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 부작용일까 의심이 들면...
아스트라제네카 (AZ) 백신 접종자가 늘면서, 부작용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COVID-19 백신 중,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AZ 백신의 부작용에 대해서 알아보자.
1. AZ 백신 개요
AZ 백신은 침팬지 원숭이를 감염시키는 아데노바이러스를 매개(vector)로 하는 백신이다. 즉, COVID-19을 유발하는 SARS-CoV-2 바이러스의 S 단백질유전자를 아데노바이러스에 집어 넣고, 이 바이러스를 주사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아데노바이러스의 보관/안정성을 위해 다양한 물질이 백신 주사액에 포함된다.
인체에 들어온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는 인체 면역 반응을 자극해 코로나바이러스(정확하게는 S 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만들고, 면역 세포가 코로나바이러스를 기억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 능동적으로 대처하도록 한다.
참고로, 얀센 백신은 AZ과 달리 인간을 감염시키는 아데노바이러스를 매개체로 쓰며, 화이자, 모더나와 같은 mRNA 백신은 유전자를 나노 지질 즉, LNP로 감싸서 주입한다는 차이가 있다.
2. 부작용의 종류
AZ 백신을 접종했을 때 생기는 부작용은 다음과 같이 크게 3 가지가 있다.
1) 과민 반응
2) 발열과 통증
3) 혈전 형성
1) 과민 반응
과민 반응은 흔히 말하는 알러지를 말한다. 우리 몸을 형성하는 단백질이 아닌 물질이 체내로 들어오면 이에 대한 항체가 생길 수 있고, 그 항체에 의해 특정 세포로부터 히스타민이 분비되어 가려움증, 피부 발적, 발진이 생기게 되는데, 이를 알러지 반응이라 한다.
두드러기 정도의 알러지는 크게 위험하지 않지만, 혈관 확장이 급격히 이뤄지면 기관지 부종으로 기도가 막히거나, 폐부종으로 호흡이 곤란해지고, 심장으로 돌아가는 혈류량이 급감하면서 혈압이 떨어져 사망의 위험에 이르게 된다. 이런 경우를 아나필락시스 쇼크라고 한다.
AZ 백신에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처음 접하는 원숭이의 아데노바이러스, 각종 첨가물이 있어 드물게 알러지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런 과민 반응은 보통 접종 후 1 시간 안에 발생하기때문에 접종 후 일정 시간 관찰한 후 귀가하도록 한다.
또, 심각한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해도 병원 안에서 생긴다면, 대부분 무리없이 처치가 가능하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2) 발열과 통증
사실, AZ 백신을 접종한 후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건, 바로 이것이다.
발열과 통증은 사실, 인체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만일 통증이 없다면, 몸이 베여 출혈하거나 뼈가 부러지는 등 다쳤다는 걸 알 수 없을 수도 있다. 즉, 통증은 불편하지만 매우 중요한 기능이다.
발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에서 발열은 자신이 감염되었음을 알려주는 경고일 뿐 아니라, 특히 바이러스 감염의 경우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바이러스 증식은 열에 매우 민감한데, 체온보다 1~2도 낮으면 증식이 잘되고, 2~3도 오르면 증식이 억제된다.
이렇게 인체에 매우 "유익"한 발열과 통증은 주로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 PG) 에 의해 이루어진다.
PG 는 1930년, 미국의 한 산부인과 의사에 의해 처음 알려졌는데, 그는 남자의 정액이 여성의 자궁 근육을 수축, 이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를 전립선(prostate gland) 에서 분비된 물질이라는 의미로 프로스타글란딘이라고 명명했다.
그러나 PG는 사실 인체 여러 부위에서 만들어지고 분비될 수 있다. 왜냐면, PG의 생산은 외상을 받거나 감염의 결과로 인체 세포가 터짐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세포막은 '인지질'로 구성되는데, 파괴된 세포막은 '아라키도닉 산'이란 물질로 바뀐 후 다시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 PG)' 이란 물질로 바뀐다.
