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실험이었다. (Bitcoin experiment)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소를 공동 창업한 김진화 이사가 쓴 "Next money Bitcoin"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비트코인은 실험적이고 분권화된 디지털 화폐로 전 세계 어디에서든 누구에게라도 즉시 지불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중앙 집중적인 권력을 배제한 채 운영하기 위해 P2P 기술을 이용한다. 거래를 관리하고 화폐를 발행하는 과정은 네트워크(와 참여자들)에 의해 집합적으로 수행된다."

이 글은 김진화 이사의 글이 아니라, 비트코인 재단이 운영하는 bitcoin.org 에 있는 비트코인의 정의라고 한다. 지금 이 사이트에 이같은 내용은 없다.

위 문장에서 눈을 끄는 건, '비트코인은 실험적 화폐'라는 것이다.

분산 장부와 체인블록은 애초 사이퍼 펑크(cypher punk)들의 인터넷 컴퓨니티에서 거론되었던 개념이며, 여기에 클라우딩 시스템, 토렌트에서 사용되었던 분산 처리 기술 등을 집어 넣고 정리해 백서를 만든 이가 사토시 나카모토이다.

백서가 강조한 건, 탈중앙화 (decentralization), 작업증명(POW, Proof of Work) 방식 거래 기록, 합의 메카니즘에 의한 규칙과 보상 등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구글 엔지니어로 활동하던 중 회사를 그만두고 비트코인에 참여해, 비트코인 네트워크 프로토콜인 bitcoinj를 만들었고, bitcoin core 개발에 참여했던 Mike Hearn은 2016년 1월 비트코인 개발에서 탈퇴하면서 자신의 블로그에 의미 심장한 글을 남겼다.

그 글의 제목은 "The resolution of the Bitcoin experiment (비트코인 실험의 해명)"이었다.

그는 이 글에서 비트코인은 실험이며, 다른 실험들처럼 실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I’ve always said the same thing: Bitcoin is an experiment and like all experiments, it can fail. )

위 두 사례에서 볼 때, 적어도 비트코인 최초 개발자들의 시각은 비트코인을 기존의 화폐를 대치할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즉, 이들은 블록체인이라는 암호화 기법과 분산장부 처리라는 데이터 처리 방식으로 무언가에 사회적 신뢰도를 쌓게할 수 있고, 신인도를 마치 화폐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가를 실험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었지만, 화폐적 가치에서 볼 때는 커다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할 수 있다.

그 문제란 Mike Hearn이 지적한 바, 블록 사이즈가 너무 작고 (거래가 이렇게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한 결과), 거래량의 폭주가 시스템이 견딜 수준을 넘어서 거래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졌으며, 수수료를 많이 내는 거래가 우선 처리되도록 설계되어 수수료 폭주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비트코인 시스템의 관리와 의사 결정이 몇몇에 의해 끌려가고 있으며, 비트코인에 미치는 영향력이 특정국가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초창기 비트코인을 설계한 사토시와 그 밖의 인물들은 비트코인을 개발해 선점 효과를 누려 부를 창출하자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정부와 은행의 권위적 행태를 벗어나고 신뢰할 수 없는 금융 시스템을 대치할 수 있는 아나키스트 적인 금융 시스템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 실험의 일부는 성공했지만, 비트코인이 전통적 화폐를 대치할 가능성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비트코인의 가장 큰 가치는 Cryptocurrency 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며, 다행히 이후 개발되는 가상화폐들은 비트코인의 문제점을 대폭 개선하여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화폐들 역시 여전히 실험적이며, 미완이라고 하겠다.

명심해야 할 분명한 사실은 가상화폐가 창출할 새로운 시장이 열리며, 이에 따라 금융 패러다임의 변화가 빠르게 도래할 것이라는 점이다.

전통적 규범 중 가장 보수적이고 가장 곤고하며 결코 대치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 금융 시스템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게 보일 뿐, 우리가 누리는 금융 시스템은 여전히 초보적 단계에 있을 뿐이다.

2차 세계 대전 후 국제 통화협정인 브레튼 우즈 체제가 만들어졌는데, 핵심은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환본위제와 고정환율제였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 이후 닉슨 대통령의 금태환 정지 선언으로 금환본위제는 진작에 붕괴되었다. 불과 40년전의 일이다.

조지 소로스는 고정환율제 역시 얼마나 헛점이 많은 제도인지 92년 영국 파운드화 공매도를 통해 여지없이 보여 주었다. 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역시 여전히 변동환율제를 적용하지 않은 금융 후진국들에 대한 금융 자본의 공격이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자본 금융과 금융 시스템이 얼마나 자신의 잇속을 위해 대중을 농락할 수 있는지 보여 주었다.

한 발 더 깊게 들어가면, 자본주의 경제 체제 자체가 많은 보완을 요구하는 미완의 위태로운 체제이다.

가상화폐는 투기의 대상이 아니다. 지금의 열풍은 통과 의례로 보여진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그것의 전망과 잠재력, 그리고 가능성이다.



2017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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