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불륜, 미스터리







미국의 어느 대학교 영문과에서 권력, 불륜, 미스터리를 넣어 소설을 쓰라는 과제를 냈다.

한 학생이 다음과 같은 짤막한 리포트를 썼다.

“공주님이 임신했다. 아빠는 누굴까?”

권력자의 행보는 늘 관심을 받는다. 그 권력자가 불륜 (부정)을 저질렀다면, 더 큰 관심을 받으며, 그것이 미스터리에 휘말려 있으면 더욱더 그러하다.

최순실 사건은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킬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입 있는 자들이 모두 한 마디씩하고, 할 말, 못할 말을 떠들어 대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속단하긴 어렵지만, 호가호위하며 이권을 노렸던 자들 혹은, 자신이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이 사태의 핵심으로 보인다. 만일 최순실이 호가호위하며 이권을 노렸다면 그녀 역시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최순실이 경제적 이득을 불법적으로 취득했다는 명백한 증거는 없다.

이들은 국면을 전환하거나, 복수를 위해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킬 이야기를 만들고, 이를 의도적으로 흘리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통령을 물어뜯고 씹고자 하는 세력과 결탁하여 의혹에, 다른 의혹을 덧붙여 수 백 개의 다리와 팔을 가진 괴물을 만들어 냈다.

괴물을 본 대중은 무의식적으로 내재하여 있던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며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반응과 함께, 이게 나라냐며, 하야니, 탄핵이니 떠들어 댄다.

오히려, 권력의 다른 축인 야권은 툭툭 훈수를 두거나 논평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들이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건, 권력의 속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미 권력을 가져 봤거나, 그 언저리에서 맛을 보았던 이들은 최순실 건이 그다지 폭발적이지 않다는 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검찰 수사를 해서 최순실을 털어봐야 나올 것이 별거 아닐 가능성이 크다.

결탁하여 음모론으로 몽매한 대중을 좀비로 만드는 이들도 지레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실체를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불륜과 미스터리를 더 키우고, 음모론에 더 불을 피운다.

종편과 언론은 가정과 추정과 의혹만 떠들 뿐이지만, 끊임없이 반복되는 “그러지 않았을까…”하는 의혹은 결국 대중을 세뇌하여 검찰 수사 결과를 부정하게 만들고,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도록 만들어, 정권 퇴진 운동을 촉발케 하고, 대통령을 남은 임기 무기력하게 만들 테니 말이다.

그러는 사이, 김정은은 물개 박수를 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최순실에게 크게 엎드려 절을 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정권의 생명을 연장해 주었으니 말이다.

2016년 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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