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의 오해 2 -리베이트는 불법 행위이며, 악이고, 파렴치한 행위이다.
2. 리베이트는 불법 행위이며, 악이고, 파렴치한 행위이다.
지난 번에 이어,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과연 법(法)이란 무엇일까 잠깐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흔히 상식을 체계화 시킨 것을 학문(學文)이라고 합니다. 법은 통상적 사회 규범을 체계화하고 명문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우리는 법은 누구나 평등하게 보호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알기론 법은 법을 잘 알고 잘 이해하는 자를 보호할 뿐입니다.
법이 절대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법을 만든
이가 신(神)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사람들 간의 규범을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것이 법입니다.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보니 오류와 입법과정의 실수가 있을 수 있어, 통상적 사회규범을 체계화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에 감정이 섞일 수도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민생법안'이라는 것이 그러합니다. 민생법안이라는 건, 국민들의 관심사가 집중될 때 이에 호응하여 입법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법에 오류나 실수가 있다고 하면, 법을 만드는
국회나 행정부는 기분이 상할지 모르지만, 사실 수많은 법개정이 일어나고 있고, 헌법재판소가 있는 이유도 법률이 헌법의 정신을 위배하여 입법되지 않았는지 판단하기 위함이고, 실제 위헌판결을 받는 법이 존재하므로,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전에 페북에 리베이트는 범죄 행위가 아니며, <리베이트 = 불법>이 아니라 <불법
리베이트 = 불법>이라고 쓴 적이 있습니다.
실제 법은, 제약사 (도매상 등등)가 의사 (의료기관
개설자, 종사자 등등)에게 건네 주는 경제적 이익 (금전, 노무, 향응 등등) 전부를 금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등 6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경제적 지원을 허용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지원의 목적이 판매촉진이어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이 6가지 사항 중에는 제품설명회도 포함이
되는데, 제품설명회는 제약사 직원이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하는 제품설명회와 의사들을 불러 모아 하는 제품설명회가
모두 포함이 됩니다.
즉, 제약사 직원이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약에
대한 설명을 하고, 견본품을 제공하는 것 등은 모두 법이 허용하고 있는 것인데, 이번 근절 선언에서 의협은 법이 허용하는 것을 막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리베이트는 판매 촉진 행위(Sale
promotion)의 한 가지 방법입니다. 자본주의가 발달해 있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리베이트는 매우 중요한 판매 촉진 행위로 간주되어 널리 사용됩니다.
이를테면 MIR (Mail in rebate)라는
것이 있는데, 전자제품이나 건강식품 혹은 일부 의약품을 구매한 후 서식에 맞추어 우편을 보내면, 구입가의 일부를 리베이트로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후에 할인을 해 주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나라
대형마트 등에서 원 플러스 원 같은 행사도 일종의 리베이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의약품 리베이트를 핸드폰이나 라면 리베이트와 같은 선상에서 논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부는 의약품 결정권은 의사에게 있으나, 그
약을 먹는 최종 사용자는 환자이므로, 의약품을 구매하거나 처방하면서 리베이트를 받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맞는 이야기입니다. 저 역시 의약품 처방의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입니다. 그러나 굳이 궁색하게 옹호하자면, 식당 주인이 채소나 쌀을 구입하면서 할인을 받거나 혹은 같은 가격에 더 많은 양을 제공받을 수 있는데, 이렇게 구입한 채소나 쌀의 최종 소비자는 역시 식당 주인이 아니므로 엄밀하게 잣대를 들이대자면 그 식당 주인을
처벌할 법규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런 법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그렇게 저렴한 식자재로 음식을 만들어 팔아 식당의
음식이 맛이 없다는 평가가 내려지면 손님이 먼저 등을 돌리게 되므로 시장(市場)으로부터 징계를 받게 되고 (이것이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원칙), 만일 그 식당 주인이 저가의 식자재로 만든 음식을 맛나 보이게 하려고 넣어서는 안 되는 재료 (공업용 식초나 소금 등)를 넣는다면, 식품위생법 등 다른 법으로 징계를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리베이트는 그 자체를 악(惡)이거나, 파렴치한 행위로 간주되어서는 안됩니다.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재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리베이트는 판매촉진 행위이므로, 사업자들이
지나친 판매촉진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범할 필요가 있으며, 실제 이를 규범하기 위한 사업자들의 약속이
있는데, 이는 바로 공정경쟁규약이라는
것입니다.
