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 MHz 주파수 배정 문제



아래 조선일보 사설을 모두 다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이 사설이 주장하는 바에 대해 같이 고민해봐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700 mhz="">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부연설명을 드리자면,

몇 년전 아날로그 공중파 방송을 디지털로 전환한 후, 이 아날로그 주파수 대역이 비게 되었는데, 이 주파수 대역은 698 MHz~806 MHz 사이로 일명, <700 band="" mhz="">라고 부른다.


현재 사용되는 휴대폰의 통신 대역이 2.1 GHz 혹은 2.3~2.6 GHz 인걸 비교하면,

이 주파수 대는 전파의 진동수가 낮은 대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파는 진동수가 낮을수록 전달 거리가 멀며, 장애물에 의한 간섭을 적게 받기 때문에, 일명 "황금 주파수 밴드"라고 불린다.

전달 거리가 멀면 중계탑 (중계 안테나)를 더 적게 세워도 되므로, 전파의 경제 효율성이 크기 때문이다.

데이터 통신 특히 모바일이 급속히 발달하여 주파수 대역이 모자란 현재,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되면서 공백이 된 이 대역대를 데이터 통신에 배정하는 것은 전세계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 표준화 기구(ITU), 지역 표준화 기구(ETSI, APT) 등 주요국 대다수가 디지털 TV 전환에 따른 여유 대역을 모바일 통신용으로 분배하도록 하고 있다.

자료에 의하면, 2014년 7월 기준으로 700MHz 대역의 LTE 주파수를 보유하거나 상용화한 사업자는 10개국 43개 사업자이며 해당 가입자 수는 3억2천만명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700MHz APT 밴드플랜" 채택을 표명한 국가들의 인구규모는 24억명으로 전 세계 인구 대비 34%에 해당되며 채택국가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700MHz APT 밴드플랜(Asia-Pacific Telecommunity 700 MHz band plan)은 우리나라가 제안한 것인데, 어쩐 일인지 정부와 국회는 700 MHz 대역대를 통신사와 공중파 방송에 나누어 배정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렇게 결정함으로써 국제 신뢰도를 떨어트리게 생겼다. (정작 제안 국가는 이 대역대를 방송에 할애하겠다고 결정하였기 때문이다. 만일 그래서 우리나라가 700 MHz 대역대 일부를 방송으로 쓸 경우, 이웃 나라 일본과 충돌이 생겨 국제 문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은 이미 700 MHz 대역대를 통신 전용으로 쓰는데, 통신망에 방송 주파수가 간섭 현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렇게 나누어 준 것으로 모두가 만족스러워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재난안전통신망 20 MHz 를 제외한 80 MHz를 3개 통신사에 약 25 MHz로 나누어 줄 경우와 지금의 정부 안처럼 방송사 30 MHz, 통신사 40 MHz로 나눈 후 통신사 별로 10 MHz 정도 나눠줄 경우를 비교하자면, 마치 4차선 고속도로를 내 주는 것과 1차선 지방도를 내 주는 것과 같은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 통신망 사이에는 약 2~5 MHz의 통신이 섞이지 않도록 하는 보호대역이 있으므로 모든 대역을 다 쓸 수는 없음)

언론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무선 통신 트래픽은 지난 2년간 4배 넘게 증가하였으며, 무선 통신을 위한 주파수 대역은 전체 390 MHz 폭으로 선진국 평균 600 MHz 폭에 비해 적을 뿐 아니라, 지상파 방송이 사용하는 408 MHz 폭보다 적으며, 통신 장애의 위험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대역대의 통신 주파수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전파는 공기처럼 무형의 국가 자산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사용하도록 허락하는 조건으로 막대한 국가 수입을 만들 수도 있는데 방송 대역을 무상으로 제공함으로써 막대한 국부를 공중에 날려버린 꼴이 되어 버렸다.

현재 700 MHz 대 주파수 경매를 마친 국가는 일본(2012년 7월), 호주(2013년 4월), 대만(2013년 9월), 뉴질랜드(2013년 10월), 캐나다(2014년 1월), 브라질(2014년 9월)이며, 올해 유럽에서는 최초로 독일이 경매를 마쳤고 곧 프랑스도 경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만의 경우 주파수 판매의 경매 총액이 118.65 billion 대만 달러 (4조 3,734 억원)이었으며, 독일은 50억 유로를 넘겨 6조 3,443억원의 수입이 발생했다.

땅덩어리가 큰 캐나다는 700 MHz 대 주파수 대역을 모두 14개 지역으로 나누어 각각 팔 수 있었다.

우리나라 정부가 700 MHz 대역 주파수를 경매할 경우 조 단위의 국가 수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허튼 소리가 아닌 것이다.

국회가 왜 이렇게 결정했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는데,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거나 우리 같은 민초들은 예상할 수 없는 뭔가 거대한 계획이 있는지 모르지만, 이렇게 결정해야 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201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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