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가 총액계약제 추진을 위한 것”이다?
문 케어의 찬반을 떠나 한 두번만 뒤집으면 분명한 사실을 무시한 체 이런 논리를 내세워 문 케어의 반대 논리를 만드는 건, 어리석다.
의료계 많은 사람들이 총액계약제를 “호랑이보다 무서운 곶감”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총액계약제(Global budgets)는 사실 지나치게 과장된 측면이 있다.
총액계약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측 (주로, 좌파 시민단체)은 총액계약제가 의료비 증가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고, 반대로 의료계는 총액계약제 도입으로 의사들이 노예가 될 것이라고 착각한다.
과연 그럴까?
총액계약제는 여러가지 지불 제도 중 하나이다.
지금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불제도는 사실 포괄수가제(DRG)이다. 그외 행위별수가제(fee for service), 인두제(capitation), 봉급제, 일당지불제 등이 있다.
중요한 건, 그 어느 나라도 단 하나의 지불제도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적어도 서너가지 지불제도를 섞어서 사용한다.
현재 OECD 국가 중 총액계약제를 지불제도 중 하나로 사용하는 나라는 미국, 호주,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아이스랜드, 이태리, 네델란드, 노르웨이, 포루투칼, 스페인, 스웨덴, 영국 등이다.
이들 국가에서 총액계약제는 총액예산제 형태로 주로 병원급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의원급 단위까지 총액계약제를 적용하는 건 사실 쉽지 않다.
그렇게 하려면, 단위 별로 계약한 후 계약 금액을 각 의원 등 의료기관 별로 다시 배분해야 하는데, 이게 가능하려면 지역 의사회의 권위와 위력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처럼 빈약한 의료계 단체 구성과 실력으로는 총액계약제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사회시민단체나 정부가 의료계 단체에게 그런 권력을 줄 리도 없다.
바꾸어 말하면, 설령 우리나라에 총액계약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에서 총액예산제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을 뿐인데, 이랬을 때, 과연 어떤 파급 효과가 나타날지 생각해봐야 한다.
병원의 경우, 과거 수익 구조(매출, 지출)를 토대로, 다음 회계 년도에 필요한 지출 분을 정부와 계약한 후 지출분 한도 내에서 인건비, 재료대 등 경상비를 지출하면 그만이다.
예산이 떨어지면 병원 운영 시간을 줄여나갈 수 밖에 없고, 특수 부서(수술실, 중환자실, 응급실 등)의 운영 시간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면서 비용 지출이 예산을 초과하지 않도록 할 수 밖에 없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
의료비 지출을 억제하겠다며 계약금액을 깎아 버리면, 그 한도 내에서 지불하면 그만이다.
실제 총액계약제를 도입해 운영하는 국가들에게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이로 인해 의료의 질이 하락하고 의료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마치 아픈게 벼슬인양 병원에 와서 갑질하고 싶어하는 국민성을 가진 이들이 이런 제도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나라에서 총액계약제 도입은 어렵다. 설령 일부 차용해 들여오더라도 시기상조이다.
게다가 문케어가 총액계약제 도입을 위한 전초작업이라고 주장하는 건 결국 자기 발등 찍는 것에 불과하다. 왜냐면 한두번만 뒤집어 반박하면 대꾸하기 어려운데, 그런 빈약한 논리로 문케어 반대를 했다고 비아냥 당할 일이기 때문이다.
2018년 4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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