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한 웃음 속의 나무(Namu) (2007년)
싱가폴에 Namu 라는 한국 식당이 생겼다더군요.
순간, W 호텔의 나무가 지점을 낸 건 아니겠지? 하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다행히(?) 그냥 한국 레스토랑이더군요.
나무에 대한 좋지 않은 추억을 적은 글이 있어 옮깁니다. 2007년에 쓴 글이니, 지금은 나아졌기를 바라면서요...
- * -
허탈한 웃음 속의 나무(Namu)
"W는 모든 이를 환영하진 않는다. '무슨
호텔이 이래?'라며 불평하는 손님도 있다. 개의치 않는다. W는 W를 이해하고 W와
함께 놀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한다. W를 경험하는 사람이 W의
모습을 만든다."
여기서 W는 미국의 호텔 체인 스타우드사와 서울 워커힐 호텔이 공동 투자해 만든 호텔
W를 말한다. 위의 말은 W호텔의 총지배인 마틴
비 존스가 정의 내린 W호텔의 특성이다.
사실 W호텔은 총지배인의 말처럼 발칙하다.
W호텔은 6성급 호텔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처음이지만, 하이얏트 계열의 Park호텔도 6성급으로 불린다.
참고로 7성급 호텔도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없고 전 세계적으로 서너
개 정도만 인정받는다. 가장 먼저 7성급 호텔로 불린 곳은
두바이의 버즈알아랍, 그리고 힐튼이 사우디아라비아 Jeddah에
만든 Qasr Al Sharq('동방의 성'이란 의미), 이태리 밀라노의 Town House Galleria 가 그것이다.
그 외에도 브루나이 국왕이 소유한
보르네오 섬의 엠파이어 호텔도 7성급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 4개의 호텔 중 실제 Seven Star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Town House Galleria뿐이다.
그렇다면 누가 7성급으로 인정해주었는가?
Town
House Galleria의 경우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SGS(Societe Generale de Surveillance) 그룹이 공식적으로 7성급 호텔 (SGS 7 stars)로 인정해 주었다. SGS 그룹은 전 세계 140개국에 약 1700개 지사 및 시험실을 두고 있으며 4만여 직원을 거느린 전기전자, 통신, 농산물 등 다양한 분야의 검사, 시험, 인증하는 업체이다.
뒤집어 말하면, 7성급 호텔로 유명한 버즈 알 아랍, 엠파이어 호텔 등은 모두 7성 공식 호텔이라기보다는 7성‘급’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이는 W호텔 역시 그러하다.
이른바 6성급 호텔이라고 인정받기는 하나, 호텔 스스로 자신들은 6성급이라고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W호텔은 미국계 호텔이다.
그래서인지 유럽계 호텔처럼 고풍스럽거나 Formal 하다기보다는 스타일리쉬하다. 로비의 Woobar에는 테크노 뮤직인지 혹은 하우스 뮤직인 애매모호한 음악이 흘러 넘치고, 계단식으로 구성한 좌석이나 불편하기 짝이 없는 구(毬)형의 의자들, 그리고 네온 조명에 고속도로 화장실을 연상하는 남자
화장실 (여자 화장실은 안 가 보았으니 모르겠고.) 등등
특이하고 개성(?) 넘치는 구조와 인테리어가 그러하다.
이런 하드웨어뿐 아니라 직원이나
직원들의 서빙이나 모두 대단히 이색적이고 특이하다. 그러다 보니 진정
'무슨 호텔이 이래?'라며 불평하는 손님도 있을 터이다.
그래도 개의치 않는다니, 할 말이 별로 없다.
단 하나 마음에 드는 건 로비 좌측
벽 쪽에 설치된 <움직이는 판화>이다. 수백 개의 나무 조각들이 판화 가운데 설치된 센서가 인지하는 손님의 동작에 따라 각기 회전한다. 이색적이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이와 유사한 것을 이미 이십
몇 년 전에 미국에서 본 적이 있다. 바로 에프콧 센터(Epcot
center)에서였다. 에프콧 센터는 올란도에 세워진 디즈니 월드(디즈니랜드가 아니다.) 안에 구성된 여러 테마 파크 중 하나이다.
