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아니라 병원 인력을 늘려야 한다















미국의 경우 비농업 종사 피고용인의 13.3 %가 병원 종사자이다 (2015년). 직장인의 13%가 넘는 수가 병원에서 일한다는 의미이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노르웨이는 피고용자의 20% 이상이 의료서비스에 종사하며, 일본은 12.4% 이고, 덴마크, 네델란드, 프랑스, 핀란드, 호주, 스위스, 독일, 영국, 아일랜드 등이 모두 12%를 넘는다. OECD 평균은 10.1% 이다.

즉, 대부분의 선진국은 노동 인구의 10% 이상이 병원에서 일한다는 건데, 이건 2015 년 기준 통계이며, 이 비율은 계속 증가한다.

우리나라 경우 약 6%로 추산한다.

그럼, 선진국은 병원이 많아 병원 종사자가 많은 건 아닐까?

병원 규모는 흔히 병상 수로 말하는데, 2019년 OECD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인구 1천명당 총 병상 수는 일본(13.1 병상) 다음으로 많은 12.3 병상으로 OECD 평균 4.7 병상의 2.6 배이다.

급성기 병상 수도 일본 7.8, 우리나라 7.1 로 OECD 평균 3.6 병상의 두 배이다. 참고로 OECD 병상 평균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병원을 줄인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그럼 소위 선진국은 병원도 적은데, 병원 종사자들이 많은 이유는 뭘까?

서비스 인력을 늘리기 때문이다. 서비스 인력이란 비단 의료업 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금융이나 법률, 신문 방송 광고 등 미디어 산업, 유통업 등을 모두 말한다.

어느 나라든 일정 수준의 GDP 를 달성하면 산업 구조를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행하는 건 수순이다.

제조업은 낮은 임금 등을 무기로 장착한 후발 국가에 의해 따라잡히기 쉬운 반면, 서비스 업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업은 기술과 인력 양성이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후발 국가들이 쉽게 따라오기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지금 전형적인 선진국 함정에 빠져 있다.

즉, 성장은 정체하고, 실업자는 증가하고 있다.

실업율이 증가하는 이유 역시 일부 제조업을 제외하고 모두 해외에 공장이 있으며, 내수를 이끄는 토목, 건설이 부진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은 딱히 고용을 늘릴 이유가 없다. 경영 혁신이란 결국 인력 감축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러니 제조업 분야 고용 시장은 줄면 줄지 늘기는 어렵다.

만일 의료 부문 일자리를 선진국 수준으로 늘린다고 가정해 보자.

당장 국내 피고용인의 6% 즉, 100만명 이상이 새로운 직장을 가질 수 있다. 현재 구직자(실업자) 수는 약 4~5백만명 수준이므로, 상당 수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의료 시장에서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면 국민 총의료비는 증가할 수 밖에 없다. 병원 지출을 묶어 놓고 고용만 늘릴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우리나라 국민 총의료비는 얼마나 될까?

2019년 OECD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경상 의료비는 건보재정을 포함 144조원 규모로 GDP 대비 8.1% 이다. 과거 6~7%를 밑돌던 수치가 처음으로 8%를 찍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미국은 16.9%, 스위스 12.2%, 독일 11.2%, 프랑스 11.22% 일본 10.9%, 영국 9.8% 등으로 OECD 평균은 8.8% 이다.

참고로, 경상 의료비 144조원은 건보 재정이나 비급여 부담 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거기에 의료급여 등 정부 재정, 산재 보험, 자동차 보험, 장기요양 보험 및 민영 의료보험 등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2019년 건보재정은 약 70 조원에 불과(?) 하다.


정리하면 이렇다.

고용을 늘리고 양질의 병원 서비스를 받으려면 의료비 지출을 늘리고 병의원 고용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한다고 막대한 예산을 의미없이 쓰고 있지만, 정작 일자리를 늘려야 할 의료서비스 부문에는 투자할 생각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작년에만 23.5 조원을 썼고 올해도 25.8조 원을 투입한다.

도대체 그 예산은 어디에, 누구한테 썼으며 어떤 고용 유발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만일 어느 정부든 의료서비스 업의 일자리를 늘려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하면 다들 환호할 것이다.

간호사의 절반 이상이 장롱 면허 소유자이다. 물론 결혼, 보육 등 개인적 이유도 있겠지만 노동 강도에 비해 낮은 급여와 처우가 가장 큰 원인이다.

전국 지방 병원들은 간호 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린다. 이들에게 정당한 대우 해 주고, 획일적인 3교대가 아니라, 탄력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면 이 경제난에 일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간호 인력 뿐 아니라 병원 내 각종 전문직은 물론 침상을 옮기거나 환자 수발을 들거나 보안업무, 청소 등 여러 영역에서 해야 할 일은 부지기수이다.

이들을 충분히 고용하지 못하는 건 오로지 낮은 수가로 인한 경영 압박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여전히 매우 낮은 의료비를 지불하고 있으므로 적어도 OECD 수준으로 의료비를 투입할 여유가 있고, 정부가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정부 예산을 투입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의사 늘릴 궁리만 한다. 그것도 일부 특권층 자녀에게 의사가 되는 혜택을 줄 거라는 의구심이 드니 반발할 수 밖에 없다.

의사 수가 는다고 국민에게 나아질 건 별로 없다.

가장 큰 불평 중 하나는 메이저 병원에 가서 오래 기다려야 하고, 진료 시간이 짧다는 건데, 그건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미 전문의 수 만명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개원가에 포진하며 상당 수는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고 있으며, 해 마다 3천명의 전문의가 쏟아져 나온다.

정작 필요한 건 이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병원과 시설, 이들과 협업하고 업무를 보조할 병원 인력이다.




2020년 9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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