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유감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등을 연출했다. 플란다스의 개라는 장편 영화가 있기는 한데, 입봉 영화이며 쫄딱 망한 작품(관객 10만명)이어서, 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아무튼, 입봉작을 제외한 나머지 장편 영화의 경우 최소 300만명에서 최대 1,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니, 모두 히트를 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히트를 쳤다고 작품이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겠다.

괴물이 상영된 건, 벌써 10년이 훌쩍 넘는 2006년인데, 당시의 기술로 수려한 CG 를 선 보인 건 칭찬할만 하지만, 괴물이나 설국열차나 지금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옥자 모두 공통적인 건, 시나리오가 후지다는 것이다.

괴물이야, '괴물이 한강 주변을 휘젖고 다니다가 주인공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가 끝이니 거기에서 무슨 철학이니 감독의 메세지니 하는 걸 기대하긴 어렵지만, 살인의 추억은 몇 번이나 보려고 시도했지만 중반을 넘겨 보질 못했고, 마더 역시 그랬다.

설국열차는 인내심을 가지고 봤지만, 후반을 넘어서면서 도대체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봉 감독의 영화에는 권력에 대한 비판, 반사회적 의식 같은 것이 늘 포함되어 있다.

살인의 추억도, 괴물도, 설국열차도 그랬고, 옥자 역시 그렇다.

봉 감독은 연대 사회학과 88 학번이다. 당시 연대 사회학과는 운동권의 이론적 배경을 양산해내며, 과격 시위를 주도한, 이를테면 운동권 진원지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동권 중에서도 PD(민중민주) 계열의 핵심지라고 알려졌다.

따라서 당시 연대 사회학과를 다니면서 시위를 주도하거나 참여하지 않았다면 그건 이상한 것이고, 입학과 동시에 강도 높은 '학습'을 받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가 실제로 민중민주주의에 취해 있었는지, 아니면 그가 스스로 말하듯 얼치기 운동권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종의 저항의식이 사고의 기저에 깔려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울 듯 하다.

영화 괴물은 주한미군이 한강에 쏟아 부은 독극물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묘사되어 있고, 영화 설국열차는 기차 칸막이에 의해 나뉘어지는 계급 사회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설국열차는 원랙 1982년 프랑스에서 발표된 라는 만화가 원작이다.

저항의식을 갖는 것, 거대 권력 (그것이 정부이든 혹은 기업이든, 아니면 공권력이든)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현실과 상황을 왜곡하고, 악용한다는 것이다. 즉, 저항의식을 영화를 위한 단순한 장치로 깔아 버릴 뿐, 해결점을 찾거나 그것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만일 그가 저항 의식을 영화를 치장하기 위한 소품으로 쓰는 거라면 더욱 더 비난받아 마땅하다. 저항 의식이 상업 영화를 위한 양념 따위로 소모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영화를 보면 늘 느껴지는 건, "그래서 뭐?"이다.

그래서 뭐, 하고 싶은 얘기가 뭔데?

그래서 뭐, 어떻게 하자는 건데?

그래서 뭐, 그 거대 권력이 악이라면, 어떻게 정의를 구현하는 건데?

이런 찝찔하고 불쾌한 잔상이 남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보고나면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영화를 연출하는 탁월한 재주를 가진 그이다.

이번에 발표한 옥자 역시 그렇다.

영화는 철저히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란, 감독의 머리 속에 담긴 이야기를 영상화하는 과정이며, 이를 위해, 시나리오 작가와 촬영 감독과 배우가 존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주연 배우에 대해 환호하지만, 사실 그 배우는 영화 감독의 소품에 불과한 것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영화는 연극이나 TV 드라마와 달리 철저하게 사전 제작되며, 감독이 마음에 들때까지 반복해 촬영하고, 후반 작업을 통해 교정한 후 내놓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영화가 그런 건 아니다. 제작자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영상 이미지로 만들어 줄 감독을 찾아 고용하고 감독은 제작자의 마음에 들게 찍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시나리오 작가가 따로 있는 건 당연하다.

설국열차는 봉준호 감독이 주도하여 시나리오를 썼고, 괴물, 살인의 추억 역시 그랬다. 물론 모두 공동 작업을 했지만, 그들은 봉준호 감독의 머리 속 이야기를 시나리오라는 방식으로 풀기 위한 협력자들이었다고 할수 있다.

옥자 역시 봉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다.

영화 옥자는 봉 감독이 갖는 영화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고, 그의 특징이 더 선명해졌다.

그 특징이 이런 것들이다.

첫째, 어김없이 등장하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CG.

둘째, 거대 권력 (이번엔 미란도 기업이라는 다국적 식품회사)과 납득하기 어려운 저항의식.

셋째, 애매모호한 갈등 구조. (루시 미란다와 낸시 미란다의 갈등 구조는 채 익지 않은 체 등장하는데, 누가 악이고 선인지 애매하다. 게다가 ALF라는 동물보호단체 내에서의 갈등 구조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넷째, 불필요하게 남발하는 욕설 Fxxk.

다섯째, 유력 배우 병신만들기 (틸다 스윈튼은 그렇다고 쳐도, 제이크 질렐할이나 스티븐 연은 이따위로 쓰고 버릴 배우가 아니다.)

영화는 뮤직 비디오나 동영상 클립이 아니다.

영화는 자신의 신념이나 사상을 전달하기 위한 매체이다.

봉 감독의 영화는 영화 포스터나 trailer로 만들면 보기 좋지만, 본작을 보면 늘 실망하게 되는 허세 낀 얼치기 작품일 뿐이다.

그렇다. 나는 지금 그를 실랄하게 까고 있는 것이다.


2017년 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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