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지속 가능한가?

 






삼성 전자는 도쿄 올림픽 참가 선수 1만7천여명에게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S21의 올림픽 버전 ‘갤럭시S21 도쿄올림픽 에디션’,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프로’, 이어폰 케이스, 펜 등이 담긴 하얀 가방을 선물했다.
선수들은 깜짝 선물을 반기며 소셜 미디어에 개봉기를 올렸다.
선수들에게 준 선물의 총합은 '고작' 240억 원 정도라고 한다.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기업들이 올림픽을 마케팅의 장으로 활용하고 올림픽을 이용해 브랜드 가치를 올린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삼성은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CDMA 기술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휴대폰 시장 석권의 발판을 만들었고, 2016년 리우 올림픽을 남미 시장에서 TV, 스마트 폰의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계기로 활용했다.
WSJ 은 일본 기업들이 이번 도쿄 올림픽 후원에 약 3조 4600 억원 (30억 달러)를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이중 절반 이상이 토요타가 낸 것이다. 토요타는 도쿄 올림픽에 약 2 조원을 썼고, 자가 소속 선수를 200 명이나 내보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 일본 내 자사 광고를 내보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토요타 사장인 토요타 아키오는 개막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파나소식, NEC, NTT 등의 스폰서 기업의 경영진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 내에서는 올림픽 개최 반대 여론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 기업들이 적극적인 광고를 내보내고 마케팅을 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림픽을 마케팅의 장으로 활용하던 기업들의 관행이 바뀐 걸까? 다만, 이번 올림픽에서만 그런걸까?
우리는 올림픽을 세계인의 축제라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럴까?
우선, 개최지를 먼저 보자.
올림픽은 사실 그 개최 횟수가 그리 많지 않다. 근대 올림픽이 1896 년에 처음 시작한 이래 지난 31회 리우 대회까지 모두 28번 열렸을 뿐이다. (31회 중 6, 12, 13회는 세계대전으로 취소) 28 번 중 1964년 18회 도쿄 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개최지를 보면, 미국 두번 (3회, 10회), 호주 한번 (16회)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유럽에서 개최되었다.
18 번 만에, 시간 적으로 68년 만에 유럽과 미국을 제외한 첫 개최지가 일본이었던 셈이다. 물론, 그 이후에는 남미와 러시아, 한국, 중국도 올림픽을 개최했지만, 여전히 유럽이 주요 개최지이다.
개최지만 놓고 보면, 세계가 아니라, 유럽인들의 축제하고 할 수 있다.


우승국을 한번 보자.
28회 대회 중 우승국은 모두 6 개국에 불과하다. 이중 프랑스, 영국, 나치 독일, 중국은 모두 자국에서 올림픽을 개최할 때 우승했다. 개최국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했다는 얘기이다.
이들 국가를 제외하면, 미국이 17번, 러시아/소련이 7 번 우승했다.
올림픽은 국가 대항전이 아닌데, 국가 우승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다. 올림픽 헌장은 명백히 올림픽 경기는 국가 간의 경쟁이 아니라, 개인전 혹은 단체전이라고 못 박고 있다.

제 6조 1항 : 올림픽대회의 경기는 국가간의 경쟁이 아닌 개인전 또는 단체전을 통한 선수들간의 경쟁이다.

그러나, 각 국가와 언론은 여전히 국가 등수를 매긴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을, 한국은 일본을, 인도는 중국을, 아르헨티나는 브라질 과의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발버둥 치며, 자국 선수를 응원한다. 올림픽이 국가 대항전이 아니라는 건, 사실 선언적 의미일 뿐이다.
뿐만 아니라, 올림픽 헌장은 '정치'라는 단어를 숱하게 언급하며, 올림픽에서 정치색을 지우기 위해 노력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제 2조 10항 : 스포츠와 선수의 정치적 상업적 남용을 반대한다.

만일 선수가 올림픽 경기 중 정치적 표현을 하면 메달을 박탈할 수도 있다.

제 50조 제 2항 : 올림픽 장소, 베뉴 및 기타 구역에서 어떠한 형태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혹은 인종적 선전도 허용되지 않는다.

심지어, 개최국의 대통령, 수상 등 최고 지도자는 개막식에서 연설도 할 수 없다.

제 55조 제 3항 : 개/폐막식 및 각종 행사를 포함하여 올림픽대회 기간 중, 정부나 공공 기관의 대표나 정치인은 조직위원회의 책임 하에 있는 개최지에서 어떠한 형태의 연설도 할 수 없다.

