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은 드레스덴 연설문을 고쳤을까?







한겨레 기자에게, 미르재단 사무총장 이성한은 거의 매일 밤 대통령 부속실 정호성 비서관이 30cm 두께의 보고서를 직접 가지고 와서, 자신을 포함해 최순실 등이 모여 앉아 검토했으며, 이것 저것을 지시하며 국정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정호성 비서관이 보고서를 도로 가지고 갔다는 진술은 없었다.

30cm 두께의 보고서를 한 두 시간 안에 읽을 수는 없었을테니, 검토했다는 곳에 가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서류를 찾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없다면 이상한 노릇이다.

한겨레는 이성한, 고영태의 진술과 jtbc가 24일 방영한 ‘최순실씨가 연설문을 미리 열람하고 수정까지 했다’는 보도를 인용하며, 연설물을 수정한 것을 사실화하고 있다.

애초 고영태는 “최순실이 연설문 고치는 것을 좋아했다”는 뉘앙스로 한겨레에 진술한 것으로 보도 되었으나, 정작 본인은 문화일보에 그 같은 진술을 한 바 없다고 부인 했으며, 현재 해외에서 돌아와 검찰에 자진 출두하여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jtbc는, jtbc 기자가 찾았다는 타블렛이,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과 각종 기밀 문건을 청와대로부터 전달 받고, 연설문을 수정하기 위해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정말 최순실은 대통령 연설문을 고쳤을까?

대통령을 비난하는 이들은 대통령이 이미 다 자백(!)했으니 따질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자백(!)했다는 내용은 정확히 다음과 같다.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 받은 적 있습니다.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은 있으나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습니다.”

이 사과문은 일부 언론에서 우병우 수석이 작성한 것으로 의혹을 제시했으나, 청와대는 대통령이 직접 구술하여 작성했다고 반박하였다.

아무튼 대통령의 위의 자백(!)에는 최순실이 연설문에 가필하거나 수정 했다는 내용이 없다. 워딩 그대로 해석하면, 연설문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개인적인 의견, 소감을 전달받았다는 것이다. 연설문을 고쳐 달라가 아니라, 이렇게 연설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견을 달라는 것이었다.

또, 이런 식의 의견 청취는 취임 후 일정 기간이 지나 그만 두었다는 것이다.

그게 언제일까?
jtbc가 확보했다는 타블렛에 그 답이 숨어있다.

jtbc는 이 타블렛이 2012년 6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사용되었다고 보도했다. 2014년 3월 이후 사용된 흔적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박근혜 대선캠프는 2012년 7월 2일부터 가동 되었으며,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2013년 2월 25일 임기를 시작했다.

jtbc가 타블렛에 들어있다며 공개한 각종 연설문 들은 타블렛 사용이 종료된 2014년 3월 전에 발표된 것들이다.

2012년 6월 타블렛 사용 시작
2012년 7월 2일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 가동
2012년 12월 19일 18대 대통령 선거. 박근혜 후보 당선
2013년 1월 당선인 신년사
2013년 2월 25일 박 대통령 임기 시작
2013년 5월 15일 제48회 발명의 날 기념식 축사
2013년 5월 18일 제 33주년 518 기념사
2014년 3월 28일 드레스덴 선언
2014년 3월 타블렛 사용 종료

즉, jtbc의 주장대로, 이 타블렛을 최순실이 사용한 것이라면, 대통령 취임 후 약 13개월간 자료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jtbc의 주장이 다 맞다면, 대통령이 말한 “일정 기간”이란, 취임 후 약 13개월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jtbc의 주장대로 최순실은 연설문을 수정하는 일을 했을까?

우선, 아래한글 파일을 갤럭시 타블렛으로 수정하거나 문서를 작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래한글 앱 중 뷰어는 문서를 볼 수는 있어도 고칠 수는 없다. 아래한글 문서를 수정하려면, 아래한글 안드로이드 버젼을 구입해야 한다.

그래서 이 타블렛으로 문서를 수정 했다면, 수정된 문건이 타블렛에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전달 받은 문건만 있고, 자신이 수정해 보내 준 문건을 지웠다고 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jtbc는 문서를 수정한 흔적을 찾았다며, 드레스덴 연설문을 제시했다.

한겨레는 이와 관련하여 jtbc의 보도를 인용해 다음과 같이 기사를 내보냈다.

