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사실상 핵폐기를 거부한 것이다
김정은이 20일(2018년 4월 20일)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통해 결정한 사항은 "4월 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의 선언과 함께 실천적 행동으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으로 "핵개발의 전 공정이 끝났고, 운반 타격 수단들의 개발사업 역시 끝나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되었기 때문"이라며, 더 이상 핵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도 필요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풍계리 핵 시험장도 사명을 마쳤다는 것이다.
사실 이 같은 배경 설명은 국내용 발언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북한의 발표를 담백하게 사실 그대로 받아들일 때 다음의 문제가 남는다.
1. 북한은 핵무기를 폐기한 것이 아니라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한 것이다. 즉, 핵폐기가 아니라 동결을 선언한 것이다.
2. 즉, 북한에는 여전히 핵무기가 있으며, 주장대로라면 전력화 (실전배치)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원하면 언제든 핵탄두를 탑재한 ICBM 이나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남한, 일본, 미국을 향해 쏠 수 있다.
3. 북한의 발표는 미국의 북핵 비핵화 원칙 즉, CVID와 거리가 멀다. 즉, 북한의 이 같은 발표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변죽만 울릴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매우 좋은 뉴스(very good news), 이며 북한과 세계에 큰 진전(big progress)을 본 것이라고 밝혔다.
이 트윗은 사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얼르고 달래기' 발언으로 보이는데, 액면 그대로 보면, 좋은 뉴스이며 진전을 본 것은 맞으므로 굳이 말꼬리를 잡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미국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이런 태세 전환을 비핵화의 끝이라고 생각하거나, 당장 평화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김정은은 남북정상회담,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제스쳐를 취한 것이고, 이를 통해 향후 전개될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고, 핵을 폐기하는 대신 동결(즉, 핵무기를 그대로 보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번 발표의 요지는 "핵폐기를 거부하고, 핵동결을 선언한 체 서방과 협상을 전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이게 환영할 일일까?
김정은은 21일 "우리 공화국이 세계적인 정치사상 강국, 군사강국의 지위에 확고히 올라선 현 단계에서 전당, 전국이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 이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라고 천명했다.
즉, 핵을 보유한 체 경제 개발을 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하려면,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가 해제되어야 하며, 개발 자금이 필요하게 된다.
이 말은 국제 사회 제재를 풀고, 경제 개발을 위한 자금을 내놓으라는 말과 같다. 물론, 그 자금은 한국과 미국에서 받아내려고 할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의 비핵화 기조로 보자면, 턱 없는 소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의 성명을 마르고 달토록 칭송하며 감격해 하는 무리들이 있다. 모르고 그런다면 바보이고 알고도 그런다면 국민을 기만하는 배신자이다.
핵동결을 선언하고, 핵폐기를 거부한 건 결코 좋은 뉴스가 아니다.
2018년 4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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