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September 28, 2019

불쌍한 트럼프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볼튼 보좌관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건 굉장히 큰 실수였으며, 카다피에게 일어난 일을 생각해보라'며, '리비아식 비핵화를 고집해 북핵 비핵화에 차질을 빚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방식(new method)'의 사용을 주장했는데,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 새로운 방식이 '단계적 비핵화'가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단계적 비핵화는 이제까지 북한이 고수해온 비핵화 방법이며, '살라미 전술'로 알려진 것이다.

즉, 영변 핵 시설 폐기 후 보상, 또 다른 시설 폐기 후 보상 하는 식으로 단계적 비핵화를 하는 것이다.

살라미 전술은 언급했듯이 1차 북핵 위기 후 북한이 줄곧 사용해왔던 것이다.

그럼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로 회귀하자는 것일까?

그는 전임인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를 비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집권 3년이 되도록 김정은과 수 차례 만났을 뿐, 이렇다할 가시적 성과는 없었다.

도대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비핵화에 갖는 전략은 뭘까?


1. 리비아식 비핵화


우리는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실수라고 한, 리비아식 비핵화에 대해 명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리비아가 핵 무기 개발 도중 핵을 포기한 건, 그때까지 '여러 상황' 이 있었고, 그 상황에 몰린 끝에 카다피 스스로 핵 폐기를 결심하며 시작되었다.

그 상황이란, 1) 미국의 제재 2) 미국의 이라크 침공 및 후세인 검거 그리고 3) 미국의 공습이다.

미국은 2004년 제재를 풀기 전까지 무려 20년 가까이 리비아를 경제 제재했다. 뿐만 아니라, 미해군 전단을 지중해로 보내 해상 봉쇄를 했고, 1986년에는 유럽의 비협조에도 불구하고, 30여대의 전투기를 보내 공중 급유를 거듭하며 무려 1만 킬로미터를 날아가 리비아를 폭격하게 했다. 이 사건으로 카다피 궁이 박살 났으며, 그의 딸도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다.

2003년 6월에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이라크 독재자 후세인을 체포했다. 카다피는 이라크 침공 직후 영국에 비핵화 의지를 타진했고, 후세인이 체포된 직후 비핵화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후 미국은 약 2년에 걸쳐 리비아에 있는 모든 핵무기, 개발 장비, 설계도 등 문서를 고스란히 미국으로 실어 날랐다.

폐기 완료 후에도 리비아에 대한 제재를 완전히 풀고 리비아에 미국대사관을 설치하기까지 또 1 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리비아식 비핵화는 흔히, 선 비핵화, 후 제재해제의 의미로 받아들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비핵화를 언급한 건 큰 실수'라고 한 건, 북한을 선 비핵화, 후 제재해제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리비아와 북한은 여건이 다르다는 의미라고 할 수도 있다.

왜냐면, 종전 이후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거나 공습한 바 없고, 최근에 김정은과 같은 독재자를 처형해 겁을 주는 일이 없었으며, 무엇보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즉, 리비아식 비핵화는 그 경과나 상황이 어쨌든, 절대 권력자가 스스로 비핵화를 결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인데, 김정은은 겉으로는 비핵화를 말하지만, 누구도 그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리비아식 비핵화를 북한에 적용하는 건 현재로는 불가능하며 이런 policy 를 세우고 비핵화를 추진하는 건, 사실 '바보 같은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2.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


그렇다면, 김정은은 비핵화 의지가 확실히 있을까?

김정은에게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이 정권에 속한 사람들 뿐일 것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2018년 3월 북한에 가서 김정은을 만나고 돌아 온 후,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였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발표했다.

나아가 '김정은은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고, 선대의 유훈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은 과거도 있었다.

2005년 DJ 정부 통일부 장관이었던 정동영이 북한에서 김정일을 만날 당시, 김정일은 '북한은 핵무기를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며,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의 유훈이며 따라서 여전히 유효하다'고 전했다.

김정일은 2009년 원자바오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같은 얘기를 했다.

김정은도 하노이에서 로이터 통신 기자의 비핵화 의지가 있느냐는 직설적인 질문에, “그럴 의지가 없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즉, 북한의 체제가 보장된다면 다시말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면 북한은 핵무기를 가질 필요가 없으며, 비핵화는 김일성, 김정일의 유훈이라는 것이 북한의 '공식적' 입장인데, 사실은 북한의 프로파간다에 불과하다.

이 말을 믿을 수 있을까?

김정은은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을 보장 받고, 경제적 지원과 제재 해제를 위해 핵무기와 ICBM 을 만들고, 수없이 실험하고,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SLBM 을 실을 수 있는 대형 잠수함을 만들고 있을까?

김정은은 남한을 해방시키고, 한반도 공산화를 하겠다는 북한 정권의 목표를 버릴 수 있을까?

미국의 제재 해제와 경제 지원을 받아 북한을 산업화하고 시장 경제를 일으켜 부국으로 만들어 인민을 행복하게 살게 하겠다고 생각할까?

결코 아니라고 본다.