에프콧 센터의 그것은 자그마한 액자 수준이 아니라 커다란 한 벽면 전체를 퍼즐들이 차지하고 있고 훨씬 더 다양하고
체계적으로 움직이는데 그 다이나믹한 움직임은 가히 압권이라 할 수 있다.
W호텔은 몇 번 가 보았는데 그 <특이함>이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와서는 이내 <천박함>으로 변질되었다. 가보았다고 하지만, 로비와 로비 옆에 있는 <나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만 경험했을 뿐 숙박을 하지
않아 W호텔을 다 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니 나도 <다 안다고는 말한 적이 없다.>고 주장할 뿐이다.
고작 두어 번 가 본 사람이 느낀
것이니 훨씬 더 자주 갔거나 호텔을 제대로 이용한, 즉 숙박해 본 사람은 얼마나 더 많은 것을 느꼈을까?
로비로 들어가 가장 눈에 거슬리는
부분은 바로 부분적으로 깔려있는 마루이다.
통상 마루는 재질과 소재, 만드는 방법, 설치하는 방법에 따라 분류하는데 재질과 소재에 따라서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즉, 원목의 소재를 사용하는가, 혹은 원목 느낌을 주는 필름 코팅의 마루인가하는 점이다. 원목의
소재란, 아예 원목(오크,
메이플 등) 자체를 깎아 마루로 만들거나 합판(정확하게는 Veneer plywood)에 원목을 붙인 것을 말한다. 두께에 따라 1/2인치, 5/8인치, 3/4인치
등이 널리 쓰인다. 원목 느낌을 주는 필름 코팅의 마루란 국내에서 이른바 <온돌 마루>라고 불리며 유통되는 것인데, 이는 MDF 등의 소재에 나무 모양의 필름을 입힌 것으로 정확하게는 Laminating floor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들 마루는 한쪽엔 홈이 있고 다른
쪽에 돌기가 있는데, 이를 Groove와 tongue이라고 한다. 이를 각각 끼워 맞춰 설치하게 된다. 그러나 tongue과 groove를
끼운다 해도 그 자체만으로 고정되기에는 약하다. 그래서 tongue 쪽에
접착제(glue)를 발라 접착력에 의해 고정하게 된다. 또는
원목의 경우에는 ㄷ 자형의 못 즉, 스테이플로 아예 바닥에 고정시켜버리는 방식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시공을 하기 위해서는 마루가 설치될 바닥에 나무 바닥이어야 가능하다. 바닥에 콘크리트일 경우에는 바닥에 장선(Joist)을 깔기 전에는
못으로 고정할 수가 없다.
그래서 대개 콘크리트 바닥을 쓰는
한국의 경우 특히 바닥 난방을 하는 경우에는 아예 마루 바닥에 접착제를 써서 콘크리트 바닥에 접착을 시켜버리는데 이 때문에 접착제에 의한 새집증후군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식의 시공은 전 세계에서 오로지 대한민국만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떻게 시공하는가?
먼저 마루의 정확한 명칭에 대해
알아보자.
마루(floor)를 까는 재료는 Floating flooring이다. 알다시피 floating은
<떠있는> 이라는 의미이다. flooring은 <마루판 재료>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이 재료로 깔려있는 마루를 Floating flooring floor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floating이라는 단어를 붙였을까?
그건 마루 재료가 말 그대로 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건 마루판의 재질 때문이다. 마루판은 원목이나, 합판이나 혹은
MDF를 사용해 만든다고 했다. 이들은 나무이거나 나무를 원자재로 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원목보다는 합판이, 합판보다는
MDF가 수축 이완, 습기에 의한 변형의 정도가 작을 뿐,
그 소재의 특성상 습기와 온도의 영향을 받으며 수축하고 이완된다.
