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의 폐암 항암제 EGFR TKI를 둘러싼 논란과 의혹
한때 미국의 3대 산업으로 군수산업, 자동차 산업 그리고 제약 산업으로 꼽은 시기가 있었다.
여전히 이 산업들은 미국의 주요 산업이며, 특히 제약 산업은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복제약을 주로 생산하는 우리 수준으로는 차마 넘겨다 보지 못할 것 같았던 세계적 신약 개발에 도전하는 등,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제약 산업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한미약품의 괄목할만한 성장은 두드러졌다.
한미약품이 9조 원대(?)의 기술 수출을 해내는 것을 보며 잭폿을 터트렸다고 환호성을 보내는가 하면, 최근 공매도 사건과 뒤늦은 공시, 베링거잉겔하임과의 계약 파기 등을 놓고 구설수가 많다.
최근 논쟁거리가 된 한미약품의 폐암 신약은 무엇이며, 왜 뒤늦은 공시 논란으로 의혹을 받는지 생각해 보자.
EGFR 라는 수용체
인체의 세포 표면에서 다양한 수용체가 있다. 이 수용체에 Ligand라고 통칭하는 물질이 붙으면 세포 안에서 특별한 효소들이 활성화되면서 특정 단백질을 만들거나, 세포가 성장하며, 분화하기도 한다.
특정 단백질은 세포핵 속에 있는 유전자 게놈에 프로그래밍이 된 대로 만들어지게 된다. 이를 유전자 발현이라 한다.
Ligand로는 여러 종류의 성장 인자(Growth factor), 사이토킨(Cytokine), 호르몬 등이 있는데, 인체는 Ligand를 통해 세포들끼리 신호를 주고받는다고 할 수 있다.
사이토킨은 cell signaling (autocrine signalling, paracrine signalling and endocrine signalling)에 중요한 작은 단백질을 의미한다. chemokines, interferons, interleukins, lymphokines 등이 대표적 사이토킨이다.
세포 표면에 있는 다양한 수용체 중에 tyrosine kinase라는 단백질을 활성화하는 수용체가 있는데, 여기에 주목해 보자.
이 수용체는 하나의 수용체가 아니라, 여러 family로 나누어지는 여러 종류의 수용체이다.
이 수용체는 하나의 수용체가 아니라, 여러 family로 나누어지는 여러 종류의 수용체이다.
이 수용체는 모두 tyrosine kinase라는 효소(단백질)를 활성화하는데, kinase란 기본적으로 인산화(Phosphorylation)를 촉매하는 효소를 의미한다. 즉, tyrosine kinase는 tyrosine을 인산화하는 효소라고 할 수 있다.
이 효소는 세포 밖에서 Ligand로 전달받는 신호를 핵에 전달함으로써 세포 기능을 켜고(on) 끄는(off) 작용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정상 세포의 성장을 조절하는 key 역할을 하는데, 그 뿐 아니라 세포가 암으로 진행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Tyrosine kinase를 활성화하는 Receptor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는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 Fibroblast growth factor receptor (FGFR), 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receptor (VEGFR), RET receptor 등이 있다.
이 중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 는 "ErbB family" 중 하나이다. ErbB family에는 4종류가 있는데, 각각 ErbB-1, ErbB-2 , ErbB-3, ErbB-4 이다. 이들은 HER1, HER2, HER3, HER4 로 불리기도 한다.
ErbB는 “avian erythroblastosis oncogene B”에서 유래된 이름이며, HER은 “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의 약자이다.
이 중 ErbB-1 (즉, HER1)을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라고 한다.
EGFR은 언급했듯이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수용체(receptor)이며, EGF(epidermal growth Factor), Transforming growth factor α (TGFα) 등과 같은 특별한 Ligand와 결합하여 활성화된다. (한편, ErbB-2를 활성화하는 Ligand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인체의 경우, ErbB 시그널링이 부족하면 다발성 경화증이나 알츠하이머 질환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이 생기고, 반대로 ErbB 시그널링이 지나칠 때 여러 행태의 고형암(Solid tumor)이 생기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폐암의 분류
이 4가지는, 소세포암, 선암, 평편상피암, 대세포암이다.
