력을 주자는 건 아니다. 왜냐면, 현 대통령은 행정명령 따위가 없어도 이미 권력 행사를 잘 하고 계시고, 당장 그 같은 권력을 주어서 생길 국가적 이득보다 위험성이...... 아, 아니다.



2018년 7월 28일






Thursday, July 26, 2018

아래한글의 추억, 사라져야 할때 사라져야 하는 건 정치인 뿐이 아니다.










사실 나는 아래한글 매니아였다. (지금은 아래한글로 통칭되지만, 한컴은 아래아 한글로 불러달라고 했음)

아래한글 테스트 버전을 88년(? 89년?)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아래한글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애플 8비트 사용자부터 보석글 사용자까지 당시 컴퓨터 좀 한다는 이들은 WYSIWYG (What you see is what you get)이 지원되는 워드프로세스를 쓰는 게 꿈이었다.


아래한글은 소프트웨어로 구현되는 한글 폰트와 풀 다운 메뉴, WYSIWYG이 구현되는 토종 프로그램이었으니 충격적일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이 MS-DOS 환경에서 360 KB 디스켓 한장 분량으로 이루어졌고(테스트 버전은 그랬다), 심지어 당시 내가 가지고 있었던 (흔하지 않은) 대우 138 컬럼 도트 프린터도 지원해주었다.

또, 당시 외국 워드프로세서가 구현하지 못하는 독특한 기능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200 자 원고지 형식의 입력-출력도 지원했다. 당시만해도 논문은 모두 원고지로 제출해야 했는데, 아래한글로 문서를 작성한 후 원고지 방식으로 출력할 수 있어 얼마나 편했는지 모르겠다.

첫 논문을 89년에 썼으니 아마 어쩌면 200자 원고지에 프린터로 출력해 논문을 제출한 최초의 의사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이 프로그램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윈도우즈가 널리 보급되고 차츰 MS-Office 보급이 늘어나면서, 오피스의 MS Word는 사실상 문서 표준이 되었고, 아래한글은 자연스레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아래한글이 살아남는 이유는 그 프로그램이 워드 프로세서로서 탁월한 성능이 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사실 행정 표준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행정표준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퇴출되었거나 일부 매니아 층이나 쓰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오히려, 문서 작성, 책이나 논문 저술용 프로그램의 개발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철수가 만든 백신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이다.

의사 안철수가 처음 알려진 건, 80년대 기계어에 능한 몇 안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기계어는 2진법을 쓰기 때문에, 매우 난해하지만, 컴퓨터가 바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파일 사이즈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하드 디스크가 보급되지 않고 360 KB 플로피 디스크를 써야 하던 시기에는 매우 효율적 언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의대에 다니면서 기계어에 심취되어 관련 글을 당시 유행했던 마이크로소프트 지에 수 차례 기고한 바 있고, 기계어를 다를 수 있었기에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다.

초창기 컴퓨터 사용자들을 당황하게 만든 바이러스는 88년에 국내에 출현한 (c) brain 바이러스인데, 크게 치명적인 건 아니었지만, 거의 모든 사용자들이 처음 접하는 컴퓨터 바이러스였으므로 파장이 컸다.

이를 치료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안철수 선생이 만든 vaccine이고, 90년대 이후 디스크의 FAT(File allocation table)를 파괴하여 치명적이었던 LBC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드디어 컴퓨터 바이러스의 심각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를 치료하기 만든 것이 V2였고, 이때부터 안철수라는 이름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철수 선생이 군의관을 마치고 난 후 남부터미널 부근에 만든 것이 안철수바이러스연구소 (현재의 안랩)인데, 초기에 자금을 한컴에서 일부 부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안철수의 역할도 사실 초창기 V3까지가 아니었나 싶다. 이후 V3의 성능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

안랩의 제품도 거의 국가 표준이 되다시피하고, 거의 모든 대기업이 의무적으로 안랩 제품을 깔아주다시피했기에 안랩이 지금도 건재하다고 할 수 있다.

이찬진이나 안철수가 국내 PC 시장과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공헌한 바 있으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의 제품들이 전혀 공정해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시장을 독점함으로써 미친 악영향 또한 작지 않아 보인다.

뭐, 물론 그건 이들 뿐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윈도우즈 역시 마찬가지긴 하다. 윈도우즈가 OS로써 탁월하기 때문에 사용한다기보다는 배제하기엔 지나치게 일반화되었고, 탁히 대안이 없기 때문에 사용한다고 보는게 맞지 않을까.

참고로 나는 2011년부터 맥을 쓴다. 개인적으론 너무 늦지도, 너무 빠르지도 않게 적절한 시점에 갈아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왜 빨리 맥으로 옮겨가지 않았을까 후회하기보다는 macOS를 쓰니 세상 편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당연히 안랩 제품과는 일찌감치 결별했는데, 다만, 어쩔수 없이 아래한글은 쓰고 있다.

여전히 정부에서 나오는 각종 문서는 hwp로 작성되어 있어 이를 보기 위한 뷰어를 설치해 두고 있다.

이게 아주 지랄맞다.

또, 은행 관공서 등의 사이트를 이용할 때 어쩔 수 없이 각종 보안, 인증 프로그램을 설치할 때마다 욕이 튀어 나온다. 이때 가끔씩 유령처럼 슬며시 나타나는 안랩 제품을 보고 쓴 웃음을 짓곤 한다.

사라져야할 때 사라져야 하는 건 꼭 정치인만은 아니다.




2018년 7월 26일


<관련 자료>

Cascading failure에 의한 대정전








지난 24일 전력 예비율이 7% 대로 떨어진 바 있다.

전력 예비율이 감소한 건 폭염으로 인해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난데 반해, 공급 능력은 과거에 비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적인 전력 공급 전략은 생산 가격이 저렴하고 고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원전으로 기초 발전으로 하고, 가격은 비싸나 유연하게 가동할 수 있는 LNG 발전소를 이용해 전기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이 약 39%, 석탄이 약 41%의 전력 생산 비중을 차지하며, LNG는 현재 약 13% 비중을 가지고 있다. 나머지 7%는 유류 발전, 수력발전 및 대체 에너지 생산이 차지한다.











석탄의 전력 생산 단가는 LNG에 비해 가격은 저렴하나 이산화탄소 배출 등의 문제가 있다. 2017년 12월 기준 전력 생산 단가는 kwh 당 원자력 81 원, 유연탄 78원, 무연탄 104원, LNG 120 원 등이다.

만일 정부의 원전 폐쇄 정책 등으로 전략 생산량이 더 줄어들고, 전력 수요가 급증하여 생산량이 수요량을 따라가지 못할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국내의 경우, 매 15분 단위로 전력 수요량을 예측해 미리 설정한 목표전력의 초과가 예상되면 경보신호를 발생시킴과 동시에 프로그램된 순서에 따라 일시적으로 차단 가능한 부하를 차단시키고, 부하가 감소하면 다시 순서에 따라 전력을 공급해 발전소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게 하고 있다.