3. 북한의 노림수


그렇다면 김정은이 수시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고, 트럼프 대통령을 띄워주며 아양을 떠는 이유는 뭘까?

도대체 김정은의 전략을 뭘까?

김정은이 원하는 건 제재 해제이다.

이건 발등에 떨어진 불과 같다. 통치 자금이 떨어져가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제재를 더 오래 받게되면 북한 주민들의 민심이 요동치고, 정권을 떠받들고 있는 세력의 결집력도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지난 하노이 협상에서 영변 핵 시설 폐기를 내놓고 제재 일부 해제를 원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김정은의 입장은 곤란해진다.

또 다른 노림수는 평화 무드 조성과 함께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미국으로하려금 북한은 힘이 있지만, 결코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 즉, 핵의 폐기가 아니라 동결을 주장할 것이다.



4. 미국의 노림수


최근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과 이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국내외 북한 전문가와 여론을 불안하게 한다.

조선일보는, 북한은 핵보유를 위한 계산법을 가지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여러 여건을 고려해, 핵동결 수준에서 제재를 풀어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가는 길을 터 줄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사설을 썼다.

그러나 이런 일각의 우려는 기우에 그칠 것이다.

이렇게 단언하는 이유는 미국은 '법치국가'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독재자가 아니고, 미국 대통령은 미국 법을 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북 제재법 (2016년)은 미국 정부가 대북 제재를 해제할 수 있는 조건 10가지를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으며, 북한이 법이 정한 해제 조건을 충족했다는 것을 입증해 의회에 제출하지 못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

이 조건 중에는 미국 위조지폐 발행 및 돈 세탁 중단, 유엔 안보리 결의안 준수, 납북, 불법 억류 외국인의 송환, 인도주의적 원조 배분의 입증, 정치범 수용소의 생활 개선 검증 등이 있으며, 이를 충족할 경우 미국 대통령은 1년 가량 제재를 일시 해제할 수 있다.

즉, 1년간 제재 유예를 받기 위해서라도 북한이 '까고 공개해야 하는'것이 너무 많다.

더구나 핵, 화학, 생물학 무기의 완전한 폐기와 정치범 수용소의 모든 정치범 석방과 대의 정치 체제 구축, 정치활동 검열 중단을 하지 않을 경우 완전한 제재 해제는 불가능하다.

한 마디로 김정은 체제가 존속되는한 북한은 제재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법이 이러니, 트럼프 대통령이나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김정은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제재 해제 요건을 준수하라'는 것 밖에 없다.

만일 미국이 북한의 살라미 전술에 말려, 단계적 비핵화에 동의해 단계적으로 제재를 해제하거나 지원을 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법을 어긴 것이 되며 탄핵 사유가 될 수도 있다.

그럼 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발언과 제스처를 할까?



5. 외교적 vs 군사적


국가간 분쟁의 외교적 해결은 대화와 협상을 통하는 것이다.

외교적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군사적 노력을 쓰는 수 밖에 없다. 만일 그 분쟁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면 말이다.

93년 이래 미국은 북핵 해결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미국 뿐 아니라 국제 사회는 6자 회담 등 수 차례 외교적 해결을 위해 만나고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그러나 북한은 비핵화 약속을 번번히 어겼고, 합의는 깨졌으며, 이렇게 시간을 끈 결과 이제는 미국 본토를 핵 공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북한은 절묘한 외교 수법으로 시간을 벌었고 미국과 국제 사회는 넋 놓고 쳐다만 봤다. 오바마는 이런 무대책을 '전략적 인내'라는 PC 용어로 포장했다.

그걸 가장 비난하던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런데 지금 시간을 끄는 건, 북한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다.

사실 2018년 말까지만 해도 당장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았다. 그걸 트럼프 대통령의 블러핑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다.

1차 북핵 위기 당시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을 중단한 이유나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 동원을 중단한 이유 모두 지나치게 많을 인명 피해 때문이었다. 특히 당시 중국은 북한과의 국경에 대규모 군사력을 배치하고 여차하면 한반도로 진격할 모습이었다.

지금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무역 전쟁을 하는 이유는 단지 중국을 공정 무역국가로 바꾸기 위함이라기보다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도 있다고 봐야 한다.

즉, 중국을 묶어두어야 북핵 해결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며 일본을 무장시키고, 일본 자위대의 행동 반경을 넓히려는 것도 유사시 일본의 지원을 받으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이 가정이 사실이라면 미국은 차근차근 군사적 행동을 위한 준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을 끄는 이유는 뭘까?

내년 말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다. 이미 미국 대선 레이스는 시작되었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건 재선에 성공하는 것이다.

볼튼은 더 시간을 버리며 북한에게 기회를 줘서는 안된다고 주장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재선이 더 중요하다. 재선에 성공 해야 비핵화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볼튼은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다.

재선까지는 무려 13 개월 가량이 남아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 속에는 그 13 개월 동안 북한이 조용히 있어야 한다는 생각 뿐일 것이다.

그러려면 김정은을 묶어 놓을 것이 필요하다.

