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지정제 폐지가 이상에 불과하다구요?
심지어 많은 의사들 스스로, 당연지정제 폐지가 이상에 불과할 뿐,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MB시절인 2009년 기재부 윤증현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당연지정제 폐지, 민간보험 도입,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허용을 주장했습니다.
단지 언급한 것이 아니라, 시시 때때로 이 세가지 주장을 반복하며, 심지어 국무회의에서 이 문제로 전재희 장관과 고성이 오고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전재희 장관은 2008년 광우병 촛불사태로 국정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리고, 정권 존폐 위기까지 몰렸다고 판단하여 진보 좌파들에게 또 다시 먹이감을 던져 주면 안된다는 심정에서 이 세가지 사항에 대해 반대를 했던 것이지 윤증현 장관의 주장이 틀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진보좌파들이 이 세 가지를 통칭해서 말하는 것이 바로 의료민영화입니다.
왜 진보좌파들이 의료민영화 반대를 위한 국민연대를 만들고, 나아가 그 대안으로 건강보험하나로 운동을 전개했는지 아십니까?
이 세가지 정책 변화는 충분히 실현가능하고, 그만큼 위협적이기 때문입니다.
의약분업 이후 2009년까지 10년이 안되어 건보 재정 지출이 3배로 늘어났습니다.
같은 상승율로 올라갈 경우 2020년에는 건보 재정 지출이 100조가 넘을 것이 뻔해 보입니다.
그래서 건보 지속 가능성의 의문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보험 제도 변천을 보면, 77년 의료보험 도입, 89년 전국민의료보험 시행, 2000년 건강보험 전환등 매 10년 단위로 크게 제도 바뀌어 왔습니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의보 제도는 결코 완벽하지 않으며, 국민소득 수준의 변화, 의식 수준의 변화에 따라 10년 단위로 제도를 바꾸어야 하는 일회성 제도라는 것입니다.
이런 추세로 볼때 2010년에 이미 제도 변화가 있었어야 하는데, 엉뚱한 발목잡기와 논란으로 그 기회를 잃었고, 벌써 4년째가 됩니다. 지금 제도를 바꾸어도 제도 설계 통과에만 적어도 2년이 걸립니다.
최근 의료계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이제는 대형병원마저도 적자를 보는 것은, 현실을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제도 변화가 늦어지면, 늦어지는 만큼, 희생자는 계속 나올 것입니다.
노회장이 전공의, 학생들의 미래를 걱정하는데, 그들의 미래를 보장하려면, 하루 빨리 의료 제도를 바꾸어야 합니다.
노회장이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재난적 의료비, 의료 공급의 붕괴는 모두 건보 제도가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질병이 발생했을 때 보험이 보험의 역할을 못하고, 기껏 보험환자를 성의껏 치료해주었더니 비양심으로 몰리는 제도가 과연 제대로 된 제도일까요?
지금 우리의 주장은 "건보 해체"가 되어야 합니다.
백번 양보해서 건보를 지속시킨다 해도, 다보험체제로 전환시켜 보험사들이 경쟁하도록 해야 합니다.
보험사의 입장에서 환자(가입자)만 고객이 아닙니다. 가입자를 정작 치료해 주는 공급자(의료기관)도 중요한 고객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고객인 공급자를 홀대하고 통제하려고만 하며, 무시하고, 의사들의 의학적 행위를 엉터리 잣대로 재단하려고 하는 건보는 해체되어야 마땅한 것입니다.
당연지정제는 이런 불합리하고 수요독점체제의 불평등한 계약을 강제화하는 것이며, 이를 깨도록 노력해야 함은 당연한 것입니다.
게다가 정부도 의료서비스 선진화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 마당에, 우리가 주장해야 할 것이 당연지정제 유지이며, 보장성 강화이어야 겠습니까?
우리는 의료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합니다.
그래서 판을 흔들고, 정부의 손을 들어주고, 무상의료를 주장하는 좌파와 정면 대응을 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으니 참담하기 그지 없습니다.
훗날 이 책임을 누가 지려고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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