이 기능을 하는 최대수요전력감시제어 장치를 흔히 디맨드 컨트롤러(Demand Controller)라고 하는데, 컴퓨터 프로그램과 하드웨어로 구성되어 있다.

즉, 전력 소비가 급증하면, 한전은 의도적으로 전기 공급을 중단해 발전소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디맨트 컨트롤러가 오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03년 미 대륙의 동부에서 발생한 대 정전 사태는 디맨드 컨트롤러 소프트웨어의 버그로 인해 과부하 차단을 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 정전으로 뉴욕시 전역은 물론 대부분의 뉴욕주, 디트로이트, 클리브랜드, 오하이오, 캐나다 오타와, 온타리오 등 모두 5천5백만명이 길게는 1 주일 가까이 정전 사태를 맞아야 했다. 당연히 모든 가정은 물론, 기업, 공장, 도로, 공항 등의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고, 이로 인한 사망 사건도 급증했다.

이렇게 단 한군데의 발전소 소프트웨어 버그로 동부 전역이 대정전된 이유는 각 발전소와 전력망은 Power grid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8월 무더위에 전력 수요가 급증했을 때, 한 발전소가 과부하로 다운되자, 주변 발전소에 갑작스럽게 부하가 걸리면서 cascading failure 즉, 순차적 다운이 발생한 것이다.

이같은 방식의 대정전이 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건 이 때가 처음이 아니다. 65년에도 캐나다 온타리오의 한 발전소가 과부하로 정지하면서 동부 지역 3천만명이 정전 사태를 맞아야 했고, 77년에는 발전소가 전기를 맞으면서 뉴욕 일대에 대정전이, 98년에는 폭설로 송전탑이 무너지면서 3백만명 이상이 정전과 추위로 떨어야 했다.

유난히 동부에서 이런 사고가 빈번한 건, 동부에 많은 인구가 밀집되어 있고, 낡고 오래된 발전소와 전력망이 몰려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전력 예비율이 낮다는 건, 이 같은 사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역시 전력 그리드를 통해 전력을 공급하기 때문에, 만일 우연한 사고로 한 발전소에 과부하가 걸릴 경우, cascading failure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다만, 전력 예비율이 높아 공급 전력량이 충분할 경우에는 한 발전소가 다운되도 다른 발전소에 부하가 몰릴 가능성이 크지 않으므로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며 대정전이 생길 가능성은 적어진다.

또, 우리나라 전력의 품질이 우수하고 잘 통제되고 있으므로 미 동부 지역 대정전 같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극히 낮다는 건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2018년 7월 26일







Wednesday, July 25, 2018

흉흉한 군심, 분노하는 장교들







헌정 사상 최초로 직무 중인 대통령이 탄핵에 의해 자리를 물러날 수 있는 위중한 상황이 벌어졌고, 남북 대치 상황에서 국가 안보를 위협할만한 사태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미리 대비하고 계획을 짜 두는 건, 당연한 국가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이제까지 보도에 의하면,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은 "위중한 상황을 고려해 위수령과 계엄을 검토할 것"을 기무사 사령관에게 지시했고, 지시를 받은 기무사 사령관은 참모장 등 실무자들을 불러 이 같은 지시를 전달했다.


지시를 받은 실무자들은 두 가지 문건을 작성했는데, 하나는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라는 8 쪽 짜리 문건이며, 다른 하나는 "대비 계획 세부자료"라는 67쪽 짜리 문건이다. 이 문건은 검토 후 봉함되었다.

대비 계획 세부자료는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에 대한 배경 설명 즉, 과거 사례, 관련 법령, 구체적 절차와 수행 방법, 과거 사례의 예시 및 만일 실제 위수령 등을 발동할 경우를 가상한 각종 문건 등이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2 가지 점에서 큰 실수가 있었다.

첫째는 과거 군사 쿠테타로 정권이 두번이나 바뀐 역사가 있는 이 나라에서 위수령 혹은 계엄령이라는 예민한 사항을 검토하면서, 검토의 타당성과 그 배경 및 이유를 명확하게 남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늘의 이 사태는 결국, 이 문제 때문에 야기되었다고 할 수 있다.

둘째는 실무자들의 실수이다.

만일 이들이 첫번째 문건 즉,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만 작성했더라도, 마치 전 정권이 친위 쿠테타를 일으키려고 했다는 의혹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지나친 열정과 과욕으로 불필요하게도 마치 계엄을 준비하는 것 같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구체적 절차와 각각의 절차에 사용될 문건까지 지나치게 세밀하게 작성하는 우를 범했다. 물론, 이들은 위수령이나 계엄령이 발동되기 위한 조건도 명시해 두었으므로 이 문건으로 오해를 받을 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 당연히 이들은 이 문건이 가상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검토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문건을 작성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의도와 무관하게 이를 악용하려고 하는 자들은 얼마든지 자기 입맛에 맡게 상황을 조작하기에 충분한 여지를 남기는 우를 범한 것이다.

결국 정권이 바뀌고 난 후 이 문건은 뒤늦게 문제의 소지가 되어 버렸다.

여기서 유념할 것은 한민구 국방장관은 이 문건 작성의 이유가 '국회의 요청'이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문건 작성은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요구가 아니라 국회의 요구에 의한 것이다. 이 문건을 세상에 공개한 이 역시 국회의원이다.

바꾸어 말하면, (한민구 장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국회의 누군가 이 같은 문건 작성을 요구했고, 이 문건의 실체를 알고 있는 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를 공개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24일 열린 국회 국방위에서 벌어진 국방장관과 기무사 대령간의 진실 공방은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를 담당하는 기무사 대령은 국방부 실·국장 간담회에서 국방장관이 "위수령 검토 문건(계엄령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내가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되는지 검토해보기 바란다."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국방장관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해당 기무사 대령은 그 간담회 발언 녹취록(발언록)이 있다며 이를 공개하겠다고 하고, 오늘 국회 국방위에 제출했다. 국방부는 즉각 대변인을 통해 그 녹취록이 조작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해당 기무사 대령은 24일 국방위 참석 전인 23일 이미 전역지원서를 제출해 둔 상태이다.

한마디로 기무사 대령은 배수의 진을 치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겠다는 각오를 한 것이다.

그는 왜 별을 달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스스로 옷을 벗을 각오로 이런 발언을 한 것일까?

추측컨대, 기무사 소속 실무자들은 억울할 것이다.

위의 지시를 받아 최선을 다해 문건을 작성했다. 군을 비롯해 중앙부처가 재난 등 위기 상황을 대비해 위기 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건 일상적인 것이다. 폭력 사태나 폭동이 발생해 경찰력으로 치안이 유지되지 않을 경우, 헌법과 계엄법 등은 사회 질서를 잡고, 국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위수령, 계엄령을 발동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치안의 문제가 생길 경우를 미리 대비해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두는 것이 위법하다고 생각할 이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과거의 충성스런 행동이 국가를 배반하고 마치 역모를 꾀한 것처럼 간주되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지금, 계엄령 검토 매뉴얼을 이슈화하는 건 누가 봐도 이를 빌미로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고, 동시에 기무사령부를 무력화하고 군을 장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국방장관은 처음에는 이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대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 때문에, 국방장관은 지휘관이 있는 자리에서 위수령 검토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했을 것이다.