“해당 문서를 보면, 누군가 붉은 글씨로 수정한 흔적이 나오고 문서정보의 수정된 시각은 같은 날 오후 6시33분으로 기록돼 있다. 최씨가 연설문 자체를 받은 시점은 이보다 더 빠를 것으로 추정되며, 누군가가 수정해 이를 최씨에게 보낸 것을 최씨가 열어본 것이라고 방송은 추정했다. 최씨가 받아본 다른 연설문에도 곳곳에 붉은 글씨가 나온다고 <제이티비시>는 전했다.” (한겨레 24일자 보도)

추정과 추정을 더한 기사일 뿐이지만, 사실로 믿어 주자.

jtbc는 타블렛에 있었다는 드레스덴 문건을 그대로 공개했는데, 연설문 중간 중간이 붉은 글씨로 바뀌어져 있다. jtbc는 이 붉은 글씨가 최순실이 수정한 흔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일보의 보도 내용은 다르다.

이를 직접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JTBC는 24일 최순실씨 것으로 의심되는 PC에서 발견된 '드레스덴 연설문'을 보도했다. PC에 저장된 연설문은 박 대통령이 실제 연설하기 하루 전날인 3월 27일에 최씨가 받아 본 것으로 기록돼 있다. 최씨 PC에 있던 연설문 버전의 경우 곳곳에 붉은 글씨가 있고, 실제로 박 대통령이 읽은 연설문에서 일부 내용이 달라지기도 했다. 그러나 본지가 실제 연설문과 비교한 결과 붉은 곳뿐만 아니라 검은 글씨도 상당 부분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연설문과 비교해 바뀐 상당 부분은 문장을 다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25일자 보도)

즉, jtbc가 최순실이 수정했다고 주장하는 붉은 글씨 부분은 그대로 연설에 사용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수정하지 않고 남겨둔 검은 글씨도, 실제 연설에서는 수정되어 다르게 연설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최순실이 수정했다고 해도, 실제로는 계속 더 수정되고 가다듬어졌다는 얘기이고, 한 마디로 최순실이 “까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권력 1 순위라는데, 수정한 내용이 까이다니, 가당키나 한 일일까?

그러니, 최순실이 연설문에 손을 댄 것이 아니라, 단순히 최순실에게 읽어보라고 보내진 것이 상식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그럼, 읽어보라고 보냈다고 치고, 그걸 왜 읽어 보라고 보냈을까?

좋게(?) 해석하면, 이미 대선 캠프가 차려질 때부터 최순실은 대통령의 자백대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취임 후에도 관성에 의해 계속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이 사과한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가정은 이 타블렛이 최순실이 쓰던 것 (소유는 대선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도운 김한수 행정관)이라는 추정 위에 있다.

그러나, 최순실은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자신은 타블렛이 없으며 쓸 줄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타블렛이 독일에서 jtbc 기자에 의해 발견된 것처럼 발표했다. (확정하지는 않았음)

그렇다면, 이런 주장과 추정 속에서 다음과 같은 새로운 가설을 끄집어 낼 수 있다.

2012년 7월 전후, 대선 캠프가 가동될 즈음, 박근혜 후보의 지시에 따라, 연설 홍보 등 선거 운동이 홍보 활동을 하던 김한수는, 캠프에서 연설이나 홍보 등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알아 보는 역할을 부여받은 최순실에게 연설물, 홍보 자료 등 대선 캠프의 주요 문건을 전달할 요령으로 자신이 소유한 타블렛을 최순실에게 빌려 주고, 타블렛 사용방법을 알려주며, 최순실의 사진도 찍어 주었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후 인수위에 들어간 김한수는 빌려 준 타블렛을 돌려받는 것을 포기하였거나 아예 잊어버릴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최순실에게 몇 차례 연설문 등에 대한 의견을 구했고, 최순실은 가지고 있던 타블렛을 통해 받아 보았을 가능성이 높다.

1년 후 더 이상 그 같은 의견 청취를 하지 않자, 타블렛을 쓸 일이 없어진 최순실은 어딘가에 타블렛을 방치하였다가 경비원에게 버려 줄 것을 부탁한다.

물론 이 가설은 최순실의 주장(타블렛이 없으며 쓸 줄도 모른다는)과는 배치된다.

그러나, 이 가설이 사실이 아니라면, 최순실이 거주했던 독일에서 이 타블렛이 발견되었을 가능성은 단 하나 밖에 없다.

누군가 김한수의 타블렛을 획득한 후 이를 악의적으로 최순실의 것으로 둔갑시켰을 가능성 말이다.

김한수는 현직 청와대 행정관이며, 대선 캠프, 인수위를 거쳤으므로 각종 자료가 그 안에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무튼, 최순실은 드레스덴 연설문을 고쳤을까? 라는 의문의 답은, “아니다”라는 쪽이 정황상 더 맞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타블렛에 대한 가설의 답은 각자 판단해 보시라.


2016년 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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