그래서 EGFR에 길항 작용을 할 수 있는 약물(EGFR antagonist)을 만들면, 선택적으로 선암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 같이 마치 JDAM과 같은 스마트 폭탄이 특정 부위만 골라 공격하듯, 특정 세포의 특정 부위에만 작용하는 항암제를 표적 항암제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폐암을 분류하는 이유는, 모두 다 폐암이라고 부르지만, 원인이나 근원 세포, 발생 부위, 치료 방법, 예후 등이 모두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폐암은 먼저 소세포폐암(SCLC)과 비소세포폐암(NSCLC)으로 나누는데, 소세포폐암의 발생 비율은 대략 15%이며, 나머지 비소세포폐암이 전체의 85% 를 차치한다.
비소세포폐암에는 평편상피암, 선암, 대세포암 등 3가지 형태의 암이 있다.
비소세포폐암은 다시 편평 비소세포폐암와 비편평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누는데, 비편평 비소세포폐암에는 선암과 대세포암이 포함되며, 이의 발병률이 75~85%에 이른다. (국가, 인종에 따라 차이가 있어 편차가 크다.)
국내에서 비편평 비소세포폐암은 통상 선암(adenocarcinoma)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현재까지 밝혀진 폐암 중 선암(adenocarcinoma) 환자의 빈도가 가장 많으며, 편평상피암이 폐문부 쪽에 잘 생기는 것과 달리, 폐의 가장 자리에 잘 생기고, 흡연과 무관하게 발생하여 여성에서도 잘 생기는 폐암이라고 할 수 있다.
폐암 표적 항암제 EGFR TKI
또 연구 결과, 비편평 비소세포폐암(즉, 선암의 경우)은 EGFR의 돌연변이가 생겨, EGFR가 지속적으로 자극되어 조절 능력이 상실된 체 세포 분화가 무한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그래서 EGFR에 길항 작용을 할 수 있는 약물(EGFR antagonist)을 만들면, 선택적으로 선암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 같이 마치 JDAM과 같은 스마트 폭탄이 특정 부위만 골라 공격하듯, 특정 세포의 특정 부위에만 작용하는 항암제를 표적 항암제라고 한다.
곧 표적 항암제에 대한 연구가 붐을 이루었다.
이 같은 표적 항암제는 tyrosine kinase의 활성을 억제함으로 암 성장을 억제하기 때문에, 이 같은 약물을 EGFR tyrosine kinase 억제제 (EGFR TKI)라고 통칭한다.
이 같은 표적 항암제는 tyrosine kinase의 활성을 억제함으로 암 성장을 억제하기 때문에, 이 같은 약물을 EGFR tyrosine kinase 억제제 (EGFR TKI)라고 통칭한다.
EGFR TKI는 EGFR에 선택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EGFR TKI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EGFR의 변이가 확인된 비소세포, 비편평상피암 (즉, 선암) 환자가 적응증이 되며, 기존 항암제 즉 화학요법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를 우선적으로 치료한다.
즉 모든 폐암 환자에 사용할 수 있는 항암제는 아닌 것이다.
EGFR TKI (tyrosine kinase inhibitor) 1 세대로는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 gefitinib, 제조사 아스트라제네카), 타세바(성분명 엘로티닙. erlotinib, 제조사 로슈) 등이 있다.
이레사정 250㎎의 1알 가격은 약 4만8000원이며 타세바정 150㎎의 1알 가격은 약 5만6000원이다. 모두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기존 화학요법에 실패한 국소진행성·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2차치료제로, EGFR 활성 변이가 확인된 경우 1차 치료제로서 급여가 지원된다. 1일1회1정 경구투여하면 된다.
이 같은 표적 항암제가 임상에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암 치료의 획기적 전기가 마련되어 2000년 이래 4기 생존율이 두 배 이상 증가하였는데, 현재 개발 중인 폐암 항암제만 100여 가지가 넘을 정도로 폐암 연구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폐암의 발생률이 현저하게 높아졌고, 폐암은 잘 치료되지 않아 치료 성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1세대 표적치료제는 4가지 ErbB 중 ErbB-1 즉 EGFR을 선택적으로 차단했으나 2세대 EGFR TKI 인 지오트립(성분명 아파티닙.afatinib, 제조사 베링거잉겔하임)은 4 가지 ErbB를 모두 비가역적으로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EGFR 변이가 확인된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1세대 약물을 투여받은 경우, 60%에 해당하는 환자에서 약물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문제가 생겼다. 원인은 T790M이란 돌연변이 단백질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은 희망을 가지고 표적 항암제 치료를 받던 수 많은 환자들에게 절망적인 사실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새로운 폐암 표적치료제의 출연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3 세대 EGFR TKI
그래서 3세대 EGFR TKI 가 경쟁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는데, 개발 중인 (혹은 중이었던) 3세대 약물은 “아스트라제네카의 AZD9291”과 “한미약품의 HM61713”, “클로비스의 CO-1686” 세 가지이다.