기무사는 장관을 말을 믿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장관의 의지가 대통령의 의지와 달라 장관이 궁지에 몰리자 말을 바꾸었고 이에 실망한 장교들이 하극상을 연출한 것으로 보인다.

작금의 시대는 가히 혼돈의 시대이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 알 수 없다. 때문에, 여기까지의 결론 역시 막연한 추정일 뿐이고, 일개 범부의 착각에 불과할 뿐일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오로지 충성과 애국만 외치며 젊음을 국가에 바친 장교들이 오늘의 혼란과 혼돈에 흔들려, 어쩌면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을 지 모른 다는 것이다.

그 분노는 무능했던 전 정권에 대한 것일 수도, 오늘의 이 정권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2018년 7월 25일



<추가 자료>

8월 3일 조선일보 최보식 기자는 위의 추정와 유사한 내용의 컬럼을 게재했다.




필자가 취재한 바로는 '기무사 계엄 문건'이 만들어진 상황은 이렇다.

지난해 2월 중순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장관실에 들어섰다. 특별하게 보고할 안건이나 용무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한민구 장관이 대화 상대로 불렀다고 한다. 화제가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으로 옮아갔다. "헌재의 탄핵 결정이 3월 10일 전후 나올 것 같습니다." "나도 그렇게 보고받고 있다…" 대통령의 향후 운명은 군(軍)에서도 최고 관심사일 수밖에 없었다.

장관과 기무사령관은 어떤 정보에 근거했는지 모르나 대통령 탄핵은 '기각'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런 결정에 대한 불복(不服)이 폭동으로 번질지 모를 상황을 걱정했다. 이미 야권 대선 주자인 문재인씨가 "기각 판결을 내리면 다음은 혁명밖에는 없다"고 말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둘 사이에 대화가 이어졌다. "기각 결정이 나면 촛불 시위가 격화되고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텐데 경찰력으로 막을 수 있을까?" "우리 쪽에서 한번 대비책을 만들어볼까요?" "뭐, 그렇게 해보게."

보름쯤 지나 기무사령관이 장관에게 8쪽짜리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을 들고 갔다. 장관은 앞부분을 훑어본 뒤 '보관해두게'라며 되돌려줬다. 장관에게는 이것이 기무사 문건과 관련된 상황의 전부였다. 그는 67쪽의 '대비 계획 세부 자료'는 보지도 못했다. 그걸 봤으면 기무사가 바뀐 시대 현실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책상머리에서 이렇게 한심한 문건을 만들었나 하고 알게 됐을 것이다.

어쨌든 탄핵 심판은 '인용' 결정이 났다. 촛불 군중이 정부를 뒤집을 '혁명'의 이유가 사라졌다. 세상은 잠깐 소란했을 뿐 폭동 사태는 없었다. 국가 혼란 상황에 대비한 기무사 문건은 소용이 없었다. 기무사령관은 전역하면서 "나중에 소요 사태가 발생하면 이 문건을 참고할 수 있으니 보관해두라"고 했다고 한다. 그 문건에 불법적이고 다른 의도가 있었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파기했거나 들고 나왔을 것이다.

지금 와서 이런 문건이 '내란 음모'나 '쿠데타 미수'의 엄청난 증거물처럼 됐다. 이런 경우를 기자의 언어로는 '과포됐다'고 말한다. 별거 아닌 걸 정말 큰일 날 뻔했다는 식으로 과대 포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에 특별수사단을 구성하고 청와대로 모든 문건을 제출하라고 지시해야 할 정도로 긴급한 현안이었을까. 그 뒤 청와대에 전군 지휘관을 모아놓고 "계엄 문건은 불법적 일탈 행위이고 문건 검토 그 자체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행위"라고 한마디로 심판한 대통령에게서 '제왕(帝王)'의 모습을 봤다.

권력을 쥔 쪽에서는 원하는 정치적 의도로 사건을 몰아가고 키우는 법이다. 진짜 문제는 이런 정권의 의도에 사건 당사자들이 일조하는 데 있다. 한민구 전 장관과 조현천 전 사령관은 자신들이 관련된 행위가 '쿠데타 미수'로 몰리고 군(軍) 전체가 매도되는데도 침묵해왔다. 주위에 자신의 억울함만 털어놓았을 뿐이다.

미국에 체류 중인 조현천 전 사령관은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평생 군인으로 자존심을 갖고 살았고 쿠데타라는 걸 생각도 해본 적 없는 나를 내란 수괴죄로 몰고 가느냐"며 울분을 토로했다. 금방이라도 국내로 뛰어와 기자회견을 할 기세를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소식은 전혀 들리지 않고 있다.

한민구 전 장관도 사석에서는 "너무 황당해 말이 안 나온다. 기무사 문건 문제만 아니라 현 정권의 안보 정책에 할 말이 많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는 평정심을 찾지 못하는 것 같더라고 했다. 검찰에 불려가 조사받게 될 자신의 앞날을 떠올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는 보름 전부터 법률적 준비를 해야겠다며 외부와 연락도 끊었다.

한때 책임 있는 위치에 있었고 더욱이 명예를 중시하는 무인(武人)이라면 아닌 것은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입장 표명이 검찰을 자극해 자신에게 불리해질지 모른다고 계산한다. 대통령이 이미 '수사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는데도 자신만은 법을 다퉈서 빠져나올 수 있을 거라는 요행을 바란다. 현 정권에서 이미 많이 봐왔듯이 결국 이들은 자신의 입장을 밝힐 기회마저 잃고 예정된 길을 따라갈 것이다.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곤경에 처했을 때 가장 잘 드러난다고 했다. 특히 고위직의 보수 인사들에게는 진퇴와 자기희생, 숙명의 미학이 없다. 이들은 자기 한 몸의 억울함만 늘어놓아선 안 된다. 개인적으로 손해를 더 보더라도 이들에게는 정권의 의도에 맞서야 할 책임이 있다. 현 정권이 이렇게 질주하게 된 것은 책임 있는 개인들이 발언 해야 할 때 입을 다물었기 때문이다.