'아라키도닉 산'이 PG로 바뀔 때에는 COX 라는 효소가 필요하다. 즉, COX 효소의 기능을 억제시키면, 통증을 줄이거나 체온을 내릴 수 있다.
따라서 이렇게 '해열진통' 작용을 하는 약물은 다른 말로 'COX 억제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해열진통제가 COX 억제제는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스테로이드인데, 스테로이드는 세포막의 인지질이 아라키도닉 산으로 바뀌는 과정을 억제한다. 즉, COX 억제제보다 윗 단계에서 해열진통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스테로이드는 인체 (콩팥위에 있는 부신)에서 합성 되며, 약이나 주사로도 주입할 수 있는데, 굉장히 장점이 많은 반면 단점도 많고 치명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해열진통 목적으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건 매우 제한적이며, 대개의 경우 해열, 진통, 소염 작용을 하는 다른 약물을 사용한다.
이를 통칭해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 즉, NSAID (Non-steroid Anti-inflammatory Drug) 라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해열진통제가 NSAID 이다. 즉, 아스피린, 부루펜, 낙센, 디클로페낙, 케토펜 등등이 모두 NSAID 인데, 다만, 타이레놀 (아세트아미노펜) 은 NSAID로 분류하지 않는다.
왜냐면 과거에는 타이레놀은 다른 해열진통제와 달리 COX 효소를 억제하지 못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COX-2 를 80% 이상 억제하며, COX-3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타이레놀을 NSAID로 분류하지 않는 건, 항염 (Anti-inflammation) 기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COX 효소에는 1,2,3 이 있으며, COX-3는 주로 중추신경계에 있다고 한다. 감염 외상 등에 의해 세포가 파괴될 경우 이를 PG로 만들 때 주로 관여하는 효소는 COX-2 이며, COX-2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NSAID 도 있고 (예를 들면, 세레브렉스), 비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약물 (예, 아스피린) 도 있다.
COX-2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NSAID은 심혈관질환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크고, 비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약물은 위염, 위궤양 등 위장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장황하게 NSAID에 대해 늘어놓는 이유는 AZ 백신 접종 후 생기는 발열과 통증의 경우, 과연 어떤 해열진통제를 쓰는 게 좋을까 하는 것을 설명하기 위함이며, 사족을 붙이자면, 사실 이 글은 'AZ 백신 접종 후 내게 어떤 부작용이 생길까?' 걱정할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것이라서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쓰기 위해 더 복잡하고 상세한 이야기를 모두 생략한 것이다.
그래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AZ 백신 접종 후 열이 나거나 몸살이 생기면 가급적 타이레놀을 복용하는 게 좋다. 이에 대해서는 반론도 있고 실제 영국, 캐나다 등의 국가는 타이레놀을 고집하지 말고 NSAID의 하나인 애드빌(부루펜)을 복용하라고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타이레놀을 추천하는 건, NSAID는 항체 형성을 둔화시킬 염려가 있기 때문이며, 이에 관한 논문도 있다.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Dampen the Cytokine and Antibody Response to SARS-CoV-2 Infection. 2021/03/10. Journal of Viology)
3) 혈전 형성
사실, 발열과 통증은 접종 후 하루 이틀 사이에 발생해 2,3 일이면 가라 앉고 약을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으면 (타이레놀 주사도 있다) 증상이 가라앉지만, 더 큰 문제는 혈전이 생긴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경우에서 혈전이 생길까?
잘 모른다. 매우 드물게 생길 수도 있고, 더 많은 경우에서 생겼을 수도 있지만, 치명적인 경우는 사실 그리 많지는 않는 것 같다.