이 중 아스트라제네카의 AZD9291는 ‘타그리소’(Tagrisso. 성분명 오시머티닙. Osimertinib)란 이름으로 일본(2015년 3월), 미국 FDA(2015년 11월)와 EU의 승인(2016년 2월)을 받은 데다가 최근(2016년 10월) 영국 의약품 효용성 심의기구(NICE. the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가 CDF (Cancer Drugs Fund)를 통해 환자들에게 타그리소를 제공할 것을 공표하면서 날개를 달고 날고 있다.
사실 임상시험 돌입은 한미약품이 더 빨랐다고 한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여전히 임상 2상에 머물고 있는 반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미 2상을 끝내고 올해 말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아스트라제네카는 또한 이스라엘에 이어 2016년 5월 우리나라에서도 판매 승인을 받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스웨덴에서 만들어진 제약사이지만, 현재는 영국에 본부를 둔 다국적 회사이다.
타그리소는 영국에서 1 세대 약물을 투여 받은 후, T790M 변이 양성으로 판명된 진행성 비소세포 폐암 환자들을 위한 2차 선택약으로 사용될 전망이며, 최근 연구에서는 혈액-뇌장벽(Blood Brain Barrier)를 통과하여 작용한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이에 뇌로 전이된 암세포에서도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약 9%에서 뇌로 전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클로비스(Clovis)의 CO-1686은 로실레티닙(rociletinib) 이란 상품명으로 미국 FDA의 승인을 요청하였으나 찬성 1 대 반대 12로 지난 4월 거절 당한 후 5월 모든 임상 시험을 중단하고 시장에서 철수하였다.
결국, 3세대 EGFR TKI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한미 약품의 정면 승부가 될 판이었다.
한미약품의 HM61713은 알려진 바와 같이 1상 임상 시험을 마친 후 2015년 7월 베링거잉겔하임에 한국·중국·홍콩 등을 제외한 전 세계 독점판매권을 매각한 바 있으며, 이후 2상 임상 시험이 진행되던 중 지난 9월 30일 베링거잉겔하임이 신약 판권을 한미약품 측에 반환하면서 계약이 취소되었다.
한미약품 올무티닙의 의혹설(?)
한편, 한미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속심사를 거쳐 지난 5월 13일 HM61713를 상품명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 olmutinib)로 국내 판매허가를 받아 둔 바 있다.
일각에서는 식약처가 임상 2상도 끝내지 않은 올무티닙에 판매허가를 내준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왜냐면, 현재 진행 중인 임상 2상에서 이미 심각한 부작용 3건의 사례가 나왔고, 이 중 2명의 환자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 3건의 심각한 부작용 사례 중, 신속심사를 받기 1개월 전 사망한 1건에 대해서만 신속심사 전에 식약처에 보고 되었고, 나머지 2건은 신속심사 후인 6월과 9월에 보고 되었는데, 특히 9월에 보고된 부작용 예는 지난 2015년 9월에 사망한 사례로 1년이나 지나서야 늦장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식약처는 이들 환자 3명 모두 올무티닙의 부작용이 발생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6일 식약처 국정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식약처는 지난 9월 30일 뒤늦게 안전성 서한을 배포해 신규환자에게는 올무티닙의 사용을 잠정 제한했고, 기존 투약 중인 환자에게는 제한적 사용을 권고했다.
그러나 불과 4일 뒤인, 10월 4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사용 제한을 풀고, 말기 폐암 환자에게 올무티닙 제공을 지속하기로 번복했다.
"유익성이 위험성보다 높다."
이원식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는 올무티닙에서 중증피부 이상반응이 나타났지만 기존 치료에 실패한 말기 폐암 환자에서 올무티닙의 유익성(benefit)이 위험성(risk)보다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올무티닙 안전성 정보,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자문 결과, 대체 치료방법이 없는 환자에게 치료 기회가 제공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무티닙을 제한적으로 처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원식 국장의 말이나 중앙약심위의 생각처럼, 1 세대 EGFR TKI에 내성이 생겨 조속히 3 세대 약물의 사용이 필요하다면, 같은 시기에 승인을 얻었고, 뚜렷한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를 사용하도록 해도 되지 않았을까?
