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과제의 이해



우리나라 대통령은 5년 단임이다. 5년은 길다면 길지만, 짧다면 매우 짧은 시간이다.

특히 특정 정책을 입안해 정착시키기에는 매우 짧다.


왜냐면 5년이라고 하지만, 정권을 넘겨받아 안착하는데 최소 1년, 정책 추진을 위해 입법하려면 또 1년이 지나버리고, 정권 4년 차가 되면 정책 추진력이 떨어져 버려 실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국정과제란 선거 공약을 체계화, 가시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 전, 대통령 후보는 의무적으로 "선거공약서"를 선관위에 제출해야 한다.

이 선거공약서에는 임기 중 어떤 업무를 주로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 목표, 우선순위, 이행절차, 이행기한 및 재원조달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이 공약서는 국민이 대통령 투표를 하기 위한 지침이 된다.

지난 선거에서 야당은 다양한 무상복지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재원조달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때 뿐이 아니라, 과거에도 공약이 비현실적이어서 빌 공자 공약이라는 말이 많았다.

그러나 공약은 현실 가능해야 한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대통령인수위가 꾸려지며, 이 인수위가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후보 시절 공약을 국정과제로 변환시키기는 것이다.

그래서, 각 부처의 국과장급 공무원을 인수위에 포함시켜 실제 행정부 시각에서 공약이 어느 정도 현실화될 수 있는지 판단하고, 공약을 실현시킬 방안을 찾도록 한다.

이렇게 공약을 가공해 만든 것이 바로 국정과제이다.

이 국정과제는 각 행정부에 전달되고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부서가 신설되기도 하며 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입법 절차가 시작된다.

대통령이 당선되었다는 건, 국민 다수가 그가 내건 공약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어떤 이유로 국정과제를 더 이상 추진할 수 없거나 변경해야 한다면, 이 역시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

국정과제는 이렇듯 임기 초기에 만들어지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임기 중에도 국제 정세 변화나 국내 여건 변화에 따라 꼭 필요한 아젠다가 생길 경우 새로이 국정과제로 수립해 추진할 수 있다.

문제는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우고, 국정과제로 목표를 삼은 과제 수행을 위해서는 법을 새로 만들거나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법은 국회가 만들기 때문에,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대개 집권여당은 다수당이므로 국정과제 수행을 위한 입법이 용이할 것 같지만, 바뀐 국회법이 그 발목을 잡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야당은 집권당과 대통령을 깍아 내리기 위해 오로지 당리당략 차원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기도 한다. 민심이나 국민 권익 따위는 아랑곳 없다.

어떻게든 훼방을 놓고 망신을 줘서 실패한 대통령으로 각인시켜야만 다음에 자신들에게 차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건 지금의 야당 뿐이 아니다. 모든 야당이 그래왔다.

야당만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여당 의원 중에서도 자기 지역의 이익과 배치할 경우 반대하기도 한다.

그래서, 여당은 대통령의 국정과제 추진에 따라 당 정강정책을 만들고 소속 의원들이 이를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당이 후보를 내고, 당선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니, 대통령과 당이 따로 갈 수는 없다.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위한 법안 통과를 위해 당청을 오가며 심부름하는 자가 바로 원내대표이다.

그가 대통령의 의지를 읽고 소속 의원을 설득하고 우선 상정 법안을 정하고 본회의에서 득표수를 계산해야 하는 것이다.

당의 정강정책을 무시하고, 대통령의 국정 운영 원칙을 무시하고 자기 정치색을 드러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란 이야기이다.

국민들도 국정과제가 무엇인지, 선거 공약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선거 공약, 그 까짓거 뭐 선거 때면 다 입바른 소리로 하는 거지.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원리를 모르니 왜 대통령이 더딘 국회 일정에 불같이 화를 내고, 제대로 심부름을 못하는 원내대표를 내치려고 하는지 이해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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