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 10월 2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한 호텔에서 북미간 접촉이 있었다.

당시 북한에서는 현직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인 한성렬, 현직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 대사인 장일훈이 참석했고, 미국 측에서는 로버트 갈루치와 조지프 디트라니가 참석했다.

로버트 갈루치는 제네바 협상 수석 대표였으며, 그 당시 미국무부 정치군사담당 차관보 겸 북핵전담대사이었다. 조지프 디트라니는 미국 국가정보국 비확산센터 소장, 북한담당관을 지냈고, 6자 회담 당시 차석대표이었으며, 대표적인 미국의 북핵 전문가이다.

미국측 대표는 모두 민간인 신분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참석자들은 전현직 유엔 북한대표부 차석 대사로 모두 현직에 있으며, 북한의 미국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만남 장소에 KBS가 “뻗치기”를 한 끝에 이들의 만남이 국내에도 알려지게 되었고, 또 한편으론 회담 참석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 접촉을 두고, 미국이 한국을 배제한 체 북한과 대화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돌았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 접촉은 “트랙 II”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트랙 II”는 ‘Track II diplomacy’를 말하는 것이다. 즉, 민간인이나 민간 단체 사이에서 일어나는 비공식적, 비 정부간 만남을 말한다. (Non-governmental, informal and unofficial contacts and activities between private citizens or groups of individuals.)





트랙 II의 경우도 공식적 정부간 외교 회담인 트랙 I 과 같이, 정부 기관이나, 공무원의 도움을 받거나 관료들이 민간인 자격으로 참석하는 경우도 있다. 굳이 말하자면, 트랙 1.5 인 셈이다.

이 같은 비공식 외교 라인은 북한처럼 전혀 소통이 없거나 외교 채널이 없는 경우에 사용하는 미국식 외교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NEACD(Northeast Asia Cooperation Dialogue. 동북아 협력대화)가 있다. NEACD는 형식상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고 분교 부설 IGCC(세계 분쟁 및 협력 연구소)가 주도하고 있는 다자간 안보 포럼이라고 할 수 있다.

북미간 트랙 II 접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초에도 베를린에서 만남이 있었고, 2013년에도 수 차례 만남이 있었다. 2015년에는 알려진 만남이 없었다.

즉, 미국 정부의 해명은 의례적인 트랙 II 만남일 뿐이므로 특별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디트라니는 이번 만남의 미국측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These were exploratory discussions that really focused on going back to willingness on the part of the DPRK that go back to the September 19, 2005 Joint Statement.”

즉, 북한이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공동성명으로 돌아갈 의지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데 그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9.19 공동성명의 내용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고 NPT, IAEA로 복귀한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당시 9.19 공동성명으로 한국은 대북 송전을 해 주었지만, 1년도 안되 대포동 미사일을 쏘면서 파기되었다.)

다시 말해, 미국 측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중이 있는지 확인했다는 이야기이다.

미국 측(사실 미국 정부)은 왜 그걸 확인하고 싶었을까?

이런 추정이 가능하다.

1.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필요했다.
2. 모종의 행동을 취하기 전,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였다는 증거를 남기도 싶었다.

이런 증거들이 필요한 이유는 모종의 행동이 “침략”이 아니라는 근거를 만들어 두고 싶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모종의 행동이 무엇인지는 짐작 가능하다.

아무튼, 모종의 행동을 위한 일련의 과정들이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되어지고 있는 중이다.


2016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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