즉, 협상을 재개하면서 시간을 끌고, 필요하면 칭찬하고, 과도한 애정을 표현하며 김정은이 엉뚱한 생각이나 도발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방법'이란 미끼도 던져야 한다.

새로운 방법이란,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이 말한 새로운 계산법을 의미할 것이다. 원하는 걸 줄 수 있다는데 북한이 이 미끼를 물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은 아무리 핵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미국의 코털을 마구 건드릴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6. 결론


군사적 행동없이 북핵 비핵화는 불가능하다.
대화와 협상은 시간을 끄는 것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간계에 넘어갈 것이라고 보는 건 억측이다. 지금은 미우나 고우나 그를 믿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의심은 품어야 한다.

- 아마 그는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사람들 때문에 속상해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불쌍한 노인네...



2019/09/22/23:50

Thursday, September 26, 2019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본 민주당 대선 후보











미국은 지금 일명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떠들썩하다. 미 민주당은 트럼트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검토에 들어갔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요약하면, ‘과거 백악관 권력과 현재 백악관 권력이 교대로 우크라이나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렇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닌 조 바이든은, 2014년 자신의 차남인 헌터 바이든을 우크라이나 재벌의 에너지 회사 ‘부르스마’에 취업하도록 한다. 헌터 바이든은 최소 연 60만불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다. 차남이 거기서 뭘 했는지는 모르지만, 조 바이든의 텃밭인 델라웨어에서 로비를 벌인 건 확실해 보인다.

문제는 부르스마라는 기업이다. 부르스마 홀딩스를 소유한 우크라이나 재벌이 정경유착 등 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은 것이다.

2016년 당시 우크라이나 검찰은 조 바이든의 차남 헌터 바이든도 연루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였다. 그러자,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10억 달러 대출 보증을 철회하겠다고 압력을 넣으며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해임하라고 압박했다. (혹은 그랬다는 의혹이 있었다)

실제 이 검찰총장은 우크라이나 의회에 의해 해임되었고, 다음 검찰 총장은 헌터 바이든은 부패 사건에 개입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잠깐, 여기서 조 바이든과 그 차남 헌터 바이든에 대해 알아보자.










조 바이든은 변호사 출신으로 30세에 상원의원이 되면서 일찌감치 정계에 입문했다. 그러나, 상원의원이 되면 해 교통사고로 부인과 장녀를 잃는 아픔을 겪었다. 게다가 그의 장남은 부통령 시절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하나 남은 아들이 무척 소중했을 거다.

보통, 미국 주요 정치인은 군 경력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조 바이든은 천식을 이유로 월남전에 참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의 주 종목은 외교, 군사이다. 오바마와 런닝메이트 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오바마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외교, 군사 부분을 메꿔줄 수 있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한편, 조 바이든은 말 실수로 유명하며, 성추행 논란으로도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또, 남의 연설 베껴쓰기로도 유명하다. 1988년에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올랐다가 영국 노동당 당수의 연설을 표절해 연설했다는 의혹에 밀려 중도 포기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수 차례 남의 연설문으로 자기 것인양 인용해 써 왔기 때문에 바이든의 연설문 카피는 더 이상 기삿거리도 아니다.

바이든은 총기 소지 반대, 동성애를 찬성하는 대표적인 미국 좌파이다. 좌파들은... 왜 그러지?

외동 아들이 된, 둘째 아들 헌터 바이든 역시 변호사 출신인데, 뇌종양으로 사망한 자기 형의 부인, 즉 형수와 열애를 벌인 것이 밝혀져 논란이 되었다. 논란이 거듭되자 조 바이든은 그 관계에 찬성한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헌터 바이든은 현재 부인과는 이혼한 상태이다.

어쨌든, 조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검찰총장 해임 압력은 유마무야 덮혀지는 듯 했다.

지금은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대선후보로 떠 오르며, 실제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압도하고 있는 중이다. 개돼지는 한국에만 있는게 아니다.

여기까지가 ‘전 백악관 권력’의 우크라이나 압박 이야기이다.

‘현 백악관 권력’인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과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의 추문을 더 파고들고 싶었던 것 같다.

미국 부통령의 권력을 이용해 남의 나라 검찰총장을 해임하고, 부패 수사를 막은 자가 미국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혹은 자신의 재선에 걸림돌이 되는 바이든을 추락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헌터 바이든에 대해 더 수사하라는 말을 하기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사실은 누군지 모르는 내부자의 고발로 언론에 유출되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지 않으면, 2억5천만 달러에 이르는 군사원조를 철회할 것이라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압박했다며 공세를 폈다.

‘현 백악관 권력’이 원조를 빌미로 우크라이나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의 기밀을 해제하고 백악관은 이를 공개해버렸다. 공개된 대화 내용은 이렇다.

“바이든 전 부통령 아들과 바이든 전 부통령이 우크라이나 검찰 수사를 중단시킨 것을 두고 말이 많다. 많은 사람이 이와 관련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하니까 이걸 좀 알아봐 주면 좋겠다.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이나 자신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변호사(전 뉴욕 시장)를 만나거나 전화로 이 문제를 상의해 달라.”