공정경쟁규약은 제약 사업자들이 만든 협회 즉 한국제약협회와 다국적제약산업협회를 중심으로
각 협회의 소속 회원사들이 모여 과도한 경쟁을 금하고 공정한 경쟁을 하자는 취지로 만든 일종의 프로토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규약은 비록 각 협회에서 만든 것이기는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시행되는 것입니다.
이 규약을 근거로 공정경쟁규약심의위원회가 구성되어 있고, 이 위원회는 매주 각 회원사(제약사)들이 의사, 학회 등을 상대로 제공하는 리베이트가 의료법에 적합한지, 자신들이 만든 공정경쟁 규약의 범주 안에 있는지를 심의하여 제공을 허락하거나 불허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규약은 리베이트 법 제정 전에도 있었고, 이
규약을 통해 지나친 판촉행위에 대한 자율적 규제를 하는 것만으로도 사실상 충분히 효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리베이트는 리베이트라는 판촉행위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도록 과도한 리베이트가 일어나지
않게 리베이트를 주는 자를 규제해야 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런데 리베이트를 받는 것을 명문화하여 규제하려다
보니까 엉뚱한 법이 만들어지고 경제 원칙이 무너지고 부작용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이 리베이트 법의 오류는 본 법외에 시행규칙에도 존재합니다.
법은 “A는 B로부터 C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 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때 A 는 의사, 의료기관 개설자, 의료기관 종사자이며, B는 제약사, 도매상 등 의약품을 공급하는 자입니다. C는 판매촉진입니다.
그런데, 만일 B를 식당 주인으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요?
“의사는 식당주인으로부터 판매촉진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라는 우스운, 사회 통념에 어긋나는 규정이 됩니다. 의사가 식당주인한테 밥 한 공기 더, 단무지 한 접시 더 받는다고
처벌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법은 위와 같이 B로부터 판매촉진의 목적, 그 중에서도 의약품 채택과 처방유도의 수단으로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을 받지 못하도록 금하고 있으나, 6 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예외로 하고 있으며, 이 예외 사항에 대한
경제적 규모의 범위를 시행 규칙이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행규칙은 그 범위에 대한 언급만 하면 되는데 엉뚱하게도, B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즉 법은, 학술대회에 참가하는 발표자, 좌장, 토론자 (이는
의사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A에 분명합니다)가 학술대회 참가에
필요한 교통비, 식비, 숙박비 등을 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로
제공받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데, 시행규칙은 이를 학술대회 주최자로부터 제공받는 것을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A가 식당주인에게 어떤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던지 관계없는 것처럼, 시행규칙이 법이 정한 테두리 외의 B로부터 A가 무엇을 제공받던 논할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규정을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이에는 사정이 있습니다.
시행규칙은 정부가 입법하는 것이며, 정부
입법안은 모두 이른바 규제개혁위원회를 거쳐, 정부가 만든 법안에 규제 사항이 있는지 심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즉 규제개혁위원회는 정부 입법안에 규제 사항이 있는지만 심의하면 됨에도 불구하고, 월권하여 정부가 제출한 시행규칙을 자의적으로 손보아 원래의 B가
아닌 엉뚱한 B에 대한 언급을 해 둔 것인데, 이런 코메디
같은 상황을 제대로 손보지 못한 것에는 정부의 책임도 일부 있겠다 하겠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리베이트는 판매촉진행위의
한 가지일 뿐 그 자체가 악이거나 파렴치한 행위이거나 더 더욱이 불법이 아닙니다. 단지, 불법 리베이트가 불법일 뿐이며, 지양해야 할 것은, 처방전 발행의 대가로 리베이트를 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명백하게 법을 규정할 필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입법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입법 과정 중에도 이 법이 죄형법정주의의 기본적 원칙을 무시했다는
비난이 빗발쳤었던 것입니다.
쓰다 보니 내용이 길어, SNS에 올리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여 블로그로 옮기고 링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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