Saturday, July 21, 2018

마리아 부티나(Maria Butina), 그녀는 진짜 러시아 스파이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미-러 회담 후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에게 푸틴 대통령을 올 가을 워싱턴에 초청하라고 지시했으나, 미국 의회는 여야 가릴 것없이 극렬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당 원내 대표는 즉각 긴급 성명을 내고, “헬싱키에서 두 시간 동안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우리가 알 때까지,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건, 러시아건, 혹은 세계 어느 곳에서라도 푸틴과 1대 1 접촉을 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와 언론으로부터 이렇게 비난받는 이유는 푸틴과의 회동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문제에 관한 기자 질문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고 했고, 나도 러시아가 그럴 이유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발언은 미국 정보기관보다 러시아의 말을 더 믿는 다는 것이며, 반역적인 발언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게다가 양국 정상이 2시간 가까이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도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적의 수괴와 대놓고 밀담을 나눠도 아름다운 광경으로 묘사하지만, 미국은 다른가 보다.

사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국가정보국(DNI), 연방수사국(FBI) 등 미국 핵심 정보기관들은 이미 러시아가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고 결론내리고 주미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한 바 있다.

또, 러시아 대선 개입 특검은 최근 러시아가 대선 기간 동안 민주당 조직과 개인, 선거관련 전산망을 해킹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여론 역시 러시아가 어떤 형태로든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고 믿고 있으며, 대선 개입에 트럼프 캠프가 연관되었을 것이라고 의문을 품고 있다.

이렇게 예민한 시기인 지난 7월 15일 FBI는 20대 러시아 여성을 스파이 혐의로 기소하였고, 법원은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보석도 기각했다.

그녀가 기소된 이유는 뭘까?

FBI는 마리나 부티나가 외국 대리인 등록법 (Title 18 U.S. Code § 951 - Agents of foreign governments. 외교관이 아니면서 외국 정부를 대리하여 미국 내에서 활동하려면 법무부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법)을 위반했으며,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범죄 및 사기 공모 (Title 18 U.S. Code § 951 - Conspiracy to commit offense or to defraud United States) 혐의로 기소했다.

FBI는 마리아가 러시아 정부의 사주를 받고, 미국 정계에 침투하려고 시도했다고 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마리아 부티나는 FBS(러시아 연방보안국) 요원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지속적으로 접촉했으며, 공화당 전략가 폴 에릭슨 (56세)과 동거하며 그를 통해 유력 인사들을 만났고, NRA 핵심 회원이기도 한 폴 에릭슨을 통해 NRA 즉, 전미총기협회에 잠입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NRA는 가장 강력한 로비 집단이기도 하다.

그녀는 대선 결과 발표 4일전 한 보수 계열 국제문제 전문지에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글을 써 발표한 바 있으며,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참석한 행사에서 트럼프 당선자의 연설이 끝난 후, 러시아에 대한 미국 제재의 필요성에 대해 질문했고, 당시 트럼프 당선자는 "나는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I don't think you'd need the sanctions.)"라는 답을 했다.

또, NRA 행사장에서는 장남 트럼프 주니어를 만나 대화를 나눈 사실도 공개됐다.

마리아 부티나의 이력을 보면, 그녀는 1988년 시베리아 타이가 지역에서 태어나 자랐다. 어머니는 엔지니어이고 아버지는 가구 제조업을 했다. 시베리아에서 자란 탓에 일찌감치 총기 사용을 배웠고, 사냥을 하기도 했다.

21살에 은행 대출을 받아 이미 가구 제조 판매업을 시작했고, 23살에 매장을 7개로 확대할 정도로 수완이 좋았다. 그녀는 이중 6개 가게를 팔아치우고, 모스크바로 옮겨 이번에는 광고 회사를 창업했다.

이때 러시아 다수당인 United Russia의 청년 조직인 Young Guard of United Russia에 가입하고 선거에 나가면서 정치에 입문하게 된다.

마리아는 러시아의 엄격한 총기 규제법안을 폐지할 목적으로 "Right to Bear Arm"이라는 단체를 조직하였고, 2015년 Right to Bear Arm는 가입 회원 수 1만명에 76개 사무소가 있을 정도로 확장되었다. 이 때 알렉산더 토르신(Aleksandr Torshin)을 만나게 된다.

토르신은 러시아 상원의원 출신 다수당 United Russia의 주력 멤버로 현재 러시아 연방은행 부총재이며, 러시아 정부 불법 해외 활동 혐의로 미국 제재 대상이다.

FBI는 토르신이 이메일 등을 통해 마리아 부티나에게 지령을 내렸다고 보고 있다.

토르신은 이미 최소 2011년부터 NRA에 참석해왔고, 2014, 2015년에 마리아와 토르신은 NRA 연례 회의의 특별 초청 손님 자격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둘은 자신들이 NRA 종신회원이라고 트위터에 공개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러시아에서 열리는 Right to Bear Arm 연례 행사에 NRA 주요 멤버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주로 총기 제조업자, 정치인 등 공무원이었다. 이들의 참석 비용은 총기 회사가 주로 부담한 것으로 보인다.

그녀의 스토리는 미모의 재기있고 활기찬 한 젊은 여성이 러시아도 총기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자신의 이상을 성취하기 위해 조직을 구성하고, 러시아 정치권에서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과 접촉하고, 나아가 미국 전미총기협회를 통해 정보를 교류하는 동시에, 이를 통해 알게된 영향력있는 지인들의 힘을 빌려 미국 핵심부에 진출하려 했다는 성공적인 성장 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모든 과정이 시베리아 촌년(!)이 모스크바로 온지 불과 6년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FBI는 2016년 8월 유학생 비자를 통해 미국 워싱턴으로 건너 온 마리아 부티나를 입국과 동시에 추적, 관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그녀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과 만나기 하루 전 긴급 체포되었다.

기소의 이유도 단지, 외국 대리인, 즉, 로비스트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것과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범죄를 공모했다는 것인데, 과연 그녀가 러시아 정부를 대리(즉, 사주)했는지도 의문이고, 국가비밀 정보를 빼돌렸거나 미국 정부를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려고 했는지도 의문이다.

왜 FBI는 무리하게 그녀를 긴급 체포했을까?

FBI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처음부터 삐걱댔다.

FBI는 이미 대선 기간 중에 힐러리 편에 섰다고 할 수 있고, 힐러리의 불법 행위를 눈감아 준 측면도 있으며, 트럼프 진영이 러시아와 공모해서 선거 조작을 했다는 늬앙스를 흘려왔다고 볼 수도 있다.

결국 이 때문에 특검이 진행중이며, 어찌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사건을 터트린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마리아 부티나의 사건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격을 가져다 줄 만큼 파급력이 있는 걸까?

트럼프 대통령을 휘청거리게 하려면, 사실 더 크고 강력한 펀치가 필요하며, 그건 더 실체적이고 중대한 범죄 행위였어야 한다.

그런데, 고작 29살 먹은 여자의 애매모호한 사건으로 파문을 일으키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바꾸어말하면, 만일 FBI가 그럴 의도로 이 사건을 터트리려고 것이라면, 강력한 펀치로 작동할만한 '건'이 없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구 소련이나 러시아가 미국을 상대로한 지속적 공작을 펼쳐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공산주의자들은 단기간이 아니라 장시간에 걸쳐 적국의 국민들에게 불안을 조성하고 심리전을 펼치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에서 영향력을 가하기 위한 공작은 비단 러시아 뿐이 아니다. 사우디 아라비아 같은 이슬람 국가들은 물론 이스라엘, 중국, 일본 역시 그 같은 노력을 한다.