대화 내용 중에, ‘수사를 재개하지 않으면 원조를 중단하겠다’는 내용은 없었다.

낸시 펠레시 하원의장 (민주당)이 서둘러 트럼프 탄핵 조사 발표를 한 건, 실수거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과거 러시아 스캔들이 있었을 때 낸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 시도에 대해 반대했다. 왜냐면 미국 역사 상 현직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바는 없으며,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상원에서 묵살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즉, 탄핵 시도는 역풍을 맞고 민주당의 무능을 드러내는 것으로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탄핵을 거론하는 건, 역설적으로 이 논란을 빨리 끝내고 싶기 때문일 수도 있다.

왜냐면, 살펴보았다시피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화살은 트럼프 대통령에서 바이든으로 옮겨갈 여지가 매우 크다.

만일 이 사건이 특검으로 갈 경우, 조 바이든과 그의 차남 헌터 바이든에 대해 심도깊은 수사가 진행될 것이 분명하며, 이 경우 이 둘은 물론 민주당이 더 곤혹스러워질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를 공개하고 논란을 키우는 건 오히려 조 바이든의 치부를 드러내기 위한 음모(?)일수도 있다.

지난 3여년간 트럼프 대통령이 지는 게임을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트럼프 빠라는 건 아니다.

God bless America!




2019년 09월 26일 :1902


Wednesday, September 25, 2019

병원은 천국이 아니며, 의사는 신이 아니다











입을 열고 거울로 목구멍을 들여다보면, 목젖이 보이고 그 좌우에 편도가 보인다. 그 뒤로 깊은 동굴처럼 목구멍이 보인다. 목구멍의 아래는 앞뒤로 갈라지는데, 가슴 앞쪽으로는 기관지로 연결되고, 뒤쪽으로는 식도로 연결된다.

혓바닥을 쭉 내밀어 보자. 혓바닥의 안쪽을 따라 목구멍으로 넘어 내려가면 앞에 있는 기도를 열고 닫는 덮개가 있다. 이를 후두개 (Epiglottis) 라고 한다.

후두개는 음식물이나 물을 삼킬 때, 기도로 이것들이 넘어가지 않게 닫아주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숨을 쉴 때는 후두개가 열려야 한다.

어찌하다 채 후두개가 제대로 닫히지 않은 체 음식물이나 물이 기도로 넘어가면, 기도 점막이 자극되면서 이를 뱉아내기 위해 격렬한 기침이 발생한다.

이 목구멍을 통괄해서 인후라고 부르는데, 후두개가 있는 인후는 후두개는 물론, 성대 등 구조물들이 복잡하게 있어, 상대적으로 좁아, 공기의 흐름 저항이 가장 큰 부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부위에 염증이 생기면 쉽게 호흡곤란이 생기며, 극단적 상황에서는 아예 기도가 막혀 호흡을 할 수 없게 된다.

후두개의 염증은 대개 특정 세균에 의해 생기며, 소아에서 흔하지만, 성인에서는 흔하지 않다.

후두개염은 일반적인 상기도 감염처럼 고열과 고열에 의한 전신통, 인후통을 주 증상으로 내원하는데, 때로는 호흡 곤란과 천명을 보이고, 소아에서는 개 짖는 듯이 컹컹거리는 특이한 기침 소리를 내기도 한다.

모든 후두개염 환자가 호흡 정지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병의 상태나 개개인의 해부학적 특성이 영향을 주며, 가벼운 후두개염은 감기나 일반적인 상기도염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후두개염은 언제든지 호흡 정지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전통적으로 응급 상태로 간주한다.


- * -


자, 이런 상식을 가지고 이런 가정을 해보자.

어느 늦은 밤, 지역의 한 중소병원 응급실에 후두염 성인 환자가 왔다.

이 환자는 심한 인후통과 고열을 주 증상으로 내원했을 것이다. 응급실에 머물고 있는 동안 증상이 악화되어 호흡 곤란이 생겼다.

호흡 곤란은 주관적 증상이며, 의사가 객관적으로 호흡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건, 산소포화도 측정이나 동맥혈가스검사이다. 동맥혈가스검사는 말 그대로 동맥에서 피를 빼 기계로 돌려봐야 하므로 검사 자체가 어렵고 환자도 고통스러우며, 시간도 오래 걸린다.

심한 후두개염이 있다고 해도 공기가 들락거릴 구멍이 있으면 쉽게 산소포화도는 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산소를 주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 남아있는 구멍마져 막혀버리면 그 순간 호흡이 멈춰지고 환자는 심한 불안감과 함께 혈압과 맥박 수가 급증하고, 산소 포화도는 급감하기 시작한다.

이 때부터 환자의 뇌사에 이르기까지는 불과 4~5 분의 시간 밖에 없다.

즉, 의사는 인후통과 약간의 호흡 곤란, 고열로 내원하는 환자가 단순한 인후염이나 편도염인지 아니면 후두개염인지 감별해야 한다. 후두염은 X-ray 로는 진단이 쉽지 않다. 가장 좋은 진단 방법은 내시경이나 후두경을 통해 후두 부종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중소병원 응급실에서는 확인이 어렵다.

