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November 30, 2018

형벌은 보복인가? 교화인가?









- 1 -

오래 전 의료 사고에 대해 무슬림들에게 물었다.


진료받던 중 환자가 사망하면 어떻게 해결하냐고.

‘인샬라’ 라고 답했다. ‘신의 뜻’이라는 말이다. 사람이 죽고 사는 건 신의 뜻이고 죽은 자는 천국에 갔을 것이므로 순순히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의사에게 반듯이 보복한다’

코란 5장 35절 “내가 그 안에 그들을 위한 법을 두었으니 생명은 생명으로 눈은 눈으로 코는 코로 귀는 귀로 이는 이로 상처는 상처로 대하라 하였노라.” 에 따라 목숨에는 목숨으로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살릴 자신없으면 치료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그는 무슬림이 아니었다. 단지 이슬람과 무슬림들을 잘 아는 이방인이었다.

다시 경륜 높은 무슬림에게 물었다.

그는, 코란에 그런 구절이 있고, 이슬람이 응보적 정의를 추구하는 건 맞지만, 의도한 것이 아니라 실수에 의한 것이라면 관용을 베푼다며, 치료 중에 환자가 죽는다고 의사를 죽이는 일 따위는 없다고 했다.

35절에는 “그러나 누구든 동등한 처벌의 권리를 포기하는 자는 자선을 베푼 것이요 그리고 그를 위한 속죄라.“ 라는 구절도 있다.

이슬람이 합리적 종교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사실, 위에 언급한 세 명 모두 믿지 않았다.

그 나라는 사적 복수가 암묵적으로 허용된 나라였다. 게다가 코란의 구절을 읊어대며 복수의 정당성을 주장하면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는 공권력이 완전히 사라진 내전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예살인이 서슴없이 자행되던 때이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의료사고의 복수로 의사를 도륙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 2 -

형벌은 국가가 국민에게 내리는 징벌이다.

형벌의 목적은 무엇인가?

피해자를 대신해 국가가 복수하는 걸까?

아니다. 피해자에게 피해가 발생했다고 가해자에게 보복하는 건 그 복수의 주체가 개인이든 국가이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보복이나 복수가 형벌의 본질일 수 없다.

형벌은 가해자에게 재범하지 않도록 하고, 그와 같은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잠재적 범죄자에게 경고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의료 사고는 의도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의료 사고는 가해자인 의사가 가장 바라지 않는 것이다.

누구도 의료 사고를 원치 않지만, 필수불가결하게 발생한다.

물론, 의료인이 무능하거나 잘못 배워서 그럴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형벌이 아니라 재교육해야 한다.

그런데 이 나라는 의료사고를 자꾸 형법으로 다스리려고 한다.

이런 논리라면, 재판부의 오심, 무죄로 확정된 검사의 기소 역시 형벌로 다스려야 한다.

정치인과 행정부의 잘못된 입법, 행정 결과도 마찬가지이다.

의사는 한 생명에만 영향을 주지만, 정치인, 행정부처는 수만, 수십만 혹은 수백만명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 잘못된 정책으로 파탄에 빠지고, 길바닥에 나 앉고, 종국에는 자살하는 경우도 많다.

의료계는 의료 사고를 형법으로 다스리려는 추세를 경계해야 한다. 의료사고를 형벌로 다스리려고 들면, 의료가 왜곡되고 사회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그건 모두에게 피해이다.

이건 그냥 투덜대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2018년 11월 30일


<관련 기사>








Thursday, November 29, 2018

Window of Opportunity















지난 20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는 한미 워킹 그룹 실무진과의 미팅에서,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의 면담 중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다(Window of opportunity is closing)”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Window of opportunity 는 외교 용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외교적 수사로 널리 쓰인다.


관련 자료

What Window of Opportunity?