다만, 정치 헌금 같은 합법 불법을 넘나드는 것이냐, 아니면 해킹과 같은 대놓고 하는 불법적 행동이냐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불법으로 말하자면, 미국은 에셜론(ECHELON)등으로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국가 정상들의 메일과 전화를 감청해왔으며,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주엘라, 중국, 일본, 한국, 파키스탄, 베트남 등에서도 그랬다는 것이 2013년 전 NS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아무튼 내가 생각하는 이 사건에 대한 한 줄 요약은 이것이다.

'FBI는 강한 한 방으로 노렸으나 실패, 오히려 약점만 노출시켰다.'



2018년 7월 21일






Tuesday, July 17, 2018

북한 석탄 한국 환전 논란의 시작










"북한 석탄이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고 한국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이슈가 되고 있다.

이게 무슨 문제인지 알아보자.

2017년 8월 유엔 안보리는 결의안 2371호를 의결하면서 북한산 광물에 대한 전면 수출 금지를 내린 바 있다.
그런데, 북한 선박 여러 척이 2017년 7월~9월 사이 북한 원산, 청진 항에서 석탄을 싣고 러시아 홀름스크 항으로 이동해 그곳에 석탄을 하역했다. 홀름스크(Kholmsk)는 일본 북부 사할린 섬에 있는 작은 항구이다.


이후 10월 초, 이 석탄은 파나마 등 제 3국 국적의 선박에 실려 인천과 포항에 다시 하역되었다.

이 같은 내용은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위원회가 구성한 전문가 집단에 의해 밝혀졌는데, 이들은 최초 이 북한산 석탄이 홍콩에 소재한 회사가 한국으로 수출한 것이라고 밝혔다가, 뒤늦게 목적지가 한국이 아니며, 한국은 환적지라고 수정해 발표했다.

현재, 이 석탄이 한국에서 사용되었는지 아니면 제 3국으로 갔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여기서 갖는 의문이 이런 것들이다.

1. 북한이 7~9월경 6회에 걸쳐 석탄을 수출할 당시 이를 수입한 회사가 어디냐 하는 것이다. (현재로선 홍콩 소재 회사일 가능성이 농후)
2. 러시아 홀름스크 항은 이를 하역할 당시 이 광물이 유엔 안보리의 제재대상이라는 것을 알았느냐 하는 것이다.
3. 이 석탄을 러시아에서 다른 나라로 수출한 홍콩 소재 회사는 이 광물이 북한에서 온 것이라는 걸 알았느냐 하는 것이다.
4. 만일 목적지가 한국이라면, 수입자 (수입자는 한국의 회사일 가능성이 농후)는 이 석탄이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는 북한산 광물이라는 것을 알았느냐 하는 것이다.
5. 만일 환적지라면, 이 석탄을 입항시키고 하역하도록 허락한 인천, 포항 항만관리사업소는 이 석탄이 북한산 광물인지 알고 있었느냐 하는 것이다.
6. 현재 이 석탄은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 뿐이 아니다.

7. 유엔 안보리 전문가 집단이 최초와 달리 한국이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환적지라고 수정한 배경은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혹시 한국 정부나 혹은 누군가의 요청이나 사주에 의한 것은 아닌가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8. 또 안보지 제재 위반에 대해 조사를 벌이기 위해서는 홀름스크 항은 물론 한국 정부 기관은 관련 자료를 제시하고 협조했어야 하는데, 한국이 이 석탄의 환적지인지 목적지인지조차 불분명하고, 석탄이 어디로 갔는지도 밝혀지지 않는 것으로 볼 때, 과연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은 모두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비난으로 몰리고 있다. 사실 대통령이나 정부는 억울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청와대가 북한산 석탄의 수입 혹은 원산지 세탁을 지시한 것이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같은 의문을 해명해야 한다. 그래야 뭇매를 피할 수 있다.



2018년 7월 17일



<추가 코멘트>


위 논란에 대해 외교부는 7월 20일 다음과 같이 해명 자료(관련 링크)를 배포했다.


1. 최근 일부 국내외 언론은 북한산 석탄이 한국에서 환적(2건) 되었으며, 안보리 관련 결의에 따라 불법이라는 내용 등의 기사를 게재하였습니다.  
   
※ 주요 관련 보도 내용  
- “북한산 석탄이 한국에서 환적된 점을 유엔측이 확인해주었다”  
- “북한산 석탄 반입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석탄이 시장에 유통되도록 방치하였다”  
- “해당 결의 위반 선박이 24차례 한국에 입항했는데, 정부는 해당 선박을 억류하지 않는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 “정부, 제재 무력화에 앞장”  
- “외교부는 작년 10월 조사․수사 시작 설명, 관세청은 금년 1월 정보 처음 접수”  
- “국무부, 북한석탄 한국 유입에 “北 정권 지원하면 독자행동 취할 것””  
- “北 석탄 한국반입 방조 의심... 美 文정부 사실상 경고” 등  
   
2. 상기 관련, 사실에 어긋난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데 유감을 표하며, 사실관계를 아래와 같이 알려드립니다. 【 *사실과 다른 기술 내용】       
      
【 북한산 석탄의 한국 환적, 이를 유엔측이 확인, 당초 전문가 패널은 인천, 포항을 석탄 최종 목적지로 지목했지만 이번 수정본을 통해 환적지로 고침 등】  
   
o 북한산 석탄이 한국에서 환적된 바 없음.  
   
o 유엔 안보리 북한제재위 전문가 패널 보고서(’18.3월 발간 및 6월 수정)는 북한의 대북제재 우회 사례를 설명하면서 중국, 말레이시아, 러시아, 베트남, 한국 등 입항 23건의 북한산 석탄 반출 사례를 기술하고 있고, 여기에는 러시아에서 환적되어 한국으로 반입된 사례 2건이 포함되어 있음.  
- 유엔측은 ‘한국이 북한산 석탄을 환적했다고 확인해 준’ 바 없으며, 대북제재 이행 관련 정보를 취합 및 분석하는 전문가패널의 연례 보고서에 ‘확인이 될 경우, (기술된 사례의) 운송 행위는 결의 위반이 될 것’이라는 기술이 포함되어 있음.  
   
o 상기 사례 기술은 최근 공개된 연례 보고서 수정본에 처음 실린 것이 아니라, 3월 대외 공개된 최종보고서에 이미 실려 있음.  
※ 3월본과 6월본은 내용 차이가 없으며, 단지 3월본에서 북한산 석탄 운송 사례 23건 중 러시아 콤스크(Kholmsk)항이 이용된 사례에 대해 음영 표시(짙게 색칠)를 하면서 잘못 표시된 일부 사례를 6월본에서 바로잡음.  
- 북한에서 베트남으로 운송된 3건의 경우, 러시아 콤스크항 이용 사례가 아님에도 3월본에는 음영 표시가 되어 있었으며, 6월본에는 음영 표시 삭제  
- 러시아 콤스크항에서 한국으로 운송된 2건의 경우, 러시아 콤스크항 이용 사례임에도 3월본에는 음영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으며, 6월본에는 음영 표시 추가  
   