그 다음, 의사는 이 환자의 기도 폐쇄를 예견하고 미리 기도 삽관을 할지 아니면, 약물과 산소를 주며 경과를 지켜볼지 판단해야 한다.

의식이 멀쩡한 환자의 기도 삽관은 쉽지 않다. 우선 환자가 너무 고통스러워 저항할 수 밖에 없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인후와 후두개의 부종으로 기도내 삽관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럼, 기관절개술이나 윤상갑상연골절개술을 해야 한다. 한 마디로 목을 째고 기관지를 잘라 그 사이로 호스를 넣어 숨을 쉬게 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응급 상황에서 기관절개술이나 윤상갑상연골절개술을 직접 경험해 본 의사는 그리 많지 않다.

다시 정리해보자.

인후통과 고열로 내원한 성인 환자가 왔다. 그 병원 응급실에는 기관절개술이나 윤상갑상연골절개술을 해본 경험이 없는 의사가 근무 중이었고, 기관절개술을 할 장비도 충분하지 않았다.

그 병원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 병원은 2~30 분 가량 떨어져 있다.

그 환자를 진료한 의사는 환자로부터 쌕쌕거리고 그릉그릉하는 천명이 약하게 들리는 걸 알아차렸다.

그 의사가 해야할 일은 이렇다.

후두개염의 가능성을 설명하고, 이송 앰블러스를 부르고, 그 사이에 부종을 감소시킬 스테로이드와 항생제 등을 재빨리 투여하고, 호흡기 흡입 치료를 하면서, 전원받을 대학병원을 수소문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까. 그 때까지 환자의 기도는 안전할까?

다행히 기도가 폐쇄되기 전에 환자를 보내 그 곳에서 적절한 조치를 받게 되었다면, 모두가 해피한 해피 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환자에게 집중하는 동안 기다리는 다른 환자들은 욕을 하며 투덜거리겠지만.

그런데, 만일 단순 감기로 오인하고 돌려 보냈거나, 경과 관찰을 하겠다며 수액을 달고 지켜보다 상황이 악화된다면 이송 전에 기도 폐쇄가 오거나 이송 중 같은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럼, 지금 이 나라 상황에서 그 의사는 과실 치사로 실형을 선고받는 동시에 면허 정지 처분을 받고 무직자가 된다.

게다가 만일 거의 기도가 폐쇄된 상태로 내원하거나 내원 직후 기도 폐쇄가 된다면, 이 환자를 살릴 도리는 없다.

의사는 죽어라고 기도 삽관을 시도하다 환자를 잃을 것이다.

또 이 나라가 돌아가는 판으로는 그 책임도 의사가 져야 한다. 도대체 왜?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그런 실력없는 의사가 응급실에 있으니 생긴 일이라며 억울해하고 화가 날 것이다.

그 따위 의사는 당장 면허를 취소하고 다시는 의사 짓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 따위니 큰 병원 가야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럼 큰 병원은 다를까?

단지, 의사의 실력이나 시설, 장비의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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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의사 2 명에게 금고형이 선고된 사건이 있었다.

서울성모병원은 상급종합병원이며, 이른바 5대 메이저병원의 하나로 분류되는 초대형 병원이다.

사건 개요는 이렇다.

상기도 감염으로 내원한 환자를 초진한 2년차 응급의학과 레지던트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즉각 3년차 레지던트에게 보고했다. 3년차는 즉시 담당 과장에게 보고했고, 이 둘은 구두로 보고받은 후 환자에게 달려가 기관 삽관을 시도했지만 실패. 곧바로 윤상갑상연골절개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환자는 이미 저산소증 뇌사로 7개월 후 사망했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병원 중 하나. 그것도 수도 서울 강남에 자리한 병원에서 생긴 일이다.

애초 이 사건은 민사에서 병원에게 5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이들을 벌금형에 처했으나 법원은 정식 재판에 회부해 1~1년6개월의 금고형에 처했다.

판결 이유는 담당 과장과 3년차 레지던트가 차트와 X-ray를 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앞서 얘기했듯 X-ray 는 후두개염 진단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 병인이 무엇이든 호흡, 혈압, 맥박 등 생명징후가 나쁘면 그걸 우선적으로 교정하려고 노력하는 건 당연하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로 복통이 있는 환자의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기 시작하면 CT나 초음파 등 검사가 먼저가 아니라 혈압을 올리기 위해 수액과 피를 주는게 우선이라는 말이다.

게다가 기도 유지는 모든 응급환자의 가장 우선되어야 할 조치이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사람이 죽었으니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고, 책임을 지우려고 하다보니, 고작 죄로 지목한 게, 차트와 X-ray를 보지않아 오진했다는 것이다.

즉, 피해자가 있으면 가해자도 반듯이 있다는 것이 법원의 논리라 할 수 있다. 그 환자를 살리려고 노력했던 의사가 바로 가해자이며, 환자를 죽게한 당사자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인 것이다.