지난 1월 안토니오 쿠테레스 사무총장은 평창 동계 올림픽 참가 전 기자 회견을 통해, ‘한반도에는 잠재적 핵 재앙의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여전히 재앙을 피할 기회의 창이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2003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외교적 해결을 위한 창이 닫히고 있다’는 발언 후 2 개월 만에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스티브 비건의 ‘기회의 창’ 발언이 전쟁 임박을 의미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미국 조야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일각에서도 더 확고하고 강력한 대북 강경책을 주문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외교적 시도에 대한 더 노골적으로 회의감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어쩔수 없이 “여론에 밀려 군사 행동을 하는 것”은 애초의 트럼프 대통령 전략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국이 이런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 참. 우리 대통령은 프라하 성 관광을 가셨지...


2018년 11월 29일











Wednesday, November 21, 2018

한미 워킹 그룹 출범의 의미











지난 10월 29일 스티븐 비건이 내한하여 가장 먼저 임종석 비서실장을 만났다.

이 만남은 미국의 요청으로 이루어졌으며, 둘 간의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음 날인 30일 미 국무부는 한미 워킹 그룹을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청와대나 외교부는 이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스티븐 비건은 포드 자동차 국제담당 부회장으로 재직하던 중 지난 8월 23일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되었다. 그 전임자는 조셉 윤이다.

국무부가 비건을 한국에 보내 한미 대북 공조를 위한 워킹 그룹을 만들도록 압박한 이유에 대해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미-한 두 나라가 서로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서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생각을 전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각자 독자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도록 워킹그룹을 갖게 된 것”

“이것이 미국 측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주도하는 워킹그룹의 목적”

매우 우회적으로 돌려말했지만, “앞으로 미국이 대북 경협 등 대북 정책에 대해 지휘 감독할 것이며, 한국 정부는 ‘몰랐다’고 딴 말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심각하게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혹자는 내정간섭 아니냐며 반발할지 모르지만, 웃기는 얘기다. 북핵은 남북 문제가 아니라 국제 문제이며, 미국이 주요 당사국이다.

왜 그런지 비근한 예를 들어보자

지난 해 8월 6일 노동신문은 “미국은 정책 전환을 해야 한다”는 논평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미국이 핵 방망이와 제재 몽둥이를 휘두르며 우리 국가를 감히 건드리는 날에는 본토가 상상할 수 없는 불바다 속에 빠져들게 될 것"

"트럼프 패거리들이 오늘의 궁지에서 헤어나 보려고 발광할수록 우리 군대와 인민을 더욱 각성시키고 공화국의 핵무기 보유 명분만 더해줄 뿐”

"참혹한 전란을 겪어본 우리 인민에게 있어서 국가 방위를 위한 강력한 전쟁 억제력은 필수불가결의 전략적 선택"

한 마디로, ‘우리(북)가 핵을 갖는 건 필수적 선택이며, 핵 보유를 문제삼아 우리를 건드리면(즉, 제재하면), 미국 본토도 불바다 (핵을 쓰겠다는 의미)가 될 것’이라며, 미국을 향해 전쟁 위협을 한 것이다.

이렇게 핵으로 위협하고 있는데,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대북 제재와 한미 공조가 내정 간섭일까?

미 국무부가 한미 워킹 그룹을 출범시킨 건, 한국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로부터 신뢰를 잃은 것이며, 이건 부인하기 어렵다.

또 다른 의미는 한국 정부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무슨 기회냐?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 규정을 어긴 것에 대해 즉각적인 세컨더리 보이콧을 하지 않고 지켜보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한국 기업, 은행 등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했을 때의 이해득실을 심각하게 따져봤을 것이다.

그랬을 때, 반미세력의 준동, 주한미군 철수 주장, 남북 정부의 프로파간다, 나아가 주한 미 시민들의 안전 문제 등등을 모두 저울질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한국 정부를 길들이기보다는 지휘, 감독, 단속을 통해 “바른 길로 인도함으로써” 같은 사태가 반복하지 않게 하자는 쪽으로 결론내려진 듯 하다.

그러나 워킹 그룹의 가동 중에도 또 같은 제재 규정 위반을 할 경우에는 미국은 더 이상 묵과하지도, 인내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좀 잘 해보자.



2018년 11월 21일





Thursday, November 8, 2018

당신의 선택은?









