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최저임금 인상안
요즘 배달 음식을 시키면 1~2천원 정도의 배달료를 별도로 받는 곳이 많다. 택배의 경우 택배 기사가 받을 수 있는 수수료는 오백원 가량이라고 한다.
음식 배달 기사나 택배 기사가 이렇게 해서 벌 수 있는 금액은 얼마나 될까. 그들에게는 이 일이 생업이고 전업일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전반적 노동 가치, 특히 저소득층의 노동 가치가 너무 적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그 해결 방법이 꼭 최저임금 상승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노동의 가치 즉, 행위료를 더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우리나라만 최저 임금을 올리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 아니다. 수년전부터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등의 국가들이 모두 최저 임금을 올리고 있다. 자본주의 위기가 심화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2012년 이후 ‘15달러를 위한 싸움(Fight for $15)’ 캠페인을 벌여, 2009년 시간당 임금 7.25 달러였던 최저 임금을 2017년 이후 11달러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있고, 캘리포니아의 경우 2022년 15달러로 올릴 예정이다.
독일은 2015년 시간당 8.5 유로 (약 1만1천원)의 최저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 전에는 아예 최저임금제라는 제도가 없었다.
영국은 한 발 더 나아가 ‘생활임금’제(Living wage)를 도입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 시장이 이걸 본따서 서울 시에 생활임금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생활임금제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 유지가 가능한 생활비용으로 영국 평균은 시간당 최저 7.85파운드(1만1400원. 2014년)다. 런던의 생활임금은 그 보다 높아, 9.15파운드(1만3300원. 2014년)이다.
문제는 그 결과이다.
미국은 최저임금제에 대한 저항이 거센 편이다. 워싱턴 주립대의 조사에 따르면, 시애틀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은 3.1% 올랐지만, 전체 근로시간은 9.4% 줄었고, 그 결과 저임금 근로자의 월 평균 소득도 125달러 감소했으며, 일자리도 7% 줄었다
미주리 주 등은 연방정부 제시안에 반박해 최저임금을 7.7 달러로 깎는 안을 통과시켰다.
반면, 영국이나 독일은 정규직 전환이 늘고 일자리가 늘었을 뿐 아니라, 고용안전성이 높아졌으며 저소득층의 소득도 높아졌다.
미국과 유럽에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건 결국 문화의 차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최저임금 인상은 문화, 국민 의식 수준, 경제적 여건 등이 모두 영향을 주는 거대한 사회적 실험인 것이다.
문제는 이 실험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 저소득층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포괄적인 결과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즉, 최저임금 상승으로 오히려 고용이 줄 수도 있고 반대로 영국, 독일처럼 좋아질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의 문제는 너무나 속 편하게 '최저임금을 올리면 모두가 행복할 것'이라는 예단 아래, 경솔하게 제도를 시행한 것에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물가는 당연히 덩달아 오르며, 사회적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임금은 올리고 물가를 사회주의적으로 눌러버리면 중간에서 곤혹을 치룰 사람은 당연히 자영업자들이다.
게다가, 임금을 올려 고용주의 부담은 늘리면서, 피고용인의 실질 소득은 등한시하여 각종 제세공과금으로 오히려 실질 소득은 줄어드는 어이없는 현상도 생겼다.
사회적 동의 절차를 묵살하고, 정책을 숙고하지 않은 체 탁상공론으로 시행한 때문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저소득층의 소득 수준을 높여야 하며 나아가 전반적으로 노동 가치를 더 인정해줘야 한다는 대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또, 사회적 합의 아래, 정교한 제도 설계가 선행되었어야 했다.
그렇지 못한 결과가 모두를 고통스럽게 한 것이다.
소득 양극화는 자본주의 제도의 결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최저임금 인상책이 오히려 자본주의의 위기를 가속화하고 저소득자를 괴롭히고 있다.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2018년 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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