언급했듯, 소아의 후두개염은 종종 응급 상황을 초래할 수 있지만, 성인의 경우는 흔하지 않다. 성인은 상대적으로 기도가 넓기 때문에 어느 정도 부종이 있어도 쉽게 기도 폐쇄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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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성인이 후두개염으로 사망한 사건은 흔하지 않은데, 최근의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1) 2013년 11월, 47 세 남자 환자가 인후통을 주소로 천안의료원을 방문 후 목감기 진단을 받고 처방받아 귀가했다.

몇 시간 후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119를 통해 자정 경 다시 응급실로 내원했다. 농가 주택이라 119가 집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어 신고 후 30분이 지나 병원에 도착했다.

환자의 산소포화도는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의사 역시 후두개염을 확신하지 못했고, 보호자가 큰 병원으로 옮기겠다고 해서, 사설 응급차를 불러 단국대 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다.

사설 응급차가 오는데 20 여분이 걸렸고, 결국 119 신고 후 2시간이 지나 단국대 병원에 도착했다.

도착 직후 단국대 병원 의료진은 기관절개술을 시도했고, 약 15 분 가량이 걸렸다. 그러나 그 사이 심장이 멈췄고, 심폐소생술을 통해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으나 뇌사에 빠져 다음 날 사망했다.

도착 당시 단국대병원 간호기록지에는 '안색이 창백하고 숨소리는 좋지 않지만 의식이 명료하고 산소포화도 측정치도 정상'이라고 기록되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유족과 천안의료원의 합의로 종결되었다.


2) 2014년 연령 미상의 성인 남자가 오전에 감기 진단을 받고, 감기약을 복용한 후 호흡 곤란으로 말을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자, 저녁 9시 50분 경 같은 병원 응급실로 내원했다.

환자는 천명 증세가 있었다.

해당 병원 응급의학과는 급성인후편도염으로 진단 후 산소를 공급했다. 내원 30 분 후 호흡 증세가 더 나빠지자, 마스크로 바꾸고 산소를 5리터로 증량 후 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제를 투여했다.

그러나 약 30분 정도 지나자 산소포화도가 92%, 5분 후 89%로 떨어졌다.

이때 의료진은 기도 삽관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5,6 분 후 산소포화도는 48%까지 떨어지며 심정지가 발생했다.

산소포화도 변이 추이를 보면 다음과 같다.

22:49 92%
22:53 89%
22:54 기도 삽관 시도
23:00 48% 심정지
23:06 윤상갑상연골절개술, 산소 공급

23:20 분 ROSC (자발순환) 상태로 돌아와 생명징후는 정상으로 회복되었으나 뇌사 상태로 사망했다.

이 사건은 민사소송에 들어가 병원 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판사의 판결 요지는, 후두개염으로 진단할 수 있었으나 편도염으로 오진해 기도폐쇄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했고, 이비인후과에 대한 협진 요청을 하지 않아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산소포화도가 90% 이상 유지되었을 때 기도 삽관을 감행하기는 쉽지 않다.

심 정지 후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불과 5분안에 윤상갑상연골절개술을 성공해 산소를 준 건, 의사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다.


3) 유사한 사례도 있다.

이 환자의 경우 턱과 목 부위의 부종으로 후두개염, 심경부감염 등으로 진단 후 기도 확보를 위해 기관절개술을 시행했다. 이후 환자가 가래가 끼었다며 호흡 곤란을 호소해 간호사가 가래 흡인 처치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호흡 상태가 더 나빠지고 의식 저하를 보여 심폐소생술 팀을 콜해 기관내 삽관을 제거하고, 기도 삽관 후 집중 치료를 했으나 환자는 뇌사 상태로 사망했다.

이 사건도 재판에 넘겨졌으며, 1심 재판부는 흡인 처치를 제대로 하지 못해 뇌사에 빠졌다며 배상 판결을 내렸으나 2심에는 흡인 처치로 기도 이물에 제대로 제거되지 않을 수 있으며, 병원 심폐소생술 팀이 응급 처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병원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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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병은 깨진 자동차 범퍼와 같은 것이 아니다.

범퍼를 갈고 페인트 칠을 하면 자동차는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지만, 사람은 자동차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특성이 있고, 그 특성에 따라 예후도 갈라지고 때론 치료법도 다르며, 병원을 간다고 자동차 범퍼 갈 듯 모든 병을 다 치료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만일 결과만 놓고 그 책임을 병원이나 의사에게 묻는다면 살아남을 병원이나 면허를 지킬 수 있는 의사는 존재하기 어렵다.

기소한 모든 피의자의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지 않는 검사나 2,3 심에서 번복되는 판결을 내린 1심 판사를 처벌한다고 하면,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학 입시에 성공하지 못하는 수험생을 가르친 교사를 처벌하거나 국민을 힘들게 하는 법안을 만든 국회의원이나 정책을 만든 공무원을 모두 처벌한다고 하면 나라가 돌아가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치료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 치료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이유, 환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를 들어, 설명 의무 위반 등등을 걸어 의사를 처벌하겠다고 하면, 남아 날 의사도 없다.

그런데, 지금 그러고 있다.

