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PSY)를 위한 변명


싸이(PSY)를 위한 변명




2007년. 한편의 획기적인 영화가 개봉되었다. 영화 "300".




크세르크세스 왕이 이끄는 페르시아 100만 대군과 레오니다스가 이끄는 스타르타 300 명의 병사가 테르모필레 협곡에서 벌이는 전투를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가 획기적인 것은 영화사(史)에 컴퓨터그래픽의 새로운 전기를 썼기 때문이다.

영화 300을 연출한 감독은 잭 스나이더이다. 그는 미국 태생으로 영국과 미국에서 미술, 그래픽을 전공한 광고 감독 출신이다. 주로 Jeep 과 Audi의 광고를 찍었으며, 영화 데뷔작은 새벽의 저주(2004년)이란 작품이다.


새벽의 저주(Dawn Of The Dead)는 좀비 영화이다. 소위 B급 영화로 분류되는 이 작품은 1979년 발표된 '시체들의 새벽'이란 원작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대박을 쳤다. 1억 불 이상을 벌이 들이고, 당시의 화제작 Passion of Christ를 제치고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한 것이다.




Passion of Christ는 영화배우 멜 깁슨이 감독을 맡아 성경을 근거로 그리스도의 최후 12시간을 영화 화한 것이다. 그리스도와 제자들은 2000년 전의 아랍어를, 로마인들은 그 당시 거리에서 사용된 라틴어를 쓰는 등, 초현실주의적 관점으로 영화가 만들어져 영화를 접한 관객들에게 큰 감동과 충격을 준 명화인데,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던 중 북미에서만도 여러 명이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하기도 하였다.





이런 Passion of Christ를 죽은 시체들이 나오는 좀비 영화 새벽의 저주가 꺾은 것이다.


새벽의 저주가 Passion of Christ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를 했을 떄, 미국 평단에서는 작은 한숨이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과연 미국인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인가?’

그도 그럴 것이 Passion... 은 예수님의 생애를 경건하게 그린 것이고 Dawn... 은 시체들이 나오는 영화이며, Passion 의 감독 멜 깁슨은 미국인들이 누구나 사랑하는 배우이자 감독이며, 잭 스나이더는 주로 영국에서 활동한 생면부지의 신인 감독이었기 그런 것이다.

B급 영화는 달리 B급 영화가 아니다.

한편, 자료에 의하면, 전체 인구의 68%는 IQ가 85에서부터 115 사이에 존재한다고 한다.





또 전체 인구의 95%가 IQ 70~130 사이에 있다고 한다.

물론 IQ는 결코 감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지 지적 수준을 객관화한 지표에 다름 아니다. 그것도 절대적 개념이라기 보다는 다분히 상대적인 개념이다.

굳이 IQ가 아니더라도, 만일 인류의 지적 수준을 그래프로 그리면, 위의 그래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적 수준 뿐 아니라, 감성 수준이나 문화의 이해 수준 등도 그럴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물건을 팔 때, 100 명의 손님이 있는 시장에 가서 물건을 파는 것과, 10,000 명이 있는 곳에 가서 파는 것 중 무엇이 나을까?

PSY가 파는 건 대중 예술이라는 문화 컨텐츠이다. 한 때 모짜르트나 바하의 곡도 대중 예술인 적이 있었겠지만, 지금 50억 인류가 사는 지구의 95% percentile 의 대중이 원하는 것, 한 번 보고 웃고 마는 것, 스트레스 받을 때 다시 한번 보고 싶은 것은....


불행하게도 Passion of Christ 와 같은 감동적인 영화도, 모짜르트나 바하의 선율도 아닌 것이다.

수백 수천의 좀비나 페르시아 군대가 총 칼에 피를 낭자하게 쓸리며 쓰러지며 느끼는 카타르시스, 자극적이고 화려한 영상이며, 어쩌면 무의식 속에 품고 있는지 모르는 악동의 기질을 가진 자신, 그런 자신보다 후져보이는 한 남자를 통해 얻는 대리 만족인지 모르는 것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중에는 13살짜리 내 아들도 포함된다) PSY의 젠틀맨을 여러 이유를 들어 저급하며, 여성 비하적이며,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며 못쓸 음악이라고 혹평을 한다.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이 PSY적인 것이다. 그는 그런 PSY적인 고객들에게 PSY적인 음악을 파는 것 뿐이다. 그것도 철저한 영업 마인드와 계산 속에,

그는 2%를 위한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90% 속에 속하는 대중을 위하여 음악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2%에 속하는 고매한 이들은 PSY를 외면하고, 고매한 음악을 찾으면 된다.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PSY 음악의 저급함에 자꾸 딴지를 건다면, 그건 PSY의 갑작스런 성공에 대한 저질스런 질투와 시기심으로 간주될 것이다.

한편, 잭 스나이더는 올해, 영화 300의 새로운 편,  제국의 부활(Rise of an Empire)를 개봉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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