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는 진작 퇴출되었어야 할 직업군이다












의료법상 의료인에 속하는 직업군은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그리고 조산사이다.

조산사는 간호사 중 의료기관에서 1년간 조산 교육을 받은 후 조산사 국가 면허 시험에 응시하여 통과하면 면허가 주어진다.

지금 한 해 약 10 여명이 조산사 면허를 취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5년간 조산사 면허 시험에 응시하여 탈락한 수는 단 2 명에 그쳤다. 이 면허 시험을 위해 쓰여지는 금액은 년 평균 1억 7천만원에 달한다. 한 명의 조산사에게 1천만원에 가까운 응시료를 지원하는 꼴이다.

조산사 면허 제도는 과거 의료공급이 불충분하여 그 대안으로 만들어졌던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제도가 과연 지금도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마찬가지로, 침구사 제도라는 것도 있었다. 이 제도는 516 혁명 후 의료법이 정비되면서 폐지되었다.

그러나 과거 침구사 자격을 받은 이들은 여전히 침사, 구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한의사들의 침구 행위가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침구사나 한의사 역시 조산사처럼 의료공급의 부족으로 의료접근이 어려운 과거에 만들어졌던 제도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19세기까지 조선에 의료인의 면허 제도는 없었다. 대한제국 이후 의사 등에 대한 자격 기준이 만들어지고, 면허가 발급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서양의학을 하는 의사나 동양의학을 하는 한의사 모두에게 의사라는 자격이 주어졌으나, 조선이 일본에 합병되면서 의료 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일본은 이미 메이지 유신 당시 한방 의료를 폐지하여, 일본에는 더 이상 한의사가 배출되지 않았는데, 침술만큼은 맹인들의 생활을 위해 존속시켰다.

한일 합병 이후 일본은 조선에 있었던 한의사를 의생이라는 이름으로 구제하여 주었다. 겨우 수 백명에 불과한 조선, 일본 의사로 한반도의 질병을 모두 대처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의생에게는 첩약만 허용되었고, 의생 양성 기관은 허용하지 않았으며, 의생의 면허는 강력하게 통제하여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의생 제도 자체가 자연스럽게 도태되도록 하였다. 반면 서양식 의과대학을 신설하고 의사를 양성했다.

한편, 일본의 침구 제도를 들여와 침구사는 계속 양성해 나갔다.

즉, 충분한 의사가 양성될 때까지 한의사는 의생이라는 이름으로 남겨두고, 침구사 역시 의료 공급 부족의 보완책으로 활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해방 후 국민의료법이 만들어지면서, 한의사 제도가 만들어졌다.

당시 국회의원들은 일제시대에 탄압받았던 민족의학을 되살려야한다는 주장에 동의했고, 현실적으로는 해방되면서 귀국한 일본 의사의 공백을 메울 의료 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52년 국민의료법 통과로 동양의약대학이 설립되면서 4년제의 한의사 양성이 본격화되었고, 한의사 제도는 곤고하게 되었다.

한의사 제도를 철폐할 기회는 한번 더 있었다.

‘조국 근대화와 경제 발전’을 기치로 삼았던 516 혁명 정부는 전통의 잔재를 없애려고 하였다. ‘전통’은 곧 낙후와 빈곤을 의미했다. 혁명 정부는 의료인에 대한 국가고시제를 도입하고 물리치료사 등의 기사 제도를 신설하고, 또 유사의료업에 속하는 접골, 침구, 마사지 등의 자격을 없앴다. 한의사 제도도 없애려고 했다.

그러나 한의사들의 강력한 반발과 저항에 부딪히자, 4년제 교육 과정을 6년제로 늘려 기량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대신했다. 최선이 최악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의사 제도는 침구나 조산사 제도와 같이 부족한 의료 공급을 보충하기 위한 대안이었다고 할 수 있다.

즉, 과학적 근거나 뛰어난 치료 능력을 인정받아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라, 전통, 민족의학이라는 명분으로 간신히 살아남은 것이다.

문제는 한의학이 어느 틈엔가 의학과 동등한 지위를 가지게 되면서 동등한 대우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이다.

좋다.

한의사를 의사로 인정하는 것도 좋고, 한의학을 의학과 동등한 반열에 두는 것도 좋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그 가치를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침술을 교육받고 있다. 침술을 교과과정으로 가르치는 대학도 있다. 이들이 대안의학이란 이름으로 침술을 스스로에게 시술하는 것을 막을 도리는 없다. 더 양보해, 주변 사람에게 무료로 이를 시술하는 행위도 막기 어렵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행위를 의료라는 이름으로 제도권 내에서 허용할 수는 없다.

한의사들이 제조하고, 판매하는 첩약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이 제도권 내에서 의료 행위로 인정받고, 의학의 이름으로 허용되려면, 첩약의 성분과 효능, 부작용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이들이 치료 방법으로 사용하는 침구 행위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각에서는 한의학은 이론적 원리가 의학과 달라, 의학의 관점에서 이를 입증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한의학은 취미나 학문의 영역에 남아 있어야 할 뿐, 비특정 다수인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하거나 국민건강보험의 영역에 있어서는 안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의사 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가장 많은 병상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이다.

즉, 의료 공급의 부족으로 고양이 손을 빌리는 심정으로 한의학에 의존할 때는 지났다는 것이다.

문명의 발달 속에 직업의 퇴출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의사도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퇴출될 수 있다.

한의사는 조산사와 함께 이미 오래 전에 퇴출되었어야 할 직업군이다.

그런데, 이를 끈질지게 부여잡고 끌고 가는 건, 골치아픈 사안을 발 뒤로 밀어 놓는 정부의 방임일 뿐이다.


2017년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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