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er Ads

<윤희숙 박사 기고를 읽고>



지난 10일 KDI 윤희숙 부장이 동아일보에 기고한 "메르스 대책, 소원수리 기회로 삼지 말라" 라는 다소 도발적인 글에 대해 설왕설래가 많다.

특히 윤희숙 부장에 대해 잘 모르는 의사들은 '저 여자가 누구길래, 저런 주장을 하나?' 라며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윤희숙 부장은 보건의료계에서 나름 자기 영역을 구축했다고 할 수 있는, 그 판의 '선수'들은 다 아는, 직선적이며 자기 신념이 강하다고 할 수 있는 인사이다.

굳이 성향을 따지자면 진보보다는 보수 성향이 강하고, 시장주의적이며 산업지향적이기도 한데,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제약계, 약사회와 칼을 겨누고 있어, 심평원이 개최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생동성 시험의 신뢰성을 강하게 비판하였다가 약사회의 몰매를 맞기도 하였고, 일반인 약국 개설 및 의약품 수퍼 판매를 강하게 주장하다가 약사회로부터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당하기도 했으며, 그 외에도 이런 저런 이유로 진보 성향의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요주의 인물이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KDI는 물론 삼성이나 LG 등 기업 연구소 쪽에는 의료정책, 보건정책을 한다는 어지간한 학자들보다 훨씬 더 식견이 넓고 정확한 판단으로 미래를 잘 예측하는 연구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조금 고루하다고 할 수 있는 학계 인사들보다 오히려 훨씬 자유롭고 재기발랄하게 판단하며 방향을 잘 제시하는데, 한 가지 흠은 그들을 따라가다보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세상에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인 판단이기는 하지만, 미래지향적 측면만 놓고 보자면, 이들이 제일 빠르고, 그 다음이 공무원, 그 다음이 학계, 그 다음이 임상의사라고 생각하면 크게 다르지 않다.

공무원들이 의사들보다 어떤 면으론 이미 몇 챕터 앞서 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게 무슨 헛소리냐 싶겠지만, 사실이다.
무슨 원격의료나 그 유사한 것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의사들이 미련하고 게을러서 늦는 것이 아니다.

의료는 그 자체가 매우 보수적 성향이 있고, 특히 의학을 전공하는 의사들은 더욱 더 그러며, 무엇보다도 변화하기에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너무 크고, 의료계 기초 체력이 약해 그나마 한 줌 가지고 있는 것조차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하며 변화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윤희숙 부장의 기고에 대해 말은 많지만, 개인적으론 '대체로' 수긍하는 바이다.

물론, <소원 수리>같은 도발적 단어를 사용하는 것까지 동의하긴 어렵지만.

첫째, <보건부 독립>은 좋은 슬로건이긴 하지만, 보건 업무만 떼어 독립부처를 만드는 것은 사실 현실적이지 못하다. 현재 보건부 예산 규모로 "부" 단위의 행정기관을 만들기 쉽지 않으며, "부"로 독립할 경우 결국 예산과 인원을 늘려야 하는데, 이게 만만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가장 현실적 대안은 복수차관제를 도입해, 보건 담당 차관을 별도로 두고, 필요시 복지부 조직 개편을 통해 별도 부서를 확장하는 것이 될 것이다.

보건부 독립이건, 조직 개편이건 보건 업무담당 공무원이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의사들에 대한 감시와 규제가 늘어난다는 것이므로 사실 그렇게 반가워할 일도 아니며, 말 그대로 <의료계 소원수리>를 위한 부서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는 참으로 순진한 생각이다.

둘째, 수가 논쟁과 별개로, 윤 부장이 <일반 회계>를 거론한 것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많은 의사들, 심지어 의사회 같은 조직에 몸을 담고 있는 분들마저도 건보 재정과 정부 예산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적어도 윤 부장은 "정부가 돈을 내라!"고 일갈하고 있다.
그건 맞는 주장이고, 오히려 박수를 쳐 줘야할 주장이다.

셋째, 질병관리본부의 독립에 대한 의견은 다소 생각해 볼 문제인데, 감염병 전문병원을 만들자는 것에 대해서는 나 역시 강력 반대지만, 질본의 독립의 반대 이유가 민첩한 조율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메르스 사태의 경우도 질본 본부장이 장관에게 구두 보고를 하기 위해 서울-세종시를 오가며 실제 업무를 해야 할 시간을 허비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업무 협조나 민첩한 조율이 아니라, 순전히 <보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보고하면 장관은 결국 업무 지시를 할 것이 뻔한데, 비전문가인 장관의 업무 지시보다는 전문가인 질본 본부장의 판단에 따른 빠른 업무 추진이 훨씬 더 중요하다.

사실 질본의 독립이나, 기관의 승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염병 연구, 역학 조사, 해외 사례 연구 등에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 주고, 행정 공무원 중심이 아니라 연구자 중심의 채용이 뒷바침되도록 담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일 것이다.

끝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이른바 "졸속 입법"에 대한 것인데, 늘 그래왔듯 국민 관심사가 집중되는 사안이 생기면, <가시적 성과>로 생색내려는 정치인, 공무원들이 있어 왔다.

가시적 성과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매달리다보면, 본말이 전도되고 실제 중요한 문제 해결은 오간곳 없어진다는 맹점이 있는 것이다.

이를 경계하고자 하는 측면은 충분히 공감되는 대목이다.


2015-07-14

관련 기사
Theme images by fpm. Powered by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