타그리소의 경우, 최초 임상 시험 참가자도 한국인이고, 질병 진행없이 3년 이상 가장 오랫동안 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도 한국인이다. 뿐만 아니라 임상 시험 참가자도 167명으로 전세계 12개 참여국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인에서 75%의 높은 반응률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9월 29일의 의혹
(아래 내용은 조선비즈 등 관련 언론 보도를 종합하여 재 구성한 것임.)
9월 29일 오전 7시
한미약품으로 미국 제넨텍사(社)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날아 온다. '피부암 치료 신약에 대한 1조원대 기술 수출 계약을 최종 승인했다'는 내용이었다. 낭보였다.
9월 29일 오후 4시 35분
한미약품은 제넨텍사에서 날아온 소식을 공시한다. 이미 장 마감 이후였다.
9월 29일 오후 7시 6분
한미약품은 베링거잉겔하임으로부터 올무티닙의 임상 개발을 중지하고, 상업화 권리를 반환하겠다는 계약 해지 통보를 이메일로 받았다.
9월 30일 오전 9시 29분
한미약품은 14 시간이 지난 그 다음 날, 베인거인겔하임의 계약 해지 내용을 공시한다.
전날 공시로 알려진 제넨텍사의 호재로 9월 30일 개장 직후 5% 이상 급등했던 한미약품 주식은 18% 이상 급락했고, 주말, 연휴 뒤인 4일에는 7.28% 이상 하락하여, 첫 공시를 보고 개장 직후 주식을 산 투자자 입장에서는 30% 이상 손해를 보게 된 셈이다.
한미약품은 늦장 공시로 투자자의 신뢰를 잃게 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개장 30분 동안 무려 320억 원(5만471주)에 달하는 공매도가 있었으며, 30일 당일 공매도 총액도 616억원(10만4327주)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평소 한미약품의 하루 공매도 주식은 5천주 미만이었다. 즉, 30일에 평소의 20배에 달하는 공매도가 있었고, 그 중 절반이 악재성 공시 전 30분 만에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공매도란, 실제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체, 주식을 빌려 팔고, 나중에 주식을 되사서 갚는 것이다. 즉, 주가가 만원일 때 빌려 팔고, 오천원 일때 주식으로 사서 갚는 것이며, 그 차액을 노리는 것이다.
따라서, 주식이 하락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으면 공매도 하지 않는다. 전날 호재성 공시가 있었고, 주가가 오르고 있는 판국에 개장하자 마자 공매도로 주식을 팔 바보는 없을 것이다.
당국이 주목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군가" 호재와 악재 사이에서 미리 정보를 알고 시장 교란을 통해 차익을 챙겼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그런데, 과연 누가 그랬을까는 의문이다.
우선 의심할 수 있는 건, 회사 내부 관계자나 한미약품의 악재를 미리 알았던 외국인 공매도 세력이며, 베링거잉겔하임 측에서 정보가 샜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식약처가 약물의 부작용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배링거인겔하임의 개발 포기 통보가 오고 나서야 투약 중단을 뒤늦게 권고하는 등 석연치 않은 점들을 들어 식약처의 연루 가능성도 거론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또 한편, 한미약품의 늦장 공시에 대한 해명도 이상하다.
한미약품 측은 배링거인겔하임의 메일을 받고 즉각 공시하지 않고, 그 다음날 개장 이후에 공시한 것에 대해, "이번 건이 신속함이 필요한 공시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며 “하지만 거래소 측에 수익 차이에 대해 충분하게 설명하느라 30일 오전 9시 29분에 정정 공시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즉, 지난해 공시에 대한 정정 공시이기 때문에 거래소 공시 승인 과정에서 면밀한 검토를 거치게 돼 있어, “회사 공시 담당자가 9월 30일 오전 8시 30분에 거래소 도착해서 8시 35분에 공시 담당자와 통화가 됐고 5분 뒤인 8시 40분부터 공시를 하기 위한 절차가 시작됐다”고 해명한 것이다.
