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PFV 사업과 화천대유

 




만일 내가 약 30만평 가량의 땅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도시개발법에 따라, 임야의 경우 30만 제곱미터 (약 9만평) 이상이면 도시 개발 사업을 할 수 있다.

도시개발을 한다는 건, 그 땅에 도로, 학교, 상가, 아파트 등을 건설하고 분양한다는 것을 말한다.

내가 땅의 소유자이고, 이런 시설과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는 돈이 있으면, 내 돈으로 건설사에게 하도를 주고 완공 후 분양하면 된다.

가장 심플한 방법이지만 누구도 이런 식으로 개발 사업을 하지 않는다. 왜냐면 이런 큰 땅을 한 사람이 가지고 있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도시를 하나 만들 자금이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돈이 없으면, 은행에 대출을 받으면 된다. 물론 담보는 땅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개 땅을 담보로 도시를 만들 정도의 돈을 대출받기는 어렵다.

다음 방법은 건설사를 설득해, 건설사 자금으로 준공을 하고 분양이 끝나면 결제를 해 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건설사가 돈이 많으면 가능하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자금이 묶이고, 도시 규모가 크면 건설사도 자금 조달이 어렵고, 만일 분양이 순조롭지 못하면 자금 회수가 어렵다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나온 방법이 이른바 PF 방식이다. PF 는 Project financing 의 약자이다. 이는 건설사가 책임 준공을 약속하고 연대보증을 하는 방식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다.

은행은 건설사의 재무능력, 시공 능력과 분양성을 검토해 분양만 잘 되면 대출금 회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대출해 준다.

PF 방식의 개발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신도시 개발에 왕성하게 사용되었다.

그러나, 도시를 개발하려면, 인허가, 설계, 건설사 하도, PF 등 복잡하고 어려운 일들이 너무 많다는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지주인 내가 이걸 할 능력이 없다면, 지주가 나서서 이런 일을 하기 어렵다.

그럼 어떻게 할까?

지주는 이른바 디벨로퍼 혹은 개발사를 고용하면 된다. 이런 개발사를 흔히 시행사라고 하는데, 시행사를 고용하거나 계약해 개발 업무를 맡기면 된다.

그러나 사실은 도시를 개발할 땅을 1 인이 소유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개발사가 개발할 수 있는 땅을 찾아 지주들을 모아 계약을 하고, 시공사를 선정해 PF 를 일으켜 사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PF 사업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

즉, PFV 사업을 하는 것이다.

PFV는 Project Finance Vehicle 의 약자이며, SPC (Special purpose company) 즉 특수목적회사를 말한다.

SPC는 개발 사업을 위해 설립되는 명목상 회사 즉, 페이퍼 컴퍼니라고 할 수 있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해체되는 한시적 회사이다.

SPC 는 개발사 (즉, 사실상 시행사)와 건설사, 은행 등 금융 기관이 출자하여 만들게 된다.

도시개발법은 SPC의 최소 자본금을 50억원 이상으로 하고, 개발 사업에 자금을 출자하는 금융기관이 SPC의 지분 5% 이상을 가지도록 법으로 규정한다.

PFV 구조로 사업을 하면 SPC 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면제하고, 취등록세를 50% 감면해 준다는 잇점도 있다.

왜 이런 특혜를 주냐면 정부 입장에서는 PF 가 PFV에 비해 사고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은행과 대형 건설사 등 공신력이 큰 기관이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측면이 크고, 정부 자금보다 민간 자금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사업자 입장에서는 개발사, 시행사 등등은 배당 이득에 따른 법인세 등을 별도로 내야 하는데, SPC 에 대한 법인세를 또 내면 사실상 이중 과세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PFV 는 노무현 정권에서 활성화되었던 신도시 개발 사업에서 널리 사용되었고, 판교, 광교, 송도, 상암, 용산국제업무 지구 등 대부분의 개발 사업에서 사용된 방식이다.

PFV 도시 개발 사업은 대개 민간이 독자적으로 하는 경우는 드물다. 왜냐면, 도시를 만드는 건, 정부나 지자체가 도시개발 인허가를 내줘야 하는데, 이게 민간이 단독으로 허가받는 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또, 개발 토지는 LH 공사나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정부나 지자체가 먼저 계획을 수립하고, LH나 지자체의 개발공사가 토지 확보를 하거나, 설계를 한 후 공모 사업으로 진행한다.

시행사나 건설사는 개발 부지와 위치,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시행사, 건설사, 은행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응모한다.

정부 지자체 등은 도시 개발 계획안, 컨소시엄의 구성 (즉, 건설 능력, 자금력 등) 등을 고려해 업체를 선정한다.

업체가 결정되면, SPC 를 설립하고 출자 지분을 정한다. 이때 정부나 지자체는 토지를 출자하므로, SPC의 주주로 참여하기도 한다.