최근에는 약화 사고(약물 부작용에 의한 사고)로 의사를 처벌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모든 약물은 부작용이 있으며, 그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은 매우 적은데, 이 역시 부작용에 대한 설명없이 투약했다는 이유로 의사를 처벌하는 것이다.

또, 이런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의료계가 대응하는 모습에도 문제가 있다. 누가봐도 부당하게 처벌한다면, 그 처벌의 화살은 무작위로 날아갈 수 있으므로 남의 일이 아닌데 다들 외면하고 침묵할 뿐이다. 특히 의협의 무기력은 진저리날 정도이다.

아무튼 병원은 유토피아도 천국도 아니며, 의사는 신이 아니다.

인간에게 신이 되라고 하는 건,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다.





2019년 9월 25일




Sunday, September 8, 2019

골란 고원의 영웅












이스라엘과 시리아 사이 국경 지역에 골란 고원이 있다.

골란 고원의 평균 고도 1천미터에 이르며, 주위의 메마르고 황량한 지역과 달리 숲과 초원이 있는 아름다운 지역이다. 고도가 높으면 이슬이 쉽게 맺히고, 구름이 걸리면서 강수량이 늘어나고 안개도 많아 풀과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다.







현재 골란 고원의 실효적 지배자는 이스라엘이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골란 고원 점령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지만, 사실 이 곳은 시리아의 요충지였다.

골란 고원은 바위산으로 이루어져 있고, 고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는 이스라엘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여서, 시리아는 국경을 따라 지하 콘크리트 벙커를 만들어 막강한 소련제 무기를 배치해 두었다.

이스라엘이 골란 고원을 차지한 건, 6일 전쟁으로 잘 알려진 1967년 3 차 중동 전쟁 때였다.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남으로는 이집트를 공격해 이집트 공군과 육군을 괴멸시켜 시나이 반도를 차지하고, 서쪽으로는 가자 지구를, 동쪽으로는 요르단을 공격해 지금의 서안 지구(West Bank)를 차치했다. 뿐만 아니라 북쪽으로는 시리아를 공격해 난공불락의 골란 고원을 점령하는 성과를 거둔다.

이로써, 좁은 국토를 가졌던 이스라엘은 원래 국토의 3배 넘는 땅을 차지하며 지금의 국경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녹색 지역이 6일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획득한 영토이다.
시나위 반도는 후에 이집트에 되돌려준다



결코 만만하지 않은 군사력을 가진 3 개국과 동시에 전쟁을 벌어 불과 6일 만에 이런 전과를 거둔 것이다.

이 같은 승리의 배경에는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즉, 모사드의 활약이 있었다.

특히 골란 고원의 진지에서 시도 때도 없어 폭격하며 이스라엘을 괴롭힌 시리아에게 본때를 보여준 모사드의 스파이의 역할이 매우 컸다.

그의 이름은 엘리 코헨.

그는 이집트 태생의 유태인으로 이집트에서 활동하며 이집트 내 유대인을 이스라엘로 귀국 시킨 공을 세운 바 있었다.

이후 모사드에 발탁되어 6개월 간의 스파이 교육을 받고 아르헨티나로 건너 가 그곳에서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카멜 아민 샤베트란 이름의 사업가 흉내를 내며 시리아 군부와 친분을 쌓은 후 그들의 지원으로 시리아에 잠입한다.

시리아에서도 사업가로 활동하며 군부, 정치계 인사들과 교분을 쌓아 획득한 각종 정보를 이스라엘로 보내며 많은 공을 세운다.

그러던 중 바트(바트는 부흥이란 의미의 아랍어)당이 주도하는 시리아의 군사 쿠테타에 가담하며 대통령의 눈에 들어 시리아 국방부 차관에 임명되기에 이른다.

당시 시리아는 이스라엘의 유일한 수자원인 갈릴리 해로 유입되는 물을 끊기 위한 거대한 토목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이 공사는 당시로는 전세계 토목 건설회사 중 가장 큰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던 무하마드 빈 라덴에 의해 비밀리에 진행 중이었다. 사우디의 거부였던 무하마드 빈 라덴은 바로 오사마 빈 라덴의 친부이다.

엘리 코헨은 이 정보를 빼내 이스라엘에 알렸고 이스라엘 공군은 그 공사 현장을 폭격해 시리아의 음모를 무위로 돌렸다.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골란 고원을 쉽게 점령할 수 있었던 건, 국경을 따라 지어진 비밀 벙커에 그가 보낸 유칼립투스 나무가 심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군부와의 친분을 이용해 골란 고원 콘크리트 벙커 주변에 병사들을 위한 그늘을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유칼립투스 나무를 심게 한 것이다.

6일 전쟁 당시 이스라엘 군은 유칼립투스 나무를 표식삼아 폭격을 때려 지레 놀란 시리아 군들이 도망치자 손쉽게 골란 고원을 점령할 수 있었다.

엘리 코헨은 국방부 차관 임명 후 오래지 않아 무선 통신 추적에 의해 현장에서 검거된 후 교수형에 처해졌다.

이 전설같은 스파이 이야기가 넷플릭스에 의해 'SPY' 란 제목의 6부작 미니 시리즈로 제작되어 방영 중이다.