이건 스포츠 제전을 하는 동안 만이라도 종교, 피부색, 이념 등에 의해 갈등을 빚지 말자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퇴색된 이상론이다.
현실을 보면,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모스크바 올림픽을 보이콧 했고, 소련 등 공산국가들은 LA 올림픽을 보이콧 했다. 심지어 72년 뮌헨 올림픽에서는 팔레스타인 테러 집단이 이스라엘 선수 등 11명을 인질로 삼고, 팔레스타인 포로 석방을 요구하다, 11명 전원이 사망하기도 했고, 36년 베를린 올림픽은 노골적으로 나치 체제 선전의 장으로 사용 되었다.
과거 뿐이 아니다. 유럽 의회와 영국 하원은 홍콩 사태와 신장 위구르의 인권 탄압을 문제 삼아 2022년 북경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촉구하는 의결을 한 바 있다. 이런 식의 보이콧 선언 즉, 정치적 이유로 인한 대회 불참 선언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대통령의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빌미로 한일 현안을 해결하겠다고 덤볐다가 망신을 당했다.
정치색을 빼자는 올림픽은 IOC 구성과 개최지 선정에서 대회까지 사실 매우 정치적이다.
이번 도쿄 올림픽 개최는 '무리'였다. 현재 일본은 하루 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생기고 있다. 지방 정부들의 '락 다운' 요구가 빗발친다. 델타 변이는 물론 델타 플러스 변이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올림픽이 감염 확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머지 않아 그 결과가 나올 것이다.
올림픽이 지속 가능한가 하는 의문은 단지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더 이상 올림픽을 유치하려고 하는 도시가 없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 결정될 당시, 경합 도시는 모두 11개 도시였다. 2020년 올림픽 개최 희망지는 5개소로 줄었고, 2024년 올림픽은 파리와 LA, 2개 도시만 희망해 결국 파리로 결정되었다.
여전히 올림픽 유치를 희망하는 곳은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결국 유치 지원서를 찢어버린다.
그 현실적 문제는 결국 돈이다.
한 도시에서 수십 가지의 올림픽 종목 경기를 소화하고, 수 만명의 선수, 스탭, 기자 등 관계자를 수용하기 위한 시설을 만들고, 게다가 이를 대회 후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올림픽의 저주'이다.
76년 캐나다 몬트리올은 올림픽을 개최하였다가 막대한 부채를 갚는데 30년이나 걸렸다. 그 기간 동안 올림픽 부채는 캐나다 경제에 영향을 주었고, 캐나다 최대의 도시였던 몬트리올은 그 패권을 토론토로 넘겨야 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은 2011년 그리스 금융 위기의 단초가 되었고, 2016년 리우 올림픽 역시 브라질 경제 불황의 배경이 되었다.
이번 도쿄 올림픽의 경우, 훗날 '올림픽의 저주'를 거론할 때 가장 많이 언급한 대회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대회가 무관중으로 이루어지면서 입장권 판매 수익과 관광 수익 등 부대 수익은 거의 제로에 수렴할 전망이다. 언론은, 20 조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기대한 이 대회가 결국 12 조원의 손실로 마무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64년 도쿄 대회를 발판으로 GDP 10% 대의 고도성장을 거듭해 미국에 이은 2대 강대국으로 발돋음했다. 지금의 일본은 장기 불황의 늪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해 일본 경제 성장률은 -4.8% 이다. 일본은 이번 도쿄 대회를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대회로 꿈꾸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올림픽이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선수와 선수를 꿈꾸는 꿈나무들을 위해서라도 올림픽 경기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역시 맞는 말이다. 언젠가부터 운동 선수들의 꿈은 올림픽 메달이 되었다. 그러나, 올림픽이 아니어도 이미 각종 종목의 세계선수권 대회는 있다. 이들 대회는 올림픽만큼 정치적이지도, 상업적이지도 않다.
만일 올림픽이 사라진다면 그들의 꿈은 더 이상 올림픽 메달이 아닐 것이다.
근대 올림픽은 애초 민족주의, 전체주의에 기대 시작되었다. 대회가 거듭되면서 IOC의 위상과 권력은 더욱 커졌고, 올림픽을 마케팅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기업과 올림픽 상업주의, 대회를 통해 체제의 정통성을 인정받으려는 국가 권력 등의 이해 관계로 인해 대회가 이어졌다.

앞으로도 올림픽은 계속 될까?
그럴 것이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그 위상은 추락하고, 관심은 멀어지며, 대회는 쪼그라들 것이다.

여전히 많은 선수들은 올림픽 메달을 위해 땀을 흘리겠지만, 그 가치는 과거와 같지 않을 것이다. 엘리트 선수 육성을 지원해 얻어 낸 메달의 수가 국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차츰 사라질 것이다.



2021년 8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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