그러나, 증권거래소 측은 이 같은 해명에 대해,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채현주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공시부장은 “현재 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은 상장 기업 공시담당자가 공시 내용을 입력한 뒤 ‘전송’ 버튼만 누르면 바로 공시를 할 수 있는 구조”라며 “거래소로부터 공시와 관련해 ‘승인’을 따로 받아야 하는 그런 절차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채 부장은 이어 “관리종목이거나 불성실공시종목의 경우에는, 사전에 공시 내용을 받아 확인하지만, 한미약품의 이번 기술 수출 계약 해지 건은 그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며 “9월 30일 오전 8시 40분에 한미약품으로부터 계약 해지 공시 내용을 처음 들었는데 중요 사항이라고 판단해 시초가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장 시작 전에 즉시 공시하라고 권고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채 부장은 또 한미약품이 거래소에 30일 새벽에도 해당 계약 해지 건을 충분히 알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또 “거래소 공시는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고 거래소 공시부에서 당직을 맡은 직원은 팀장과 실무자 등 2명이 오전 6시부터 출근한다”며 “다음날인 30일 새벽에라도 한미약품이 거래소 공시 담당자에게 해당 공시 내용을 충분히 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의 CFO가 공시 절차에 대해 몰랐을 리도 없어 보이지만, 몰랐다고 치고, 8시40분 거래소 담당자가 즉각 공시하라고 했는데, 40분이 지난 9시 30분에 공시한 이유는 도대체 뭘까?
현재는 전자 공시로 공시 내용만 입력하면 바로 공시할 수 있는데 말이다.
아무튼 이 부분은 필요하면 관계 당국에 통보할 방침이라니 지켜 볼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한미약품의 미래는?
사실, 이번 사건으로 한미약품 나아가 국내제약업계의 미래를 예측해 본다는 건 사실 경솔하고 무모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작게는 한미, 넓게는 국내 토종 제약사들이 이제 막 신약 개발이라는 대장정의 첫 발을 떼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신약 개발이라는 치열한 각축장에서 후발 업체는 단지 뛰어난 기술만으로 기왕에 곤고하게 구축된 아성(牙城)을 넘기에 어려운 것들이 한 둘이 아니다.
우선, 기성 글로벌 제약사들은 매우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파이프 라인으로 구성하여 동시 다발적으로 신약 개발을 하고 있고, 이미 런칭되어 매출을 이끌고 있는 신약들이 캐시 카우(Cash cow)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신약 개발에 대한 자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신약 개발이라는 치열한 각축장에서 후발 업체는 단지 뛰어난 기술만으로 기왕에 곤고하게 구축된 아성(牙城)을 넘기에 어려운 것들이 한 둘이 아니다.
우선, 기성 글로벌 제약사들은 매우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파이프 라인으로 구성하여 동시 다발적으로 신약 개발을 하고 있고, 이미 런칭되어 매출을 이끌고 있는 신약들이 캐시 카우(Cash cow)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신약 개발에 대한 자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할 수 있다.
또 기술적 측면에서도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을 해 본 노하우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월등히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한미약품과 폐암 신약에서 있어 경쟁상대라고 할 수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현재 임상 실험 중인 신약만 최소 147 개이며, 이중 항암제만 봐도 다음과 같다.
한편, 아래는 현재 한미약품이 내세우고 있는 개발 중인 신약 전체 목록이다.
신약의 개발 성공 가능성은?
신약 개발은 확율의 싸움이라고 할 정도로 성공율이 낮기 때문에 시쳇말로 아무리 뛰어난 새로운 기술 혹은 신물질이 있다고 해도 가용 자산을 "몰빵"해서 투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투자력이 떨어지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지 못한 후발 업체의 경우 한두 신약만 실패해도 나가 떨어지거나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신약 개발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
보통 신약 후보 물질을 1,000개 개발할 경우, 이 중 FDA의 승인을 얻어 시판될 수 있는 신약은 10개 미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BIO (Biotechnology Innovation Organization)와 Biomedtracker, Amplion이 공동으로 조사하여 발표한 임상 신약 개발 성공율을 보면, 임상 1상을 시작해 약품 승인을 받을 때까지 성공 가능성은 9.6%에 불과했으며,
따라서 상대적으로 투자력이 떨어지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지 못한 후발 업체의 경우 한두 신약만 실패해도 나가 떨어지거나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신약 개발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
보통 신약 후보 물질을 1,000개 개발할 경우, 이 중 FDA의 승인을 얻어 시판될 수 있는 신약은 10개 미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BIO (Biotechnology Innovation Organization)와 Biomedtracker, Amplion이 공동으로 조사하여 발표한 임상 신약 개발 성공율을 보면, 임상 1상을 시작해 약품 승인을 받을 때까지 성공 가능성은 9.6%에 불과했으며,
임상 신약을 항암제와 비항암제로 나누어 볼 때, 항암제의 성공 가능성이 더 낮아 5.1% 에 불과했다.
