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문제




상급병실료가 답이 없는 건, "반듯이 그 병원 혹은, 그 의사에게 꼭 진료받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풀려고 하기 때문이다.
상급병실료를 급여화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회보험의 성격에 맞을 수가 없다.
누가 남보다 더 좋은 병실을 쓰겠다는데, 공적 부조인 건보에서 이를 지원해 줘야 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다인용 병실이 모자라서 어쩔 수 없이 상급병실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인데, 그 부담이 꺼려지면, 병원을 옮기는 것이 합당한 것이다. 그렇게 유도하도록 제도가 만들어져야지, 꼭 그 병원, 그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우기고, 이를 강화시켜주는 정책을 펴겠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병상을 조절하는 것은 병원의 권리이지, 환자의 권리가 아니다.
상황이나 환자 상태에 따라 순서가 늦어도 먼저 중환자실에 넣을 수도 있고, 먼저 수술을 시킬 수도 있고, 먼저 다인실로 옮길 수도 있지, 이걸 은행 번호표 주듯 순서대로, 그것도 병상 정보를 공개해서 '투명하게 하겠다'고 하는 건, 정말이지 비상식적이고 인기영합적인 태도라 할 수 밖에 없다.

질환을 대처하는 완급 조절은 공정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의학적 판단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나?

선택진료비 문제는 건보제도의 기본적 철학과도 연관이 있어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행 건보제도는 의사가 하는 모든 행위에는 하나의 가격만 있을 뿐이다. 이에 가중하는 것은 의료기관 종별 가산제도와 선택진료비 뿐이다.

이 가산제도의 맹점은 의사의 실력과 수준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상급종합병원의 경력있는 의사가 하는 행위와 갓 개원한 젊은 의사가 하는 행위가 동일할 때 그 가격에는 큰 차이가 있는데, 그건 의사의 실력과 수준을 인정하기 때문이 아니라, 행위가 발생하는 의료기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 경력있는 의사가 만일 개원하게 되면, 그는 갓 개원한 젊은 의사와 동일한 가격을 받아야 한다.

이런 모순이 어디에 있나?

이런 모순을 해결하려면, 경력과 수준에 따라 의료기관에 관계없이 모든 의사들에게 선택진료비를 적용해야 한다.

경력이 많다고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직장인의 호봉 제도는 어떻게 존재하나?

이런 기본과 원칙이 모두 무시된 제도가 바로 건보제도이다.

그런 배경은 원래 불완전한 제도에 그 때 그 때 시류와 힘겨루기에 의해 땜방하듯 제도 보완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제가 터지면, 어디서부터 해결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갈등만 거듭된다.

다시 말하지만, 건보제도는 환자, 의사, 정부 모두에게 불만이 많은, 더 이상 보험으로써 가치가 없는 제도이다.

어느 한 부분을 또 땜방했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당연히 개혁의 칼을 대야 하다.
이미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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