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음모론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즉 이번 알파고와 이세돌 대전을 놓고 여전히 구글의 홍보성 이벤트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많은데, 구글이 뭘 홍보하고 무슨 이익을 취하려고 이벤트를 벌였다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구글이 구글 검색 엔진을 홍보한단 말인가?
아직 현실적 상품이라고 볼 수 없는 딥 마인드의 AI를 홍보한다는 것인가?
아니면, 이 이벤트로 구글이 주식 띄우기를 한다는 말인가?

이번에 구글이 알린 건, 구글의 자회사가 현존하는 인공지능 중 가장 강력한 인공지능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 단지 그것이다.

이번 이벤트로 구글의 주식이 대폭 올랐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소 올랐다고 할 수 있지만, 이벤트의 영향이라기 보다는 지난 6개월 동안 등락을 거듭하던 조정 장세로 보는 것이 더 합당한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알파벳의 지난 1개월 간 주식 시황


알파벳의 지난 6개월 간 주식 시황


또 구글이 내놓는 상품은 광고한다고 일반 소비자들이 대거 구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구글의 주 매출은 광고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구글이 이런 이벤트를 벌인다고 광고 매출이 대폭 늘어날리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번 이벤트는 홍보성 이벤트라기 보다는 딥 마인드가 만든 알파고를 테스트하기 위한 기회였다고 보는 편이 더 맞다.

만일 알파고를 테스트 하기 위해 이세돌을 영국 딥마인드로 조용히 불러 테스트 대국을 하자고 했다면? 물론 응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왕이면,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을 인류에 선보이기 위해, 즉 내놓고 자랑하기 위해서 좀 더 참신한 기획을 했을 수도 있다. 그게 이번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구글도 이번 챌리지 매치가 이렇게 떠들썩해질지 몰랐을 가능성도 많다. 적어도 이벤트를 준비한 모양새를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보와 테스트를 양 손에 들고 있을 때, 딥 마인드가 선택할 것은 홍보가 아닌 테스트였을 것이다.

다시 말해, 승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며, 어느 한 쪽이 최선을 다해 이기려고 노력했을 때, 그 가운데에서 한계와 능력을 검증해 보는 것이 이 이벤트의 주 목적이었을 것이다.



자, 이제 <음모론>을 이야기해 보자.

지난 3국까지의 대국을 보면, 알파고의 수는 분명 더 높았다고 할 수 있다. 왜 졌는지도 모르게 졌고, 어떻게 이겼는지도 모르게 이겼다.

알파고의 인공지능은 절대 질 수 없게 설계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미 3 차례 완벽한 승리를 거둔 상황에서 하사비스가 알파고 소프트웨어를 지금 손 볼 이유는 없겠지만, 가능하다면, 하드웨어를 조절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의문이다.

하사비스는 어느 인터뷰에서 알파고는 1202개의 CPU 와 176개 GPU로 구성되어 있으며, CPU를 더 늘릴 경우 오히려 알파고의 성능이 떨어져 하드웨어는 손대지 않고 소프트웨어만 개선해 이세돌과의 대국을 준비해 왔다고 했다.

“하드웨어 성능을 개선하면 오히려 알파고의 성능이 떨어져 하드웨어 용량을 늘리지 않았다. 알고리즘만 개선해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준비해왔다"                                                            - 하사비스-


1202개의 CPU 는 장기적으로 볼 때, 알파고 즉 딥 마인드가 만드는 인공지능의 장벽이 될수도 있다.

<테스트>란 측면에서 볼 때, CPU나 GPU를 더 줄이면서도 알파고 소프트웨어가 제 성능을 다할수 있는지, 그래서 이세돌을 이길 수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하는 딥 마인드 팀의 궁금증이 폭발할 수 있는 시점이다.

딥 마인드는 이세돌과 대국 전에 계약을 통해, (이세돌과의 대전을 위해) 하드웨어를 더 늘리지 않으며, 이세돌의 과거 기보를 알파고에게 알려 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한다.

하드웨어를 늘리는 것은 약속 위반이지만, 줄이는 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나는 여기서 딥 마인드가 이런 식으로 승패를 조절했다고 <확신해> 말하지 않았다. 이렇게 확신하지 않는다면 음모론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니, 사실 이런 생각을 음모론이라고 하기에도 어색하다.
음모론이 되려면 이 같은 확신이 확산되어 영향을 주어야 한다는데, 확산될 가능성도, 물론 없다.

아무튼, 4국에서 왜 알파고가 이른바 '떡수'를 남발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엔 딥 마인드의 CEO가 아니라, 구글 지주회사 즉, 알파벳 Inc.의 CEO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영국애들이 히트를 쳤어."

그래서 구글 수뇌부는 매우 흐뭇해졌을 것이다.

사실 딥마인드 사의 제품(인공지능)을 구글 번역, 자율자동차에 쓰고 말고는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도 딥 마인드 제품을 염두에 두지 않고 구글 번역이나 자율자동차는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딥 마인드의 인공지능의 성능에 대해선 구글 경영자들도 잘 모를 것이다. (앞으로 제대로 알게 된다면, 알파고를 구글 번역, 자율자동차에 쓰겠다는 생각은 다시는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튼 뭔가 대단한 것을 구글이 손에 쥐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다.

이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나선 에릭 슈미트는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 Inc.의 회장(Executive Chairman) 이며 그 자신은 개발자라기 보다는 경영자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알파벳의 CEO 는 레리 페이지가, 사장(President)은 세르게이 브린이 맡고 있으며 둘은 구글의 창업자이다.

구글 수뇌부는 이번 이벤트를 통해 구글이 미래의 디스토피아(dystopia)의 주범으로 연상되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구글이 "사명을 스카이넷으로 바꿀 것"이라는 농담이 즐거운 건 아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세번 이기든, 네번 이기든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미 알파고의 능력을 보았으므로.

완벽한 다섯번의 승리는 잠깐 동안의 자기 만족을 위해서는 달콤할지 모르지만, 인류의 완벽한 패배는 지나치게 무기력감을 야기할 수 있으며, 오히려 구글의 이미지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그러므로 만일 딥마인드 측에서 "예정에 없었던 테스트를 해 보겠다"고 요청하면 승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구글은 계속 사업을 영위해야 하고, 불안감의 원인일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또, 구글의 손아귀에 있는 것이 지나치게 영민하다는 걸 굳이 떠들 필요도 없다. 그것(알파고) 도 실수한다는 것과 여전히 미완성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때문에 적어도 한 번의 패배는 필수불가결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

201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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