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침에 뭘 바르면 즉사할까?
대표적인 독극물은 "싸이나"라고 불리는 시안화칼륨(KCN)이다. 시안화칼륨의 독성은 CN-에 있다.
시안화칼륨을 먹으면 분해되어 나오는 시안화 이온 (CN-)이 세포내 구조물인 미토콘트리아를 파괴한다. 미토콘크리아는 세포막을 뚫고 들어온 포도당을 대사하여 APT를 생성하는 기관이다.
ATP는 세포막에 있는 Na-K 펌프를 가동시키는 에너지 원 역할을 하는데, ATP 생산이 중단되면서 Na-K 펌프 역시 멈춰버리고, 이온압 차이에 의해 쏟아져 들어오는 나트륨을 세포 밖으로 퍼내지 못하고 결국 나트륨(Na+)과 함께 들어온 물에 의해 세포가 터지게 되고 사망한다. 물론 젖산 생성의 증가로 인한 대사성 산증과 그외 여러가지 부작용도 사망에 기여한다.
"싸이나"를 먹은 환자의 정맥 피는 산소를 소모하지 못해 동맥피처럼 붉다는 특징이 있다. 왜냐면, 산소는 포도당 대사에 필요한데, 미토콘드리아 파괴로 포도당 대사가 일어나지 않아, 산소가 소모되지 않기 때문이다.
"싸이나"는 가루약으로도 존재하지만, 시안화칼륨 용액의 형태로도 존재하므로, 주사할 수 있지만, 독침에 묻히는 정도로는 치명적이라고 할 수 없다.
또 다른 치명적 독극물은 제초제로 쓰이는 그라목손이다.
미토콘드리아 내에는 포도당 대사로 ATP를 생성하는 TCA 사이클과 전자전달계가 존재하는데, 그라목손은 전자전달계를 교란하여 활성 산소를 만들어 내는 작용을 한다.
활성 산소를 Oxygen radical(O-) 이라고 하며, 이는 매우 강력한 산화제인데, 우리 몸의 세포 중 일부는 이를 통해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죽이기도 하지만, 많은 용량의 활성 산소는 정상 세포를 죽이고 섬유화하게 된다. 그라목손의 경우 특히 폐섬유화가 문제가 된다.
그라목손은 한 티 스픈 정도만 먹어도 사망하며, 심지어는 입에 물었다가 뱉거나, 피부에 묻기만 해도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많은 양을 먹으면 곧 사망하지만, 티 스푼 정도의 소량을 접촉하거나 먹을 경우, 대부분 수일에 걸쳐 서서히 죽어간다.
주사를 통한 독극물도 있다.
대표적인 건, 염화칼륨 즉, 포타슘(K+)이다. 포타슘을 정맥 주사할 경우, 곧 심장이 멎게되고 사망하게 된다. 포타슘은 치료 약물로도 많이 사용하지만, 수액에 섞어 천천히 주입한다. 또 심장 수술을 할 때, 심장을 정지시킬 목적으로도 사용한다. 이때는 심외심폐기를 사용한다. 정맥으로 적어도 10~20 cc 순싯간에 주입해야 사망하므로 독침으로 쓸 수는 없다.
포타슘은 세포 내에 다량 포함된 이온이며, 사망할 경우, 세포가 터지며 혈액이나 체액으로 포타슘이 흘러나오기 때문에, 사후 사인을 밝히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포타슘 주사는 정맥 주사라고 해도 매우 통증이 심한 편이다.
김정남 살해 사건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독침에는 네오스티그민 브로마이드가 묻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네오스티그민은 의학적으로 중증근무력증 등의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이기도 한데, 부교감 신경 말단의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분해하는 효소를 억제함으로써 부교감 신경의 자극을 지속시켜 서맥을 일으키고 결국 심정지로 사망하게 하는 약물이다.
좀 더 부연하여 설명하자면, 신경과 신경은 서로 접촉되어 연결된 것이 아니라, 시냅스(synapse)라고 불리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실상 약간의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다. 신경세포가 자극을 받으면 그 자극에 의해 신경 말단에서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어 다음 신경 세포로 전달되게 되는데, 신경에 따라 분비되는 전달물질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이 중 부교감신경의 경우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나오는데, 일단 분비되어 자극을 전달한 아세틸콜린은 분해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자극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세틸콜린 분해 효소가 이 역할을 하는데, 네오스티그민은 이 분해 효소를 억제하여 아세틸콜린이 계속해 자극을 전달하도록 하는 것이다.
부교감신경은 심박수를 낮추게 되므로 종국에서는 서맥이 발생하고, 혈압이 떨어져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기사를 보면, 11mm 의 독침이 발사되고, 10mg 정도의 네오스티그민이 투입되면 사망한다고 한다.
2017년 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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