【 북한산 석탄 반입 인지에도 불구, 석탄 유통 방치 】  
   
o Sky Angel호는 10월 2일, Rich Glory호는 10월 13일 입항하였으며, 동 입항 이전 관세법 244조에 따른 통관절차가 이미 마무리되어 수입한 화물은 정상적으로 하역 처리됨.  
※ 관세법 244조(입항전 수입신고): 수입하려는 물품의 신속한 통관 필요시 선박이나 항공기가 입항전 수입신고를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입항전 수입신고가 된 물품은 우리나라에 도착한 것으로 간주  
   
【 해당 결의 위반 선박이 24차례 한국에 입항했는데, 정부는 해당 선박을 억류하지도 않는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  
   
o 정부는 2017.10월 해당 선박 입항 시부터 선박 검색 및 수입업체 조사를 시행해오고 있음.  
   
해당 선박의 재입항시, 정부는 해당 선박에 대해 수시로 검색 조치를 실시했으며, 안보리 결의 금수품 적재 등 결의 위반 사항은 없음을 확인함.
   
2017.10월 당시에는 결의 위반에 대한 합리적 근거가 있을 경우 선박을 억류토록 하는 결의 2397호(2017.12월 채택)가 부재하였으며, 선박의 억류를 위해서는 금수품 운반을 포함하여 제반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   
   
【 정부, 제재 무력화에 앞장 】  
   
o 안보리 결의 이행은 모든 유엔 회원국의 의무인바, 이를 충실히 이행한다는 정부 입장에는 한 치의 변화도 없음.  
   
정부는 금번 2개 사례에 있어 결의 2270호 18호에 따른 검색 조치를 실시했으며, 결의 2371호 8항에 따른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 규정 이행을 위해 수입업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결의 2397호 9항에 따른 선박 억류 조치 적용 여부에 대해 검토하는 등 모든 관련 규정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해옴. 
   
【 외교부측은 지난해 10월부터 조사‧수사 시작 설명 / 관세청측은 “이 사건 관련 정보가 관세청에 처음 접수된 것은 올해 초였다”라고 언급 】  
   
o 관세청 대변인은 2018.7.20.(금) 언론과 인터뷰시 “작년 10월 조사‧수사를 개시했다”라고 언급한바, 올해 초 관련 정보를 처음 접수했다는 내용의 보도는 관세청 언급 사항을 틀리게 인용한 것임.  
   
외교부, 관세청 등을 포함 정부는 관련 인지 시점인 지난해 10월부터 필요한 조치를 취했으며, 현재도 조사가 진행 중임. 
   
【 국무부, 북한석탄 한국 유입에 ”北 정권 지원하면 독자행동 취할 것“ / 北 석탄 한국반입 방조 의심... 美 文정부 사실상 경고】  
   
o 미측은 “대북제재 결의 회피 행위에 관여한 단체(entities)에 대하여 미 독자제재 조치를 취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며”, 이와 관련하여 “중국 등 국제사회와 협력해오고 있다”라고 언급함.  
“entities”는 단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미 국무부에서 우리 정부를 지칭한바 없음에도, 이를 우리정부에 대한 조치를 시사한 것으로 보도함. 
미국 정부는 동건 관련 우리측에 어떠한 우려도 표명한바 없으며, 그간 우리 조치를 평가 하여 왔음.   
   
o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한국과 미국의 일관된 입장이며 우리 정부는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미국 및 북한제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음.   /끝/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외교 PC










미국의 지난 대선 때 이슈가 되었던 용어로 PC (Political Correctness)가 있다.

국내에서는 PC를 '정치적 올바름'이라고 해석하는데, 이는 인종이나 종교, 성차별 등을 언급할 때, 편견이 포함되지 않는 용어를 쓰자는 일종의 완곡어법(euphemism) 이라고 할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통을 공감하고 그들이 갖는 어려움을 이해하자는 측면도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 후보는 PC를 거부한다며, 거침없는 발언을 해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고, 일각에서는 위험할 정도로 경솔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미-러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시' 지나치게 저자세를 보여 미국 정치권과 언론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미국 언론들의 불만은 지난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한 것에 대해 일언반구하지 않았으며, '미국과 러시아 관계는 4시간 전부터 변했다'며, '미국과 러시아 간에 오간 건설적인 대화가 세계의 평화와 안정으로 향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줄 기회를 줄 것'이라는 등, 러시아에 대해 지나치게 우호적 모습을 보이고, 러시아를 감싸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보다 러시아의 이익을 우선시 했다'고 비난했으며, 심지어 공화당 서열 1위인 하원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리의 동맹이 아니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과 러시아는 기본적 가치와 이상에 있어 적대적이며, 도덕적 등가성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존 매케인 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회담에 대해 '가장 수치스럽고 비극적 실수'라고 비난했다.

NYT, CNN 등 평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미 언론은 일제히 포문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을 심각하고 맹렬하게 비난했으며, 심지어 우호적 관계를 유지한 폭스 뉴스도 '이건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잘못된 것'이라며 비난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비판자들을 달래기 위해 잘못된 외교 정책을 펼 수 없다'며, "미국과 러시아 간에 오간 건설적인 대화가 세계의 평화와 안정으로 향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줄 기회를 줄 것"이라면서, "나는 정치를 추구하느라 평화를 위험에 빠트리기보다는 차라리 평화를 추구하며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하겠다. 언제나 미국과 미국 사람들에게 최선인 걸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외교 활동을 보면 전통적 동맹 관계를 갖는 영국, 프랑스나 공고한 동맹 관계에 있어야 할 독일 등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이고 쌀쌀맞는 태도를 보인 반면, 중국, 북한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우호적 태도와 저 자세 외교를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즉, 앞에서 얼르고 달래기 외교를 보인 것이다.

사실, 중국이나 북한, 러시아는 미국의 대표적 적대 국가라고 할 수 있고, 국력으로 보자면 미국은 절대 갑이며, 이들 국가는 절대 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상대적 약자에 속하는 나라이다. 미국이 맘만 먹으면 심각하게 괴롭히거나 제재할 수 있는 나라이고, 실제 북한과 러시아는 미국과 국제 사회의 제재를 이미 받고 있으며, 중국 역시 무역 전쟁을 통해 통상 압력을 받고 있고, 이미 그 전에도 다각도로 견제받던 을에 속하는 나라였다.