트리아지(Triage)는 어떤 환자를 우선적으로 치료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프로세스이며, 이 기준은 환자의 중증도이다.

트리아지는 나폴레옹 전쟁 시절 만들어졌고, 프랑스어 ‘trier’에서 유래했으며, 이 단어는 이동, 선택, 분류를 의미한다.


즉, 중증도에 따른 환자 분류는 전쟁을 통해 개발되었고, 이런 분류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당시 프랑스 군의관들은 전투 도중 다쳐 들어온 병사들은 세 분류했다.

첫째, 어떤 치료를 받아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환자
둘째, 어떤 치료를 받아도 죽을 것 같은 환자
셋째, 즉각적 치료에 대해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 같은 환자

첫째 경우는 치료를 다소간 미뤄도 좋은 경상자라고 할 수 있다. 둘째 경우는 치료해도 살기 어려운 중환자이다.

셋째는 즉각 치료하면 살아날 수 있거나, 회복 후 다시 전장에 내 보낼 수 있는 환자를 의미한다.

당시 나폴레옹의 군의관들은 두번째 경우의 환자를 치료하지 않았다.

전투 중 중환의 치료에는 막대한 의료 물자, 혈액, 인적 자원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어 살아나면 다행이지만, 물자, 인력, 자원이 제한적인 야전 병원에서 지휘관은 그에게 쏟아붓는 자원을 다른 부상자 즉, 치료 후 다시 전쟁터로 내 보낼 수 있는 병사에게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트리아지 시스템은 좀 더 정교하게 가다듬어져 지금도 전세계 대부분 국가들의 응급실에서 사용하고 있다. 전세계 공통 기준은 아니며, 국가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다.

나폴레옹 시절의 3 단계는 응급도에 따라 국가에 따라, 4 단계 혹은 5 단계로 분류하여 즉각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부터 4 시간 이상 기다려도 되는 비응급으로 나눈다.

응급도 평가는 환자의 징후를 토대로 한 점수를 기준으로 하거나, 의사의 판단에 의한다.

응급실에서 자원의 부족으로 초응급 상태의 환자의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는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유사시 군의 트리아지 영역에서는 나폴레옹 시절처럼 당장 치료해도 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자, 여기서 질문.

4성 장군과 일병 운전병이 탄 지휘 차량이 전투 중 로켓 공격을 받아, 똑같이 부상 당했다고 가정해 보자.

둘다 심한 복부 장기 파열과 복강 내 출혈이 있고, 둘다 출혈성 쇼크 상태로 중증도는 동일하며, 혈액형도 같은데, 줄 수 있는 혈액은 제한되어 있고, 당장 수술할 수 있는 수술장과 수술 의사는 하나 뿐이서, 둘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고 가정하자.

만일 한 명을 수술하면 다른 한명은 죽을 수 밖에 없다.

과연 누굴 수술해야 할까?

똑같은 군인이고 성인이며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 경우, 당신의 선택은?


2018년 11월 8일






시간은 누구의 편일까












지난 93년 북한이 NPT를 탈퇴하면서 1 차 북핵 위기가 발발했다.

미국 정부는 94년 6월 북한이 IAEA 탈퇴를 선언하고 IAEA 사찰단을 추방하자,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작계 5027에 따라 한반도 주변에 전력을 증강하고, 주한 미국인 소개 작전을 수립했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북핵 시설에 대한 선별적 선제 타격 즉, Surgical strike (외과적 정밀 폭격)으로 응징할 계획을 짰다. 이 계획은 후에 작계 5026이 된다.

지금의 작계 5026은 선제 타격(Preemptive strike)이 아니라 예방적 전쟁(Preventive war)형태로 이루어진다. 공격의 적법성 때문이다.

