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의 정의?



첨부 기사는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지는 글인데, 그건 필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기 때문이다.

그건 그거고, 틀린 건 좀 바로 잡자.

"영어로 옮기기 가장 어려운 우리말 중의 하나가 ‘공공의료’이지 싶다." 라는 말에 대해서,


<공공의료>를 영어로 바꾸려니 마땅한 말이 생각나지 않는 것이지, "공공의료"가 사실은 <공공의료 서비스>를 일컫는 말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즉, 공공의료는 Public medical service 혹은 Public health service를 말한다.

이때의 공공(public)은 객체(object)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subject)를 말한다.

즉, medical service의 대상자가 누구인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제공자(provider)가 누구를 의미하는가 봐야 한다는 것이다.

public medical service의 provider는 공공병원인데, 공공병원의 의미는 주요 지불자(major payer)가 환자(개인)가 아니라 공보험(public medical insurance)이거나 국가(national health insurance)로 구성된 영역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다.

그래서, 이 영역을 Public sector 혹은 Public medical sector 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Public sector내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병원은 공공병원이라고 부를 수 있다.

반대로, 주 지불자가 환자이거나 사보험자(Private medical insurance)인 경우로 구성된 영역을 Private sector라고 부르며, 이 영역 안의 의료기관은 모두 Private Hospital 인 것이다.

즉, 의료비의 주 payer가 public이냐 혹은 private이냐에 따라, public sector, private sector 로 나뉘며, public health service (공공의료)냐 아니냐로 구분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개념을 정의하면 풀이가 쉬워진다.

우리나라는 모든 의료기관이 당연지정제에 해당하고,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 의무 가입제인 나라이어서, <건강보험공단>이 major payer 역할을 하는 <건강보험>이라는 공보험(public insurance) 영역내에 들어 있으므로, 모든 의료기관은 공공병원 (public hospital 혹은 public health provider)이라고 해야 한다.

즉, 개인이 투자하거나 설립한 병원이 강제로 건강보험과 계약을 맺어 (사실은 맺은 것으로 간주하고) 공적 보험 내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는 private medical sector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public medical sector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 경자구역내 외국 의료기관이라는 것이다.

현행 법으로는, 이 외국의료기관은 당연지정제에 예외이며, 따라서 병원은 진료비를 알아서 책정해 받을 수 있으며, 환자는 건보 혜택없이 순전히 자기 돈이나 사보험의 혜택만 받을 수가 있다.

또 한편, 진주의료원 같이, 지자체가 출자하여 설립한 병원의 경우, 이 병원은 다른 병원과 똑 같이 건강보험체계 내의 공공병원이며, 단지 그 설립 주체가 공공기관인 것이 다를 뿐이다.

자, 그럼 문제풀이를 해 보자.

진주의료원 폐쇄를 놓고, 일각에서는 공공의료가 무너진다고 난리였다. 이게 맞는 말인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진주의료원 역시 public health service 영역 내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했으므로 공공병원은 맞지만, 이 같은 공공병원은 전국에 수천개가 존재하니 이것 하나 폐쇄한다고 공공의료가 무너지지는 않는다.

설립주체가 공공기관(지자체)라고 해도, 제공하는 서비스는 민간이 출자해 설립한 다른 병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두번째 문제.

"공공의료가 약해 메르스 사태를 키웠다."는 말은 맞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신종플루건 메르스건 이걸 해치운 혁혁한 공은 정부나 공공기관이 출자 설립한 병원 못지 않게, 민간이 설립하고 public health service를 제공하는 대다수의 병원들에게 있다.

공공의료가 약해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공중보건과 방역에 필요한 역학 조사, 격리조치 등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201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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