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열풍, 통과 의례일수도...
따지고 보면, 핵전쟁의 공포가 인터넷을 만든 셈이다.
인터넷의 최초 백본(backbone)은 아르파넷(ARPANET)이었는데, 이건 미 국방부가 미국이 핵 공격을 받을 경우를 대비하여, 미국 전역에 동일한 데이터를 갖는 컴퓨터를 분산 배치하기 위해 구축한 망이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곳이 바로 아르파(ARPA.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미 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이고 이의 시작은 1960년대 말이었다.
추진은 미 국방부가 했지만 실제 연구는 대학 연구기관에서 이루어졌는데, 처음 이에 관여한 곳은 UCLA, 스탠포드, 유타, UC 산타바바라 대학이었고, 이들 대학이 최초로 연결되었다. 이후 알음알음 컴퓨터 사이언스 학자들이 이 망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정보 보안의 개념이 있을 리 없는 학자들의 어설픈 망 관리로 해킹 사건이 빈번하자 결국 국방부는 아르파넷은 민간 연구용으로 떼어 주고, 밀넷 (MILNET) 이라는 군사 전용망으로 별도로 구축했다.
인터넷 초창기 연구자들은 유닉스나 제닉스 하에서 돌아가는 중대형 기종의 터미널을 사용했고, 당연히 텍스트 기반으로 문자를 사용했다. 즉, ASCII 코드로 이루어진 문자만 주고 받을 수 있었고, telnet, gopher, ftp, usenet 등으로 인터넷을 사용했다.
그럼, 초창기 인터넷 이용자들은 오로지 경건하게 인터넷으로 연구만 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처럼 모니터에 그림을 띄어 바로 볼 수는 없었지만, 바이너리 파일인 jpg 그림파일을 ASCII 코드로 변환하는 프로그램을 써서, 이진(binary) 파일을 텍스트 파일로 바꿔 전송하고 전송받은 쪽은 다시 이진 파일로 바꿔 그림을 감상하곤 했다. 그 그림이 성화는 아니었을 것이다.
WWW 즉 월드와이드웹은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CERN 즉,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한 근무자가 고안한 것이다. CERN 에는 유럽 각국 출신의 연구자들이 일하고 연구하는데, 이들은 유럽 전역에 있는 학자들과 정보를 교류한다. 이들은 텍스트보다 복잡한 계산식이나 구조식을 컴퓨터로 보내고 싶어했다. 이를 고안하다 만들어진 것이 지금과 같은 형태의 인터넷이다.
인터넷 인구가 비약적으로 늘어난 계기는 바로 www과 웹브라우저이며, 누구나 쉽고 직관적으로 인터넷을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 인구를 폭발적으로 늘린 가장 결정적인 건, 화상 정보와 하이퍼텍스트를 이용한 포르노 사이트와 도박 사이트이다. 포르노와 도박이 인류의 정보화를 앞당겼다는 걸 부정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대중의 대부분은 학자가 아니다. 이들이 인터넷에서 추구하는 건 고급 정보가 아니라 가십거리와 흥미거리일 뿐이다. 인터넷를 정보의 바다라고 하지만, 사실 쓰레기의 바다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여전히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 중에서 가치있는 진짜 정보를 찾는 건 어렵다.
포르노 배포나 온라인 도박이 초창기 인터넷의 부작용이었다고 해도 좋다.
하지만, 어쩌면 인간의 본성과 본능에 따른 통과의례였을 것이다. 지금 포르노와 도박 때문에 인터넷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미친 놈 취급을 받을 것이다.
가상 화폐 역시 마찬가지 통과 의례를 겪고 있다고 봐도 좋을 듯 싶다.
자제심 잃은 묻지마 투자는 필연적으로 한번은 겪어야 할 것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를 통한 대박 꿈이 없었다면, 전국민이 가상 화폐에 대해 이렇게 관심을 가졌을리 없었을테니 말이다.
2018년 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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