이렇게 상대적 약자에 속한 국가에게 저자세를 보이고 완곡한 용어를 쓰며 얼르고 달래는 건, 외교적 PC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 측근들은 이 같은 외교적 PC를 전략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저자세 외교 비난에 대해 "더 밝은 미래를 만들려면 과거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며 "우리는 세계 최고의 두 핵 강국으로서 서로 잘 지내야 한다!"고 변명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이나 김정은, 푸틴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 동안, 미국 조야, 국민, 언론은 그의 태도에 대해 비난을 쏟아낸다는 것이다.

게다가, 억지로 친분을 과시하고 상대를 추켜세운다고 실제 이런 노력이 현실 외교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시진핑을 자기 리조트에 불러 극진한 대접을 하고, 좋은 관계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중국은 한반도 북핵 문제에서 북한 편을 들었고, 결국 미국과 중국은 무역 전쟁을 시작했다. 김정은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그러는 동안 김정은은 평양 외곽에서 몰래 우라늄 농축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푸틴같은 영약한 지도자가 한 나절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칭찬받고 우쭈쭈 당했다고 대미 전략을 바꿀리 없다.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그리도 혐오했던 PC에 빠져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스스로는 그것이 밝은 미래를 위한 전략적 외교 PC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대중은 비동맹국에게 우호적인 척하는 미국 대통령의 외교 방식에 거부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어쩌면 미국의 PC 충마저, 대외 관계에서는 비난할 때 비난하고, 욕할 때 욕하는 미국 대통령을 원할 지 모른다.



2018년 7월 17일






Monday, July 16, 2018

외국 주택에는 있지만, 국내 주택에서 보기 어려운 것들 (가전, 설비 편)










우리나라는 GDP 3만불을 바라보는 국가이며, 단위 면적당 주택 가격은 세계적 수준인데, 여전히 주택 시설, 가전, 구조 등  주택문화(?)로 볼 때 선진국과 많은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주택 특히 고급주택일수록 투자해야 할 것에는 투자하지 않고, 불필요한 것에는 지나치게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주택 바닥이나 벽면을 고급 대리석으로 치장하거나, 고가 수입 천정등을  쓰는 것 같은 것이다.

물론 외국 주택을 무조건 따라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주택만큼 민족성, 문화, 경제 수준의 영향을 받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유럽과 북미 등에서는 흔히 보지만, 국내 주택 가전이나 설비 등에서는 찾기 어려운 몇 가지를 생각해 본다.



1. 음식물 쓰레기 분쇄기 (Garbage disposal unit)


Garbage disposal unit




Garbage disposal unit은 주방에서 나오는 음식물 지꺼기를 분쇄시켜 배출하는 장치를 말한다.

음식폐기물 분쇄기는 주방 싱크와 배수관 사이에 설치하며 강력한 모터가 칼날을 돌려 음식물을 조각내 흘러보낸다. 어지간한 뼈 정도는 쉽게 갈릴 정도로 강력하다.

미국의 경우 주택의 50% 이상이 이 장치를 설치해 사용한다. 영국의 경우 6%, 캐나다는 3%가 설치되었다(2009년 기준)는 통계가 있는데, 지금은 훨씬 더 많이 사용할 것으로 보이며,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은 분쇄기 설치를 적극 권장한다.

사실, 우리나라만큼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공을 들이는 나라는 드물다. 독일이나 일본 정도에서나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고 (그나마 완벽한 분리 수거도 아니다) 나머지 국가들은 그대로 쓰레기 봉지에 버리거나 땅에 묻어 버린다.

재활용 쓰레기 처리도 우리나라만큼 철저하게 따지는 곳이 드물다. 다만, 독일이나 북미 등의 국가들은 캔이나 병을 가져오면 돈으로 돌려주기도 하는데, 특히 독일은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엄격히 금지시켜 어지간한 음료수 (콜라, 생수 등)는 모두 병을 용기로 쓴다.

분쇄기를 써서 음식물을 갈아버리면 이 때문에 수질이 오염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국내 도시 대부분은 이미 하수와 오수가 별도 처리되지 않으며 한 라인을 타고 오수 종말처리장으로 간다.

주택에서 나오는 배수관에는 하수관, 오수관, 우수관이 있는데, 하수는 욕실 샤워, 세면대, 부엌 싱크 등에서 나오는 폐수를 처리하는 관로이며, 오수관은 변기 등에서 나오는 분변과 폐수를 처리하는 관로이다. 우수관은 빗물이 흘러가는 관로이다.



하수 처리 개념도





개발 시대 전에는 이 관로의 구분없이 혼재하여 처리되어 하수와 오수 빗물이 섞여 하천이나 강으로 흘러들어가기도 했다.

이로 인한 오염이 심각해지자, 점차 오수관과 하수관을 별도 설치하였는데, 최근에는 오수와 하수의 구분없이 합병하여 처리한다. 미국 캐나다 등 북미나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이처럼 생활하수를 구분없이 처리한다.

즉, 음식물 쓰레기를 적당한 크기로 갈아 배출시켜도 변기에서 나오는 분변, 휴지 등과 함께 같은 라인을 타고 종말 처리장으로 가게 되므로, 이 때문에 수질을 오염시킬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이 이 같은 방식을 권장하는 이유는 생활 하수, 오수의 처리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바이오 가스 생산을 촉진시키기 위함이다.

특히 독일은 오래전부터 하수 폐기물을 이용한 바이오 가스 생산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 하수관로 보급율이 77.8%라는 점에 비춰볼 때, 여전히 하수-오수 병합관로가 없는 곳이나 정화조를 설치하고 오수만 정화 처리하는 곳 등에서는 분쇄기를 써서는 안 된다.




2. 식기 세척기 (Dishwasher) 



Dishwasher






식기 세척기는 이미 1960년 식기를 세척하기 전 단계에 한번 씻어주는 용도로 사용되기 시작하여 1970년부터 북미 등에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과 독일의 주택 80% 가량에 식기 세척기가 설치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연구에 따르면 같은 용량의 식기를 세척할 경우, 손으로 세척하면 사람에 따라 20~300 리터의 물을 사용하지만, 식기 세척기는 15~22 리터의 물을 쓸 뿐이라고 한다.

또, 사람이 직접 식기 세척을 할 때 0.1~8 kwh의 노동 에너지를 쓰지만, 식기 세척기는 1~2 kwh의 전기 에너지를 쓸 뿐이다.

전기료로 따지면 매일 사용해도 월 5~6천원 가량의 전기를 소비할 뿐이라고 한다.

따라서 식기 세척기 사용이 물의 소비나 에너지 소비에 월등히 유리하며 작은 비용으로 가사 노동을 상당부분 덜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고온, 고압으로 세척하므로 손으로 씻는 것에 비해 월등히 깨끗하게 닦을 수 있고, 어느 정도 소독되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과거 수입산 식기 세척기를 사용할 경우 밥그릇 등 오목한 용기의 세척이 충분하지 않아 불만이 있었지만, 최근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은 이런 단점을 모두 보완했다고 한다.




