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의 "민간병원 덕분이라는 거짓"에 대한 반박




전염병이 유행할 때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방역은 무엇일까?
우선, 감염원을 차단하는 것이다. 감염원이 외국에 있다면, 입국을 통제하고, 국내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확산을 막아야 한다. 이를 성공한 사례가 사스 사태였다. 철저한 검역을 통해 유입을 원천 차단함으로써, 국내 감염을 막을 수 있었다.
그래도 방역망이 뚫리면 감염자를 격리하고 접촉자를 전수 조사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종 전염병에 대한 새로운 진단 수단이 확보되어야 한다. 다수의 의심자를 신속하게 검사할 수 있는 수단 말이다.
확진된 환자의 수가 비약적으로 늘지 않으면, 특정 병원이 감염자 치료를 전담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감염자가 너무 많은 병원에서 흩어져 치료를 받을 경우, 감염자 관리가 어렵고, 원내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정 병원이 전염병 환자를 치료하는 동안, 다른 병원들은 기존 질환자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질환자들에 대한 치료 공백이 생기지 않는다.
만일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면 기존 병원도 감염자 치료에 동원되어야 한다. 치료의 우선 순위가 바뀌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게 하는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입국 통제, 자발적 거리 두기, 학교와 직장의 폐쇄 등을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어땠을까?
정부는 입국 통제에 소극적이었지만 다행히 확산 증가는 없었다. 운이 좋았던 게 아니다.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진단 키트를 개발하고 드라이브 쓰루와 다양한 같은 방식으로 의심자를 빠르게 검사해 확진자를 찾아낼 수 있었으며, 국민들이 자발적 거리두기, 재택 근무, 매장 폐쇄 등을 통해 스스로 격리하였기 때문이다.
또, 지역 감염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대구에서는 동산병원이 자진해서 신축 병동을 감염 치료 병원으로 내놓았다. 의료인들은 스스로 대구로 찾아가 의료 활동을 벌였다.
전국의 크고 작은 수백개 병원들이 선별 검사에 집중했으며, 호흡기 안심 진료를 통해 감염 유입을 차단했고, 동시에 진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기존 질환자 치료에 전념했다.
전국 각 지역에서 발생한 감염자들은 공공병원에 지정되어 그곳에서 치료를 받았다. 만일 공공병원이 가득 차 입원할 수 없었다면 민간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받았을 것이다. 감염자를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에 우선 이송하는 건 규정이기 때문이지 민간 병원이 받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 아니다.
만일 짧은 기간 동안 수 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면, 일부 병원들은 병원을 비우고 코호트 격리를 강행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그런 사태는 생기지 않았다.
한 마디로 확산을 막은 건, 국민들의 승리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의료계가 숟가락을 얹는다면 여기에 얹을 것이다. 의료계도 제 몫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그런데, 김윤 교수의 엉뚱한 컬럼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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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민간병원 덕분에 이 사태를 잘 넘겼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통령도 마스크를 나눠준 약사들에게 감사했을 뿐, 의사들의 노고에 고맙다고 말한 적이 없다. 물론 보건의 날에 간호사들에게는 수고했다고 했지만, 다분히 의도적인 발언으로 보인다.
그런데 하지도 않은 말을 앞세워 숟가락을 얹는 식의 주장이 난무한다고 비난한다. 도대체 누가 그런 얘기를 했는지 의아하다.
만일 김윤의 주장이 NHS 등 사회주의 의료체계를 가진 유럽 국가들의 희생자가 많고 이 때문에 공공의료보다 민간의료가 우월하다는 하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라면, 지레 제 발이 저려 방어막을 치는 자승자박일 뿐이다.
미국은 사회주의 의료체계를 갖고 있지 않다. 그래도 가장 많은 환자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민영보험이 대세인 곳이지만, 민간병원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영리병원은 전체의 20%에 불과하며 프랑스는 사회주의 의료체계가 대세이지만 미국보다 훨씬 더 많은 비율의 영리병원이 있다. 양쪽 모두 우한 코로나 사태로 곤혹을 치루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이 애를 먹는 건, 공공병원이나 민간병원이냐의 문제가 아니며 하물며 사회주의 의료냐 자본주의 의료냐의 차이 때문도 아니다.
짧은 시간 안에 환자가 급격히 늘었느냐 아니냐의 차이이다.
미국과 유럽이 애를 먹는 건, 초기 확산을 막지 못했고, 초기 감염자 발생 후 적어도 1 개월 이상 감염자 양산기(incubation period)를 거쳐 폭발적인 확진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중국이 질병의 행태에 대해 거짓 정보를 흘렸고, WHO 도 이에 동조해 역시 틀린 정보를 남발했으며, 이를 믿은 결과 초기 대응에 실패했고, 서구 문화의 특성상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등 스스로를 방어할 마음의 자세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 열나고 목이 아프거나 기침하는 감기 증상으로 병원에 간다는 것 자체를 상상하지 못하는 의료 실태도 작용했을 것이다. 감기로 병원에 갈 수 있는 건, 우리나라에서나 가능하다.
즉, 우리나라는 의료 접근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환자들이 스스럼없이 병원에 오고, 그 때문에 초기에 확진이 가능했다고도 볼 수 있다.
김윤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의료 정책에 큰 영향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어쩌면 총선 이후 주요 직책에 중용될 수도 있다.
그 때문에 그의 주장을 현실 감각이 떨어진 치기어린 얼치기의 주장으로 생각할 수 없다.
‘민간병원 병상을 동원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라는 그의 주장은 민간병원을 징발해 정부 마음대로 쓰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정부는 민간 자원을 징발할 권리가 있다. 단, 전쟁 등 국가적 재난 사태에서 가능하다.
병상만 징발하면 될까? 환자를 돌볼 의료인도 징용할 수 있다. 이 역시 국가적 재난 사태에서 가능하다.
이미 공중보건의를 차출해 징용했다. 군 의무 대신 공보의로 오지에 보내는 것 자체가 사실 징용이다. 징용된 공보의를 전염병 사태에 다시 강제 징용한 것이다.
현역 군인을 마스크 포장에 동원한 것 역시 징용이다. 군은 자원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자원 형태로 가장한 징용일 뿐이다.
일제의 강제 징용을 그리도 비난하는 나라에서 징용은 이렇게 스스럼없이 벌어진다. 원래 욕하며 따라 배우는 법이긴 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현대 사회에서 아무리 국가적 재난이라고 해도, 이렇게 마음대로 강제 징발, 강제 징용를 강요할 수는 없다. 할 수 있다고 해도, 그렇게 해서는 효과가 없다. 당신 같으면 강제 징용되어 혼신의 힘을 다해 최선의 노력을 할까?
그런데, 징발을 거리낌없이 신문에 쓴다.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에 사는 게 맞다.



2020년 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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