다만, 통계적으로 볼때, 60세 이하 여성에서 더 자주 생기는 것으로 보여진다. (얀센의 경우, 50세 미만 여성에서 혈전의 위험이 더 크다. 미국 CDC 는 18~49세 사이 여성의 경우 백만 명 중 7명에서 혈전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했다)
혈전이 생기는 원인 역시,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인간 아데노바이러스를 사용하는 얀센의 경우에서도 혈전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과연 그게 이유일까 싶기도 하다. (얀센이 사용하는 벡터는 Ad26 (adenovirus type 26) 이며, 이는 인간에 감염되는 아데노바이러스를 유전자재조합한 것임)
독일 일부 학자는 얀센에서 혈전이 생기는 이유가 벡터(아데노바이러스)가 인체 세포로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를 전달하면, 세포내로 들어온 코로나바이러스유전자가 세포 핵으로 들어간 후, 일부가 변이를 일으켜 세포로 하여금 혈전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을 분비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mRNA 방식의 백신인 화이자, 모더나의 경우 mRNA를 전달하는 것이며, 이는 세포질에서 항체 생성을 유도하지만, 벡터 방식의 AZ, 얀센은 DNA 를 전달하는 것으로, DNA 는 세포핵으로 들어가야 기능을 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서술하자면,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을 주사하면, 아데노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잡혀 들어가고, 아데노바이러스 안에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S 단백질 DNA 는 핵 안으로 들어가, 핵 안에서 mRNA 로 전사된 후, 세포질에 있는 단백질 생성 공장에서 mRNA 정보에 따라 S 단백질이 만들어져, 세포 밖으로 나가게 된다.
이 단백질은 인체를 구성하는 단백질이 아니므로, 면역 세포들은 이에 대한 항체를 만든다, 그 결과 S 단백질을 가진 우한폐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조기 박멸할 수 있게 된다.)
어쨌든 벡터 방식의 백신에서 혈전이 생기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아직은 정확한 기전을 모른다고 보면 될 듯 하다. 그래서인지 미국은 벡터 방식의 백신 중 러시아 것들은 물론 AZ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승인도 내주지 않았고, 얀센만 허가해 주었지만, 그나마도 사실상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 덕에 우리는 얀센을 맞는다!)
혈전은 동맥이나 정맥 모두에서 생길 수 있고, 이는 생기는 부위는 주로 뇌, 심장이나 폐, 복부, 다리이며, 생기는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다른다.
즉, 뇌의 경우, 두통, 발작, 국소 마비, 시력 저하 등이 있을 수 있는데, 뇌의 경우, 다행히(?) 주로 뇌정맥의 혈전이 생긴다. (뇌동맥의 혈전은 뇌경색을 의미한다)
또, 흉통,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있을 경우, 심장의 관상동맥 혈전, 폐색전증의 가능성이 있으며, 복부 내장 혈관의 혈전으로 복통이 생길 수 있고, 심부하지 정맥의 혈전으로 다리의 통증, 부종, 보행 장애 등도 유발될 수 있다.
사실, AZ 백신 접종 후 그 날이나 그 다음 날, 부작용을 호소하고 내원하는 경우, 두통을 주증상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혈전 때문이라고 보긴 어렵다.
왜냐면, 고열로 인한 두통의 가능성도 있고, 혈전 형성은 대부분 접종 후 수일이 지난 후 발생하기 때문이다. 혈전 발생은 통상 접종 후 약 4일부터 2주 사이(최장 4주)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혈전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가지고 올 경우, 병원에서는 피 검사를 하게 되는데, 이 때 중요한 항목은 혈소판 수와 d-dimer 란 검사이다.
D-dimer 는 인체 내에서 혈액이 응고될 때 생기는 부산물을 검사하는 것으로, d-dimer의 증가는 혈전이 형성되었음을 강하게 의미한다. 혈소판 수를 검사하는 이유는, AZ 등 백신 접종 후 생기는 혈전은 혈소판 수를 감소시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혈소판은 통상 피 1 cc 당 30만개 가량이 있는데, 만일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 혈소판 감소 혈전 형성을 의심할 수 있다.
이 경우, CT, MRI 등 영상 검사를 진행하거나 d-dimer 보다 더 예민하게 검사할 수 있는 면역효소측정법 등을 시행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두통, 호흡 곤란 등의 증상으로 백신 부작용을 호소하며 내원하였다 해도, 혈액 검사에서 혈소판 수와 d-dimer 가 정상이라면 일단 혈전 형성에 의한 부작용에서는 배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21년 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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