아무튼 1차 북핵 위기 이후 25년이 지났고, 북한은 2006년부터 작년까지 모두 6번의 핵 실험을 했다. 그러는 사이 누구도 북한의 핵 무기와 WMD 개발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한편, 리비아는 미국의 제재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 2003년 비핵화를 선언하고 약 2년에 걸쳐 비핵화 과정을 겪었는데, 당시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관이 바로 존 볼튼이었다. (2001년부터 2005년간 재임)

그는 리비아 비핵화 과정을 성공적으로 진두지휘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 미 유엔 대사로 임명되었다.

볼튼은 야인이 된 후 이란과 북한 비핵화에 대해 중점적으로 기고, 강연해 왔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하기 직전까지도 북핵의 군사적 해결을 주장하며, 미국의 선제적 공격에 대한 합법성, 전쟁의 명분에 대해 미 주요 매체에 기고했다.

지금 그의 역할은 북핵 해결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을 하는 것이다. 그가 어떤 조언을 할지는 분명하다.

최근 미소간 중거리 핵무기 폐기 조약 파기를 통지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 존 볼튼은 러시아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북핵을 해결하기 위한 핵무기 사용을 검토한 바 없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답변을 이끈 질문은 아마도, '미국이 중거리 핵무기 폐기 조약을 파기하려는 이유가 북한을 핵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냐?'라는 것이었을 것이다.

볼튼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미 국방부 내에서는 대북 전면전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전쟁을 끝내는 방법으로 B61 과 같은 전술핵 사용이 거론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북한처럼 지하 군사 기지가 많은 곳에서 재래식 폭탄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B61은 JDAM(Joint Direct Attack Munition)과 유사한 GPS 시스템을 갖는 정밀 유도 미사일이어서 외과적 타격에 유리하고, 다양한 탄두를 사용해 핵폭발력을 조절할 수 있고 벙커버스트로 쓸 수 있어 지하 기지 공격에도 유리하다. 다만, 핵무기라는 점이 가장 큰 단점이다.

핵이 전쟁에 사용한 건, 태평양 전쟁 뿐이었으므로, 또 다시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국제적 비난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손에 쥐고 있는 가장 효율적 무기를 만지작거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쟁이 날까?

아무도 모른다.

그럼, 김정은이 미국에 약속한 것처럼 순순히 비핵화를 할까?

이건, 희망 사항이며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최근 노동신문은 지난 2일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경우, 다시 병진노선을 가동할 것이라는 내용을 실었다.

병진노선은 핵과 경제개발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또 다시 핵실험,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고 이를 통해 긴장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같은 날, 폼페이오 장관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의 협상이 어떻게 되어 가느냐?'고 묻는 진행자에게 '김정은은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며, '그러나 우리는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며, 검증해야 하고,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답했다.

즉, 미국과 북한이 충돌하는 지점은 '선 비핵화'냐 아니면 '선 대북 제재 해제'이냐이며, 이 점에서 북한과 미국은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해가 충돌하면, 힘에 의한 타협은 필연적이 된다.

우리 각자는 지난 수십년 동안 세뇌되어 마치 평화적 방법으로 비핵화되어 질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다.

이 착각에서 벗어나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누구도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전쟁을 각오해야 평화적 해결도 바라볼 수 있다.

전쟁을 각오하고 평화적으로 해결하면 더 말할 나위없이 다행이지만, 헛된 평화를 꿈꾸다 전쟁이 터지면 달콤한 평화의 꿈은 악몽으로 바뀐다.

전쟁의 가능성을 처음 짐작한 건 지난 2016년 4월이었고, 이미 2년 6개월이 지났다.

그 동안

5차 북핵 실험 (2016년 9월 9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2017년 1월 2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 (2017년 3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2017년 5월 10일)
6차 북핵 실험 (2017년 9월 3일)
평창 동계 올림픽 전후의 평화 공세 (2018년 2월)
남북 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 북중 정상회담이 연이어 일어났다.

존 볼튼은 기고를 통해 미국이 군사적으로 비핵화하는 것에 대한 명분은 충분하며, 선제적 공격은 합법적이라고 주장했지만, 만일 JDAM을 쓸 계획이라면 명분은 더 무르익어야 할 것이다.

지금 미국은 시간을 끌고 있고, 북한은 조바심을 내고 있다.