또 항암제 중에서도 비소세포폐암(NSCLC)의 개발 성공 가능성은, 항암제 전체의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왜 신약을 개발해야 하나?
제약 회사가 신약을 개발하는 이유는 물론 기업 이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항암제는 가장 개발하기 어렵지만, 항암제 시장 규모는 가장 빠르고 커지고 있다.
2020년 10대 치료제의 시장 점유율과 성장률 |
시장 조사 기구인 EvaluatePharma에 따르면, 항암제 시장은 2020년까지 년 평균 11.6%의 판매 증가율을 보이며 성장하여 2020년 항암제 시장 규모는 $153,1 billion (1:1000으로 계산해도 153 조원)이 될 것으로 추산하였다.
이 시장 규모는 당뇨와 고혈압, 고지혈증, 기관지 확장제 약제를 모두 합한 것보다 큰 금액이다.
질환별 주요 시장 규모 |
따라서, 신약 개발사들은 가급적이면 더 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항암제 시장에 뛰어들지만, 언급했던 것처럼, 항암제의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이 가장 작다는 맹점이 있다.
또, 신약 개발은 기업의 이윤이나 투자자의 이익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KRPIA(다국적 제약산업협회)의 설명에 따르면, 의약품 개발을 통해 기대 수명이 1% 늘어나면 GDP는 3~4% 증가하며, 사망률이 1% 감소하면, 사회 편익은 48~126 조원이 증가하고, 기업이 신약 개발에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총의료비는 7달러가 감소한다고 한다.
또, 심혈관질환 신약 구매로 24달러를 쓰면, 89달러의 입원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즉, 신약 개발은 국가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글쎄, 이런 수치가 현실적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묻어 놓고라도, 신약 개발이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가장 유익하다는 점에는 의문이 없을 것이다.
한미약품을 바라보는 시각
이번 국감에서 일부 의원들은 한미약품을 질타하며, 형사 고발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국민의 당 천정배 의원은 이날 "식약처 자료를 보면 한미약품 올리타정 문제가 명백하고 한미 측이 피부 관련 질환 부작용을 고의로 빠뜨린 것으로 보인다"며 "상식적으로 봐도 한미약품은 형사고발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전형적인 기업 겁 주기로 보인다.
현재 올리타정은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이는 의약품의 안전성을 완전히 담보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부작용 발생은 가능한 일이며, 다만, 한미약품이 부작용을 고의로 은폐한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신약 개발의 과정은 지속해서 부작용을 줄여나가는 개선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과정 동안의 부작용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1세대 표적 항암제인 이레사 역시 일본에서만 6백 명 이상이 부작용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보다 수백, 수천 배 많은 환자가 유익한 결과를 얻었다.
최근에 발생한 한미약품의 총체적 난국은 사안별로 나누어 구분해서 생각하고, 더욱더 냉정한 시각을 유치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베링거잉겔하임의 계약 파기만 놓고 성과를 부풀렸느니 하는 비난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판권을 사들인 제약사가 개발을 포기하고 드롭하는 일은 신약 개발 중에 비일비재한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임상 2상도 끝나지 않은 신약 물질을 두고 마치 신약 개발을 완료한 듯 홍보했거나, 신약 개발 완료 후까지 나누어 받을 계약 금액을 놓고 매출을 완성한 것처럼 오인하도록 한 기업의 잘못도 있지만, 기술 수출(License out)에 대한 마일스톤 계약 방법을 이해 못해 호들갑을 떤 언론의 잘못도 있다.
지금은 한미약품도, 정부도, 언론도 모두 더 차분하고 냉정해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공매도 사건은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으며, 만에 하나 경영진이나 대주주가 이에 관련되었다면, 한미약품의 도덕성은 회복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 의지나 추진을 막아서려고 해서도 안 된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자.
2016년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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