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적(船籍) 세탁


시드라 항


선적(船籍) 세탁


지난 2014년 3월 리비아 서트(Sirte)와 브레가(Brega) 사이에 있는 시드라(Sidr) 항에 북한 인공기를 내 건 유조선(모닝 글로리) 한 척이 입항했다.

시드라 항은 하루에 약 50만 배럴의 오일을 수출했던 리비아 최대 오일 수출항이다.


당시 이 항구는 반군 지도자 "이브라힘 자트란"에 의해 점거되어 있었다.

Ibrahim Zatran

그는 리비아 혁명 당시 카다피를 축출하는데 큰 공헌을 하였고 그 후 리비아 동부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며 임시 정부에 반기를 든 인물이다.

반군들은 오일을 불법 판매하며 자금을 모았다.

리비아 정부는 반군의 불법 오일 거래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당시 "알리 자이단" 리비아 총리는 오일을 적재하고 있는 선박을 폭격하겠다고 했지만, 정부군은 자이단 총리의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알리 자이단 총리

자이단 총리는 이 사건 몇 개월 전 임시 의회를 장악하고 있던 무슬림 형제단 일당에 의해 총리 관저로 쓰던 한 호텔에서 납치될 정도로 지도력을 잃고 있었다.

결국 모닝 글로리 호는 원유 23만 4천 배럴을 적재한 후 유유히 항구를 빠져나갔다. 석유 대금으로 약 3천6백만불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항으로 빠져 나오자 자이단 총리는 공군에게 공습을 명령했지만 여전히 군은 요지부동이었고, 이브라힘 자트란은 유조선을 폭격할 경우 내전도 불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자이단 총리가 할 수 있었던 건, Misrata 민병대에 요청해 민간 어선으로 항해를 방해한 것 뿐이었다.

리비아 국민들은 연일 보도되는 뉴스를 통해 순항에 나선 모닝 글로리 호를 지켜보며 분통을 터뜨릴 뿐이었다.

지중해를 빠져 나가던 모닝 글로리 호는 키프러스 인근 공해 상에서 미국 네이비 씰에 의해 나포되었다.

이 사건으로 자이단 총리는 해임되었고, 리비아 사태는 더욱 더 미궁으로 빠져 들게 되었다.

그런데 과연 이 선박이 북한 소유이었까, 석유는 북한으로 가는 것이었을까 ?

북한은 공식 입장을 통해, 그 배는 북한 소유가 아니며, 이집트에 소재한 한 회사의 요구로 선적(船籍)을 6 개월 한시적으로 북한으로 등록해 주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모닝 글로리 호가 불법 거래에 연루되었으므로 그 회사(이스트 로지스틱스)와 계약을 파기했다며 관계없음을 주장했다.

네이비 씰 역시 이 선박이 무국적선박 (선적 확인 곤란한 선박)이라고 확인하였다.

석유는 북한이 아니라, 유럽을 향하고 있었으므로, 누군가 북한 선박으로 위장한 후 석유 불법 거래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 정부가 돈을 받고 선적 세탁을 해 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선박의 선적 세탁은 은밀하게 그러나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는 누군간의 편의(?)를 위해 북한으로 선적을 등록해 준 경우지만, 북한 선박이 다른 나라로 등록하는 경우도 많다. 배의 국적을 위장해서 무기를 밀매하거나 밀수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2년 초 스톡홀롬 국제평화연구소는 유엔 안보리 보고서를 인용해 무기 밀매 등을 위해 북한 선박 25 척이 선적 변경을 반복해 왔다고 발표했다.

또, 당시 광범위한 제재를 받던 이란의 경우 90척에 이르는 대형 선박이 선적 변경을 통해 무기 밀매 등에 이용되었다고 하였다.

이 두 경우는 국제 거래에 제재를 받기 때문이지만, 사실, 선적 세탁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이른바 조세회피 지역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고 이 회사로 선박을 등록할 경우 각종 세금에서 이익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지금 세탁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를 악용해 재산 도피, 자금 세탁 등 외환을 불법 거래하다가 적발된 해운사들이 다수 있다.

북한 경제 제재 후 다양한 방법을 통한 선적 세탁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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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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