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문제는 ‘우리 민족끼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대북 문제에 대해 하나의 원칙을 정하자고 하면 그 원칙은 무엇이 될까?

‘전쟁을 막아야 한다’가 원칙일 수 있다. 혹은 ‘북한 핵무기의 폐기 즉 비핵화’가 원칙일 수도 있다. 또 다른 원칙은 ‘북한의 정권 교체’일수도 있다.


미국의 대북 원칙은 비핵화이다. 

미국은 작년 초, 북한 정권 교체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즉, 핵만 포기하면 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었는데, 최근 그 입장의 변화가 있었다. 바로 북한 인권 문제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 부통령은 북한의 인권 탄압을 강력히 비난하고, 북한을 감옥 국가, 독재 정권으로 규정했다. 이 변화는 북한 문제가 북한의 비핵화로 끝낼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 정부의 원칙은 무엇일까?

이제까지의 기조를 보건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일 것으로 생각된다. 북한의 인권 문제는 없다. 오로지 전쟁만 막으면 된다는 것으로 보인다.

즉, 대북 문제에 대한 한국과 미국 정부의 시각에 틈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시각의 차이가 있으면 갈등은 필연적이다.

지난 5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탈북 여종업원 북송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물었을 때 이낙연 총리의 답변은 충격적이다.

매우 좋게 봐주면,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앞둔 이 미묘한 시기에 송환 불가라는 단호한 답을 할 경우, 이를 빌미로 북한이 올림픽 참가를 보이콧할 수 있기 때문에 답변을 얼버무린 것일 수도 있다.

지난 15일 남북 고위 회담에서 탈북 여종업원 송환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자,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묻는 기자의 답에 통일부 대변인은 "앞으로 남북 관계를 계속 진전시켜 나감에 따라 추후 논의할 사안”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즉, 정부는 여종업원 송환 요구에 대해 이도 저도 아닌 것으로 답하기로 입을 맞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나쁘게 생각하면 이들의 송환 여부를 카드로 만들어 필요할 때 써먹겠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런 기조가 전달되자 탈북자 단체들은 강제 송환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집단 망명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탈북자들의 위기감은 남에서만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이런 기류는 북에도 전달되며, 목숨 걸고 한국으로 가봐야 한국 정부가 강제 송환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바뀌어 탈북을 망설이게 한다. 탄압과 고문, 기아로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이 갈 곳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북한 인권 탄압 규탄은 앞으로 더 숙성되고 강도가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만일 한국 정부가 미국의 기조에 발을 맞추지 못할 경우, 한국 정부는 북한인권 문제에 미필적 고의를 저지른, 북한의 공범이 될 수도 있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설마 ‘그건 우리 문제니까, 우리 민족끼리 해결하겠다’고 주장할 생각은 아니길 바랄 뿐이다.

2018년 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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