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사의 사자와 스위스 민족성


빈사의 사자와 스위스 민족성


스위스 북쪽에 치우친 중앙에 루체른이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도시가 있습니다. 이 곳에 가면, <빈사의 사자상. Löwendenkmal (Lion Monument란 의미의 독일어)>이라는 암벽에 새겨진 조각상이 있습니다.

이 조각상은 창에 찔려 죽어가는 사자의 모습을 암각화한 것인데, 이 사자는 18세기 프랑스 혁명 때 루이 16세와 마리앙투아네트를 지키다가 전사한 스위스 용병을 기념하기 위한것입니다.




스위스는 15세기 이후 주로 프랑스와 이태리 등지에 왕실이나 주요 가문의 용병으로 인력 수출을 해 왔습니다. 그 역사는 지금도 이어져 내려와 바티칸의 교황청 경호원은 모두 스위스 용병으로 충원됩니다. 이들은 15세기에 미켈란젤로가 디자인 한 제복을 500년 째 입고 교황청 근무를 섭니다.





스위스 용병이 프랑스 왕실이나 바티칸의 경호원으로 갈 수 있었던 것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용맹하고 충성심이 깊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편, 스위스 청년들이 용병으로 기꺼이 나선 이유는 생계를 유지할 수 있고, 보다 나은 문명으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위스는 산악 국가이고, 목축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농사를 짓기 쉬운 곳이 아닙니다. 산과 호수가 많은 탓에 지역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마을 중심으로 도시가 만들어져 이웃과 갈등이 심하고, 좁은 땅덩어리에도 불구하고, 공식 언어만 4 가지나 될 정도로 배타적인 나라입니다.

또, 북으로는 독일, 남으로는 이태리, 동으로는 오스트리아, 서쪽으로는 프랑스가 있는 강국 사이에 끼어 있는 작은 나라입니다. 이렇다 보니, 주변 국가와의 크고 작은 분쟁도 많았고, 따라서, 악바리가 아니면 살아남기 쉽지 않은 곳 입니다.

스위스 자연은 그 자체로는 한없이 아름답고, 그래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도 아름다울 것 같지만, 실제로는 호전적이고, 배타적이며, 사람과의 거리를 둡니다.

관광객들이야 그럴 일이 별로 없지만, 스위스에서 사는 외국인들은 “참 못됐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라고 합니다.

사실, 어느 한 두 사람의 작은 경험으로 민족성을 평가하는 것은 무모하고 어리석은 짓이지만, 민족성이라는 것이 있다면 스위스 사람들의 민족성은 대체로 위와 같은 평가가 내려진다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최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 중 한 명이라는 오프라 윈프리가 취리히의 한 가방 가게에서 매장 점원에게 가방 하나를 가리키며 보여 달라고 요청하자 점원이 “안돼요, 저건 (당신에게) 너무 비싸요”라고 거부하여, 이에 황당해진 그녀는 빈손으로 상점을 나왔다는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또한,
스위스로 망명을 신청한 사람들을 과거에 군대 막사로 쓰이던 곳을 개조한 수용시설에 수용하도록 하는 법안이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되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이들 시설은 주로 도시 외곽에 위치있으며, 이 법안은, 망명신청자들은 수영장이나 도서관, 놀이터, 교회 등의 공공시설을 이용할 수 없으며, 어린이들이 많은 학교 또는 그 운동장 주변, 노인과 장애인 등을 위한 사회복지시설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미 베른주의 브렘가르텐과 추크주의 멘징겐 등 두 곳은 이 같은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에리트리아, 티베트, 스리랑카, 수단 등지에서 온 이들은 시 정부에 공공 여가 시설 이용과 함께 독일어 교습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합니다.

UN의 세계인권선언과 결의에 따라 전쟁, 정치적 이유로 망명을 희망할 경우,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그 나라는 망명자를 받아 주는 것이 국제 관례입니다.

그런데 스위스의 이런 조치는 “망명을 거절하지는 않겠다. 다만, 우리나라 망명 희망자는 우리가 정한 규칙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며, 이를 빌미로 망명 희망을 하지 못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조치를 스위스 국민들이 절대적으로 지지하여 법안으로 통과시킨 것입니다.

망명 뿐 아니라, 스위스는 전세계에서 영주권을 받기 가장 힘든 국가 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이 기사를 보고, 곧 바로 빈사의 사자 상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인종차별, 외국인 차별, 폐쇄성, 옹졸한 우월감... 이 연달아 떠 올랐습니다.

여전히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스위스를 가장 여행하고 싶어하는 나라, 신혼 여행을 가고 싶어하는 나라로 꼽고 있는지 모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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