3. 세탁기와 변기










최근 국내 가정, 오피스텔 등에 드럼 세탁기의 보급이 부쩍 늘었다.

일부는 드럼 세탁기가 차세대 세탁기로 기존의 통돌이 세탁기나 봉 세탁기에 비해 세탁이 잘 되는 것으로 착각한다.

사실, 세탁력만 놓고 보자면 통돌이 세탁기가 월등히 낫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통돌이 세탁기는 세탁력이 좋은만큼 옷감의 손상이 더 많고, 특히 물의 사용량이 드럼 세탁기에 비해 많다.







애초 가정용 드럼 세탁기가 개발된 가장 큰 이유는 물의 사용을 줄이려는 목적 때문이다. 실제 같은 양의 빨래를 할 때 드럼 세탁기는 통돌이 세탁기에 비해 1/3~1/2 가량 물을 절약할 수 있다.

또, 사용하는 세제의 양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가정용 드럼 세탁기로 얻는 장점은 빨래를 넣고 꺼내기가 쉽고, 세탁기 상부에 물건을 놓거나 다른 용도로 쓸 수 있으며, 통돌이 세탁기에 비해 크기가 작아 좁은 공간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대신 가격이 비싸고, 장시간 세탁기를 돌려야 하며, 세척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산업용으로 가면 전혀 얘기가 달라진다. 세탁 공장 등에서는 거의 대부분 드럼 세탁기 형태의 세탁기계를 사용하는데, 드럼 세탁기는 이론적으로 무제한 크게 만들 수 있고, 클수록 세탁력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드럼 세탁기의 세척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세탁 방법 때문인데, 통돌이 세탁기는 수조에 가득 찬 물의 와류에 의해 옷들이 서로 비비지면서 세탁이 되는 반면, 드럼세탁기는 물이 갖는 표면 장력과 옷감이 만들어내는 모세관 현상에 의해 세탁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즉, 세제를 물어 풀어 빨래를 오래 담궈놓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드럼 세탁기 사용으로 만들어지는 유일한 외력은 드럼이 돌때 따라올라간 빨래가 드럼 맨 윗부분에서 떨어지며 생기는 충격 뿐이다. 때문에 작은 크기의 드럼 세탁기일수록 떨어지는 높이가 낮아 세탁력이 떨어진다.

결론적으로, 드럼 세탁기는 물의 사용을 줄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일 뿐, 세탁력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런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고가의 드럼 세탁기를 차세대 세탁기처럼 생각하고 구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위에서 언급한 듯, 식기 세척기를 이용하면 물의 사용량이 줄어드는데, 유럽, 미국 등은 물 값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환경 문제 등으로 물 사용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언급한 드럼 세탁기와 변기이다.

보통 변기의 버튼을 한번 누를 때 소모되는 물의 양은 3.5 갤런(GPF gallon per flush. 약 13.2 리터) 내외인데 (국내 변기의 경우 거의 15리터), 미국 정부는 1992년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새로 설치되는 변기를 1.6 GPF(6 리터)로 줄이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현재는 단지 1 GPF나 그 이하의 물만 사용하는 변기도 나와 있다.

이렇게 해서 미국 내에서 2016년 한해에만 사용이 줄어든 물의 양은 760억 갤런이며, 돈으로 환산할 경우 약 6억43백만 달러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2012년 수도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신축 건물에는 절수형 변기 등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였다. 절수형 변기를 사용할 경우 가구당 약 37톤의 물을 절약할 수 있고, 국내 전체 가구의 5%가 절수형으로 교체할 경우 연간 약 3천만 톤의 수돗물을 절약할 수 있다.





4. 빨래 건조기 (Clothes dryer)



빨래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홍콩 구 시가지나 중국 도시의 낡고 오래된 건물에서 도로쪽으로 수 없이 튀어나온 대나무, 쇠파이프 등으로 만든 빨래걸이다.








홍콩, 상하이 등은 무덥고 습한 곳이라 집안에 빨래를 널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베란다 등 별도로 빨래를 널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만의 의식 구조 때문이기도 하다고 본다.

이들의 낡고 지저분한 아파트도 막상 안에 들어가보면 상당히 깔끔하게 잘 가꾸어 놓은 걸 볼 수 있는데, 이들은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으며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면, 현대 북미나 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 드라마 속에 홍콩처럼 집 밖에 빨래를 걸어두거나 빨래줄을 쳐서 빨래를 너는 장면을 보는 건 매우 어렵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건, 북미 가정의 80% 이상이 빨래 건조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북미에서 빨래 건조기는 냉장고 다음으로 찾는 가전이다. 더불어 냉장고, 냉동고 다음으로 가정용 전기를 많이 쓰는 가전이기도 하다.

빨래 건조기는 뜨거운 바람을 만들어 이 바람으로 빨래는 건조시키기 때문에 화재의 위험도 있다. 뜨건운 바람은 흔히 가스나 전기를 에너지로 만들고, 국내에서 사용되는 빨래 건조기의 대부분이 전기를 사용하는데, 빨래를 건조시킨 뜨거운 바람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을 경우 화재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 미국의 경우, 2008년에서 2010년 사이, 약 2900건의 빨래건조기 화재가 있었으며, 연간 5명이 이 화재로 사망한다.

북미 주택이나 콘도의 경우 대부분 세탁실이 별도로 있고, 세탁실에는 빨래건조기에서 배출되는 뜨거운 바람을 외부로 빼기 위한 덕트가 설치되어 있으므로 여기에 빨래건조기 덕트를 직접 연결하면 되지만, 국내 주택의 경우 세탁실에 외부로 나가는 관이나 창문이 없을 경우 이 관을 연결할 수가 없다.

빨래 건조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은 빨래에서 배출된 습기가 포함되므로 이 바람이 폐쇄된 공간에 갇히면 상당한 양의 습기가 차게 된다.

그래서 국내에서 생산되는 빨래건조기는 습기가 포함된 뜨거운 바람을 열교환기로 보내 열기를 식히고, 습기를 모아 탱크로 보내는 콘덴서를 갖추기도 한다.

최근 베란다 확장형 아파트가 늘어 빨래 건조시킬 공간이 사라지면서 빨래 건조기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 국내 가전사들도 다양한 기술을 도입한 최첨단(!)의 빨래 건조기를 생산한다.

그런다보니, 수백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 제품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

국내 제품 중에는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으로 건조하는 건조기도 있는데, 이는 저열제습 방식으로 빨래는 건조시켜 옷감이 상하는 걸 줄이고 전기 소비량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단지 빨래 건조에 충실한 제품을 찾고, 세탁실에 창문이 있거나 건조기에서 나온 뜨거운 바람을 덕트를 통해 외기로 보낼 수 있다면 굳이 고가 제품을 구입할 필요없다.

북미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빨래 건조기의 가격은 50만원 내외이고, 국내에도 이보다 저렴한 단순한 구조의 외국산 제품도 들어와 있다.



2018년 7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