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는 금융 사기인가?











일본 기업인 히가시 코우지는 2014년부터 2017년 4월까지 알려진 ICO 48개를 조사했다.

이중 56.25%(27개)의 ICO는 결과물이 없었다. 이 48개 프로젝트 중 가상화폐를 실현한 건 단 3개 뿐이었다.

ICO 당시 통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가진 프로젝트의 평균 조달금이 160만 달러이었던 것에 비해, 아무런 제품이 없었던 경우는 330만 달러를 조달할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제품이나 실적이 없어도 ICO에 돈이 몰렸다는 것이다.

ICO(Initial coin offering)는 IPO(initial public offering)와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자금 조달을 위해 주식을 주는 것이 아니라, 토큰이라 불리는 코인을 주고, 스타트 업 기업이 성공할 경우, 코인의 가격이 상승하여 투자자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이다.

ICO에 가장 흔히 사용되는 가상화폐는 이더리움이다. 이더리움은 애초 스마트 컨트랙이라는 기능을 탑재하여 단순히 주고 받는 화폐 이상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ICO를 원하는 스타트 업 기업들은 별도의 토큰을 개발할 필요가 없이 이더리움을 사용하면 된다.

이더리움 초기 개발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ICO에 거품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역시 이더리움 초기 개발자 중 하나인 찰스 호스킨슨도 ICO가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CO가 실현가능할 수 있도록 이더리움이라는 플랫폼을 만든 개발자들이 ICO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선 건 의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경고는 몇몇 악의적인 개발자나 기업에 의해 ICO 광풍이 불고, 그에 따라 크립토커런시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거나 관심이 멀어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대충 웹사이트 하나 만들고, 그럴듯하게 사업 계획서 하나 만들어 ICO를 시행하면 너도나도 묻지마 식의 투자를 하는 형태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전문가들이 지금 이 열기가 닷컴 광풍과 유사하다고 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2000년 초반 닷컴 열풍이 불 당시에도 딱 이랬다.

지금 이 미친 열기 속에 누군가는 한탕 해먹고 튀고, 그래서 쪽박차는 개미들이 속출하는 현상이 또 반복될 것이 분명하다. 닷컴 열풍에서 배운게 없나 보다.

정부는 지난 9월 ICO 전면 금지를 선언했다가, 최근에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ICO만 허용하겠다고 방침을 바꾼다고 한다.

ICO는 보통 가상 화폐를 통해 투자하게 되는데, 기관투자자의 가상 화폐 투자를 허용하겠다는 의미인지 궁금하다. 이는 곧 가상화폐를 제도권 안으로 들여보내겠다는 의미이며, 이제까지 개미들에 의해 이루어진 투기 열풍에 기관투자자 즉, 큰손들의 투자를 허용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묻지마 식 투자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규제 일변도로 참 쉬운 행정을 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참 쉬운 행정의 다른 말은 게으른 행정이다.

어김없이 게으르다. 일관성이 있어 좋기는 하다만...


2017년 12월 9일







No comments

Theme images by fpm. Powered by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