도시 개발이 완료되고, 분양이 끝나고 난 후 SPC는 정산 후 해체되는데, 이때 미분양 분이 있거나 자산을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게 되면 AMC (Asset Management Company)를 설립해 자산 관리를 맡기는데, 통상 시행사가 그 역할을 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PFV 사업을 설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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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초 상식을 가지고, 이제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성남 대장동 도시 개발 사업을 들여다보자.

대장동 도시개발 사업은 2004년 LH 공사 개발 추진하다가 2008년 금융위기로 무산된 후, 2014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재선한 후 재추진된다.

대장동 도시개발 사업 면적은 96만평방미터 (약 29만평)이며, 약 6천 세대를 건설하는 1.15 조원 규모의 이른바 '조 단위' 사업이다. (실제로는 수 조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PFV 사업으로 진행되었고, SPC 의 명칭은 '성남의 뜰'이었으며, 자본금 규모는 50억원인데, 성남의 뜰은 특이하게 우선주 93%와 보통주 7%로 나뉘어 지분 구조를 갖고 있다.

우선주 지분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53.77%, KEB하나은행 15.05%, 국민은행, IBK기업은행, 동방생명 보험 등이 각각 8.60%, 하나자산신탁 5.38% 이며, 보통주는 SK증권이 85.72% 화천대유가 14.28%다.

문제가 된 화천대유는 성남도시개발 공사의 대장동 개발공사 공모일인 2015년 2월 13일 1 주일 전인 2월 6일 설립한 컨설팅 회사이다. 언론인 출신 설립자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설립자가 대표는 아니며, 대표는 디벨로퍼가 아니라 변호사 출신이다.

전체 지분의 7%인 보통주를 가진 SK 증권과 화천대유가 출자한 금액은 정확하게 3억4천999만5천원으로 SK 증권이 3억원, 화천대유가 4천999만5천원을 출자했다.

화천대유의 설립 자본금이 5천만원이므로, 오천원을 뺀 자본금을 SPC 성남의 뜰에 출자했다고 볼 수 있다. 성남의 뜰 자본금 50억원의 1%가 안되는 금액이다.

왜, 5천만원이 아니라, 4천999만5천원일까? 사실상 사업 주체인 성남도시개발 공사 출자금이 25억 5천원이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성남도시개발 공사는 자본금 50억의 절반에서 5천원을 더 출자해 대주주가 되었지만, 이상하게 우선주 배당을 받아 의결권을 상실한다.

그럼, 화천대유는 얼마나 벌었을까?

성남의뜰 재무제표에 따르면 2019~2021년 사이 SPC 성남의 뜰이 배당한 금액은 모두 5903억원이다. 이중 화천대유는 총 577억원을, SK 증권은 3,463 억원을 배당받았다.

즉, 4040억원 (전체 배당금의 68.4%)이 보통주를 가진 화천대유와 SK 증권에 배당되었다.

투자 지분에 따라 배당하지 않고, 보통주를 가진 두 곳에 배당이 집중된 건, 화천대유와 SK 증권에게 배당 의결권이 있었고, 법인 약관에 성남도시개발공사 등 우선주는 누적 배당금이 1822억원이 될 때까지 1순위로 배당받고, 우선주에 주고 남는 이익금은 모두 보통주에 배당하게 돼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3억원을 투자해 보통주 85.72% 를 가진 SK 증권은 SK 증권 회사가 아니라, SK증권이 개인 투자자 7명으로 구성한 ‘특정금전신탁’인 것으로 알려진다. 즉, '성남의 뜰에 투자해 달라'고 개인 투자자 7명이 돈을 보아 SK 증권에 돈을 맡긴 것이다.

그 7명은 화천대유 지분 100%를 소유한 언론인 출신과 그가 모집한 개인 투자자 6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성남의 뜰 보통주는 사실상 화천대유 설립자와 그 특수 관계자들이 모두 가지고 있었으며, 이들이 3,463 억원을 배당 받은 것이다.

혀를 내두를 기막힌 방법이다.

이뿐이 아니다. 이들은 (주) 천화동인1호부터 7호까지 7개의 법인을 설립했고, 화천대유 지분을 가진 언론인은 (주) 천화동인1호를 자회사로 설립하고, 나머지 투자자 6명은 (주) 천화동인2호~7호의 별도 법인을 설립했다.

화천대유는 (주) 천화동인1호 등 자회사에게 대장동 개발 구역 내 개발 사업권을 주고, 이를 개발하도록 해 또 다른 이득을 취득 했다.

천화동인1호의 이익금은 432억원이며, (주)천화동인1호의 대표이사는 화천대유 지분 100% 가진 전직 언론인과 특수 관계이다.

김경율 회계사는 “화천대유 자회사인 천화동인 1호를 비롯해 나머지 2~7호의 보통주와 설립 자본금을 모두 합치면 SK증권이 가진 보통주 6만 주(3억원)와 정확히 일치한다." 며, "2~7호와 화천대유와의 관련성까지 입증되면 사실상 화천대유가 성남의뜰 보통주를 100% 가진 것이며 3억5000만원으로 4040억원 배당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라고 주장 한다.



2021년 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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