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4월 1일 : "우한 코로나 사태로 촉발되는 위기들"







1. 제 3 지대의 위기


노예제로 갈등을 빚었던 시기, 일부 미국인들은 노예를 해방시킨 후 이들을 고향 아프리카로 돌려보냈다. 노예제로 촉발된 남북 전쟁 이전의 얘기이다.

이 해방 노예들이 정착해 건국한 나라가 서부 아프리카에 위치한 라이베리아 (Liberia)이다. 라이베이라라는 국명은 자유를 의미하는 라틴어 Liber 에서 유래했다.

노예들은 자유를 얻어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기쁨에 'The love of Liberty brought us here (자유에 대한 애정이 우리를 여기로 이끌었다)'라며 들떴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그들은 원주민들과 갈등을 빚어야 했고 온전한 독립 국가들 세우기에는 무능력했다. 결국, 해방 노예들이 원주민을 노예로 삼기도 했고, 오랜 끔찍한 내전을 겪기도 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라이베리아는 풍부한 천연자원에도 불구하고, 일인당 국민 소득은 500 불 내외의 최빈국이다. 어쩌면 이들은 고향행을 택한 선조들을 원망할지도 모른다. 그냥 있었으면 미국 시민이었을텐데... 라며 말이다.

라이베리아가 국제 사회에서 주목받은 건 에볼라 바이러스 때문이다.

2014년부터 2년동안 이 나라 국민 5천명 가량이 에볼라 바이러스로 사망했다. 라이베리아 뿐 아니라 당시 서부 아프리카에서 확인된 에볼라 희생자 수만 11,325 명이었다.

최초의 아프리카 여성 대통령이자 에볼라 창궐 당시에도 집권했던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최근 BBC에 구호를 호소하는 글을 실었다.

그녀는 통제되지 않은 전염병은 전 인류를 위협 한다며, 정보를 숨기고 있는 중국을 대놓고 비난하며, 에볼라 창궐 당시 자신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 했고 구호를 요청했으며, 대담하게 행동한 각국의 도움으로 인류의 의료 안보를 지킬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미국과 서방의 지원으로 에볼라가 전 세계로 퍼지는 것을 막았듯이, 이번에도 도와 달라는 얘기다.

그러나 냉정하게 얘기하면, 에볼라는 접촉에 의한 감염만 가능하고, 너무나 치명적이어서 감염자가 감염을 확산하기 전에 사망하므로, 우한 코로나처럼 판데믹으로 전개되어 인류를 위협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에볼라가 인류의 의료 안보를 위협하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어쨌든 핵심은, 아프리카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과 같다는 것이다.

중동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인구 10만명당 100 명 이하로 확진된 국가들은 미처 확진하지 못한 감염자들이 돌아다니며 전염을 확산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며, 그렇지 않더라도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조만간 감염자가 폭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들 국가들의 의료 수준이 지금 고난을 겪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 각국보다 나을 가능성은 전무하다.

BBC 는 전세계에 산재해 있는 난민 수용소도 주목한다. 난민 캠프에는 적게는 수천명에서 많게는 수만명이 수용되어 있으며, 이런 캠프에 수용된 전세계 난민의 수는 2,500 만명이 훌쩍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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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 아니다. 자연 재해, 내전 등으로 고향을 등지고 떠돌고 있는 수는 2017년 기준 4,500 만명 가량으로 추산한다. 이 중에는 시리아 내전으로 고향을 떠난 650만명과 콩코 내전 실향민 450만명이 포함된다.

이들의 거주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좁은 지역에 밀집해 있어 확산 방지에 불리하고, 우한 코로나 예방을 위해 손씻기, 거리 두기를 강조하지만, 그들에게는 마실 물도 없다. 병원 치료는 엄두도 낼 수 없다.

만일 이런 곳에서 전염병이 발생했다면, 에볼라 창궐 당시처럼 제일 먼저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발벗고 나서서 도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제 발에 떨어진 불도 끄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곳에서 감염이 확산되면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2. 식량과 제조업의 위기


한편, 최근 언론은 식량 위기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전세계 식량 자급자족율은 100%가 넘는다. 즉, 식량을 골고루 배분할 수 있다면 누구도 굶주리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어느 곳은 식량이 넘쳐나고, 어느 곳은 부족해 기아에 허덕인다.

예를 들어, 베트남, 태국, 러시아, 미국 등은 자급자족을 넘어 주요 식량 수출국이며, 호주, 캐나다, 프랑스,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도 식량 자급이 가능한 국가들이다.

그러나, 독일, 이집트, 멕시코, 필리핀 등 이전의 식량 부국을 비롯해 대다수 국가들은 식량을 수입해야 한다.

우리나라 경우, 식량의 60%, 곡류의 80% 가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식량 빈국이다. 곡류는 소나 닭, 돼지 등을 먹일 사료로 사용되기도 하며, 만일 곡류가 부족하면, 사료로 부족하고, 결국 육류도 부족해진다는 의미이다.

식량을 골고루 배분한다는 건 이상일 뿐이다. 이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물류의 문제이다.

우한 코로나 사태에 식량 부족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는 세계 각국이 국경을 통제하여 발생하는 물류망의 붕괴와 함께, 위기를 느낀 생산국들이 식량 수출을 중단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국가들이 식량 비축, 즉 사재기를 하기 때문이다.

사재기를 할 수 있는 나라는 그나마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들 뿐이다. 그렇지 못한 곳은 조만간 식량 대란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식량 뿐이 아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제조업이 붕괴되면 이제까지 싼 값에 구할 수 있었던 각종 공산품의 가격은 폭등하게 된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중국을 비난하면서도 중국에 의존해 왔는데, 중국의 침몰로 큰 곤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운동화나 의류와 같은 경공업 생산품은 그렇다고 쳐도, 당장 우한 코로나와 싸우기 위해 필요한 의료 용품이나 질병 치료에 필요한 복제약은 발등에 떨어진 불과 같다. 현재 복제약 원료는 대부분 중국과 인도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 복제약 원료 수출을 중단하며 미국을 위협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산업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의료 안보 공백을 메우려면 저가의 중국 복제약, 의료 용품에 의존해서는 안되며, 국가 안보 측면에서 미국 내에 자급할 수 있는 수준의 공장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세계 각국은 우한 코로나 사태 이후 중국에 대한 제조업 의존도를 대폭 낮추려고 할 것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토사구팽되면 중국의 앞날은 뻔하다.



2020년 4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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