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트롤 마케팅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 3월, SSG 랜서스 창단식을 앞두고 '클럽하우스'에서 이런 말을 했다.

'걔네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를 쫓아와야 한다'

클럽하우스는 한때 소위 인싸나 셀럽들이 사용하며 큰 인기를 끌었던,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이다.

여기서 말한 '계네' 는 롯데를 말한다. 롯데와 신세계는 유통 업계에서 라이벌이다. 롯데는 정용진의 발언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부글부글 끓었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롯데는 개막전 즈음해 대형 마케팅 행사를 벌였다.

며칠 뒤 또 다시 '클럽하우스'에 나타난 정용진은 '내가 의도한 대로 롯데가 반응했다'며, 자극적 발언을 또 쏟아냈다.

그가 의도한 건 분명하다. 나중에 그가 밝혔듯, '(라이벌) 상대를 자극해야 판이 커지고, 야구팬과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올 수 있다'는 전략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무례하게 상대를 자극한 건,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마케팅 방법을 트롤(Troll)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트롤은 낚시 방법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신조어이며 '논란을 야기할 수 있거나 주제에서 벗어난 내용, 또는 공격적인 내용을 게시하거나 공표하여 사람들의 감정 반응을 유발하는 것 또는 사람'을 뜻한다. 한 마디로 '상대를 갈구는 기술'이다.

트롤 마케팅은 정용진처럼 상대 기업의 감정을 긁거나, 대중을 자극해 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면 쉽게 소문이 돌아 바이럴 마케팅으로 전환되고,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정용진의 '미안하다. 고맙다' 시리즈 역시 바이럴을 노린 트롤링일 가능성이 크다.

사실, 트롤 마케팅은 흔하며, 널리 사용 되기도 한다.

FeDex 는 자신의 배달 차량 뒤편에 DHL의 차 앞머리를 그려 넣는 트롤 마케팅을 쓰기도 했고 (옆에서 보면, DHL 이 늘 FeDex보다 한 발 느리다고 보여지게) 버거킹은 일일이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도 없이 트롤 마케팅을 사용하며 맥도널드를 괴롭혀 왔다. 버거킹의 트롤 마케팅은 거의 예술 수준으로 소비자에 대한 트롤링도 서슴없이 내 지르며 바이럴을 누린다.

트롤 마케팅의 또 다른 성공 신화는 바로 대통령 탄핵이었다.

몇몇 주요 언론이 트롤을 던지고, 이 내용은 확대재생산되며 논란을 키웠고, 불행하게도 대통령이 이를 덥석 물며 파국에 이르렀다. 다들 미쳐돌아갈 때, 진실 여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썩은 미끼가 살아 숨 쉬는 활어가 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최근 또 다시 트롤이 던져진다.

바로 윤석렬 전 총장에 대한 것이다. 소위, X-파일이라는 실체없는 문건이 악취를 품기며 여의도를 떠 돈다. 하이에나들이 그 악취를 쫓으며 짖어댄다.

트롤 마케팅은 2등이 1등을 쫓는 공격적 수단이다. 굳건한 1등은 상대를 자극하며 악취를 낼 필요가 없다.

윤 총장이 대선 레이스를 포기할 악재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 국민은 별로 없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여당이 A4 용지를 흔드는 건, 탄핵 정국이 리바이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며, 스스로 2등이라는 걸 알기 때문일 것이다.
속으론 '물어라! 물어라!' 하며 미끼를 던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과거의 승리를 다시 누릴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

당시는 어쨌든 대통령에 대한 불만과 실망이 컸고, 인기도 없었지만, 지금의 윤 총장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아이콘이며, 지지도가 올라가는 시기 때문이다.

이른바, '흐름'이 다르다.

트롤 마케팅은 보상도 크지만, 리스크도 크다.

섣불리 트롤을 던졌다가는 역풍을 맞을 거란 말이다. 누가 몰락할지는 벌써 뻔해 보인다.



2021년 6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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