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발 부동산/금융 위기

 





내일 (23일) 중국 제 2 부동산 회사인 헝다(恒大. Evergrande)그룹은 8.25% 금리의 5년 만기 달러채에 대한 이자 8350만달러(약 992억8000만원)를 내야 한다. 또, 위안화 채권 2억3200만위안(약 425억4000만원)의 쿠폰 만기도 도래한다. 만일 헝다가 이자 납입을 못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로 간주된다.

헝다는 현재 회사채와 금융사 대출 등 약 355조원 규모의 부채를 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헝다의 파산(채무불이행)으로 2008년 리만 사태와 같은 금융 위기가 도래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크게 3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즉, 리만 사태는 미국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서 생긴 건 맞지만, 리만 사태의 실체는 단순히 부동산 버블 때문에 생긴 게 아니다. 미국 은행 들이 모기지 채권으로 각종 파생상품을 만들어 모기지 부채보다 훨씬 큰 대출을 일으켜고, 부동산 버블이 터지자 연쇄적으로 금융기관들의 부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역시 부동산 버블이 만들어졌고, 이 또한 터지겠지만 그렇다고 미국처럼 모기지 채권을 이용한 파생상품이 만들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즉, 대출기관들은 모기지 채권 수준의 손실로 끝날 가능성이 더 크다.

둘째, 헝다가 파산한다면, 이건 경제적 이유라기보다는 정치적 이유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위기는 ‘공동부유론’을 앞세워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내놓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판단’이 그 원인이다.

즉, 정치적 목적으로 대출금리를 올리고, 대출을 규제하여 생긴 위기이다. 은행별 부동산 대출 비중 상한제도 도입했다. 그 배경은 부동산 투기 과열과 공실률이 10% 이상으로, 비어 있는 집이 너무 많은 반면 주택을 갖지 못해 상대적으로 불만이 많은 인민들이 많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회사를 규제해 주택 가격을 떨어트려 인민들의 주택 소유 욕구를 충족시키겠다고 노골적으로 말한다. 중국 국가재정개발원은 주택 가격의 급격한 하락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집값이 모기지보다 낮아지기 시작하면 집을 팔아도 대출을 갚을 수가 없다”며 서둘러 주택을 내놓으라고 강조한다. 또, 이런 부동산 위기를 감내해야 한다며 가수요를 거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헝다의 파산으로 중국 금융 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면, 중국 정부가 이를 방치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시진핑은 종신 집권을 눈 앞에 두고 있고, 내년 동계 올림픽을 치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중 갈등 속에서 스스로 자기 발을 찍을 가능성은 없다.

중국 정부가 헝다의 파산을 용인하는 건, 헝다가 파산하더라도 중국 경기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섰기 때문일 것이다.

셋째, 중국 경제 규모 때문이다.

헝다의 부채 335조원은 우리나라 한해 예산의 절반이 훌쩍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이지만, 중국 경제 규모로 보면 큰게 아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은행들의 부동산 부문 대출 규모는 50조 위안(약 8900조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가계의 모기지 대출이 35조7000억 위안, 개발업자 대출이 12조4000억 위안이다.

헝다에 물린 금융기관이나 채권을 가진 개인들은 손해를 보겠지만, 전체 경제규모로 볼 때, 큰 충격을 가져오긴 어렵다.

또, 현재 중국 정부 부채 비율은 GDP의 66.8% 수준으로 부실 기업을 충분히 국유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중국의 가계 부채는 최근 급격히 늘어났지만, 여전히 부채 비율은 61.7% 수준으로서 아직 높지 않다

그럼 뭐가 문제일까?

불안 심리이다.

중국 빅텍 규제에 이어, 중국 부동산시장의 냉각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중국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헝다 파산 위기가 전세계적 뉴스가 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즉, 헝다 파산으로 중국 전체 부동산시장 위기가 촉발되고, 이어 중국 경제 위기로 점화될 경우, 중국 경제 규모로 볼 때, 세계적 불황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란 불안 심리 때문이다.

실제 지난 21일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17%(660.34포인트) 내린 2만9839.71에 장을 마쳤다. 3만선이 깨진 것이다.

지난 20일 홍콩 항셍지수는 헝다 그룹이 오는 23일 도래하는 채권 이자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 3% 이상 하락했고, 뉴욕 증시도 크게 밀렸다.

헝다의 유동성 위기가 전세계적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로 글로벌 증시는 출렁거린 것이다.

한국 시각 23일 새벽 미 연준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를 발표한다. 시장의 촉각은 이날 있을지 모르는 미국 정부의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 발표에 있다. FOMC 가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을 언급하면 시장은 얼어붙을 것이며, 만일 테이퍼링 발표를 연기하면 헝다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연말이 되어야 테이퍼링에 대한 구체적 시점을 언급할 것으로 추측한다. 미국 정부가 헝다 파산의 불안 심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2021년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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