시간은 더 이상 김정은의 편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편이다. 


2018년 11월 8일



Wednesday, November 7, 2018

트럼프 대통령의 포석










조선일보가 인터뷰한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트럼프 식 대북 쇼'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것이다.

관련 자료 : 
[전문가 분석] "민주당 하원 장악으로 트럼프식 '대북 쇼' 제동 걸릴 것"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07/2018110703388.html

"트럼프 식 대북 쇼"에 대해 생각해 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취임 후 한동안 김정은과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 낸 바 있다. 김정은을 로켓 맨이라고 부르며 애 취급하고, 백악관에는 북한보다 훨씬 더 핵 버튼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해 말에는 말 그대로 일촉즉발의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그러던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바뀐 건, 싱가폴에서 김정은을 만난 직후이다.

모두가 다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김정은에게 친밀한 태도를 보이며, '사랑에 빠졌다'는 말을 했다.

우리는 이런 모습이 '트럼프 식 어르고 달래기' 전술이라고 생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태도를 유지하자, 미국 조야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민주당이 더 그랬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에 대한 강경한 자세를 요구했다.

돌이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어르고 달래기 전법은 매우 의도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들기도 한다.

이 전법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얻은 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 북한을 옴짝달싹하기 못하게 잡아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 전술 후 북한은 태도를 누그러트리며 마치 미국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듯 태도를 바꾸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을 벌고 다른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둘째, 민주당의 대북 강경책이다.

이미 언급했다시피 낮은 지지율을 갖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은 크지 않았고, 하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을 것은 거의 확실했다. 만일 중간 선거 이후 여소야대가 될 경우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과 반대되는 정책을 더 강력히 주장할 것이 분명하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주장한 강경한 대북 기조를 계속 끌고 왔다면, 지금 민주당은 대북 강경 대응이 아니라, '전쟁을 하자는 거냐?'며 대화를 통한 외교적 북핵 해결을 주장하고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물론, 지나친 자의적 해석일 수 있지만, 뻔한 중간 선거 결과를 앞두고 미리 포석을 깔아 둔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대북 정책에 대한 의회와 행정부의 입장도 생각해 보자.

이미 여러 번 주장했듯, 의회는 이미 대북 제재법을 통해, 제재 조건과 방식은 물론, 제재를 풀기 위한 조건도 법으로 정해 두었다.

이 법에 따라 북한이 북핵의 CVID는 물론, 정치 수용소를 없애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미국의 대북 제재은 해제될 수 없다.

대북 제재법에 따라 대북 제재를 풀기 위해서는 북핵의 행동에 대한 미 행정부가 보고서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기준으로 의회가 결정한다.

만일 진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일정 수준의 북한 비핵화 태도만으로 제재를 풀어주려고 하면 대충 보고서를 만들어 이를 흔들며 의회를 압박, 설득해야 한다. 이럴 생각이었다면, 상하 의회 모두 공화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면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어설프게 제재를 해제 할 생각이 아니라면,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들,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는 영향을 받을 것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대충 비핵화 액션을 취하면 제재를 풀어줄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절대 아니다.

그러니, 적어도 대북 전략 측면에서 여소야대로 영향을 받을 것이 없다.

'트럼프 식 대북 쇼'는 말 그대로 쇼일 뿐이다.

적어도 북핵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이번 중간 선거 결과를 놓고 가장 흡족해할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 볼튼 국가안보보좌관, 미 국방부일 것이다.

반대로, 하원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기를 간절히 바랬고, 이번 선거 결과로 잠 못 이룰 당사자는 남북한 정상일 것이다.

물론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더 강경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은 당분간 현재의 대북 유화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대북 강경책을 더 끌어내기 위해서이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실패하고 무위로 돌아가는 모습도 보여줄 것이다. 이 역시 마찬가지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등 떠밀려 어쩔 수 없다는 듯 군사 옵션을 꺼낼 지 모른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의 책임을 피할 수 있으며, 재선도 보장받을 수 있다.

미국은 전쟁 도중 섣불리 지도자를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2018년 11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