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특진료 폐지가 가져올 변화 예측
내년부터 의사 특진료가 없어진다.
특진료는 지난 1991년부터 도입되었는데, 특진료 도입의 이유는 사실,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에 몰리는 환자의 진입 장벽을 쌓기 위한 조치였다고 할 수 있다.
1989년 전국민의료보험 도입 후 모든 국민이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게되면서 환자들이 대거 대형병원으로 몰려 '3시간 대기 3 분 진료'라는 말이 나돌았다.
전국민 의료보험 적용은 그 자체가 의료이용 진입 장벽을 턱없이 낮추는 행위인데, 전국민 의료보험으로 생길 혼란은 예측가능한 것이므로, 의료 이용 체계를 확고하게 설계한 후 장벽을 낮췄어야 했는데, 이를 생략한 결과이다.
몰라서 생략한 것인지, 큰 병원들의 로비에 굴복한 것인지, 더 나은 시설 장비를 갖춘 병원 이용에 대한 환자들의 욕망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혼란이 생기자 뒤늦게 장벽을 쌓는다고 만든 것이 특진료이다.
가격이 비싸면 이용이 줄어들겠지라고 생각한 순진한 생각이었거나, 가격이 높아도 밀려올것이라는 생각에서 (물 들어올 때 배 띄우자는 생각으로) 대형 병원이 요구한 걸 들어준 것이었을 것이다. 특진료 도입으로 환자가 줄었다는 얘기를 들어보질 못했기에 하는 말이다.
어쨌든 특진료 도입으로 생긴 부작용 중 하나는 교육, 연구, 진료의 3대 목표를 수행해야 할 대학 교수들이 진료에만 전념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면, 특진료는 그 의사의 인센티브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특진료가 사라지면 어떤 현상이 생길까?
두 가지 예측이 가능하다.
하나는 특진료, 종별가산료 등으로 동일 진료에 더 많은 가격을 받았던 대학병원 (주로 상급종합병원)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진료 장벽이 낮아지는 효과로 인해 더 많은 환자들이 몰리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특진료가 없어지면서 인센티브가 현저하게 떨어질 경우, 특진 의사들이 진료와 수술을 줄이고 본연의 업무인 연구와 교육에 좀 더 힘을 쏟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첫번째 예측에 대한 반론은 이렇다.
이미 가격은 진입 장벽으로써의 효과가 떨어졌었으므로, 특진료가 사라진다한들 환자가 더 몰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두번째 예측에 대한 반론도 있다.
특진료 폐지가 인센티브 감소로 이어질 경우 매출 감소가 될 것은 분명하므로 병원은 어떤 방법을 쓰던 이를 대치할 보상책을 마련할 것이므로 진료 의욕이 크게 감소되어 수술이 줄고, 그 결과, 낙수 효과(trickle down effect)’를 중소병원이 누릴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대형 병원 진료를 받기는 좀 더 힘들어질 것이다.
또, 대마불사의 진리가 적용될 것이다.
대형병원 병원 기획팀은 어떻게든 이 난국을 타파할 계획을 짜낼 것이며, 무엇보다 정부는 대마(大馬)가 죽는 사태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다. 아마도 늘어나는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외래 진료를 대폭 강화할지도 모른다.
정부는 이미 특진료 폐지에 따라 수가, 입원료 등을 인상하고 지원금을 늘려 특진료만큼 더 줄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중소병원이다.
정부의 모든 보험정책, 의료정책이 대형병원 위주로 짜여지고 있을 뿐, 중소병원 지원책은 없다. 예상대로 대형병원 진입 장벽이 낮아져 환자가 더 늘고, 외래를 늘려 이들을 수용해버리면, 중소병원, 의원은 더욱 더 고사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특진료 폐지 뿐 아니라, 비급여 전면 급여화가 도입 될 경우, 2018년은 중소병원들로써는 매우 힘든 한 해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2017년 1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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