떠 있다는 의미는 첫째 마루판이
바닥에 접착되어서는 안 되며, 둘째, 조립된 마루판 전체가
벽체와 닿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그래야 습기에 따라 혹은 온도의 변화에 따라 마루판 전체나
늘어나거나 줄어들며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마루판 조각 하나가 습기와 온도의 차이 탓에 0.1mm가 줄거나 늘어난다고 하면, 100개의 마루판 조각으로 만들어진
마루는 무려 10mm 즉, 1cm 나 변형이 오게 된다. (실제로는 0.1mm이상의 변형이 오기도 한다.) 그런데 만일 마루판을 설치할 때 양쪽 벽에 닿게 설치되어 있다면, 마루는
늘어날 공간이 없으므로 솟아오르게 되고 반대로 1cm나 줄어들면서 마루판 이음새가 들뜨게 된다. 시공을 잘못해 심하게 솟아오를 때는 마루판 전체가 파도처럼 출렁이는 모습을 하거나, 마루 틈새에 연필이 빠져버릴 정도로 수축되기도 한다.
이런 변형이 없게 하려고 MDF로 만든 이른바 온돌마루의 경우 아예 바닥에 접착시켜버리는데, 이럴
경우, 바닥을 디디는 질감이 콘크리트 바닥을 딛는 느낌 그대로이며 무엇보다도 접착제가 내뿜는 독성 물질이
문제가 된다.
그런데, 소위 6성 호텔이라는 W호텔의
마루가 바로 그 상황이었다.
즉, 일부는 들뜨고 일부는 심하게 틈이 벌어져 있었다.
건축을 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이건
악몽이나 다름없다.
한편으로는 대한민국 건축 수준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쓰레하다.
아무튼 허탈한 웃음 속의 나무 마루이다.
그런데, 더 입을 쓰게 만든 건, 나무(Namu)라는
레스토랑이다.
- 왜 하필 이름이 나무일까...
Contemporary
Japanese Restaurant을 표방하는 나무의 음식은 최악이었다.
음식은 맛이 없을 뿐 아니라 개성도
없고 W호텔이 표방하는 독특함이나 특이함도 없으며 소바 같은 음식은 보기에도 역겨웠다. 게다가 가격은 제정신이 아니다. 고급(?) 식당에 가서 주방장의 얼굴이 궁금했던 곳은 아마도 이번이 두 번째가 아니었나 싶다.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조리를
하는 걸까? 자신이 만든 음식을 한번이라도 먹어는 본 걸까?
호텔에 가서 음식을 주문해 먹다가
구역질이 난 건 처음이다. 기형종(teratoma)라는 종양이
있는데, 그걸 잘라보면 지방덩어리 (비계덩어리란 표현이 더
어울리지만)와 머리털과 흉측한 세포덩어리가 들어 있는데, 그것과
결핵환자의 가슴에 고인 고름덩어리와 요충 같은 기생충을 잘 씻어 한 그릇 만들어 놓은 것 같은 모양이다. (사진을
찍어 둘 걸... 아쉽다.) 어지간하면 먹어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소바 뿐 아니라, 샐러드도 스시도 마찬가지이다.
그냥 한숨과 탄식만 나오는 음식들이다.
호텔에서 미팅을 하게 되면 같이
식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의례 ‘그냥 호텔에서 드시죠.’하면 굳이 나가자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특히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성공했다고
하는 분들일수록 그런 경향이 많다.
호텔 음식이 비싸다 해서 그걸 부담스러워할
분들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는 호텔 주위에 있는 식당을 찾는다.
또 유독 대한민국 유명 호텔 부근에는 밥 잘하는 식당들이 적지 않다.
그런 분들이 내게 뭐라고 말씀하시려다
말았음을 이제는 이해한다.
‘촌놈, 누가 호텔에서 밥을 먹냐? 호텔 식당? 그건 관광객들이나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구경하러 먹으로나 오는 덴 거야...’
그랬을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잘 차려 입고 식사를 하고 있는 주위의 분들(관광객이나 구경하러
오셨는지 모르는)이 낯설지 않아 보인다.
아마 다시는 거기서 밥을 먹을 일은
없을 듯 하지만 말이다.
2007-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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