2019년 9월 8일





Thursday, September 5, 2019

정부 발표 의료전달체계 개선안 소회







어제 (4일) 복지부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을 내놓았다.

물론, 조국 사태가 온갖 뉴스를 뒤덮고 있고, 그게 아니라도 정부 발표에 관심 가질 의료계 인사는 별로 없을테니, 별로 관심이 없겠지만.


이 발표에 대한 의협의 반응도 찾아보기 어렵다.

- 복지부 안을 아직 못봤기 때문이라고 핑계대지는 말자. 왜냐면 이 안은 어제 이미 인터넷에 떴고, 그 전에라도 얼마든지 볼 수 있었을테니까.
- 결국, 전달체계 개선안 따윈 관심없다는 거겠지. 조국 사태처럼 국민들 관심을 끄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건 케케묵은 의료계 요구사항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었다. 사실, 겉으로는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하지만, 내심 현재대로 가자고 하는 것도 다름아닌 의료계라 할 수 있다.

현행 의료전달체계를 규정한 법령은 건강보험법의 시행규칙 한 장인데,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공급체계를 두개의 단계로 나누고 ‘2단계를 이용하려면, 1단계를 먼저 이용해라’ 이게 전부이다. 그런데 문제는 2 단계에 속하는 건, 전국 수천개의 병원과 수만의 의원 중 단 40여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40개 병원(이른바 상급종병)을 이용하려면, 나머지 수만개 의료기관 중 아무 곳이나 먼저 이용하면 그만이다.

거의 모든 병원들이 뒤엉켜 구분없이 환자를 받기 위해 경쟁하는 꼴이라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무법의 정글인 셈이다.

이걸 전달체계라고 부르는 건 부끄럽다.

그러니, 열악하고 소규모인 의원과 의료기관은 당연히 날로 열악해지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너나할 것없이 덩치만 부풀린다. 거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 상태로 수십년이 흐른 것이다.

그런데도 의료계가 이 상태를 고수하고 싶어하는 건 첫째, 의료정책 결정에 대형 병원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며, 대형병원일수록 무법 상태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둘째, 의료계는 지나치게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보수적이란, 좋게 표현한 것이고, 의료계는 제도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왜냐면 이제까지 정부가 제도를 바꿀 때 개선된 적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제발 날 흔들지마라’ 는 것이 의료계 대부분의 생각이다. 이제 겨우 틀 잡아놓고 간신히 견디고 있는데 이 틀마져 흔들지 말라는 것이다.

세번째는 무조건적인 정부 불신이다.

두번째와 일맥상통하는 것인데, 정부를 믿지 못하니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곧이 듣지 않는다. 정부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 손가락질 받는 곳이 의료계이다.

상황이 이러니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건 의협이 사실 최고이다. 그러니 뭘 발표하든 무관심일테지.

그러나 그래선 안 된다. 나 같은 민초의사야 정부를 불신하고 무관심해도 되지만, 의료계의 대정부 파트너인 의협은 매사에 관심을 가지고 개입해야 옳다.

아무튼, 아무도, 전혀, 결코, 누구도 정부 발표안에 관심이 없을테니 그 안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생략한다.

개인적 소감을 적으면 이렇다. 20 여장에 걸친 발표안을 꼼꼼히 살펴본 결과 개인적으론 여러 면에서 고무적인 동시에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의료전달체계 혹은 의료이용체계는 사실 뭐라고 포장을 해도, 결론은 의료 이용을 불편하게 하는 제도이다.

이제까지 정부의 정책 방향은 ‘의료 접근성 강화’ 였다.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된 77년이래 단 한번도 바뀜이 없었던 정부 정책이 바로 이거다.

오로지 접근성 강화를 위해 나머지 모든 걸 희생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가 오늘의 이 결과이다.

즉, 의료비 폭증, 의료소비의 불균형, 공급 과잉과 과대 경쟁, 소비자들의 도덕적 해이, 과잉 이용 등등이 접근성 강화 정책의 부작용이자 부산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정책발표는 복지부가 접근성 강화는 잠시 뒤로 미루고, ‘의료 이용의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실질적 선언을 한 것과 같다.

전달체계 강화는 이용의 제한, 불편을 필연적으로 동반하기 때문이다.

즉, 복지부가 정책 방향의 핸들을 틀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구체적 실행 방안은 아직 미지수이다. 여러가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현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그러나 실망하기엔 이르다.

복지부도 이를 의식해, ‘단기 개편안’이라고 방어막을 쳤다. 즉,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 이제 하루가 지났다.

이미 일부 언론은 ‘지방 사람은 수도권 병원을 쓰지 말란 말이야’ 며 비난을 쏟아내며 선동질을 시작했다. 휴우~~ 그게 아니잖아 이 ㅂㅂ들.

의료계도 슬슬 돌려까기 시동을 걸고 있을 것이다.

뭐 좋다. 하던대로 해야지.

하지만, 대안 하나 쯤은 품고 해야하지 않을까?


2019년 9월 5일







의료전달체계 구축하라고 떠들지를 말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